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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스무디킹/마지심슨/너구리걸
귤만두/종탁구/별별/두부/희수씽
님 감사합니다.

조만간 제목을 바꿀 예정이니 신알신이 수상해도  당황하지 마시어요.

















예전에 마계를 상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불구덩이었다. 강대신 용암이 흐르고, 여기저기서 싸움이 일어나고, 하늘은 핏빛으로 빛나는 무시무시한 세상일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바보같았던가, 마족이라고 해서 그렇게 끔찍한 곳에서 살 수 있을리가 없는데. 하긴 마왕이 팔 네개에 눈 다섯개 달린 괴물일거라고 여겼으니 더 할 말도 없었다.





막상 겪어보니 마계는 인간세상과 별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깨끗한 자연처럼 느껴졌다. 아침이 되면 해가 뜨고, 밤이 되면 달이 떴다.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은 넓은 초원가 푸른 강, 무성한 숲으로 가득했다. 특이한 점이라면 노란 달 옆에 함께 뜨는 푸른 달과, 불이나 빛을 뿜으며 날아다니는 새 정도? 지옥으로 끌려가는 거라고 생각했던 예전에 비하면, 그 정도 쯤이야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었다.





마계에 온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다.





보통 제 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가끔 크리스탈과 마왕성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어찌나 넓고 복잡한지, 아마도 자신은 마왕성 구조를 다 못외우고 죽을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예 틀린말은 아니었다. 크리스탈은 50년 만에 길을 다 외웠어도 여전히 헷갈려하니 말이다. 그녀는 쓸모없는 방들은 전부 벽을 허물어서 거대한 홀로 만들어버려야 한다고 불평했다.



크리스탈을 만난건 일주일 전이었다. 한참을 자다가 저녁이 다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마침 크리스탈이 저녁식사를 들고 찾아온 것이다. 그 다음 모든 일은 일사천리였다. 크리스탈은 만난지 10분 만에 침대에 걸터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찬이 찡그린 얼굴로 잔소리를 하러 찾아왔을 때 까지



'그만들 좀 하고 자.'



물론 크리스탈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수다는 계속됐다.


그 뒤부터 크리스탈과 나눈 얘기는 대부분 마계나 인간계에대한 것이었다. 가끔 찬의 흉을 볼 때도 있었는데, 대부분 그의 엄청난 무뚝뚝함에 대해서였다. 무뚝뚝이 뚝뚝 떨어진다나 뭐라나.

솔직히 엄청 공감되는 바였다. 예전에 찬이 자신의 식사를 챙겨줄 때는 음식이 담긴 그릇을 문 앞에 두고 노크만하고 사라졌던 것이다. 크리스탈이 음식을 테이블 까지 가져다 주고 수다까지 한참 떠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렇지! 듣기만 해도 완전 짜증나지?

"거기선 그렇게 말하면 안되죠! 달래줘도 모자랄 판에..."

"내가 진짜 서러워서, 그래서 내가 어디로 갔는 줄 알아?"


오늘도 그 일상은 계속 되었다. 크리스탈은 자신이 마왕성에 처음 온 날 찬과 다투고 사라진 이유를 설명하는 중이었다. 솔직히 못알아듣는 내용도 많았지만 크리스탈이 얼굴까지 빨개져서 열을 올리는 모습에 열심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어디로 갔는데요?"



"우리 언니한테. 사실 찬이랑 크게 싸우면 항상 가는데가 거기야. 언니는 주신을 섬기는 신전의 예언자인데, 거기는 예언자가 허락하지 않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거든.



"주신...이요? 마족들도 신을 섬겨요?"



"물론이지! 마왕과 대천사미카엘을 뛰어넘는 유일한 존재인데!"





