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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 THE RECORD/1


-너 진짜 돈 낭비 신박하게 한다. 그냥 집 빼고 회사에서 살아. 그 정도면 집주인한테 기부하는 정도라니까?


/memories of 2016_진짜(2),리얼, 편집본(3)/


렌더링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소리에 의자 등받이에 깊게 기댔다. 그간의 밤낮이 담긴 파일이 바탕화면에 떴고 외주 업체 메일로 보내는 걸 끝으로 길고 긴 야근의 마침표를 찍었다. 뼈들이 으스러지는 느낌에 골골 앓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또 바짝 말라 각막에 달라붙은 렌즈는 어쩌면 이렇게도 서러운지. 파티션 뒤쪽으로 해가 뜨고 있어서 더 서러웠다


끝났다.”

-휴학하고 인턴 한다고 까불 때부터 알아봤다, 멍청아. 내가 그렇게 말렸는데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친구야 말리지 그랬어, 혀를 차며 찌들어버린 내 생활을 비난하는 전 동거인이자 대학 친구의 목소리는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눈을 뜨고 있었지만 렘수면 상태나 다름없었다. 스물 셋 나이에 요단강에 발 담그고 있는 기분이랄까


사표 쓰고 학교 돌아갈까.” 

-등록금은 모았냐?


등록금은 무슨 학자금 대출도 아직 못 갚았는데, 인생 참 서럽다 서러워.



sequence1_오프닝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팀

내가 속한 팀은 다양하고 퀄리티 높은 콘텐츠들을 만든다. 그래서 아티스트들의 성공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높은 프라이드와 애정으로 똘똘 뭉친 경력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회사 내에서 파워가 센 편이었다. 빡센 팀의 막내 인턴이라는 삶을 정의하자면, 쳐다보지도 않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는 정도?


"여주씨 수고했어.”


회의를 위해 모인 테이블 끝에 멍하니 앉아 있었을까 팀장님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며칠 동안 해를 보지 못해 허옇게 뜬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니 그 모습을 보던 팀원들의 탄식이 퍼져 나왔다. 


"여주 처음 왔을 때 완전 보송보송했는데, 세월의 풍파를 직방으로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는 선배들에게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지만 측은함이 가득 담긴 눈길로 돌아왔다. 천만다행으로 팀원들은 다정했다. 여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전쟁 같은 업무 강도에 어느새 나까지 전우애를 느끼고 있을 정도였다. 덕분에 이 부서에 적응하는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


이제, 우리도 슬슬 플랜 짜야지?”


팀장님의 말을 시작으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입사한 뒤로 야근에 시달려가며 DVD 두 편을 완성했다. 아직 비 활동기여서 페스타 준비만 남아있었고, 컴백 전까지 나름대로 살아갈만한 기간이었다. 이제 숨 좀 쉬나 했더니,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에 초청받았단다. 잘은 모르지만 엄청 대단한 그 빌보드, 거길 간다고 한다. 처음엔 무척 놀랐다. 입사 전에 방탄소년단을 알고는 있었지만 팬은 아니었기에 이렇게 잘 나가는 사람들인 줄은 몰랐었다. 소속 가수가 잘 나가는 건 좋은 일이지만 너무 잘 나가니앞날의 야근들이 눈에 훤했다. 가방 안에 늘 가지고 다니는 사직서를 생각하며 언제 꺼내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상하리 만큼 선배들의 시선이 내게 꽂혀 있었다.


"여주 씨, 이번에 촬영 쪽으로 붙어줘야 될 것 같은데..” 

저요??”


촬영 팀은 멤버들과 오래 알던 직원들이 담당한다. 그래야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는다나, 그래서 입사한지 얼마 안 된 나는 늘 편집팀이었다. 3개월 내내 모니터로 멤버들을 눈 빠지게 봐와서 어디에 점이 있고 말할 때 무슨 버릇이 있는지 꾀고 있을 정도였지만, 늘 편집실에 박혀 있어서인지 실물로는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그러니까 내게 방탄은 잘 알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촬영 팀 선배 한 명은 매니지먼트팀 직원과 눈이 맞아 다음 달에 결혼을 하신다고 빠지고, 다른 한 명은 교통사고로 손목을 다쳐 카메라를 들지 못한다고 했다. 왜 하필. 이제야 편집 팀이 널널해질 시기에 촬영 팀이라니.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저 팀장님정말 제가 해야 하나요?”


그래도 저 아직 인턴 나부랭이인데요?

인턴은 죽어야 쉴 수 있나요...?


