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백] 보고싶은 파파라치 02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c/5/dc563e0157b8563dae62cbaee483b57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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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녹음에…. 이제 빼도박도 못해. 잠수 타."
녹음기를 마법봉 휘두르듯 발랄하게 휘두르던 백현은 사라졌다. 그럼, 생각하고 연락주세요. 전 이만. 무책임한 두 마디를 끝으로. 황 사장은 백현이 앉았던 쇼파에 걸터앉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찬열에게 근신을 선고했다. 연예계 생활만 거진 10년차였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쉼없이 달렸고 그 과정에서 스폰서와 엮였던, 수많은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 했던간에 찬열이 나름 소처럼 일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황 사장도 수년간 찬열을 직접 관리했기에 그 막무가내한 성실함을 모르지는 않았다. 아무리 찬열의 인간성이 쓰레기같다 하여도,
"차라리 잘된 거라고 생각해. 현균이는 앞으로 찬열이 스케쥴 다 빼놓고 알아서 정리해둬. 그리고,"
이 순간만큼은 제 상품을 지켜야만 했다.
"넌 변스패친지 뭔지 어떻게든 구슬려. 전적으로 책임은 너한테 있다. 김유진 그 여자, 내가 만나지 말라고 분명히 했을텐데 일방적으로 니 멋대로 굴었다는거. 네가 더 잘 알겠지만 명백한 계약 위반이야. 지저분하게 소송이니 뭐니 흙탕물 싸움 하기 싫다. 나도 아쉬울 건 없어. 물론 지금 우리 회사 간판은 너지만,"
찬열은 문득 백현의 영악하게 빛나던 눈빛이 황 사장의 것을 닮았다고 생각한다.
"너 뒤를 잇자고 발버둥치는 애들이 한 둘이 아니거든. 그 중에 꽤 쓸만한 애들도 있고.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확실히 해라. 변백현인가 뭔가, 죽이든 살리든 어떻게든 입막음 해놔. 네 선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그 쪽에서 요구하는 십오억에 내가 계약 위반금 얹어주는 수가 있다."
"이 양반이 진짜. 이런건 기획사에서 좀 도와줘야 되는 거 아냐? 이렇게 치사하게 굴래?"
"나가 봐."
"아, 황 사장!"
오피스에서 쫓겨난 찬열은 제 손 안에 든 다 구겨져 형체를 알 수 없는 명함을 노려보았다. 변백현. 차가운 복도에 홀로 선 찬열은 이제 모든 것이 이 남자와 저의 관계에 달렸다는 것을 실감해야 했다.
01
w. 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버스가 아닌 택시를 탔다. 일방적으로 찬열과 기획사 사람들을 몰아붙이느라 진이 다 빠진 탓이었다. 차가운 손등으로 눈을 덮는다. 흥분해 마구잡이로 욕을 내뱉는 찬열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왜 하필 박찬열이었을까.
사실 카메라로 은밀하게 잡아 낼 수 있는 상대는 찬열을 제외하고도 수없이 많았다. 비밀 연애라던가 스폰서, 로비, 혹은 자잘한 친목 모임, 휴가나 쇼핑을 즐기는 유명인들을 백현은 맨눈으로 자주 목격해왔고 상당 수의 파파라치 컷을 확보하고 있었다. 일부는 다른 파파라치나 신문사, 팬들에 팔아넘기기도 했고, 몇몇 사진들은 그저 하드에 처박아두기도 했다. 그렇게 꽤 짭짤한 수익을 몇 번 올렸음에도 주위 친인척 및 지인들에게 백수 취급을 받아 나름 제 사무실-이자 자취방-까지 차렸다. 어쨌거나 사진기자랍시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녔건만 시간이 지날수록 백현은 그렇게나 좋아하는 카메라를 들고 나서기 귀찮았다. 그런 백현이 찬열을 찍게 된 계기는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참나, 현관문에 사무실이라고 붙여놓고 백수처럼 뭐하냐.'
침대에서 온종일 뒹구는 백현을 보다못해 던진 종인의 쿠사리였다.
