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언제나 몇번이라도.(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 ost)저는 BGM을 한 곡만 사용합니다.
처음으로 유치원에 다녀온 현이가 묘하게 붕 떠있었다.처음으로 다른 아이들과 섞여서 그런지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였나보다.오늘 무슨일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물어보았다."현이 오늘 유치원에서 뭐 하고 놀았어?" "응,현이 여자친구랑 놀았어요." 얼씨구?첫날에 애인까지 만들어 왔다.아들아,아빠는 연애질을 하라고 보낸게 아니고 가나다라 글 배우라고 보냈어요.그렇게 좋은지 얼굴을 나와 똑같이 찌부러트리며 눈꼬리를 휘게 웃는 현이를 보고 이런 쓴 말은 튀어나오지 않았다.더 달게 필터링이 됬다면 모를까. "그랬어?아들 여자친구는 어떤데?예뻐?"나도 남자인지라 예쁘냐고 물어봤다."응?아니,아빠야같이 멋있어." ?얘가 방금 뭐라고 한 건지..?여자애가 나처럼 낮은 목소리를 갖고 있나?현이에게 멋있다의 기준이란 목소리가 낮은 사람이였다.그런데,사귄 여자친구가 목소리가 낮아?잠시 당황해 어버버거리다 다시 물었다."현아.남자친구야,여자친구야?" "아빠야,나는 여자친구고 걔는 남자친구야!" 응?뭐라구?다시 한번 말 해줄래?오늘 부로 게이가 될것같은 아빠를 두고 아들놈은 게이가 되어 왔구나..우리엄마 들으면 등짝 가루될 소리군."현아,현이는 남자인데 남자친구가 좋아?" "웅 당연하지.걔는 잘 생겼어."음 그랬군.우리아들 잘생긴 남자 좋아하는구나,그럼 백현쌤은 싫어할라나?백현쌤은 짱짱 예쁘거든.어찌되었든 동성애자에 대한 개방적인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딱히 별 말은 하지 않았다.다음 말로 넘어가야지, "현이 백현쌤은 어땠어?"미안 아들.그냥 이건 내가 궁금해서 물어본거야. "응!아빠야,백현쌤 완전 짱짱 착해!막 다른친구들은 사탕 하나씩 주면서 현이한테는 사탕 두개나 줬다!"그거 내 아들이라서 그래 아들아.나한테 반했구만 백현쌤? 말도 안 돼는 헛소리를 늘어놓다 준비물을 챙겨야 한다길래 현이의 가방을 뒤적였다.응?얘는 오늘 도대체 간식말고는 뭘 가져간거야.노란색 가방을 탈탈 털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혹시나 해서 앞 지퍼를 열어 가방을 뒤집으니,이번엔 조금 더 큰 노란색 포스트잇 두장이 있었다.이 유치원 노란색 참 좋아하는구먼 그래. 반듯하게 접힌 첫번째 포스트잇에는 준비물이 끄적여 져 있었다.이걸 현이가 쓴건 아닌것 같고.아,교사들이 적었구나.어디보자.필기구,수저,가위,풀,테이프..당장 집에는 있지만 현이가 사용할 만큼 작은건 없었기에 장을 봐 와야 겠다 생각했다.그리고 두번째 포스트잇을 집어들었다.「010-1127-0506-변백현(준비물 고르시기 힘드실때 연락주세요: )」이 선생 혹시..나를 애 아빠가 아닌 애로 보고 있는건가?누가 나이를 이만큼 먹고 준비물 하나 못 고르나.그래도 번호를 쥐어 줬다는 깜찍함에 광대가 슬슬 올라갔다.흐흐-준비물이나 사러 가야겠다.쪽지를 꼭 쥐고 백현쌤을 만날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음..우리 사랑스러운 아들은 아빠의 작업에 방해가되니 잠시 할머니 집으로 가 주세요-흥흥~콧노래 까지 흥얼거리며 이번에는 로보카폴리가 좋다며 혼을 빼고 보고 있는 현이를 일으켜 원복을 벗겨냈다. 역시 지조없는 우리아들,이번엔 로보카폴리구나.현아 정신챙겨.침흘린다?만세!별 추임새를 다 넣으며 원복을 벗겨내니 집에서 입고 있는 내복이 보인다.그래 이 상태로 할머니집가서 한숨 자고 와 우리현이,그래도 귀여워 보이게 스냅백 하나를 뒤집어 씌어 주고 요구르트 하나를 꼭 쥐어줬다.아아,먼저 백현 쌤이랑 연락을 해야겠지? 톡톡 액정을 가볍게 두드려 전화번호를 눌렀다.후-쉼호흡 좀 하고.