인간세상에서 가끔 봤던 마계생물은 동물과 인간이 섞인듯한 생김새로 말도 제대로 못할 뿐더러 인간들을 괴롭히기까지 했다. 진짜 마족을 보지 못했거나 무지한 사람들은 그 생물을 마족이라고 착각하기도 했다. 게다가 그들은 마족은 교활하며 신이 버린 생명체라고 떠들어댔다. ㅇㅇ은 마족이 잘 나타나지 않는 지역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크리스탈은 마족이 인간계로 넘어가면 인간들과 마주치는 것을 매우 귀찮아한다고 설명해줬다.), 그 사람들과 비슷하게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주신을 모시는 신전에 예언자 까지 있다니! ㅇㅇ가 멘붕상태에 있는사이, 크리스탈은 아랑곳 하지 않고 얘기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그래서 그때도 몇일동안 언니랑 같이 지내는데 찬이 찾아온거야. 나는 언니한테 절대로 찬한테 신전을 열어주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내가 자는동안 새벽에 언니가 찬을 들여보낸거 있지, 솔직히 그 땐 내가 주군의 명령을 무시한 것도 있고, 찔리기도 해서 그냥 못이기는 척 돌아온거야."



"가만보면 마왕님도 너그러우시네요."



...좀 빙구같기도 하고.



"주군이 좀 모자랄 때가 있지."



크리스탈의 '여름이 좀 덥지' 라고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서 뒷말을 고이 삼켜뒀던 ㅇㅇ은 크리스탈의 대답에 먹지도 않았는데 사례가 들려 켁켁댔다. 






"예전엔 아직 어려서 그러신줄 알았는데, 어째 클수록 심해지시지뭐니. 가끔 분위기파악 못하실 때는 그냥 자세히 설명해주면 잘 알아들으셔. 근데 너 괜찮아?"



"네네, 괜찮, 콜록, 아요."



"그래도 마왕은 마왕이야. 화라도 내시면 진짜 어후, 기에 눌려서 꼼짝도 못하겠다니까."



크리스탈이 몸까지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ㅇㅇ도 그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다. 잊지 못하는 첫만남. 기에 눌리다 못해 몸에도 눌리고, 기절까지 했었으니까. 그리고 맨 처음 자신을 응시하던 그 숨막히던 눈빛. 아침에 일어나 땡그란 마왕의 눈을 봤을 때,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밥 다먹었으면 이제 마왕성 구경하러 갈래?"



크리스탈이 큰 눈을 빛내며 말해오자, ㅇㅇ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성 탐험은 ㅇㅇ에겐 요즘 일상의 낙이자 활력소였다. 처음엔 길을 잃은 기억 때문에 두렵기도 했지만 이젠 크리스탈이 있으니 걱정 없었다.









---------------
-------






"와!"





ㅇㅇ은 아름답게 펼쳐진 꽃밭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색색의 꽃들이 마왕성 마당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인간계에서 볼 수 없는 신비한 색을 내는 꽃에서 부터, 꽃잎이 불투명한 파스텔톤으로 반짝이는 꽃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복도부터 방까지 온통 흑석으로 도배된 마왕성 내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마왕성에도 이런 곳이 있네요."



ㅇㅇ가 산들바람에 하늘거리는 꽃잎을 만지며 말했다. 기분 좋은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데모나의 꽃밭이라고 해."



ㅇㅇ가 그렇게 말하며 꽃밭 사이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빽빽한 꽃들은 크리스탈의 움직임에 따라 저절로 벌어져 길을 내주었다. ㅇㅇ은 잠자코 그 뒤를 따라 걸어갔다.



"데스데모나가 가꾼 곳이거든. 나의 친구이자, 주군의 어머니였지."



크리스탈이 향하는 곳은 꽃밭 한가운데에 자리한 커다란 꽃나무였다. ㅇㅇ이 팔을 힘껏 뻗으면 겨우 끌어안을 수 있을 까 말까한 나무엔 벚꽃과 닮은 분홍색 꽃이 만개해 있었다.



그 꽃나무를 배경으로, 크리스탈의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꼈다.



"데모나는 마왕의 모체중 가장 오래 살았어. 그래봤자 인간기준으론 요절이지만. 바로 이자리에서, 주군의 품에 안겨 숨을 거뒀지."



꽃나무에 가까워진 크리스탈이 손을 뻗어 나무를 쓸며 말했다. 왠지 그 목소리가 쓸쓸하게 들린다고, ㅇㅇ은 생각했다.



"처음 찬에게 네 얘기를 들었을 땐 이해가 안갔어. 성인식도 무사히 치뤘는데 아무 쓸모없는 제물을 왜 살려두시는 걸까 하고.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아."



"......"



"널 보면 데모나가 생각 나."



크리스탈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ㅇㅇ을 향해 있었지만, 꼭 ㅇㅇ을 통해 다른 사람을 겹쳐 보는 것 같았다.



