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아이
written by Ann
“부탁인데 너네 둘이 친하잖아. 이것좀 전해주라..”
“이거 고백편지?”
“응.. 직접 주기 부끄러워서”
“아... 그래. 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
“정말? 고마워 진짜!”
“응. 근데 내가 너랑 좀 친해서 말하는건데 우지호.. 너 같은 여자 스타일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괜찮겠어? 이거 전해줘도?”
“..아...”
“상처만 받을텐데? 그래도 좋아? 솔직히 너는 우지호 스타일이랑 너무 다른데.. 내가 너라면 고백 안 할 것 같아. 넌 정말 아니거든.”
“........그정도야?”
응. 그래 그 정도야. 어떻게 우지호가 너 같은 여자앨 좋아하겠어?
내 말 몇마디에 금새 풀이 죽어 편지를 되돌려받아내는 여자아이를 한심스럽게 쳐다봤다.
평소 무뚝뚝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우지호에게 스스로 직접 고백할 용기가 안 나는 애들이
나에게 간접고백을 부탁하는 일은 일주일에 서너번쯤 빈번히 일어난다.
그때마다 나는 '넌 우지호 이상형이랑 너무 멀어. 아마 거절 당하고 상처만 받을걸?' 하고 난감하다는 듯 연기한다.
사실 난 우지호 이상형 같은 거 잘 모르지만, 일단 꼬이는 날파리는 제거하고 봐야지.
***
지호는 나랑 어릴적부터 부모님끼리도 알고 지낸 절친한 친구다. 게다가 우리 둘은 태어날때부터 옆집 사이었다.
이런 사정으로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서로 보고 싶을 때도 보기 싫을 때도 항상 붙어다녔다.
옛날 어린 시절이 담겨져 있는 사진 앨범을 들춰보면 항상 내 옆엔 우지호가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 몸이 아팠다. 출산 예정일보다 2개월이나 일찍 태어난 나는 인큐베이터에서 내 가녀린 목숨을 지탱한 체 겨우 살아남아
남들에 비해 허약한 체질로 성장해왔다. 다행히도 지금 체력은 정상 범주에 속하지만 초등학교를 다닐 때 까지만 해도 내 몸은 툭하면 쓰러지기 일쑤였다.
그런 나의 옆에서 항상 곁에 있어주었던 지호는 내가 고열에 시달릴 때 손 꼭 붙잡고 새벽밤을 지새우며 날 간호해줬다.
조금만 몸이 아파도 극성 맞을 정도로 부모님들 보다 더 나를 보살펴주었다.
또 허약한 내가 만만한건지 나를 괴롭히려고 드는 어린 아이들의 괴롭힘 속에서 날 지켜주었다. 그래, 그랬었다. 그때의 우지호는..
지금의 우지호는 너무 쌀쌀맞다.
어린 시절 내가 알던 우지호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고등학교를 올라오면서부터 나를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원래서도 둥글고 말랑거리는 성격을 가진 아이는 아니었지만 나에게만은 잘해줬었다. 나는 그걸 특권이라 여겼고,
우지호에게 나란 사람은 특별한 인간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젠 그것도 다 과거일 뿐이다.
나를, 다른애들과, 차이를 뒀던 우지호는 지금 없다.
그래서 나는 우지호가 밉다.
“야 어디갔다 왔어? 찾았잖아. 이번 교시 체육이라 나가야 되는데”
“아 미안. 잠깐 볼 일 있어서”
“아까 태일이한테 여자애 찾아왔던데? 아, 너 또 우지호 뒤치다꺼리 했냐?”
“진짜 또? 징하다. 우지호는 어떻게 맨날 고백 받는 듯 하다? 그런데 정작 사귀는 애는 없는 것 같던데. 맞지 이태일?”
“응. 걔 여자 관심 없어해. 아니 정확히 사람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해야 되나.. 그냥 집에 처박혀서 공부만 하는게 걔 인생의 다 일걸”
“아.. 그놈의 공부... 헐. 오늘 성적표 나오는 날이지 않냐?? 아!!! 싫다!!”
표지훈의 절규 가득 찬 큰 목소리가 학교 복도를 갈랐다. 옆에 있던 민혁이 나대지 말라며 지훈이의 등을 아프게 때렸다.