'그러게. 이 짓도 슬럼프란게 오나.'
'할 일 없으면 오세훈, 걔나 좀 찍어주던가.'
'세훈이?'
'길캐라도 당한 모양인데 할 수 있으면 포트폴리온지 뭐라도 내야된대. 근데 걔 쇼핑몰하면서 찍은 건 영 구리거든.'
'정말? 언제 해주면 되는데?'
'몰라, 연락해 봐. 아님 여태까지 찍어놓은 거 있잖아. 그거라도 주던지.'
그제서야 백현의 흐리멍텅한 눈에 생기가 돌았다. 오래 전부터, 그러니까 한 때 백현이 열정적으로 포토그래퍼의 꿈을 키우던 꼬꼬마 시절부터, 세훈은 백현의 모델이었다. 가는 듯 탄탄한 몸선과 묘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는 백현이 처음 산 DSLR을 들고 감격에 젖었던 고등학생 시절부터 인정했던 것이었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그 눈빛은 천성적인 것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인물 사진보다는 풍경을 선호하던 그 때의 백현에게조차 세훈은 찍고싶은 대상이었다. 그렇기에 자주 모델과로 진학하라고 조언했지만, 세훈은 그런 것도 귀찮다며 이따금 알바로 쇼핑몰 피팅 모델 일을 할 뿐이었다. 세훈이 마음을 굳혔다는 것은 꽤나 기쁜 소식이었다.
순조롭게 촬영을 마친 후, 백현이 찍어 준 사진들을 들고 기획사와 미팅을 가진 세훈은 백현과 종인을 집에 초대했다. 정식 계약은 아니지만 일단 회사로 출근해서 트레이닝을 받아보자는 내용이라고 했다. 다 백현 덕이라며 세훈은 정작 자신은 먹지 않을 온갖 야식을 배달시켰다. 종인이야 세훈의 집을 뻔질나게 들락거려 제 집인 양 부른 배를 두드리며 드러누웠지만 백현은 세훈의 집에 간 것이 처음이었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집 구경을 하던 백현이 발견한 것은 왠 남자의 포스터였다. 너른 등을 내보이며 길쭉한 의자 위에 앉은 남자의 얼굴은 역광 탓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흐릿하게 올라간 입매가 매력적이었다. 나른하게 쬐는 오후 햇살아래 드러난 뒷모습은 군더더기 없었다. 누가 찍은걸까. 아니, 누굴까.
'세훈아, 이거 누구야?'
'아, 그거요? 박찬열이요.'
'박찬열? 이게?'
'네. 저 이번에 박찬열 소속사랑 미팅한거잖아요.'
'….'
'모델로 데뷔한 것도 아닌데 잘 찍죠.'
박찬열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허구한 날 채널 돌리다 보면 꼭 열에 한두번 얼굴을 내비치는 톱스타였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세훈만큼이나, 아니 세훈보다도. 어쩌면 여태껏 백현이 봐온 어느 인물보다 더 매력적인 피사체인 줄은 몰랐다. 시선을 붙드는 사진은 단순히 포토그래퍼의 역량이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백현이 붙든 포스터는 확연히 말해주고 있었다. 이걸 찍은 놈이 아니라, 찍힌 놈이 잘났음을.
'세훈아.'
'네?'
'너 얘 사진이나 포스터 더 있어?'
그래서 오랜만에 흥미가 생겼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박찬열에게.
물론 그 관심이 파파라치로 시작되어 운 좋게 스폰서와의 접촉을 포착한 후 금전 협박으로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는게 살짝 에러긴 했지만.
찬열에게 명함을 주고 간 후, 백현은 편히 집에서 뒹굴 수 있었다. 찬열을 쫓은 삼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가지는 휴식은 꿀맛이었다. 나흘째 연락이 없다는 것이 걸리긴 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찬열이던지, 황 사장이던지 누군가는 백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게 되어 있으니. 그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백현은 괜시리 카메라를 뒤적였다.
