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설정을 위해 BGM 올려봤습니다.
written by.후
주모! 여기도 국밥 한 그릇 줍쇼.
여기도!
왼쪽 탁자에 하나, 오른쪽 탁자에 둘. 주위에는 수도 없이 많다. 가벼이 넘기기에는 자꾸만 주위에 하나, 둘 자리가 찼다. 세훈은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그들은 그저 평범한 대동이 아니라는 것을. 대동이라기엔 짐승의 피비릿내가 나지도 않을뿐더러 얼굴엔 짐승에게 입은 상흔이 보이지 않았다.주변을 스윽 둘러보던 세훈이 준면의 귓가에 속삭였다. 폐하 아무래도 피하셔야 할 듯 싶습니다. 세훈의 말을 들은 준면이 국밥을 뜨던 수저를 내려놓았다. 애당초 이 근처에는 대동이 많이 드나들지 않는 곳. 준면도 이것을 알기에 이상한 낌새를 느꼈던 참이었다.
경수와 세훈이 신호를 주고받았다. 경수가 국밥을 입에 털어 넣고 수저를 내려놓는 순간 준면이 일어나 세훈의 뒤로 몸을 숨겼다. 준면이 몸을 숨기자 주위에 있던 대동들이 일제히 일어나 덤벼들었다. 세훈은 검을 뽑고는 탁자를 들어 올려 달려드는 대동들을 향해 엎었다. 그러자 세훈을 향해 달려들던 대동들이 탁자에 깔렸고 그 뒤로 또다시 무수히 많은 대동이 달려왔다.
여기를 빠져나가야 합니다! 폐하를 모시고 나가십시오! 제가 뒤를 봐 드리겠습니다. 어서 가십시오!
준면의 뒤에서 엄호를 맡고 있던 경수가 소리쳤다. 이대론 승산이 없다. 얼마나 풀어놓은 것인지 끝도 없었다. 경수의 외침에 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세훈이 자신의 뒤에 있던 준면의 손을 움켜쥐었다. 객점의 입구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다. 하지만 이 자들은 정식으로 수행을 받아온 자들이 틀림없었다. 싸우는 자세가 보통사람이 아니었기에 아무리 무예가 특출한 세훈이어도 한 손으로 싸우는 것은 무리였다. 입구까지 가는 동안 세훈은 오른쪽 허벅지, 허리, 오른팔 세 군데를 베였다.
입구에 다다르자 세훈이 준면과 맞잡은 손을 고쳐잡고는 빠르게 내뛰었다. 평소 달음질이 빠른 세훈이였기에 준면이 잘 따라와 줄까 걱정했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곧잘 뛰는 준면을 세훈이 흘끗 바라보고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항상 앉아서 서책만 보고 있느라 체력이 계집처럼 약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준면은 강건하였다.
홍화 녹엽
紅花綠葉
추격을 피해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꽤 멀리 도망쳤다. 세훈이 빈 초막집으로 들어갔다. 고개만 내밀어 살펴보니 다행히 따돌린 모양이다. 세훈이 바깥을 주시하고 있는데 손에 무언가 느낌이 났다. 손을 바라보자 준면이 낑낑대며 손을 빼려 하고 있었다. 아뿔싸, 여태껏 손을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세훈이 놀라 황급히 손을 빼며 준면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얼마나 힘을 주었으면 이리 벌게지느냐.”
“…송구하옵니다.”
“되었…”
목소리가 끊겼다. 의아해진 세훈이 고개를 들어 준면을 바라보았다. 말을 끝마치지 못한 채 준면의 낯빛이 창백해져 있었다. 동공이 흔들리고 이내 몸을 잘게 떨었다. 준면의 상태가 이상하였다. 세훈이 한 발짝 다가서자 준면이 귀를 막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주저앉은 준면은 세훈을 피하기라도 하듯 세훈이 한발 다가가면 한발 물러섰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 폐하!”
“…으, 으악!”
“폐하! 폐하!”
