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mpire or Butterfly
작고 약한 나비는 유리관안에 갇혀 가느다란 날개만 펄럭일 뿐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내는 누군가의 미소만 넌지시 떠올릴뿐 어떠한 행동 자체를 취하지 아니하고 있다. 사내는 유유자적한 몸놀림으로 유리관의 뚜껑을 열었고, 그 뚜껑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던 나비는 그 얇은 날개를 움직이며 날아갈 준비를 한다. 그치만 애석하게도 사내의 빠른 손놀림에 나비는 또 다시 갇혀버렸고 사내의 손안에서 바스락거리는 애달픈 소리와 함께 죽어버렸다. 사내는 손안의 존재에 애도하며 사냥 준비를 한다. 그래 내 손아귀에 잡아 넣으면 돼, 잡아서 움직이게 못하게 하면 돼. 그렇게 생각한 사내는 자조적인 웃음을 짓곤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사내가 사라진 그 자리엔 나비한마리의 흔적이 흩어져있었고, 또한 무언가의 공포가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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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부터 우리집 과일가게를 자주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생겼다.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기다란 검정색 코트와 검정색 중절모 그리고 새빨간 눈 묘한 생김새를 가진 날카로운 남자손님이다. 올때마다 사가는 과일의 종류가 다르다는게 특징이다. 오늘로써 이제 우리집 가게의 모든 과일 종류는 다 사간 샘인데, 다음부턴 무엇을 사갈지 괜히 내가 생각하게 된다. 딸랑거리며 가게문에 달린 종소리가 울리고, 그와 함께 타박 타박 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그 쪽을 바라보니 예의 그 검정색으로 도배를 한 단골손님이다. 미소를 지으며 또 오셨네요, 손님. 무슨 과일을 드릴까요? 하고 반기자 손님이 손을 들어 나를 가리킨다. 갑작스러운 손님의 행동에 의문스런 표정을 짓자, 손님은 검정색 중절모를 벗더니 빠른 속도로 내게 다가왔다. 그리곤 한손으로 내 턱을 잡아 들더니 손가락으로 목선을 흝고는 유린하듯 나를 쳐다본다. 소, 손님? 하고 당황스레 말을 뱉자 손님은 말없이 새빨간 눈을 내눈과 마주치게 하고는 천천히 내 얼굴을 향해 다가온다.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점점 몽롱해지는 시선과 웅웅거리는 소음이 귀를 통해 들려오고 나는 서서히 어둠에 잠식되어 간다. 그와 동시에 목에서 따끔한 통증이 나는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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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하지만 어딘가 축축한 공기에 눈을 뜬다. 아파, 아파. 뜨거워. 살려줘. 몸이 뜨거워. 어딘가가 타는듯한 고통에 몸이 베베꼬인다. 목에서 무엇인가가 끊임없이 흐르는것만 같다. 난 누구야, 여긴 어디지? 잘 모르겠어. 뒤늦게 찾아오는 혼란스러움에 당황스러움이 치민다. 또한 저 밑에서 부터 올라오는 타는듯한 갈증에 무언가를 갈망한다. 꿀꺽 마른침을 삼켜보아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더욱 치밀어 오를 뿐 가라앉지 아니한다. 타박 타박 익숙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익숙해? 뭐가?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익숙하다니. 열기에 가득찬 몸을 이끌어 간신히 고개를 돌리니 그곳엔 흰셔츠를 입고있는 새빨간눈을 가진 남자가 나직히 웃음을 흘리며 서있었다.
"당신은 누군가요…. 또 난 누구죠, 여긴 어딘가요."
말이 없는 남자는 나를 가만히 쳐다 보고만 있을 뿐이다. 그를 향해 애처롭게 손을 뻗어보지만 닿을리 만무하다.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나 좀 도와줘요. 나 좀 나를 좀 도와줘…. 허망하게 뻗은 손은 맥없이 밑으로 떨어진다. 또 다시 눈이 감긴다. 무언가 잡힐듯 잡히지 않는 어느 선상의 기억이 익숙함이 나를 옭매곤 놓아주지 않는다. 몸이 불에 타는 것만 같은 고통을 느끼며 몸을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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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눈을 가진 사내는 정말로 기분이 좋은듯 미소를 거두지 않고는, 쓰러져 있는 소년을 바라본다. 아니 소년이 아닌 성인일테지만 그 몸은 작고 유약하여 소년의 티를 내고 있다. 사내는 그런 남자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며 그 앞에 무릎을 꿇어 열기가 느껴지는 그의 볼에 입맞춤을 한다. 이제 다시 나비를 손에 넣었다. 잡았다. 이제 더는 벗어나지 못한다. 만족감에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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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한 움직임에 타닥하고 작은 짐승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쫑긋하고 솟아오른 귀모냥이 마냥 사랑스러운 짐승이다. 짐승은 약간의 미동을 보이고 있는 존재의 얼굴을 핥아낸다. 까끌한 혓바닥에 간지러운듯 존재는 얼굴을 찌푸린다. 그 존재는 눈을 뜨며, 세상의 아침을 맞이한다. 또한, 자신의 처지를 맞닥뜨리며 커다란 혼란을 겪게된다. 밝은 낯과 달리 유난히도 어두침침하며 습한 공간은 존재의 유무를 헷갈리게 만들듯 암울하다.
"목이…말라."
갈라진 목소리로 갈증을 호소하는 존재에, 짐승은 나른한 걸음으로 다가와 존재의 손을 핥기 시작한다.
"너는 누구야?"
이제는 갈라진 목소리가 아닌 본연의 목소리로 돌아가고 있는 존재의 고운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짐승은 그의 물음에 꼬리를 흔드는걸로 만족한다. 그리곤 어디론가 유유히 사라져간다. 그와 동시에, 달큰한 향기를 풍기는 사내가 걸어온다. 흰셔츠와 빨간눈의 사내…, 당신은……. 퍼즐이 맞춰가듯 머릿속은 복잡해져 간다. 끝없는 의문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당신은 누구인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닿았다. 달큰한 향기를 풍기는 사내와 닿았다, 닿은 손끝에서 열기가 활활 타오르듯 피어오른다, 이유도 모르게 온몸은 뜨거워져만 간다. 그리고 잠시나마 가라앉았었던 갈증이 피어오른다.
"나비야, 착하지? 아…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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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년의 티를 내고 있는 존재를 바라보는 사내의 눈이 광기어리게 변한다. 입가에는 웃음이 저미며 자꾸만 눈앞의 존재를 안아버리고만 싶어진다. 이제, 내것이야. 나비는 이제 내것이야, 나비야…. 하고 불렀다. 그치만 피를 빠는데에만 열중하고는 반응이 없다, 그래도 괜찮아. 이제 아무데도 못가니까.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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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힝 |
글잡에 옛날에 올렸다가 삭제하고 블독에 올렸다가 2편까지 쓰고 여기다 다시 올리네유..그치만 저는 연재는 제대로 못한다는게 함정..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힝...죄송....쟈성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
쀼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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