이루나님
甲乙丙丁
"우리가 집중해야 할 사실은 갑의 날뜀에 피해받는 을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을의 횡포에 죽어가는 병과 정이 있다는 것이다."
八
BGM :: Shigeru Umebayashi - Polonaise
그는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었다.
어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나는 방금 들었던 사실들에 대해 머릿속으로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한 명은 도망갔다. 구역에 있는 사람들이 나왔다. 이는 병,정 계급이 아니라 감시자들을 뜻하는 것 같다.
김준면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감시자임에 틀림 없으니까. 감시대상이 없는데 구역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는 것은. 감시자들 사이에서 균열이 일어났음을 뜻했다.
크리스는 무언가 생각난 듯. 아니면 무언가가 들린 듯 벌떡 일어나 사라졌다.
내 팔에 채워지지 못한 팔찌만 바닥을 데구르르 구른다.
"이 새끼 센스 없는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리고 그 자리를 다른 남자가 대신한다.
"반가워, 대혼란. 편하게 세훈이라고 불러."
그 때 역에서 만났던 사람이었다. 그때와는 달리 매우 우호적으로 나를 대한다.
오세훈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집 안을 빙빙 돌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팔찌를 주워든다.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리며 그 팔찌를 가볍게 조각낸다. 작은 조각들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진다.
모든 장면을 가만히 서서 바라보기만 하던 나는 이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애들 어디 있어?"
"뭐, 너 친구들?"
"응."
"그 문지기는 도망갔고. 남은 애는 잡혀 있지."
"문지기?"
"아. 김종인은 도망갔다고."
세훈이란 사람은 종인이를 문지기라고 칭한다.
종대가, 잡혀있어? 누구한테?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거지?
그제야 내가 지금 이렇게 멍때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생각이 먼저였고, 그리고 바로 반응이 나타났다.
그에 대한 경계를 가지자고 생각하자 마자 몸 주변에 얇은 막이 쳐졌다.
팔을 뻗으면 뻗는 모양새 그대로를 유지했다. 생각보다 능력의 힘은 큰 것 같다.
생각하는 대로 다 이뤄지는 것인가 싶어 종대와 종인이를 머릿속에 그렸다.
그리고 금새 두 남자가 내 눈 앞에 선다. 그러나, 그 모습은 껍데기에 그친다.
"소용 없어. 능력자는 못 불러내."
두개의 껍데기에 세훈의 손이 닿자 가루 날리듯 사라져버린다.
그도 처음 보는 것인지 내 몸 주변의 얇은 막을 꾹꾹 눌러본다.
내가 이렇게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종인이도. 종대도 생각하는 대로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불러낼 수 없다면, 찾으면 된다. 눈을 꼭 감고 어딘가에 있을 두명을 찾기 시작했다.
귀를 열고자 했더니 세상의 모든 소리가 몰려들어왔다. 나름대로 거르려고 노력했지만 불가능했다.
시끄러운 기차소리, 사람들의 대화소리. 종소리, 음악소리. 모든 소리가 머릿 속에 맴돈다.
"제대로 다룰 줄 모르면 안 쓰는게 나아. 걍 팔찌나 차고 있어라."
소리를 감당하지 못한 내가 바닥에 주저앉자, 아까 부숴버린 팔찌와는 다른 새 팔찌를 채워준다.
몰아치는 숨을 겨우 고르고 그를 올려다봤다. 이런 내 모습이 전혀 생소하지 않은 듯 했다.
망설임 없이 나를 들춰맨 그는 어디론가 이동했다. 내가 모르는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한 곳은 끝없는 어둠이 가득한 통로였다.
조심스럽게 나를 땅에 내려준 그는 말 없이 통로를 따라 걸었다. 나는 그 뒤를 따라갔고.
그는 걸어가는 내내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있는 선에 한해서 모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동안 세상은 아름답게 예쁘게 유지되고 있었다. 물론 병과 정의 희생이 있어야 했지만.
크리스는 코드를 예언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 생각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었다.
내가 나타남으로써 대혼란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었기에.
크리스 혼자서 세상을 책임지기에는 세상은 너무 넓고 복잡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했던 것이 '을' 계급의 사람들이었다.
제한된 능력을 허용시켜 능력자들을 감시하고, 세상을 관리하고자 했던 그의 선택은 괜찮은 효과를 가져왔다.
그렇지만 크리스가 한가지 착각했던 것이 있다. 권력을 손에 쥐어진 감시자들은 구역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좋은 여건을 주고 시작했던 일들이 점점 악조건으로 변화되어갔고, 하위 계급 사람들은 더더욱 힘들어졌다.
'갑' 계층의 사람들은 호화롭게 살면서 힘들게 능력자들을 관리하고 있을 '을' 계급에게 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실상 가장 힘들게 착취당하며 죽어가고 있던 또 다른 계급이 있다는 사실은 최근에 알게되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사실은 갑의 날뜀에 피해받는 을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을의 횡포에 죽어가는 병과 정이 있다는 것이다."
종인이의 아버지는 생일을 맞이하여 방 안에서 쉬면서 능력을 발견했다고 했다.
J. 그 코드명은 'Janitor'. 문지기였다. 그는 구역과 진짜 이 세계의 경계를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 만났던 것이 세훈. 배신감에 휩싸인 그는 반란을 일으키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그는 종인이를 어린 시절부터 단련시켰고, 구역 안에 눈에 띄지 않는 공간을 마련해 모든 것을 준비했다.
