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EZE (치즈) - 좋아해 (bye)
청춘의 결말 14
“...”
“...”
막상 집에 도착은 했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보조 작가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집을 구해 혼자 살게 됐다.
누군가가 우리집에 온다는 생각을 못해서...
어쩌다 보니 엉망인 집안 꼴을 보여주게 됐다.
괜히 벌거벗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뭐할 거야? 일할 곳은 알아봤어?”
“모은 돈으로 작게 식당 하나 오픈하기로 했어. 이제 하나씩 준비해야지.”
“우와... 황민현 드디어 메인 셰프 되는 거야?”
“열심히 해야지!”
쑥스러운 듯 웃는 그가 귀여웠다.
사실 이 상황이 나는 정말 꿈만 같다.
어쩌면 너무 평범한 대화와 일상이지만 그마저도 낯설고 행복했다.
오늘 민현이를 데리러 간다고 작업실에 출근을 못했다.
작가님께 얼마나 부탁을 드렸는지 아마 민현이는 모를 것이다.
덕분에 해가야 할 게 산더미만큼 쌓였다.
그 덕분에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어제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작가님이 쓰신 대본에 오타와 잘못된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다.
언제쯤이면 내 글을 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부디 빨리 공모에 당선되기를 또 한 번 기도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일을 하고 있는데
심심했는지 자꾸 나만 뚫어져라 보는 황민현 때문에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왜 자꾸 쳐다봐?”
“...”
민현이는 대답은 안하고 그냥 웃기만 했다.
“응?”
“언제까지 할 거야..? 나랑 놀자. 응?”
작가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떽. 다 할 동안 티비나 보고 있어.”
겨우 이성을 되찾고 민현이를 내쫓았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거실로 나가는 황민현이다.
무슨 대형 멍뭉이도 아니고...
쓸 데 없이 귀여웠다.
똑똑-
“다 해가?”
“응. 거의 다 했어.”
“밥 해놨으니까 일 다 하면 나와!”
이 무슨 감동적인 상황인가 싶었다.
주방에서 무슨 소리가 계속 들리더니 요리를 하는 거였구나..
재료도 얼마 없었을텐데...
할 일을 마저 하고 나갔더니 정말 정갈하게 음식이 차려져있었다.
셰프는 셰프구나 싶었다.
“우와... 이걸 네가 다 했어?”
“그럼! 내가 다 했지. 얼른 먹어봐.”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된장찌개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 진짜 맛있어.”
“정말?! 다행이다..”
집에서 민현이와 마주보고 밥을 먹으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일을 마치고 오면 힘들어서 밥을 건너뛰고 자기 바쁜데 이런 집밥을 얼마만에 먹어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민현아."
“응?”
“그냥.”
한참동안 서로를 마주보고 웃었다.
민현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민현아.”
“아니야. 내일 일하러 가야 되는데 푹 쉬세요 그냥.”
센스쟁이...
이 세상 많고 많은 사람들 중 민현이를 만난 건 최고의 행운인 것 같다.
그냥 흘려보낸 시간이 너무 길었지만 너를 다시 만났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만큼 널 더 사랑하기로 했다.
너와 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봤다.
예능을 보면서 웃기도 했고 드라마를 보며 한껏 진지해지기도 했다.
"민현아. 요즘 쟤네가 인기가 쩐대."
“...”
“워너원. 알아?”
“몰라.”
“라이관린? 와 너무 잘생겼지 않아..?”
“그러네.”
“누나가 많이 사랑한다ㅠㅠ”
“근데 내가 더 잘생겼지 않아?”
“...?”
물을 마시다가 뿜을 뻔 했다.
“... 정말 그렇게 생각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웃어..?”
“귀여워서!”
새빨개진 귀가 너무 귀여웠다.
“질투한 거 아니야.”
“응. 나 아무 말도 안했는데?”
“...”
안 본 사이에 귀여움만 는 것 같았다.
내일 출근을 하기 위해 우리는 방으로 들어왔다.
“내가 밑에서 잘게.”
“괜찮겠어?”
“응. 이불만 있으면 돼.”
그래서 민현이는 밑에, 나는 침대에 누웠다.
잠이 오기는커녕 오히려 더 깨는 듯 했다.
“황민현.”
“..응?”
“위로 올래?”
“...”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잠만 자.”
한참 후에 민현이가 베개를 들고 올라왔다.
불을 꺼서 보이진 않았지만 아마 귀가 또 빨개져있을 것이다.
민현이의 섬유유연제 향기가 내 코를 간지럽혔다.
그렇게 한참을 누워있다가 민현이가 말을 꺼냈다.
진지한 말투였다.
“유리야.”
“응?”
“이렇게 너랑 있는 게 꿈만 같아.”
“...나도.”
“진작 널 잡았어야 했는데.. 겁이 많이 났어.”
“...”
“너를 잡았는데 네가 싫다고 하면 어떡해.. 그래서 네가 날 영원히 떠나게 될까봐. 그게 겁이 났어.”
나도 그랬다.
정말 마침표를 찍게 될까봐.
그래서 너를 다시는 볼 수 없을까봐.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났잖아.”
“...”
“그래서 너무 감사해.”
“이제는 그냥 나한테 기대 유리야.”
“너도. 누나한테 앵겨.”
“ㅋㅋㅋ 꼭 그렇게 할게.”
진지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 농담을 하긴 했지만 눈물이 찔끔 나올 뻔 했다.
"고마워."
"나도. 앞으로 내가 정말 잘할게."
함께하지 못한 시간이 너무 길었음에도 지금 너와 함께라는 사실이 날 행복하게 했다.
스물일곱의 우리는 함께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를 함께하면 되니까.
열여덟의 너도, 스물일곱의 너도 많이 사랑했다.
앞으로의 너도 많이 사랑할 수 있길 바라고 또 바랐다.
더보기 |
오늘도 왔어요 여러분:) 또 일주일이 시작되면 어차피 못 올테니....ㅠㅠ 이제 과제 폭탄이 시작되면 주말에도 못 올 수도 있을텐데 걱정이네요... 우선 오늘은 정말 달달하게만 쓰려고 노력했는데 어떻게 읽으셨을지 모르겠네욤.. 이렇게 몇 화나 더 쓰고 끝내야 할까요ㅠㅠ 이 글을 얼른 끝내고 다른 작품을 쓰는 게 나을까요..? 고민이 많아지네요ㅜ_ㅜ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일주일도 화이팅하는 걸로 해요 우리♡ |
#암호닉
[루뜨린]님
[황뽀짝]님
[땡칠이]님
[자몽에이드]님
[이두님]
감사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