나는 민혁이에게 삿대질하며 아프다고 욕지거리 해대는 지훈이를 다독이며 여름날 햇빛 강하게 내리쬐는 운동장으로 데리고 나갔다.
“오늘부터 체육대회 연습한대. 여자들은 피구하고 남자들은 축구할거야.
일단 잘하는 애들이 누가 누군지 모르니까 반 전체 다 게임 뛰자. 그리고나서 대표선수 뽑고. 알았지??”
체육부장인 민혁이의 말을 듣고 남자 애들은 둥그렇게 모여 축구 편을 짜기 시작했다.
으.. 난 축구 시른데.. 나는 아이들과 멀찍히 떨어져 한 여름의 강한 햇빛이 피해 서늘한 곳으로 옮겨 갔다.
시간이 흐르자 대충 팀을 다 짜진 듯 애들은 각자 맡은 포지션 위치로 향해 간다.
민혁이 그늘 아래 혼자 멀뚱히 서있는 날 보자 뭐해? 너 우리편이야 빨리 일루 와 하고 날 불렀다.
아.. 진짜로.. 하기 시른데..
나는 대충 민혁이가 가리킨 곳에 터덜터덜 걸어가 포지션을 잡고 무의식적으로 우지호가 있는 곳에 시선을 뒀다.
그러는 동안 축구 시합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고 축구공은 운동장을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작은 모래 바람을 일으킨다.
축구에 아무 의욕도 없는 나는 움직임 없이 민혁과 우지호를 중심으로 플레이되는 경기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볼을 갖고 있던 우지호와 눈이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우지호의 발길질이 내 쪽으로 향했다.
사실, 우지호는 내 뒤에 있던 애에게 볼을 패스하려 했던건데
나는 내 쪽으로 날아오는 축구공에 지레 겁먹어 몸을 움직이다가 우지호가 찬 공에 직격으로 맞아버렸다.
그리고 꼴사납게 운동장 모래바닥에 넘어져 다리에 생채기까지 났다.
“아.. 시팔..............”
“야!! 괜찮냐??”
“병신 이태일 괜찮아???”
지딴에는 친구라고 달려와준 이민혁 표지훈이지만 내 꼴을 보고 키득키득 거리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이게 정말 친구 맞나 싶다.
본의아니게 날 맞춘 지호는 멀리서 당황스럽다는 듯이 날 쳐다보고 있다.
뭘 봐, 우지호. 보기만 할거야? 빨리 와서 괜찮냐고 안 물어보냐고, 어! 우지호!
섭섭한 마음에 얄밉다는 듯 우지호를 째려보다가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 양호실을 향해 걸어갔다.
같이 가주겠다는 민혁이와 지훈이의 말을 씹고 처량하게 홀로 양호실로 직행했다.
그런데 양호실에 도착하니 문은 잠겨있진 않았지만 양호선생님이 계시질 않았다. 아.. 좆같네...
나는 대충 눈에 보이는 곳을 뒤지며 연고와 데일밴드를 찾기 시작했다.
양호실에 널리고 널린 그것들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안 보이는지 짜증이 뻗쳐 뒤지기를 그만두고 쌤이 올때까지 기다리자는 생각으로 주위에 있는 양호침대에 들이누웠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꺼내 뭔가 많이 와있는 카카오톡을 확인하던 중이었다.
드르륵-
양호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양호선생님인줄 알았지만 들어온 사람은 양호선생님이 아닌 우지호였다.
“어.. 너..”
“괜찮아?”
“...아니. 아파. 피나. 이거 봐 다 까졌어”
“그러게 왜 넘어지길 넘어지냐”
“누가 넘어지고 싶어서 넘어졌냐”
“...”
내 상처를 쳐다보는 우지호의 표정이 안 좋다.
그리고 여기저길 두리번거리다가 양호선생님은 안 계시는 거야? 물어본다.
“어 안 계시더라. 연고랑 데일밴드 찾아야 되는데..”
내 말은 들은 우지호는 아까 내가 뒤지던 약품들이 차곡차곡 채워져있는 찬장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뒤졌을 땐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이던 데일밴드와 연고를 손쉽게 찾냈다.
그 모습을 좀 어이없이 보던 나는 다리쪽 생채기에 와닿는 차가운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 따가워....”
***
이상한데에서 짤랐네ㅇ..ㅛ..

인스티즈앱
조인성은 나래바 초대 거절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