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 odell - Can't Pretend
달동네의 밤은 유난히 춥고 어둡다.
입춘이 지난지도 한참인데 얼굴에 스치는 바람은 여전히 한겨울의 냉기를 품은 듯 스산했다. 나는 시린 손을 코트 주머니에 꼭 넣은 채 울퉁불퉁한 돌계단을 올랐다. 술기운이 오른 탓인지 가만히 걷기만 해도 온 세상이 휘청거리는 것 같았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낡은 가로등이 깜빡거리고, 마치 어린애의 비명같은 새끼고양이의 울음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이 동네는 재개발 플래카드가 걸린지 오래였다.
꼬박 삼년이 다 되어간다. 원래 나는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사는 여자애는 아니었다. 여느 평범한 여자애처럼 잔잔한 노래가 깔리는 카페에 친구들과 둘러앉아 수다를 떨고, 밤이면 학교 선배와 간질간질한 메시지도 주고 받고. 학교 정기고사를 인생의 가장 큰 난제로 삼으며, 인터넷 쇼핑몰에서 예쁜 옷을 둘러보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생각하는, 그런 애였다. 나는.
아빠가 안방에서 목이 메달린 시체로 발견되기 전까지, 그 작자가 여자에 미쳐 엄청난 빚을 냈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당연한거였다. 그 사람은 겉보기에 가정에 매우 충실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는 유일한 딸인 나를 위해 평일의 하루를 반납해 경치 좋은 곳으로 드라이브도 해줄 줄 아는 다정한 아빠이기도 했다. 엄마는 그의 모든 내막을 알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가 죽었던 안방에서 똑같이 목을 멨다. 그리고 내게 남은 것은, 유일하게 차압딱지가 붙지 않은 곰돌이 인형과 평생에 걸쳐 일해도 갚을 수 없는 빚, 마른 내 몸뚱이 하나 뿐이었다. 그 때에 나는 고작 열일곱이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누군가를 원망할 틈도 없었다. 나는 부모가 죽은 안방에서 똑같이 목을 멜 만큼 용기있는 여자애는 아니었다. 열일곱살짜리 여자애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 후로는 뻔하지. 스무살이 된 지금, 나는 술을 따르고, 웃음을 팔고, 담배 찌든 내가 가득한 아빠뻘의 남자 앞에서 옷을 벗는다. 우리집을 파멸로 몰고간 장본인이었던 그 여자도 이랬을까. 계집질에 미쳐서 한 집안을 풍비박산 낸 남자. 살기 위해 계집질에 몸을 던진 그의 딸.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왜 이제와."
그 애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막 그 애의 아빠와 침대 위를 뒹굴고 있던 중이었다. 입었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옷을 벗고 브래지어가 벗겨질 때 즈음에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모를 그 애가 들이닥쳤다. 싸고 허름했던 모텔방 문은 그 애의 무지막지한 힘을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그 애의 아빠란 사람은 한참 술과 내 몸에 취해있을 때라 그 애가 제 아들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애는 순식간에 한 데 엉킨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제 아버지를 힘껏 발로 차며 말했다.
ㅡ니가 그러고도 내 아빠야, 이 씨발새끼야.
그리고 그 애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제 아버지를 미친듯이 발로 밟기 시작했다. 남자는 짐승같은 소리를 몇번 내다가 그대로 혼절했다. 그 애는 그제서야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언뜻 쳐다본 그 애의 얼굴은 슬픔과 분노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나는 차마 그런 그 애의 모습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이제껏 모든 걸 하나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느리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대충 옷을 주워입은 후에 나가려던 찰나였다.
ㅡ그렇게 살면,
그 애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방금까지 제 아버지를 신명나게 밟은 사람치고 내는 목소리가 어리고 서글펐다.
ㅡ좋아요?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선연했다. 모텔방 안은 불을 꺼놓은 탓에 어두컴컴했지만, 나는 그 애의 눈동자 안에서 모든 것을 잃은 열일곱의 내가 보이는 것도 같았다.