나를 보며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팀장님의 모습에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들을 목구멍으로 간신히 넘겼다.



sequence1_scene의 시작



위에서 까라면 까는 게 막내의 숙명이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촬영 팀 선배에게 인수인계를 받아야 했다. 한 시간 동안 무거운 촬영 장비들을 옮기고 점검했다. 회사에서 카메라를 이렇게 빨리 잡을 줄이야,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한 기분이었다. 잔뜩 지친 몸을 이끌고 자리에 돌아오니 그 모습을 본 팀장님이 이른 퇴근을 허락해주셨다. 오랜 야근의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아 찡한 감동이 밀려왔다. 이래서 사직서를 내지 못하는 거다, 엄청 굴려도 당근만큼은 두둑이 챙겨주는 회사.


터덜터덜 회사 후문쯤 나왔을까 담배 생각이 나 주머니를 뒤졌지만 나온 건 빈 담배 곽 이었다. 할 수 없이 회사 뒷골목에 있는 작은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렇게 싫어하던 담배를 피운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전에는 다들 겉멋으로 피는 줄 알았던 담배였는데, 내가 피고 있다니 스멀스멀 죄책감이 들곤 했다. 그래도 답답한 속 풀기엔 담배가 제격이었다. 새 담배를 사고 나와 사람 없던 편의점 앞에서 입에 하나 물었을까, 이번엔 라이터가 말썽이었다.


너까지 못살게 구냐..”


가스만 새어 나오는 라이터를 옆 휴지통에 던지고 다시 편의점에 들어가려는데, 편의점에서 막 나왔는지 옆에 한 남자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빌릴까? 낯을 가려 모르는 사람에겐 말도 안거는 내가 새로 라이터를 사기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컸는지 별 생각 없이 등지고 있던 남자에게 물었다.


불 좀 빌려주세요.”


두 손을 내밀고 멋쩍게 그 남자 신발코만 쳐다보았다. 그런데 내 시야의 들어온 빨간 라이터를 쥔 하얀 손가락이 낯이 익었다. 어디서 많이 본 손가락인데시선을 손가락을 타고 위로 올려보았다. 내가 아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얗고 나른하던.


슈가, 민윤기였다.



담배 피시나 봐요?”


몇 달 내내 모니터로 봤던 사람이라 나도 모르게 말을 걸어버렸다. 생각보다 귀엽게 생겼네. 내 말에 핸드폰만 쳐다보던 그 사람의 시선이 내 쪽으로 옮겨졌다.


내일 입국이라 들었는데, 잘못 들었나..?”


회의 때 멤버들 입국한 후에 바로 페스타 촬영이라고 했었는데, 그럼 내일 촬영하려나. 피곤해서 귀담아듣지 못했던 회의 내용을 곰곰이 되짚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을까 옆에서 헛웃음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어이없어 하며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과 마주했다.



[방탄소년단] OFF THE RECORD 1 | 인스티즈



깡도 세다, 불도 빌리고 

?”


어이없어 하던 표정은 어느새 싸늘하게 굳었고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모니터로 본 모습과는 다른 차가운 모습에 당황했다. 내가 불을 빌린 게 그렇게 무례했나, 머뭇거리며 내 손에 있던 라이터를 건넸다. 자신 쪽으로 내밀어진 라이터를 한 번, 당황해 애매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나를 한 번 보더니 허탈한 표정을 짓고 미처 태우지 못한 담배를 지져 껐다.


가져

아니, 괜찮은데요..”

대신 어디 가서 함부로 입 놀리지 마.”

?”


작작 좀 해라.”


너네들 때문에 숨을 못 쉬겠다. 나를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 남자는 나를 지나쳐 회사 쪽으로 걸어갔다. 털지 못해 길어진 담뱃재가 떨어졌다. 하필 떨어져도 내 신발 위로 떨어졌다. 하얀 운동화 위에 살포시 얹어진 담뱃재를 흔들어 털었을까 거뭇한 그을림이 남았다.


나 좀 잘 못된 것 같은데?”


우리 회사 아티스트와의 첫 만남이 어쩐지 좀 좆 된 것 같았다.

.

.

.

.

.

sequence1_ Ctrl+S


세상에나 이게 무슨 짓이람

리얼물을 쓰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방밤언니가 있더라구여. 빙의글은 빙의글 일 뿐 오해하지 말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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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비회원117.100
댑 악.
쫄깃하네여 !!!!!!!!!!!!!!!!!!!
(분더캄머

7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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