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훈!"
대문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너를 불렀다. 그리고 내 부름에 고개를 올려다 보는 너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았다.
"미안... 나 지금 일어났어... 먼저 가!!!"
너는 기대고 있던 벽에서 등을 떼며 울상을 짓는다.
"혀엉... 좀만 일찍 일어나서 말해주지..."
그런 너에게 매점 쏜다며 말을 끝내고는 서둘러 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너는 지금쯤 횡단보도 앞일까? 그쯤이면 빨리 뛰어가서 너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빈 속으로 신발에 발을 구겨넣으며 부모님께 인사드렸다.
"다녀올게요!! 오늘은 지훈이랑 같이 야자 하고 올거에요!!"
그러고서 현관문을 격정적으로 젖히며 뛰쳐나가려는 순간, 너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시간이면 뛰어도 늦으니까 조회시간 끝날 때 맞춰서 들어가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자 머리에 큰 손이 얹혔다.
"형이니까 쿨하게 기다려 준 거에요."
지훈이의 말에 더욱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각을 수긍해서인지 우리의 걸음은 느긋했고, 평화로웠다.
"이제 곧 겨울인가봐... 쌀쌀해진다."
"그러게요. 감기 조심해요."
"감기 걸리면 너한테도 옮겨줄게!!"
해맑게 웃으며 답하는 나에게 너는 인상을 찌푸린다.
"감기 걸리지 마요."
절대적인 그 목소리에 기가 팍 죽어버린 나는 바닥만 쳐다보며 걸었다. 한참을 그렇게 걷다가 교문이 보일때쯤 네가 입을 열었다.
"감기 걸리면 형이 고생하잖아요."
너의 말에 괜시리 코끝이 찡해진 나는 너의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너는 그런 나를 보며 웃어주었다. 교실에 들어가자 나에게로 몰리는 시선들에 고개를 푹 숙였다. 표지훈, 네가 내 옆에 없는 학교는 나에게 고통이다.
"이태일? 1교시 끝나고 담임한테 가."
딱딱한 반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숙제는 했어?"
옆의 재효가 다정하게 물어온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내게 익숙치 않은 것이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각이면 아침도 못 먹었지?"
계속해서 들려오는 물음이 너무나 두렵다. 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내 앞에 놓이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내가 좋아하는 것이지만 쉽사리 받을 수가 없다.
"이거 먹어. 오늘도 네 목소리는 못듣는 건가..."
점점 작아지는 재효의 목소리에 왠지모를 미안함이 들었지만, 그 아이에게 다가서기에는 나는 아직 너무나 겁이 많다. 쉬는시간보다 좋은 수업시간이 끝나고 교무실로 향했다. 복도에는 아이들이 많았고, 그에 비례해서 내 심장도 쿵쾅쿵쾅 뛰었다. 두 눈을 꼭 감고 조끼를 두 손으로 꽉 쥐고 한걸음씩 발을 뗐다. 얼마쯤 걸었을까 내 뒤에서 나를 잡아끄는 힘에 두 눈을 떴다.
"우리 태일이!! 오빠 두고 어디를 가는거야아..."
장난스레 울상을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는 재효가 있었다. 그런 재효를 떼어내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자 재효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감고 걷지마 아가야!! 넘어질라!!"
나는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고개만 끄덕이고는 다시 두 눈을 감았다. 사람이 너무나 많다. 너무 무섭다. 사람이. 교무실은 그리 멀지 않았다. 몇번의 사소한 부딪힘 끝에 교무실에 들어가자 바로 담임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밀려오는 죄책감에 두 눈을 내리깔고 선생님 앞으로 갔다.
"지각이면 몰라도 조례까지 늦으면 어떡하니? 왜 늦었어?"
걱정섞인 담임선생님의 말에 입을 열었다.
"그냥... 늦잠 잤어요 죄송해요"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하자 어쩔수 없다는 듯 가라며 손짓하는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다시 복도로 나오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있다. 반사적으로 나오는 한숨에 한숨. 다시 저 많은 인파를 헤치고 갈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띵하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 다시 조심스레 걸음을 떼자 뒤에서 짜증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표지훈 그 새끼는 어디 갔는데?"
"보나마나 태일인가? 그 선배 보러 갔겠지."
"아오 씨발 그 새끼는 진짜..."
"부처같은 마음으로 참아라... 아...?"
지훈이를 욕하는 것 같아 뒤를 돌아 두명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 중 한명과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발 끝부터 밀려오는 공포감에 시선을 돌리지도 못하겠다. 표지훈. 지금 네가 필요하다.
"어...어!!! 선배!!!"
눈이 마주친 아이가 나를 향해 뛰어온다. 그후로 암흑이 나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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