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다 [괴ː다 / 궤ː다] [동사]
1.(예스러운 표현으로) 특별히 귀여워하고 사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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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각시님.
어제는 밀린 일이 많아서 찾아뵙지 못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늦게까지 자습을 하지 않아도 되어 친구들과 일찍 집에 돌아왔습니다.
밥도 많이 먹고, 쉬기도 많이 쉬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마저 각시님을 뵙지 못한다면, 지금 제 허전한 이 마음을 달래지 못할 것만 같아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아 참, 다른 각시님이 물으셨는데 전 3월 초순쯤에 학교에 갈 예정입니다. 입학 신청을 하고 지금은 소위 말하는 봄방학이거든요.)
얼마 전, 한 각시님께서 제 꿈에 대해 물으셨어요.
제 꿈은 참 많습니다.
만화가도, 시인도, 소설가도..
학교 선생님도, 랩퍼도….
이외에도 되고 싶은 게 참 많지만 어쩌면 각시님께서 지루해 하실지 모르니, 좀 간추려 봅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 목록에 '어부(漁夫)'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냥 그 날 먹을 고기를 잡아올려 그날 그날 겨우 연명하며 살아가는 그 모습이 왠지 속세의 욕망에 찌들지 않고 순수하게 살아가는 것만 같아서
그 모습을 본받고자 했지만, 뱃값도 비싸고 더군다나 배를 몰기도 힘들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친구들은 그게 뭐냐며 비웃었지만 전 저 대로 진지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밤에 잠에 들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는데, 내가 왜 남의 시선에 내 꿈을 맞추는거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이 왜 나의 꿈을 조롱하고 비웃는거지? 하고 저 자신에게 묻다가, 문득 꿈의 의미가 뭔지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에겐 부(富)를 가져다 주는 존재 또는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전 꿈은 사는 이유고,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했습니다.
꼭 물질적인 것만이 마음의 풍요를 가져다 주지 않고 삶의 질을, 한 사람의 생애를 아름답게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살면서 꿈에 얼마나 근접했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그 사람의 생애가 풍요로웠냐가 정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 같은 현상과 부유로운 자의 탐욕이, 물질적인 것이 마음의 풍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가난하면 가난했지 절대 풍요롭게 살고 있는 형편은 아니라서 이런 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을수도 있으나,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가지고 있는 꿈이 있는데 남들의 시선에 의해 포기하려 하는 각시님이 계시다면, 그런 생각 하거들랑 마십시오.
꿈은 한 사람에게 쉽게 찾아오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게 직업에 관한 것이든, 더 먼 미래에 있는 것이든 말입니다.
아, 제가 제 생각을 아무렇게나 써내려가는 바람에 헛소리만 구구절절 늘어놓았군요.
죄송합니다.
날도 늦었으니 어서 침소에 드소서.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도 좋은 하루 되셨으면 합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굅니다.
- 도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