ㅡ진작에 죽을 수 있었으면 이렇겐 안살았겠지.
그래서 그 애 표정이 어땠더라.
난 그대로 방 안을 빠져나갔고 일주일 후, 그 애는 술집을 나서는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나는 왜 여기에 왔느냐고, 그 애에게 물었다. 신발 앞 코로 애꿎은 땅만 툭툭 거리던 그 애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ㅡ언제 죽나 궁금해서요.
그 애가 내 뒷꽁무니를 쫓아다닌지 벌써 한달째였다.
그 애는 그동안 한번도 자신에 대한 어떠한 언급조차 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따금씩 그 애가 입고 오는 교복에 달린 명찰로 그 애의 이름이 오세훈이라는 것을 알았다. 보기에 꽤 익숙한 교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아 그 애는 근방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듯 했으나 한달 내내 나를 쫓는 걸 보면 그리 성실한 학생은 아닌 듯 했다.
그 애, 오세훈을 한 달 동안 지켜본 결과, 그 애가 나를 쫓는 경우는 둘 중에 하나였다. 내가 거리로 나가는 저녁부터 다시 동네로 돌아오는 새벽까지 줄 곧 나를 내 집 앞에서 기다리거나, 내가 '일'을 하는 내내 내 뒤를 쫓아다니거나. 정말로 내가 언제 죽을지 궁금한 사람처럼, 오세훈은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녔다.
"왜 이제 오냐니까."
그 애는 문에 몸을 기댄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왔냐는 내 질문에 대답한 이후로 오세훈은 내게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처음이었다. 이런식으로 말을 거는 것은. 난 자꾸만 안에서 오르는 술기운에 기를 쓰고 정신을 붙잡으려 했다. 내 몸에서 나는 건지, 아니면 내게 가까이 다가온 오세훈에게 나는 건지 우리 둘 사이에 나는 알싸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미성년자인 주제에.
"이런식으로 굴거면 너 니네집으로 가."
"……기다렸어."
오세훈이 내게 한발짝 다가왔다. 나는 한발짝 뒤로 물러갔다. 특유의 삼백안이 희번득거렸다.
"정말 나 언제 죽을지 궁금해서 이러는거야?"
"……."
"얌전히 있길래 가만 뒀어. 근데 이렇게 나 귀찮,"
"처음엔,"
"……."
"처음에는 그랬는데."
"……."
"자꾸 보다보니까……."
관심이 생겼어, 너한테.
시야가 마구 흔들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나는 취기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연신 휘청댔다. 아니. 이건 온전히 취기때문이 아니었다. 난 지금 두려워하고 있다. 내 앞에 교복을 입고 서있는 오세훈을, 제 아빠와 뒹군 나에게, 언제 죽을지 궁금했다는 나에게, 관심이 생겼다는 오세훈을.
오세훈은 그런 내 손목을 잡아채 제 품으로 끌었다. 꼼짝없이 오세훈에게 안긴 꼴이 되었다. 그 애는 내 머리를 조심스럽게 귀 뒤로 넘겨주면서 속삭이듯 말했다.
"네 위에 올라탄 아빠를 죽이고 싶어."
"……."
"키스해도 돼?"
말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오세훈은 그대로 내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댔다. 순식간에 혀가 얽혀오고, 오세훈의 손이 내 뒷통수를 감쌌다.
나는 거부하지 않았다. 다만 그런 오세훈의 목에 팔을 감을 뿐이었다.
***
기승전급마무리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마른세수)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그냥..손가락가는대로 갈겨봐쓰영....이게 뭐람 어휴;;
저는 뻔뻔한 양심리스이므로 50포인트 걸어놓겠읍니다 물론 오늘 지나면 바로 내릴예정...^^...
아 그리고 구남친 도경수는 최대한 빨리 가져올게여... 기다리시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허허
비문 및 오탈자는 보이는 대로 수정하겠슴드ㅏ
모쪼록 읽어주신 독자님들 쌩유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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