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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권] 始 芍 化
始 비로소 시 芍 함박꽃 작 化 될 화
비로소 함박꽃이 되다 .
" 으으…. "
차가운 물이 작은 남자의 머리를, 얼굴을, 옷을, 다리를, 발끝을 적셨다.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대야가 순간 조용해진 복도를 시끄럽게 긁어 댔다. 낄낄대며 웃고있는 검은색 무리들은 그저 재미있다는 듯, 가까이 다가 가면서도 비웃고 있었다. 김유권. 남색 이름표에 적혀져 있는 이름. 물에 젖어 검은 색으로 변해버린 이름표가, 새 하얗던 셔츠가, 깨끗했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바람이 불었다. 3월 끝, 이제 봄이지만 추운건 여전했다. 바람에 몸을 살짝 떨었다.
추 워.
" 유권아, 미안해, 내가 물을 쏟았네? " " 으응, 괜찮아. "
어정쩡하게 웃어보이는 미소가 어색했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조금은 강압적으로 변한 목소리에 아이가 남자를 쳐다봤다. 익숙하다는듯, 그저 원래 그래왔다는 듯 축축하게 젖은 팔목을 강하게 잡은 남자를 우두커니 쳐다봤다. 추우니까 옷 갈아 입어야지? 감기 걸리면 안돼잖아. 으응. 예쁜 목소리는 아닌데, 그냥 끌리는 목소리였다. 끌려가는 작은 남자아이는 푹 고개를 숙였다. 예쁜 그 얼굴 보여 줘야지, 왜 숨기고 그래.
꽃 같이 예쁜, 유권. 김유권.
1년 동안 해외에 다녀온 데에도, 학교에 다님은 어색함따위 없었다. 그저 아까 복도에서 본 그 남자아이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김유권, 김유권. 복도에서 그 아이들을 따라간뒤 두교시 내내 없던 그 아이. 출석부로 교탁을 내려치는 선생에 의해 고개가 앞으로 돌려 졌다. 1년 전과 같은, 더러운 선생. 옆에 앉아 있던 지호가 물었다.
" 민혁아, 김유권 있잖아. 아까 복도에서 있던 애. "
걔, 그 애들한테 끌려가서 뭐 하는 줄 아냐? 걔네들이랑 섹스한다? 씨발.
허- 바람빠지는 소리가 잇 사이로 빠져 나왔다. 근데, 걔네한테 그렇게 찍힌 이유가, 저 선생때문이야. 그렇지, 저 더러운 선생이 아무일 없이 지낼리가 없지. 저 선생이 김유권 데리고 모텔간거를 걔네 한테 들킨거야, 그래서 맨날 저렇게 끌려간다? 좀 불쌍하긴 해.
불쌍한게 아니라, 이건 잘못 된 거다. 단단히.
그쳤던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꾸질했던, 우울했던 오늘 하루 온 종일 저 비가, 저 날씨가 나를 조금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아니, 잘 모르겠다. 오늘은 왠일인지 우울했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는 나를 아침부터 비에 젖게 했고, 하얗고 깨끗했던 운동화 끝이 먼지투성이가 되어 있게 했다. 비는 싫었다. 끈적하고, 다습하고, 옷이 젖고, 또, 또 그리고 또,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단지 그것 때문인지에 대한 의문 . ?
" 삼교시 정도 뛰고 들어오면 맨날 불편한 자세로 끙끙 대며 걸어오고,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데. 어휴, 얼마나 해댔으면. " " 이름이 뭐라고? " " 김유권. 근데, 저 새끼 가끔보면 진짜 꼴릿하다? "
미친새끼. 뒷통수를 한대 때리자 왜 때리냐며 인상을 찌푸렸다. 나이도 어린게 까분다. 그러면 머리를 노랗게 탈색한 우지호는 아까처럼 다시 엎으려 잠을 잤다. 내 동급생은 작년에 졸업을 했고, 나는 유학때문에 졸업이 늦춰졌다. 나와 같은 상황인 우지호 까지. ' 고3 ' 이라는 이름앞에 ' 지옥의 ' 라고 붙어있으면 조금더 어울릴까. 지옥이었다. 수능에 깔려 답답하게 꽉 막힌, 이 교실은 지옥 같았다.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었다. 숨이 턱 막혀오는 이 교실은 정말 지옥, 지옥이었다.
김유권, 이름 하나인데도 여러가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입으로 말할 때와, 마음속으로 생각할 때, 다른사람이 그 이름을 불렀을 때, 모두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 검은 무리들이 부른 이름을 들었을 땐, 듣기 싫을 정도로 비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지호가 말했을 때는, 그냥 평범한 사람인냥 그렇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불렀을 때는, 이상했다. 그냥,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고, 마음속으로 생각 할때, 그때는 숨이 막혀왔다. 숨이 막혀서, 자꾸만 이름을 말해야 했다. 왜?
나는 그 아이랑 아무상관이 없는데 .
아니, 오래전부터 지켜봐 왔으니까, 나는 어쩌면 너를 좋아… … ! ?
5교시가 끝나고, 들어오는 김유권을 봤다. 왠지 빨간색 빛이 도는 머릿결이 예뻤다. 몸은 자꾸 비틀비틀대고, 입에서는 어금니를 꽉 개물며 나오는 작은 신음소리에 신경이 쓰였다. 더럽게도 논다고 생각했다. 할 짓이 없어서, 남자새끼 후장이나 따고 다니는 더러운 것들. 왼쪽 맨 앞줄, 창가에 앉은 김유권은 조심스럽게 책상에 엎드렸다. 원래 작은 몸이 더 작아 보였다. 많이 아플텐데, 근데 마음이 더 아플것 같다.