준면은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한 곳을 응시한 채 덜덜 떨어댈 뿐이었다. 세훈은 준면의 눈을 응시하며 그의 눈이 향하는 곳을 따라가 보았다. 준면의 눈이 향한 곳은 자신의 허리였다. 검에 베인 허리에서 울컥울컥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제야 베인 곳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세훈이다. 으윽. 허리를 움켜쥔 세훈이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몸을 살펴보니 여기뿐만 아니라 몇 군데 상처를 입은 곳이 더 있었다. 세훈은 자신의 옷자락을 찢어 허리와 허벅지에 묶었다. 베인 부위가 넓은지 옷자락이 금세 피로 물들었다. 손에도 이미 피범벅이었다. 세훈이 자신의 옷에 손을 쓱쓱 문댔다. 자신이 피묻은 손을 내밀자 반사적으로 움찔하는 준면을 보니 피 때문인 것이 확실하였다. 세훈은 왜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왜 이리 피를 보고는 질겁을 하며 비 맞은 강아지 마냥 덜덜 떨어대는지.
구석에 쭈그려 앉아 벌벌 떠는 준면을 세훈은 보듬어 달래주지 못하였다. 자신에게서 나는 피비릿내와 아직 다 지워지지 않은 핏자국 때문이다. 세훈은 바깥을 주시한 채 문 앞에 앉았다. 준면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는 움직이지 못하니까, 발각된다면 큰일이었다. 이미 체력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이곳저곳 쑤시지 않는 곳도 없었다. 요새 훈련이 귀찮아 대장의 눈을 피해 자주 농땡이 치곤 하였는데, 그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 할 줄이야. 세훈은 뒷목을 주물렀다.오랜만에 몸을 쓰는 것이라 피곤하였다.
잠시 앉아서 쉬니 이제서야 생각난 것이 있었다. 뒤를 지키던 경수였다. 무사할까. 그는 한낱 내관에 불과하다. 아무리 무예를 닦았다 한들 아까 대적했던 적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세훈이 뒤를 돌아 몸을 둥글게 말아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있는 준면을 바라보았다. 폐하께서 아끼시는 사람일터인데. 잃으신다면 많이 슬퍼하실 것이다. 경수에 대해 생각하고 있자니 한 가지 더 생각난 것이 있었다. 여태 잊혀졌던 대장과 나머지 둘. 세훈이 인상을 구기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털었다. 꼭 필요할 때만 사라진다. 귀찮게.
“가자”
“…아, 폐하”
“날이 저물고 있구나. 다들 걱정할 것이니 얼른 돌아가자.”
“…예.”
세훈은 피를 보면 발작을 일으키는 이유를 여쭈어볼 수가 없었다. 여쭈어 보면 안될 것 같기에 세훈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준면은 이제 괜찮은 듯 보였다. 바로 전까지 하고 있던 겁먹은 어린아이 같은 얼굴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다시 천왕제의 얼굴로 돌아왔다. 세훈이 뒤에서 준면을 보호하며 걸음을 옮겼다. 이미 해는 모습을 감추고 있었고 장사꾼들은 저마다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궁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적하였다. 세훈은 오른 다리를 쩔뚝이며 다친 오른팔 대신 왼팔로 검을 들고 있었다. 베인 곳이 여의찮은지 걷는 속도가 시원치 않아 조금씩 준면과 거리가 벌어졌다.
“괜찮은가….”
준면이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앞을 향해 있었지만 걱정스러운 어투였다.
“괜찮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준면이 앞을 보고 있던 탓에 뒤에 있던 세훈은 준면의 표정을 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좋았다. 혹여 걷는 게 힘들진 않을까, 무리해 걸으면 상처가 덧나지 않을까 배려해 주듯 준면이 천천히 걸었기에. 세훈은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이라 느꼈다. 그들이 걷는 길에는 어렴풋한 달빛이 은은하게 빛났다.
궁 입구에 도착하자 저 멀리서 오범, 찬열, 백현이 눈에 띄었다. 찬열과 백현은 각각 말을 타고 있었고 오범에게 무언가 분부를 받는듯하였다. 아마도 폐하를 찾으러 갈 모양이었다. 대장! 세훈이 오범을 불렀다. 자신의 이름을 들은 오범이 두리번거리며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았다. 이윽고 세훈과 준면이 눈에 들어오자 부리나케 달려왔다.
“폐하! 괜찮으신 겁니까 폐하!”
“폐하! 어디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폐하! 편찮으신 곳이라도!”
