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조성을 위해 BGM 올려봤습니다.
written by.후
"……."
세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아니, 답 할 수가 없었다. 절대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 천왕제는, 어떠한 말을 한들 또다시 자신을 꼭꼭 숨긴 채 내비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 사이에는 침묵만이 존재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을까. 준면이 발걸음을 옮겼다. 들어가자. 시중을 들고 있던 경수와 세훈이 뒤를 따랐다. 황룡전에 들자 준면은 보좌(寶座)에 앉아 세훈을 바라보았다. 세훈은 황룡전의 한쪽 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무릎을 꿇고 허리를 편 채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너로구나. 나지막이 말하는 준면을 세훈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세훈에게 준면은 까칠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나를 잘도 쳐다보는구나. 그의 말에 세훈은 얼른 시선을 내리깔았다.
"고맙구나. 그때 길을 알려준 것."
"…어찌 아셨습니까."
"네 향. 익숙하다 싶었는데, 이제야 기억이 나는구나."
세훈은 내심 놀랐다. 기억하고 계실 줄 몰랐거니와 한 나라의 황제가 그깟 길을 안내 해준 것에 고맙다며 인사해올 줄 몰랐기 때문이다. 백성에게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왕이라. 듣도 보도 못하였다. 황제에게 고맙다며 인사를 받았다. 세훈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어쩌면 이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세훈이 준면을 자신의 주군으로 섬긴 것은.
홍화 녹엽
紅花綠葉
다음날 준면은 오범,찬열,백현,세훈을 데리고 조회에 참석했다. 오범은 용상의 오른편에 섰고 찬열과 백현은 용상 밑단에 양쪽으로 섰다. 마지막으로 세훈은 용상의 뒤편에 섰다. 신하들은 용상 주변에 서 있는 친위대를 수틀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한 신하가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 폐하 천한 무사 따위가 정사를 보는 조회시간에 정전에 있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옵니다. 그러자 모든 신하가 그러하옵니다. 폐하. 하며 거들었다. 하지만 준면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국무(國務)를 수행하였다. 영토 확장으로 백성을 꼼꼼히 살피지 않은 것도 있소. 내 이제부터 하루에 한 번 궁 밖을 나가 백성을 살피고 올 것이오. 그리고…. 준면이 한참 국정을 논하고 있을 때 태보가 끼어들었다. 폐하 나랏일을 정하는 일이옵니다. 저런 천한 것들이 듣게 해선 아니되옵니다 폐하. 태보의 말이 끝나자 정적이 감돌았다. 천왕제의 입술은 굳게 다 물린 채 다시 벌어지지 않았다. 굳게 다물어져 일그러진 입술, 좁혀진 미간, 꿈틀거리는 눈썹은 천왕제가 화가 났다는 것을 증명했다. 태보는 아차 싶었다. 1절만 해야 했다. 태보가 몸을 흠칫 떨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들은 신경 쓰지 마시오. 천룡국을 위해 살아온 이들이오니 나라에 폐가 될 만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내 심기를 거스르지 마시오. 화를 억누르는 낮고 조용한 목소리였다. 큰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준면의 위세(威勢)는 대단했다. 그의 위엄에 신하들은 모두 머리를 조아렸다. 용상에서 일어난 준면은 정전을 가로질러 빠져나왔다. 계속 조회를 하다가는 자신의 분노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세훈아 나가자, 궁을. 준면의 말에 세훈은 공손히 따르겠다고 답하였다. 준면이 나갈 채비를 하자 경수가 수발을 들 몇몇 상궁과 친위대를 부르겠다고 하였다.
"경수야"
"예 폐하."
"내가 폐하인 것을 다 드러내놓고 나가면 진실한 백성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으냐."
"…하오나 폐하."
"괜찮아. 호위무사인 세훈도 있고 경수 너도 있지 않느냐."
