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있다
참고 있다
고갤 든다
아프게 웃는다
노을빛 웃음
온 세상
물들이고 있다
보고 싶다
안고 싶다
네 곁에
있고 싶다
아파도
너의 곁에
잠들고 싶다
찬열과 징어는 서로 아무말도 없었다. 병원에서 나와, 까페에 나와서까지 그 침묵을 깨트린것은 찬열이였다.
"많이 아프대?"
서로 안지 5년. 친구에서 연인으로,서로 연애를 한지 3년.
싸운적 한번도 없이 잘 연애를 하고 있던 이 커플에게 하나의 고난이 생겼다.
"징어야"
머리가 자꾸 아프다고 하면서 병원을 가지 않는 징어였기에,
찬열이 스케줄없는 하루를 잡아 병원에 갔었다.
정밀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들으러 진료실에 들어갈때
"나 혼자 들어갈래"
"응?"
"들어갔다 올께-"
뭔가 찬열과 같이 가면 안될 것 같은 기분에, 징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찬열에게 자신 혼자 들어간다고 하고 찬열의 대답을 듣기 전에 먼저 총총총 달려갔다.
"귀엽다"
그 모습마저, 딸을 둔 아빠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찬열이였다.
"일단, 검사는 오늘 나오지 않아서 정확히는 말씀을 못 드리겠지만, 지금 간단한 검사로도 상태가 많이 안좋으시네요.정밀검사에서는 다르게 나올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스트레스, 건강 조심하시구요. 다음주쯤 다시한번 오세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밀검사의 결과로 바뀔수도 있다는 의사의 마지막 말에 그나마 안도를 한 징어였다. 많이 좋지 않다는 말이 자꾸 거슬렸지만, 바뀔수도 있으니까. 희망을 가져보겠다고 생각한 징어였다.
"오-징어"
카페에서 목도리와 선글라스로 무장을 하고 나온 찬열이, 불안하다는 듯이 징어의 손을 잡고 보챘다.
"미안미안, 뭐 생각한다고"
"많이 아프대? 뭐래?"
"아직 검사결과는 안나왔대, 그냥 빈혈인거 같다시네. 걱정할거 없어"
차마, 지금까지의 결과가 좋지 않다는 말은 삼킨 징어였다.
검사결과를 받으러 가기 전까지, 시간은 매우 빨리 갔다.
찬열은 빡빡하게 잡힌 스케줄 중간중간에도 징어에게 계속 연락을 했고 플로리스트인 징어도 찬열에게 줄 넥타이를 샀다.
꽃을 만지고 있던 그때, 징어에게 찬열의 전화가 왔다.
"징어야"
"응?"
"새삼스럽게 보고싶다"
"나도-"
"그냥 우리 확 공개연애 할까?"
"어떻게 그래- 오늘따라 왜 그럴까?"
"그냥- 오늘 따ㄹ.."
"찬열씨!!!빨리와요!!"
"얼른 가, 찬열아"
"아씨, 조금 있다 다시 전화할께!!사랑해!쪽"
전화를 끊자, 문자가 한통 와 있다.
[오징어 환자분, sm병원입니다. 병원결과가 나왔으니 시간되실때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아. 오늘 병원가는 날이였나?"
갑자기 또 아파지는 머리를 붙잡으며 병원을 갈 채비를 하는 징어였다.
"3개월입니다. 최대한 사신다면 4개월. 4개월을 넘지는 못할거에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에게 시한부를 선고하는 의사는 너무 덤덤했다.
"그게 무슨, 바뀐거 아니에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웃겼다. 자신이 시한부라니, 내가 뭘 잘못해서 이 무슨 소설같은 상황인가
"bronchogenic carcinoma (기관지원성 암종)입니다. 소세포폐암의 경우에는 암세포의 성장이 매우 빠르고 예후도 비소세포폐암에 비해서 좋지가 못합니다."
'암? 전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항상 건강한 식단을 먹었고, 운동도 꾸준히 했고 담배, 술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암? 아니다. 이건 아니다'
자신의 병명을 말해주고 있는 의사였지만 징어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의사선생님, 검사 한번만 더 해볼께요"
제발 오진이기를, 잘못되었기를 빌며 징어는 다시 검사를 반복하기로 했다.
bronchogenic carcinoma (기관지원성 암종) 의 검사는 너무 간단하게 끝났다. 피검사, 조직검사 두가지를 하고, 결과 또한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간단하게 끝난만큼 간단하게 병명이 더 확실해 졌다.
"bronchogenic carcinoma (기관지원성 암종)입니다. 죄송합니다"
진료실에 들어와서 의사는 아무렇지 않은 눈빛으로 징어에게 병명을 말했다.
징어의 눈 앞이 캄캄해졌다.
꽤나 성공한 플로리스트인 징어였다. 그러나, 죽음 앞에는 성공여부, 돈 여부, 행복 여부 그 모든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천천히 길을 걸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직까지 죽음이 와닿지 않는 징어였다. 집에 도착해서도 가만히 현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전화기가 울려서야 현관에서 일어나 집의 불을 켰다.
"응, 찬열아"
"징어야, 나 이제(징어씨!!저 종대에요!!)아!쫌 나와봐!!(아 왜애애애)쫌!!내 여자친구야!!"
시끌벅적한 전화 넘어의 소리가 그나마 징어의 우울한 기운을 떨쳐냈다.
"안녕하세요, 종대씨."
"징어야, 아냐아냐. 무시하는게 좋을ㄱ..(안녕하세요!!한번 만나요!!)"
"징어야!!들려?"
"응, 찬열아. 들려"
촬영장인지 전화너머가 시끌벅적했다.
"지금 쉬는시간!뭐하고 있었어?"
신나보이는 찬열의 목소리에 징어가 푸스스 웃었다.
"왜 웃어?"
"좋아서, 다 좋아서"
그리고 이어진 통화. 안타깝게도 5분밖에 하지 못했다.
"사랑해 징어야!"
3년동안 통화를 끊을때 항상 버릇처럼 하는 말로 끝난 통화였다.
급하게 끊긴 통화, 배경화면이 떠 있는 휴대폰이였지만 그 휴대폰을 대고 징어는 낮게 읊조린다.
"나도. 나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