"인간이었거든, 그 여자."



"......!!!"



놀라움에 ㅇㅇ의 동공이 커지는 것을 지켜보던 크리스탈은 이내 자신이 어루만졌던 그 나무 밑에 털썩 앉았다.





"원래 마왕의 호의는 나와 찬을 포함해서 7명이야. 예전엔 마왕성에 요리사도 있었고, 피리부는 마녀도 있었지. 그런데 데스 데모나가 죽은 그날, 나와 찬을 제외하고 모두 주군께서 쫓아내 버렸어."



"..."



"내가 150살, 찬이 192살, 주군께선 고작 16살 때 일이셨지. 마왕을 잉태했던 몸은 모든 에너지를 쏟아버려 대부분 1~2년 만에 죽고 말아. 그에 비하면 인간의 몸으로 꽤 오래 버틴 거였는데, 주군께선 충격이 크셨던 모양이야. 인간의 감정을 물려받으신건지도 모르고.

나와 찬은 호위 중 가장 남은 수명이 긴 사람이야. 아마도... 더 이상 누군가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 거겠지."



크리스탈은 그리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눈을 감고서 가만히 앉아 있는 그녀는 앞에 서 있는 자신의 존재를 잊은 것 처럼 편안해보였다. 과거를 떠올리고 있는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스데모나와 어린 마왕이 함께 살았던 마왕성을.

그렇게 한동안 앉아 있던 크리스탈은 갑자기 눈을 뜨더니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러더니 아직도 멍하게 서 있는 ㅇㅇ를 스쳐지나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얘기를, 왜 저한테 해주시는 거에요?"



하지만 ㅇㅇ이 물어오자 언제 크리스탈은 곧 우뚝 멈춰섰다. 꽃밭 한가운데 선 크리스탈이 등을 보인채 입을 열었다.



"잘해드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걸음을 옮긴다.



"정이 많으신 분이야."













----------






















"첸! 스승님께서 부르셔!"





마당에서 한창 공중부양을 연습하던 첸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황급히 저택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마법수업은 벨트릭의 저택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당엔 항상 그의 제자들로 가득했다.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바람이나 불꽃따위를 피해 저택에 들어선 첸은 지체하지 않고 벨트릭의 수업교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첸! 오늘은 거기 아니야."



그런데 그런 첸을 레이가 저지하며 말했다.



"응접실로 가. 널 보러온 손님이 있데."



"손님? 날 보려면 우리집으로 올 것이지 뭐하러 여기까지 왔데."



"나야 모르지. 꽤 높은 사람인 것 같던데."



"그런 사람이 나를 왜..."



"글쎄 나는 모른다니까, 빨리 가봐 늦겠다."



"아, 응. 있다 봐."



첸은 황급히 인사를 하곤 이번엔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손님이라...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았다.

















--------------




















"디오군과 절친한 사이라고."



".....예....."



"그러면 디오군이 지금 어디에 있는 지도 알고 있겠군."



"저, 그게, 저도 잘..."



첸은 말을 고르고 있었다. 혹여나 자신이 한 말이 디오와 그 누나에게 피해가 갈까, 저 기름기가 뚝뚝 흐르는 사람은 생긴것과 다르게 군인인걸까. 그래서 디오마저 잡아가려는 걸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는 것이다. 이렇게 디오를 찾으러 친구인 나에게 까지 찾아오다니! 여하튼 그 누나가 어마어마한 잘못을 한 모양이었다.



"허허, 이 친구가 너무 긴장을 한 모양이네. 나는 그 애의 삼촌이 보낸 사람이에요. 디오군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거지 다른 뜻은 없답니다."



"아 그러세요?"



남자의 말에 잔뜩 굳었던 첸의 얼굴이 반색이 됐다. 디오에게 삼촌이 있다는 소리는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다. 완전히 연락을 끊고 산다더니, 역시 믿을 건 핏줄밖에 없다고 하는 소리가 진짜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디오는 다시 자신과 함께 마법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첸이 상기되어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디오가 저한테 리발테르로 갈 거라고 했거든요, 나중에 누나가 돌아오면 자기가 그곳에 있다는 걸 꼭 알려달라고..."