어느새 말에서 내려온 찬열과 백현까지 합세하여 셋은 쉬지도 않고 몰아댔다. 그들의 정신없는 물음에 준면은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시끄러우니 입 다물라는 무언(無言)의 뜻이니라. 세훈이 준면의 앞을 막아서 떠들어대는 셋을 중단시켰다.
"경수는, 경수는 왔는가."
준면의 물음에 오범이 찬열을 바라보았다. 찬열은 고개를 돌려 백현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모두 백현에게 쏠렸다.
"예? 저요? 저, 저는 모릅니다. 야, 박찬열 너 아까 봤다고 하지 않았어?"
"뭔 소리야. 대장! 대장이…."
오범의 표정이 굳어갔다. 순간 준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돌아오지 못한 것인가. 준면은 혼란스러웠다. 이렇게 한순간에 경수를 잃을 수는 없다. 당장 경수를 찾으러 가고 싶었다. 하지만 갈 수 없다. 황제가 궁을 오래 비울 수는 없기에. 제발 살아만 있어, 내 곁에서 잔소리를 퍼부어야지. 준면의 입속에서 뱉지 못할 말만 맴돌 뿐이었다.
어느새 궁 입구에는 수많은 신하와 나인들이 줄줄이 나와 준면을 맞이하였다. 어서 들어가자고, 무슨 일을 당하셨냐며 길길이 날뛰는 신하들을 뒤로하고 준면은 궁으로 돌아갔다. 준면은 마음이 가는 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답답하였다. 경수를 찾고 싶다고 해서 자신이 직접 찾으러 갈 수 없었다. 또 마음껏 걱정할 수도 없었다. 약한 황제임을 보여서는 안 되니까.
황룡전으로 들어온 준면에게 수많은 의원(醫員)이 달라붙었다. 상처를 입은 곳을 봐야 한다며 줄지어 들어오는 의원을 향해 준면이 돌아가라 명하였다. 서로의 눈치만 봐가며 그 자리에서 꿈쩍도 않는 의원을 향해 준면이 눈을 치켜 올렸다. 나가지 않고 뭐하냐는 뜻이었다.
"폐하, 태부 대감의 명인지라…."
"태부? 하, 짐보다 태부가 더 중하다 그것인가? 내 명은 따를 수가 없다?"
"그것이 아니오라…."
"당장 나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니."
준면의 싸늘한 말에 의원들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서둘러 의원들이 빠져나가자 준면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경수가 차를 내올 것만 같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믿지 않을 것이다. 곧 궁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 믿어야 한다.
그때였다. 문 바깥에서 세훈이 준면을 불렀다.
"폐하, 도내관이 돌아왔습니다."
"…당장 들라 해라!"
준면이 빠른 걸음으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 경수가 침소로 들어오자 준면이 경수의 얼굴을 들어 올려 눈을 마주했다. 고단했던 싸움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얼굴에는 크고 작은 생채기가 많았고 옷은 흙과 피로 얼룩져있었다.
"폐하 피 이옵니다. 냄새도 날것이니 떨어져 주십시오."
경수가 큰 상처를 입지 않고 무사히 돌아왔다. 허나, 그리 말하는 경수의 눈이 이상하였다. 평소 준면을 바라보는 눈이 아녔다. 그는 알 수 없는 눈을 하고 있었고 풍기는 분위기가 예전의 경수가 아니었다.
작가의 주저리 저번편 댓글을 봤어요!
제 말을 조금 오해하신 듯 해요!
음 제 개인홈은 이미 있습니다~(수호동맹 돌다보면 제 개인홈 찾으실 수 있을거예요)
수위가 세지면 개인홈에서만 연재한다는 뜻이였구요!
음...
제가 글을 쓰다보니까 제가 제대로 쓰고 있는게 맞나ㅠㅠㅠ
요즘 따라 자신감도 없어지고ㅠㅠㅠ 제가 쓰는것이 마음에 안들고ㅠㅠㅠ
제글을 봐주시던 많은 분들도 떠나가신것 같고ㅠㅠㅠㅠ
슬럼프인가봐요....흑흑흐긓거흐그헉럼
하지만 기다리실분들을 위해 열심히 써봤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아 혹시나 물어보고 싶은 것이나 궁금한것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물어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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