내겐 모두 생소했던 것들이 종인이에게 익숙했던 이유도 다 이런 뒷배경에 따랐던 것이다.
생각보다 오래 이어진 이 역사에, 나는 옅은 소름이 돋아왔다.
자신에게 편하게 말을 놓으라던 세훈이는 통로 끝에 위치한 방으로 향하는 문의 문고리를 잡는다.
"놀랄 준비 해."
열린 문을 통해 밝은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이 부셔옴에 살짝 얼굴 앞을 가려 두었다가 생각보다 따듯한 방 안의 공기에 한번 놀란다.
그리고 또 한번. 방 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놀란다.
분명 저 사람은, 그 때에.
"또 보네."
종인이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종대와 내가 마주했던 그 사람이다.
"박찬열이야."
내민 손을 얼떨결에 잡자, 위 아래로 크게 흔들며 웃는 그는. 분명히..
나와 종대가 구역을 탈출하지 못하게 막으려 했었다. 분명히.
"워.. 눈빛 존나 살벌하다.."
"야야. 아무리 얘가 못생겨도 그렇게 나쁜애는 아니야."
"그때 그런 것 때문에 그래? 야, 내가 거기서 맘 먹었으면 너네 그냥 타죽었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종대는. 종대는?
마지막으로 본 종대는 이 남자와 맞서 싸우기 위해 나를 보냈던. 그 뒷모습이었다.
이 남자가 여기 있는데 종대가 왜 여기 없어. 사방을 둘러보아도 종대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익숙한 모습의 감시자 한명, 그리고 이전에 세훈이에게 잡혀 갔던 방에서 본 사람들.
"그럴 때 아니야."
우리 사이를 막아서는 사람을 세훈이는 레이라고 소개했다. 선한 인상을 가졌다.
살짝 웃으며 내게 양해를 구한 그는 방 한복판에 있는 TV 화면을 가리켰다.
"너 친구. 저기 있어."
TV는 그의 손짓을 따라 작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낯이 익은 얼굴들이 보였다.그 방에서 마주쳤던 남자와 감시자들 몇명.
그들은 화면에 자신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옷매무새를 정리한다.
그리고 반갑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안녕. 잘 들려?"
그리고 화면을 응시하던 나는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저기, 종대가 있다.
그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의 끝에 묶여있는 종대가 보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묻기도 전에 종대의 온몸에 가득한 상처들이 보인다.
말도 안돼. 종대도 능력자라면서, 피할 수 있다고 했으면서.
"개새끼야!"
세훈이가 화면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들리는지 웃음을 터트린다.
종대. 종대가 위험해. 나의 사고는 꽉 막혀 작동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작정 팔찌를 벗어내려 노력했으나 벗겨내려하면 할 수록 나를 점점 옥죄어왔다.
"이제부터 아주 재미있는걸 하나 할거거든."
머리가 아파온다. 기분이 나빠.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내 귀를 갉는듯한 느낌에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종대는 의자에 묶여 꼼짝도 하지 못했다. 축 처진 고개가 가슴을 쿡쿡 찌르는 듯 하다.
종대야. 일어나. 제발. 일어나.
그들은 종대를 두고 건물 밖으로 나선다.
종대야. 제발 일어나.
이런 내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종대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완전히 건물을 벗어났고, 종대는 여전히 건물 안에 있다.
"설마."
"딱 열까지만 셀거야."
"아니야. 아니야..."
손가락을 하나 하나 접어가며 열까지 세어가는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귀를 막아봐도 머릿속에 울려오는 그 목소리가, 듣기 싫었고.
이 현실을 믿기도 싫었다.
"하나."
"펑!"
"거봐. 내가 터진다고 했잖아."
모든 환희에는, 모든 쾌락에서와 같이 잔인성이 깃들어있을 것이다.
Oscar Wilde. 소설가.
'크리스' 라인 - 甲 (민석) 乙 (준면 루한 경수)
'P' 라인 - 甲 (세훈 레이 백현) 乙 (타오 찬열) 丙 (종인 종대)
갑을병정 세계관 설명
현재 위치 - 대한민국.
CREATOR - 갑자기 생겨난 '능력자들'을 통제하고 처음으로 통제구역을 만들어낸 장본인 = KRIS.
갑 - 코드 보유자 중 크리스의 기준으로 선정한 5인
24시간 한계의 억제장치 착용 (전달자 = 루한을 통해 전달받음)
을 - 통제구역에서 병, 정을 관리하는 감시자. 제한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음.
병, 정 - 능력자.
♡제이♡님이 주신 선물
-▩-
아 드디어.. 이 장면을 쓰게 되는 날이 오네요.. (먼산)
본..본의 아니게.. 분량이 또.. 분량..네...하하......
오..오늘은.. 말을 짧..게..하겠습니다..
그...그리고..
QnA해요..
이런식으로.. 작성하고 있는 중 입니다... 마구 물어주세요..
암호닉은 '갑을병정'과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 두 글에서 다 쓰이는 암호닉이세요!
그리고 암호닉은 최대한 '가장 최신편'에서만 신청해주시길 바랄게요!
새 암호닉 신청은 @@ 골뱅이 안에 넣어주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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