하지만 이내 첸은 자신감이 없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사실 정확한 건 저도 잘 몰라요... 그냥 그 도시로 간다는 것만..."



"아니요, 충분해요! 큰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걸로 된거요?"



대충 얘기가 마무리 되는 기색이 보이자 벨트릭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리저리 마구잡이로 뻗친 머리카락 때문에 더 그렇기 들리는지도 몰랐다. 벨트릭은 많이 쳐봐야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외모로 저렇게 노인같은 말투를 쓰곤 했다. 이래서야 젊어보이는 마법이 전혀 소용없었다.

벨트릭의 물음에 뚱뚱한 남자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벨트릭은 사정없이 가지고 다니는 지팡이로 첸의 허리춤을 쿡 쿡 찌르기 시작했다.





"나 미숙하오- 아주 광고를 하고 다니지 그러냐? 공중부양을 가르쳐 놨더니 망토를 띄어놓으면 어떡해? 멍청해보이고 싶어서 환장한게냐?"



"억!윽!스승님!죄송!"



"손남모셔놓고, 쪽팔리게, 어디가서, 벨트릭한테, 배웠다고 , 하지마라."



벨트릭은 이제 한마디 할때마다 첸을 마구 내려쳤다. 아닌게 아니라 첸이 두른 검은색 망토 끝자락이 공중에 둥둥 떠다녔던 것이었다. 마법이 제대로 들지 않아 엉뚱한 녀석을 띄운 모양이었다. 레이 이 치사한자식...! 이런건 좀 알려줘야 할거 아니야!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녀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던 것도 같다.(물론 착각이다.)





"자, 잠시만!"





그렇게 마구 구타를 당하는데, 그 뚱뚱한 남자가 벨트릭을 제지해왔다. 첸은 갑자기 그 남자의 투턱과 레이스가 달린 끔찍한 정장마저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뭐요."



"바, 방금 공중부양이라고 했소?"



"그렇소만."



근데 어쩌라고. 첸은 여전히 뒷덜미가 잡힌채, 벨트릭의 내적 의미를 읽어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읽는다고, 자신은 이제 보이지 않던게 보이고 들리지 않는게 들리는 초능력을 갖게 된 모양이었다. 참으로 초라하지 않을 수 없다.





"체, 첸군의 나이가 혹시...?"



"열일곱인데요."





뒷덜미가 잡히는 바람에 굉장히 숨막힌상태로 말한 것인데 남자는 용하게도 알아들었는지 그렇다면... 으로 시작하는 말을 꺼냈다.





"자네, 딕켄백작의 소속 마법사로 일해보지 않겠나?"



남자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벨트릭은 첸의 뒷덜미를 툭 하고 놓아줬다.



"커컥, 디, 딕켄백작이요?"



"그래! 마침 마법사를 새로 뽑아야 하는데 잘됐어. 이 어린나이에 그 정도 실력이라니! 내가 궁정마법사회 부회장 되는 사람이네. 그곳에서 실력을 쌓으면 왕궁에서도 일할 수 있어."



"하지만 제가 이렇게 부족한데..."



"아아, 걱정 말게. 자네같이 재능이 뛰어난 경우는 조기에 발탁해서 몇개월 정도 교육과정을 밟는다네! 어차피 말단 마법사가 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야."



딕켄 백작이라면 펠튼가의 가주였다. 첸은 갑작스러운 제안에 어안이 벙벙했다. 펠튼가 라면 제국 최고의 마법사집안이 아닌가! 게다가 자신의 꿈인 궁정마법사가 될 수 있다니, 이거 혹시 꿈이 아닐까?



짝.짝.짝.짝.짝.





그때, 어디선가 기계적인 박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어디는 바로 바로 옆의 벨트릭이었다. 그는 지극히 사무적인 표정과 태도로 두 손바닥을 맞부딪쳤다.





"취직 축하한다."



내 덕인 줄 알아.
























--------------
























마왕의 거대한 기운은 언제나 건조한 흙같은 맛이 났다. 동쪽에서 피어오르는 어마어마한 힘은 커다란 마왕성에 갇혀 있지만 신전 안의 제시카에겐 또렷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인간 여자의 기운도.







"흥미롭군."