나는 무엇인데 너의 마음을 아는척을, 이해하려는 척을 하는 것인가 .
갑자기 김유권이 몸을 일으켜 뒤를 쳐다봤다. 어느새 눈물이 고여 초점이 잡히지 않는 저의 눈으로 나를 보는지, 내 뒤 무언가를 보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나를 보는거라 다짐했다. 괜찮아? 입 모양으로 물었다. 대답도 없었고, 움직임도 없었다. 조금씩 내리던 비가 조금더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니가 울면은, 비가 오나보다. 조금은 웃긴 말 같지만. 그런가보다.
난 괜찮지 않아.
김유권이 말하는 것 같았다.
3월 2일 모든 학기가 새로 시작 되는 날. 그 날, 나와 우지호는 3학년 8반 교실로 들어 섰다. 추운 날씨에 추웠던 복도와는 달리 교실은 히터에 의해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다. 창가 쪽 맨 뒤, 작은 아이, 그리고 보기만 해도 질 나빠보이는 검은 무리들이 그 자리를 꽉 매우고 있었다. 나와 우지호는 맨 오른쪽 뒤. 검은 무리들 사이에 끼워져 있는 저 아이는 정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정말, 많이.
그리고 나는 그 날부터 김유권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
나는 김유권과 눈을 마주치는 일이 자주 있었다. 예전에도 한참 예전에도, 오늘 아침에도, 아까 복도에서도, 그리고 지금도. 몇 분히 흐른지 모를정도로 김유권은 눈물 가득 고인 눈으로 날 쳐다봤다. 그러다가, 고개를 떨구더니, 앞으로 고꾸라 졌다. 차가운 바닥에 쓰러진 김유권은 더운숨을 내뱉었다. 괜찮지 않은, 정말로 괜찮지 않은 김유권은 .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왜 . ?
" 몸이 많이 안 좋은것 같네. 그래도 약 먹였으니까 열은 금방 떨어질거야. "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침대에 누워있는 김유권은 생각과는 달리 금방 눈을 떴다. 원래 그런건지, 아니면 아까 처럼 또 다시 그런건지 초점이 잡히지 않은 눈으로 날 가만히 쳐다봤다. 나는 또 다시 물었다. 괜찮아? 또 다시 대답은 없이 가만히 나를 쳐다보는 김유권을 나도 가만히 쳐다봤다.
" 김유권. "
숨이 턱 막혀왔던게 조금은 풀린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 다시 김유권. 하고 부르자 조금 전 보다 더 자유로운 느낌 이었다. 내가 김유권 너의 이름을 불러야 해서, 그래서 숨이 막혀 왔던 것이였고, 나는 너의 이름을 불렀으니 숨이 풀린것이다.
나는 너를 지켜 보며 왜 ? 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것 같다.
" 병신. "
예상 외의 말이 튀어 나왔다. 멀리서나마 들어오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어보니 색달랐다. 와, 너의 목소리도 예쁘구나. 김유권이 손을 들었다가 힘 없이 툭- 떨어 뜨렸다. 김유권이 눈을 잠시 감았다가 다시 떴다. 색색- 거리는 숨소리가 귀에 멤돌아 기분이 좋았다. 숨쉬는 소리 마져도 예쁜 김유권,
예쁜 꽃.
" 몸은 괜찮아? "
김유권은 대답이 없었다. 그런말을 듣고 싶은게 아니야. 다시 들어보니 쉰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니가 원하는 말이라는게 뭔데? 김유권은 나한테 뭘 바라는 걸까? 김유권은, 나한테 원하는 것이 있나? 아니, 먼저 김유권은 나한테 관심을 주고 있었다는게.
그게 중요했다.
김유권은 쉴새 없이 내게 무어라고 말을 했다. 하지만, 알아 듣지 못했다. 김유권이 내게 관심을 주고있었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 충격적, 아니 충격적이라고 하기보다는, 아니 말로 표현 할수 없는 무언가의 기분이 들어 김유권이 하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쩌면, 너는 처음 너와 내가 눈이 마주쳤던 그 날 부터 내게 관심을 줬을지도, 너와 내가 마주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관심을 줬을 지도. 아아, 그렇다면.
" 좋아해. 라는 말이 듣고 싶은거야? " " … " " 좋아해. 예전부터. " " … " " 지켜줄게, 누구한테도 더이상 괴롭힘 받지 않게. "
김유권이 예쁘게 웃었다. 내 꽃, 나의 꽃, 내 소유의 꽃, 이민혁의 꽃, 함박꽃이 예쁘게 피었다. 너는 내 꽃, 꽃, 꽃, 함박 꽃. 비로소 함박꽃이 된 예쁜꽃, 김유권.
니가 원하던 그 말을, 다시 한번 김유권의 귀에 속삭였다.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오래전부터 지켜봐 왔으니까, 나는 어쩌면 너를 좋아… …
나 는 어 쩌 면 너 를 좋 아 해 … . |
으아 확인을 누르는데 갑자기 점검 ㅇㅣ라니ㅠㅠㅠ
전편보다 더 오글거리네요@^^@ 죄송함미다...
제가 쓰는건 다 단편이에요ㅠㅠ
단편 다 합쳐서 텍본으로 보내드릴테니까 다음편은 기대 마시고 다음작을 기다려 주세욯^ㅡ^ !
저번글에 댓글 달아주신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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