떨리는 손끝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삐약삐약백현쌤 핸드폰인데 뭐 할말 있어요?삐약삐약'아니 이게 뭐야.지 목소리를 녹음해서 컬러링으로 쓰는거야?갈수록 귀엽구먼.근데 백현쌤 병아리 성애자 같다..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길 기다렸다.'여보세요-'아 뭔가 내 애인스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흥흥 콧노래를 불렀다.'여보세요?현이 아버님?'아 맞다.나 통화중이였지. "네.변백현 선생님?" -네 맞아요,무슨 일로..? "아,현이 준비물을 사야하는데 이런건 처음 챙겨 봐서요." -그럼 제가 도와드릴게요. 참..쿨내나는구나,5시 까지 유치원 앞에서 보기로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엇 벌써 4시30분이구나,부랴부랴 현이 짐을 챙겨 차에 태웠다.엄마 집 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요구르트를 꼭 쥐고 잠 들어 있는 제 아들을 보며 귀엽다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는 자신의 아들놈을 보고 병신같다며 혀를 끌끌 차는 엄마가 얄밉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 현이 봐 줄 사람이니까..!엄마 사랑합니다요. 현이를 맡겨놓고 한걸음에 유치원 앞에 도착했다.아직 4시50분이였지만 백현쌤은 이미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안녕하세요오-"오늘 낮에 봤던 그 깜찍한 미소를 띄고 차에 올라타는 백현쌤을 붙잡고 입술을 부대낄뻔 했다.애 엄마랑도 이렇게 진도를 빼고싶진 않았는데 이게 뭔 일인지.소리없이 입맛을 쩝 다시고 어디로 가야 할지 물었다."어느 마트 갈까요?이마트?홈플?" "이마트가 더 가까우니까 이마트 가요." 정적.허허 거참 작업걸고싶은데 너무 어려보여서,말을 못 붙이겠네.여차저차 해서 후딱 마트안으로 들어왔다.오늘 저녁 밥 뭐 먹이지?일단 장 부터 봐야겠다싶어 익숙하게 제일 깨끗한 카트 하나를 골라 뽑았다.털털 카트를 밀고 있다가 옆이 허전하기에 깜짝 놀라 주위를 휙휙 돌아봤다.아..백현쌤이 나보다 머리 하나가 작아서 안 보였던 거였다. "뭐 하세요...?" "허헛,아니에요.저 장을 좀 봐야하는데.." "아!그럼 같이 봐 드릴게요,현이 뭐 좋아해요?" "현이는 남자친구를...," 헛.말이 이상하게 나갔다.내 아들놈 때문에 받은 충격 때문일거야. "네??" "아뇨.현이 카레 좋아해요." "그럼 카레 재료 사러 가죠!" 또,또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탓에 백현쌤의 미모에 혼이 쏙 빠졌다.어휴 아들아,너 초등학교 안 들어가면 안돼니? 어느새 나는 카트를 끌고 백현쌤은 재료를 하나하나 살피고 비교해 카트에 쌓아가기 시작했다.뭣도 모르고 현이한테 줄거라고 과자를 덥썩 쥐는 내 손을 백현쌤이 탁 때렸다. 잉..?"왜..왜요?" "애 한테 이런 지방덩어리를 주시겠다는 거세요?" "아니..입에들어가면 다 똑같죠..." 내 대답에 백현쌤이 착잡하다는 듯이 한숨을 폭 내쉬더니 바나나 한 송이를 가져왔다. "제가 이거 말려서 건바나나 만들어드릴테니까요,현이 먹이세요." 헝...저는 백현쌤 먹으면 안돼나요?물을뻔 한걸 억지로 목구멍으로 쑤셔넣고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학용품 코너로 들어섰다. "현이 무슨 캐릭터 좋아해요?" "걔는 지조없는 놈이라..아니,로보카 폴리 좋아해요." 미안 아들,이래저래 연필과 지우개,필통,색연필,싸인펜,가위,풀,테이프를 골라담고는 계산을 했다. '삑-총 10만5천3백원 입니다.'카드를 내어주고 곧바로 백현쌤과 차에 올라탔다. "저..선생님,어디로 가실거에요?집으로 태워다 드려요?" "집에 과일건조기 있어요?" 뭐야 이 앞뒤 안 맞는 대화는. "예 있긴 한데.." "그럼 아버님 댁으로 가요." 