하지만 그 인간의 힘은 그녀의 안에 한없이 축적되어 있었다. 조금도 빠져나가지 않은 채로. 그 조그만 몸에 대체 어디까지 들어있는건가. 어쩌면 마왕성보다 더.



게다가 조금도 탁해지지 않는다. 마족도 아닌 주제에 잘도 버티는군.



제시카는 마왕의 모체로써 모든 힘을 다 소진하고도 15년이 넘게 마왕성에서 살아남은 여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인간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놀랍고, 무한한존재.

그 찰나같은 수명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러니 어쩌면 그리 놀랄일이 아닌지도 몰랐다. 이미 계시가 오기도 했고.



제시카는 찻물을 입에 모금으며 그날의 계시에 대해 생각했다. 오묘하다, 오묘해.

























--------

















"성은 마족의 마력과 비례해."



크리스탈이 설명했다.

"성은 주인의 마력을 가둬두는 역할을하지. 마족의 마력이 커 질수록 그 마족의 성도 크다고 보면 돼. 자신의 기운이 사방 팔방으로 뻗어나가는걸 좋아하는 마족은 없을테니까. 그래서 마왕의 마력을 가두는 마왕성은 특히 더 크고 복잡한거야."

"아아..."

복도는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지만 크리스탈의 손짓 한번으로 벽의 횃불이 어둠을 밝혔다. 불은 그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켜졌다가, 지나치면 바로 꺼져버렸다.
사실 마족들은 인간보다 어둠에 익숙했지만, 크리스탈은 그런식으로 인간인 자신을 배려해주곤 했다.


"자, 들어가서 자. 내일 나와 찬은 성 안에 없을테니까, 그 때 까진 별 일 없으면 방 안에만 있어야 해."

"성 안에 없다구요...?"

나의 질문에 크리스탈은 난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심심해도 조금만 참아."

"전 괜찮아요." 

"그래도."



크리스탈과 인사를 나눈 뒤 ㅇㅇ은 조심스럽게 방 문을 닫았다. 크리스탈은 차가워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굉장히 친절하고 따듯한 마족이었다. 크리스탈이 없었다면 자신은 어땠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게다가 크리스탈 말대로 자신은 한낱 제물일 뿐이었다. 그것도 이미 사용해버린, 아무가치도 없는 제물. 그런 자신에게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후..."

짧은 시간동안 너무 친해져버린 걸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고작 하루일 뿐인데도 걱정이 됐다. 내일 하루는 어떻게 보내야 하는걸까.

ㅇㅇ은 힘 없는 걸음으로 방 안에 딸린 욕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



















"안돼, ㅇㅇ. 그런 짓은 하지 말라고 했잖니!"

"하지만......"


아버지는 잔뜩 성을 내고 계셨다. 항상 반달 모양으로 휘어지던 아버지의 눈매가 위협적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보자 저도 모르게 눈 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하지마안... 디오가... 디오가...넘어지려고...해서..."

디오는 여전히 풀밭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팔 다리를 허우적 거리며 꺄르르 거리고 있었다. 디오가 떠 있는 땅 위엔 뾰족한 돌맹이가 위협적으로 솟아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아버지는 잠시 주춤거리더니 장난을 치는 디오를 조심스럽게 품 안으로 안아들었다. 더 이상 떠있을 수 없는게 아쉬운건지, 디오의 눈썹이 축 쳐졌다.


"그래도 애야, 다음부턴 그러지 마라."

"네..."

"아빠랑 다시 약속 할 수 있지?"

아버지는 금새 다정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내밀어진 커다란 새끼손가락에 조그마한 자신의 손가락을 걸기는 했지만, 솔직히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런 일은 자신의 의지대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
















쿵, 쿵, 쿵, 쿵,


파르르 떨리던 ㅇㅇ의 눈이 번쩍 떠졌다. 갑자기 띵 해오는 머리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긴 머리칼이 스르르 빰을 스쳤다. 이상한 일이었다.


항상 부모님이 나오는 꿈의 내용은 자신의 기억의 일부였다. 그랬기 때문에 꿈 속의 자신은 아직까지 기억이 남아있을 정도로 자란 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꿈은 달랐다. 겨우 4살 쯤 되었을까? 꿈 속 디오의 모습도 겨우 말을 하는 정도였다. 그야말로 등장인물만 아버지일 뿐, 완벽한 꿈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너무나 생생하다. 뭘까, 이 기묘한 기시감은.