지난 수 개월동안 찍은 찬열의 사진이었다. 지인들과 만남을 가진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하는 사소한 일상 사진은 찬열의 극성팬들에게 팔아넘긴 탓에 여자와 만나는 사진과 스폰서와 접촉하는 사진 따위밖에 남지 않았다. 그마저도 잔뜩 줌인해야 이목구비가 흐릿히 보일까 말까한 조잡한 것들이었다. 단 한장도, 찬열만을 오롯이 선명하게 담아내지 못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백현은 침대에 발라당 드러누웠다. 무색 무취의 파파라치가 아닌, 천연적 풍미를 지닌 사진을 찍고싶어졌다. 돈 받으면 유학이나 갈까. 백현은 텅 빈 천장에 언젠가 꿈꿔보았던 이국적인 풍경과 그 속에서 셔터를 누르는 자신을 그려본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동이 트고 있었다. 그새 잠이 들었나.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카메라를 정리하고 일어나보니 종인이 바닥에서 새우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머리맡에서 충전되어가는 백현의 휴대폰이 간헐적으로 번쩍였다. 새벽부터 뭐지. 백현은 하품을 쩍 토해내고 낑낑거리며 충전기를 뽑아내었다.
"..여보세.."
- 이제야 전화를 받네.
"네?"
- 만납시다. 만나서 다시 얘기하자고.
"..아니 새벽부터 누구.. 혹시 박찬열씨?"
- 왜, 그 때는 따박따박 시끄럽게 잘 쪼아대더니 갑자기 유순한 척이야.
낮게 전해져오는 목소리는 찬열의 것이었다. 백현은 부은 눈을 문지르며 탁상시계를 바라보았다. 새벽 다섯 시. 찬열이 조깅을 할 시간이었다. 새삼 파파라치답게 찬열의 하루 일과를 꿰차고 있다는 것이 우스워 백현은 픽 웃었다.
- 만나자고.
"그러세요."
- 오후 다섯시에 집으로 오시죠. 집 주소는 당연히 알거아냐.
부탁하는 주제에 짜증스럽게도 굴었다.
- 듣고 있는거야?
"아 네."
- 늦는건 딱 질색이니까 알아서..
"아뇨. 장소를 좀 바꾸죠. 제가 요즘 워낙 몸이 편치 않아서 그런데 제 사무실로 와 주시겠어요?"
- 뭐?
백현은 스피커 모드를 꾹 눌러놓곤, 장난스럽게 휴대폰을 종인의 귓가에 들이대었다. 쩌렁쩌렁, 찬열의 목소리가 좁은 자취방을 울렸다.
"제 사무실이요. 주소는 문자로 쏴드릴게요. 이 번호로 하면 되죠?"
- 야! 누구 맘대로..
"아직 찬열씨는 본인 입장을 인정 못하시나봐요. 사흘이나 지났는데.."
- 이게 근데 끝까지..!
"그리고요."
과연 쉽게 흥분하는 찬열다웠다. 스피커를 타고 떵떵거리는 목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잠든 종인의 미간이 구겨졌다.
"너. 왜 자꾸 반말이야?"
백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잽싸게 제 귀를 틀어막았다. 찬열의 우렁찬 욕지거리에 종인은 눈을 발딱 떴다. 백현은 푸하학, 웃음을 참지 못하고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아 형, 뭐야.. 원치않게 잠에서 깨고 만 종인이 잔뜩 잠이 묻어나는 말투로 웅얼거렸다.
"더 자라. 형도 더 잘란다."
백현은 기분좋게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날이 점점 더 밝아왔지만 백현은 기꺼이 수마에 몸을 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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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사족이에요. 일단 톱스타 박찬열의 약점을 잡은 파파라치 변백현의 호모배틀, 부터 떠오른 단순한 소재가 아까워서 싸질러 놓았는데 수습이 정말 정말 안되는..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해요 렉 때문에 업로드하는데 한참 걸렸네요 세륜로딩.. 백체리님, 오미자차님, 메론님, 수수사탕님, 비회원님, 씀이님, 딸기밀크님, 똥개님 암호닉도 다들 왜 이렇게 귀여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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