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 이야기* 제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죠? 아, 호프집. 그래요. 호프집을 갔더니 절 기다리다 먼저 마시기 시작했는지 몸도 제대로 못 가누더라구요. 눈도 엄청 큰 애가 눈은 반쯤 풀려 있고. 그래서 경수한테 다가가서 정신 차리라고 볼을 툭툭 쳤더니 애가 웃는 거예요. 그것도 엄청 예쁘게. 그 얼굴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떨려요. 하여튼 예쁘게 웃던 경수가 갑자기 얼굴을 구기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막 흘리길래 당황해서 닦아줬어요. 경수야, 왜 울어? 왜 울어. 제가 이렇게 물어도 경수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꺽꺽 대면서 울었어요. 아예 경수 옆으로 자리를 옮겨서 등을 토닥여주는데 어느정도 안정이 됐는지 눈물 때문에 시뻘겋게 변한 눈으로 절 쳐다보면서 왜 그랬냐고 따지는 거예요. 그래서 뭘? 했더니 왜 자기 고백 무시 했느냐고, 번호는 왜 바꿨냐고 내가 기다리는 거 몰랐냐면서 또 막 울길래 전 계속 등을 토닥거려줬어요. 그러다 무슨 용기인지 경수가 제 입술에 뽀뽀를 하는 거예요. 이번에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어요. 경수야, 나 아직도 좋아해? 하고 물었더니 경수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저는 미안한 마음에 경수야, 지금이라도 사귈까? 했더니 경수가 토끼 같은 표정으로 절 껴안고 고개를 열심히 끄덕 거렸어요. 이게 경수와 제 첫 연애가 시작된 이야기에요. 경수는 절 좋아해서 만났지만 저는 경수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어서 만나기 시작했으니까 경수에 비해서 제 애정표현은 정말 안 됐어요. 경수가 하는 말에만 받아 쳐주고, 가끔 경수 기분 좋으라고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하곤 한 거죠. 아, 진짜 저 쓰레기 같네요. 이렇게 보니까... 그러다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저렇게 연기를 하는 거에 대해서 귀찮음을 느끼게 됐어요. 아, 내가 왜 누구 좋으라고 저런 말을 해?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도 넘게 한 것 같아요. 그러다 일이 터졌어요. 제 연기에 귀찮음이 있기도 했지만 회식이라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그냥 막 나갔거든요.
제 말투 완전 싸가지 없죠. 술을 먹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립스틱 얘기는 제가 경수랑 헤어지고는 싶은데 제가 차기엔 미안하니까 경수가 차주길 바라면서 여자 동료한테 부탁을 해서 찍어 달라고 했던 거거든요. 근데 경수는 또 그걸 보고도 바보 같이 아무 말도 안 하더라구요. 하여튼 저 카톡을 마지막으로 카톡을 읽지도 않는 걸 보면 절 차단 했나봐요. 커플링까지 빼놓고 갔으니까 경수는 혼자 이별을 한 것 같았어요. 이렇게 경수가 사라지고나면 제 마음도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경수가 정말 떠났다고 생각을 하니까 경수가 자꾸만 떠오르는 거예요. 웃는 경수, 술 먹고 오면 꿀물을 타주던 경수, 양말 예쁘게 벗어 놓으라고 잔소리 하는 경수. 경수가 사라지고 나서야 깨닫게 됐어요. 저도 경수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연애 초기에만 끼던 경수와의 셀카 사진을 프로필로 걸고 경수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훔쳐보기 시작 했어요. 한 날은 경수가 다른 남자와 같이 셀카 찍은 사진을 프로필로 걸었는데 화가 나기 시작하는 거예요. 경수랑 사귈 때는 경수가 누구랑 스킨십을 하던 상관 없었는데 헤어지고 나서야 이렇게 질투하는 제 꼴이 너무 우스웠어요. 그러면서도 경수가 보고싶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더라구요. 아, 말이 너무 많았죠? 그래서 제 고민은 경수에게 말을 걸어도 될까, 안 될까. 이게 고민이었어요. 말을 걸자니 경수가 절 피할까 걱정이고 안 하자니 지켜만 보는 게 너무 힘들고...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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