뭔데 이 미친듯한 속도의 전개는.설레게 거참.허헛 얼떨떨하게 차를 몰았다.먼저 엄마 집에 들러 졸리다며 웅얼대는 현이를 데려왔다.옆에 사내놈은 누구냐는데 음흉한 미소를 날리며 있어,비밀이야.했다가 등짝이 가루될 뻔 했다.우씨 엄마는! 철이 아직 덜 든 찬열의 목소리를 들으며 차 안에 있던 백현이 슬쩍 웃었다.저런 게 여섯살 짜리 애 아빠래.심지어 나랑 동갑. 이미 찬열에 대해 세세히 조사를 마친 백현은 올라가는 광대를 진정시키느라 볼이 당겨왔다.풋-하는 순간.차 문이 덜컥 열리고 현이가 뒷쪽 아기전용 시트에 앉았다.그리고 다시 골아떨어져 코를 색색 곤다.어휴 이 자는모습 보는 맛에 유치원 교사 하지. 이번에는 찬열이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시동을 걸고 출발하는데 백현에게 질문세례를 시작했다."백현쌤 몇살이에요?어디살아요?여자 좋아해요?" 그에 백현이 답했다. "서른 한살이에요.유치원 앞에 빌라에 살아요.마지막은 대답 안 해줄래요." 헐 이게뭐야.밀당?또 동갑이라는 사실에 헛웃음이 새어나오지만 덤덤한척 그래요?하고 넘겼다.집에 도착해서 짐을 내리는 동안 백현쌤이 현이를 들춰안고는 등을 토닥토닥 어루만졌다.저 놈은 내가 자기 자는데 안으면 깨면서 백현쌤 한테 안기더니 완전 숙면을 취하고 있다.어후 얄미워.귀여운건 알아서 말이야.어린놈이. 집안으로 들어서 신발을 휙 벗어던지고는 짐을 내려놨다.나도 늙었나,힘드네.숙면을 취하는 현이를 침대에 눕히고 저녁식사를 차리기 시작했다.근데 왜 백현쌤은 집에 안 가고 여기서 바나나를 까고 있는거지?저 바나나가 참 뭐 같이 생겼구나..곱상한 손으로 요리조리 바나나를 까고 있는걸 보자니 또 다른 내 아들이 울끈불끈 힘을 준다.진정 진정.쉼호흡을 하고 왜 안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백현쌤을 냅두고는 오늘 저녁 반찬인 카레를 만들기 시작했다.보글보글 끓는 물에 카레가루를 넣고 당근과 브로콜리와 닭가슴살을 썰어 넣었다.점점 진해지는 색에 뿌듯함이 맴돌때 쯤,백현쌤이 다 됬다!하고 신나서 기지개를 쭉 켰다.한시간 동안 앉아서 뭘 하나 했더니 건조기에 바나나를 썰어 넣고 건조시긴 모양이다.뭔가 귀여워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현이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아빠야..배고파.." 아들아.너는 나를 보면 배고픈것밖에 안 떠오르냐? "현아!이리와봐 이거 먹어봐봐!" "으엉!백현선생님 왜 여기 이써요?!"놀라 자빠지기는.너 자는거 데려다 자다 칭얼대면 달래주고 등두들겨줬더니.백현쌤 수고했잖아 아들놈아. "선생님이 현이 까까 줄려구 기다리고 있었어.아 해봐 아-" 바삭바삭 씹는 소리가 나고 맛있다며 더 달라는 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귀엽네 둘다. 벌써 여덟시나 된게 저녁식사를 대접해야 겠다.아무래도 나랑 현이때문에 고생했는데."밥 드시고 가세요." "엇 그래도 되요?감사합니다!" 쿨하니 좋아.밥 좋아하는구나."현이도 빠빠 먹으러 와." 셋이서 뽀로로 밥상에 앉았다.카레를 조금 덜어 식혀서 고슬하게 잘 지어진 밥에 살살 비벼 현이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우물우물 씹으면서 뭐라고 하는데, "이러케,있우이까아빠강,두묭잉고가탕." "아들아 다 씹고 삼키고 말해." "꿀꺽-이렇게 있으니까 아빠가 두명인거 같아요." 얼굴이 슬쩍 달아오르는 백현과 달리 찬열은 능글한 웃음을 지었다.아빠가 아빠 두명 하게 해 준다고 했지? -장편이 될수도 안 될수도 있어요.쓰다보니 길어졌네요.구독료 무료라지만 댓글다시고 포인트 쌓아가세요!그리고 독자분들 댓글 하나하나 읽었어요.감사합니다.처음 쓰는 글인데 반응이 좋아 기분이 좋네요.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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