준면이 오조룡보(五爪龍補)가 달린 의복을 벗고 자포(紫袍)를 입었다. 차림새를 그리하니 높은 집안의 자제 같았다. 경수와 세훈을 데리고 준면이 궁 문에 다다르자 궁 문 앞에 서 있는 오범과 찬열,백현이 보였다. 준면을 발견한 셋은 다가와 머리를 숙여 황제를 맞이했다. 여기서 뭣들하고 있는 거지. 준면의 물음에 오범이 답하였다. 폐하 저희도 곁에서 모시겠습니다. 그의 말에 준면은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너무나도 확고해서 거절하려는 것을 거둬들였다.
어찌할 것입니까. 내보내기는커녕 불러들이는 꼴이 되고 말았잖습니까 대감. 이제 다시 어떻게 궁 밖으로 내보낸단 말입니까. 양반집의 저택에서 은밀한 대화가 흘러져 나왔다. 다들 조용히 하시오. 태부 조석. 그가 다른 신자(臣子)들을 정리하였다. 조석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의 황제, 천왕제가. 은위제가 제위(帝位)에 올라 있을 때 태부는 매우 신임받는 신하였다. 그리고 그가 폭군이 되었을 때 자신은 뒤에서 권력을 손에 쥐고 있었다. 허나 천왕제가 즉위 되고 점점 자라면서 자신의 손에 있던 권력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천왕제가 노여웠다. 해서, 그를 시살하려 얼마 전 자객을 보내었다. 하지만 보기 좋게 허탕을 치고 말았다. 태사의 부대에 의해. 태부는 주먹을 쥐었다. 움켜쥐고 있는 두 손등에 파란 핏줄이 돋아났다. 다른 술책을 써 천왕제를 황제의 자리에서 밀어낼 것이다. 태부는 비소(誹笑)를 지었다. 제게서 발버둥치십시오. 달아나십시오. 저는 그럴수록 모질게, 악랄하게 폐하의 목을 죄어갈 것이니.
도성으로 나온 준면의 패(牌)는 한 객점에 들어갔다. 찬열과 백현은 신바람이 나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싶었으나 황제가 곁에 있는지라 말과 행동을 조심스럽게 행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이라도 말을 섞으며 장난을 친다 싶으면 매섭게 쳐다보는 오범이 있기에 둘은 눈치 보기 바빴다. 황제와 겸상을 할 수는 없는 법. 친위대는 준면의 뒤에 섰다. 원래 황제와는 겸상하는 것은 예에 어긋날뿐더러 가능하지 않은 일이지만 어렸을 적부터 겸상을 해왔던 경수는 익숙하게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음식이 나오자 준면이 뒤를 돌아보았다.
"짐이 먹는 거 구경만 하고 있을 텐가?"
준면의 말에 오범은 다들 뒤 돌아. 하고 명했다. 오범의 말에 경수가 잠소(潛笑)하며 말했다. 폐하의 뜻은 다른 곳을 유람하셔도 된다는 말씀이십니다. 아까 구경하고 싶다던 곳이 있지 않았습니까? 구경하다 오십시오. 찬열과 백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입궁하고 나서는 궁을 나온 적이 없는지라 여느 때보다 들떠 있었다. 그런 찬열과 백현을 오범은 잠시 쳐다보다가 준면에게 허리를 숙였다. 폐하 결례인 것을 알지만 승낙해주신다면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겠습니까. 준면은 짧게 대답하였다. 그리하라. 허락을 받은 찬열과 백현은 꾸벅 인사를 한 후 요란하게 뛰어나가 버렸고 오범은 둘을 따라 천천히 객점을 빠져나갔다.
"너는 왜 가지 않느냐?"
"…궁이 아니옵니다. 위험합니다. 제가 곁에 있겠습니다."
"되었다. 경수도 있고 여기 이 객점에만 있을 것이다."
"그래도 곁에 있겠습니다."
세훈은 완고하였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준면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던 세훈은 유난히 대동이 많은 것 같다고 느꼈지만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것이 화근이 될지 모른 채.
| 암호닉 정리 + 암호닉 더 안 받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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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나중에 또 받을게요 |
| 작가의 주저리 |
드디어 5편 이네요! 경축♡ 박수 함성 짝짝 ㅋㅋㅋㅋㅋ 제가 글 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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