쿵, 쿵, 쿵, 쿵.


그 때, 방 문 밖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ㅇㅇ가 화들짝 놀라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 이 소리에 깼었지 참.










쿵,쿵,쿵,쿵,








가만히 들어보니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 지고 있는 것 같았다. ㅇㅇ은 점점 더 몸을 움츠렸고, 이불을 쥔 손엔 절로 힘이 들어갔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점점 더 빨라지는 소리에 ㅇㅇ의 심장도 거세게 뛰었다. 문득 어떤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그러게 좀 작작 돌아다녀. 뛰어다니는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원.'


몇일 전 마왕이 자신이라 오해했던 그 녀석이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팍 하고 짜증이 나는 것이다. 자기가 뭔데 이 마왕성을 뛰어다녀서 엄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단 말인가? 그 즉시 침대를 박차고 나와 제 방문을 열어젖힌 패기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누구야! 시끄럽게 굴지 말고 당장 나와!"

방문을 열자 펼쳐진 까마득한 어둠에 대고 소리치자, 희미하게 메아리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쿵쿵거리던 소리도 어느새 멎어있었다. 


"......언니?"

"누나!"


그러나 다음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ㅇㅇ은 잠시 아직도 꿈속인 걸까 생각했다..


"예나?예준아!"

분명 쌍둥이 동생들의 목소리였다. 단 한순간도 잊어본 적 없는 내 동생들. 내 전부.

"너, 너희들이 어떻게..!!"

"나 여기있어 누나..."

"언니 여긴 너무 어두워...무서워..."

"조,조금만 기다려. 내가 찾으러 갈게."

분명히 목소리는 오른 쪽에서 들려온 것이었다. ㅇㅇ은 주저하지 않고 까마득한 어둠속으로 몸을 던졌다.















-----------














꺄아아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마왕의 눈이 번쩍 떠졌다. 달빛이 가득한 거대한 방의 한 모퉁이,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마왕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분명 인간 여자의 비명소리였다. 무슨 일이지.
그는 매끄러운 몸짓으로 침대를 빠져나와 방문을 향했다. 그가 다가오자 거대한 돌문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저절로 열렸다. 너무도 당연한듯, 마왕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가 문을 나서자 쿵 소리를 내며 돌문이 다시 입을 닫았다. 주인 없는 빈 방엔 정적만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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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두부에요! 헐 뭐져 뭔데여 뭐져 꺄아아아ㅏ악 누구죠 여주인가!?
10년 전
독자2
마지심슨이에요!! 헐... 뭐지....누구냐 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징어ㅜ어뜩해 ㅜㅜ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종탁구에요ㅠㅠㅠㅜㅠ작가님 오랜만이에여ㅠㅠㅠ크흡..ㅠㅠㅠㅠ여주한테 무슨 일이 생긴건가요ㅠㅠㅠ???
10년 전
독자4
모카입니다.
아니!!! 무슨일이 생긴건가요!!! 환각인건가요?? ㅇㅇ이에게 환각이 걸린건가요?? 도대체누가!!! 그리고 꿈의 단편으로 보자면 ㅇㅇ이는 마법에관해서 잠재적인 능력이 매우 뛰어난것으로 보이고...흠..

10년 전
독자5
으아아아아아 뭘까 요웜대 여주를 방밖으로 고 간건지ㅠㅠㅠㅠ
10년 전
독자7
헐???뭐지ㅠㅠㅠㅠ??? 뭘까ㅠㅠㅠㅠ 동생들이 어떻게 와!!!
10년 전
독자8
아 이거 완전 재밌어서 며칠 내내 기다렸습니다ㅠㅠㅠ푹 빠져있어요ㅠ
10년 전
독자8
귤만두입니다!! 헐...뭐죠..여주는 대단한 실력이있는건가요..? 그리고 동생이아닌가..? 잘보고가영!!
10년 전
독자9
헐......무슨일이생긴것이틀림없네요ㅠㅠㅠㅇ어떡하지요???/ㅠㅠㅠ
10년 전
독자10
아까그제시카가계시뭐라뭐라하더니.. 설마아이들목소리로여주를불러내는건가.. 뭐해크리스 어서날찾지않고(도도한나쵸)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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