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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흰색 가운에 분홍 명찰을 단 경수가 발을 질질끌며 배식을 받았다. 점심시간이 된지 한참이라 막바지에 겨우 식당에 발을들인 경수는 조용한 분위기와 함께 식당 아주머니의 따가운 눈초리도 받아야했다. 밥을 겨우 받고 숟가락을 움직여 밥을 오물오물 먹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흰 가운을 입은 백현이 식당으로 걸어 들어온다. 식판도 안들고 경수앞의 의자를 지익 소리나게 뺀 후 털썩 자리에 주저 앉는다. 곧 백현의 시선이 경수의 볼로 이어진다. 오물오물 통통한 볼. 


"너 밥은 먹었어?"

"아아니-"


밥을 먹는데 열심이라 고개를 들지않았는데도 용케 백현인것을 알아챈듯이 그렇게 말하며 다리를 감아온다. 처음엔 백현의 버릇이었던 것이 언젠가부터 경수의 것으로 옮아왔다. 백현의 두 다리를 제 발목사이에 뒀는데도 시선은 여전히 식판이다. 


"넌 애인이 왔는데도-"


읍 하고 경수의 손으로 말이 막힌것과 그 손의 주인이 고개를 든건 순식간이었다. 목 끊어지겠다. 경수의 손안에서 백현이 푸스스 웃는데도 경수는 여전히 놀란 얼굴을 감출줄을 몰랐다. 또 그 눈- 백현이 눈을 동그랗게 따라 뜨고 경수의 표정을 따라하자 경수의 동그랗던 눈은 금세 가늘어졌다. 너 정말- 하며 오른발을 들고는 백현의 왼다리 께를 툭 건든다. 


"밥먹는덴 개도 안건든 댔어" 


알겠어어- 하며 백현이 우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는 제 왼다리를 건들고 도망가버린 다리 두짝을 찾아 다시 두 다리로 가두었다.가 이제는 발목을 한번 꼬기까지 해 단단히 속박한다. 다리 두짝을 덜렁 들린채로 식사를 하는 경수는 불편한 기색없이 다시 밥을 냠냠 먹는다. 


"너 집엔 언제가"

"모르지- 일단 오늘은 못가."

"오늘도?" 


오늘만 못가냐. 어제도 못갔고,그저께도 못갔는데. 백현이 튀어나온 경수의 입술을 툭 건들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경수는 더 속이 상한다는 듯 표정을 풀줄을 몰랐다.


"맨날 왜 이렇게 바빠." 

"나 걱정돼?"


일대에서 꽤 큰 병원이라 자잘한 사건사고부터 꽤 큰 진료까지 도맡아 하고 있어 외과의사인 백현은 요새 눈코뜰새 없이 바빴고,  매일 이어지는 수술과 진료에 숙식을 병원에서만 해결하는 백현을 보는 경수의 마음이 편하지 않는건 당연했다.


"응, 엄청 많이."


어느새 백현의 다리에서 벗어나 일어난 경수가 말을 덧붙였다. 너 내 진료실에서 좀 쉬고가. 히익- 여기 다크써클 턱까지 내려온것좀 봐. 경수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백현이 경수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뽀뽀도 하고? 조용히 해라. 넵.





02


제가 조금이라도 힘든 티를 내면 걱정을 제몫까지 해버리는 경수에게 힘든 티를 내서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 백현은 항상 경수의 앞에서 담담했다. 특히 저번에 한번 크게 앓고 난 후에는 그 정도가 제곱이 되어버려 더욱 그랬다. 그리고 그걸 모를리 없는 경수는 그런 백현이 대견하기도 안쓰럽기도 했다. 백현이 잠들기 전만해도 그랬다. 누가 봐도 파리한 안색을 하며 자신은 피곤하지 않다며 열심히 손사래를 치며 잠들기를 거부하는 백현을 보고있는 자신이 더 힘들어 얼른 재우곤한 경수였는데, 이제는 백현을 깨워야 할 시간이 오자 경수는 입술을 한번 삐죽 내밀었다. 시간이 왜이렇게 빨리 가는거야- 


"백현아, 일어나"


겨우 떨어진 입술은 백현이 오만상을 하며 뒤척이자 합 다물려 그 주인에게 후회를 전했다. 조금만 더 늦게 깨울걸. 


"잠도 못자서 어뜩하냐.."

"괜찮아..지금 몇시야?"


세시 반. 몸을 반쯤 일으킨 백현의 갈린 목소리는 경수의 걱정을 한짐 더 얹어주었다. 다크서클이 내려온 눈이나, 마른 입술이나 걱정되는것이었는데, 막상 백현은 아무렇지 않아하는 척을 하는것에 경수가 또 안타까워 한숨을 폭 내쉬었다. 백현은 그것을 보다가 경수를 팔을 가져가 목에 두르고는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우리 경수 먹여살리려면 열심히 일해야 해서 어쩔수 없어" 

"허, 나도 의사거든요?" 


말은 그렇게 해도 목을 더 꽉 안아오는 경수에 백현은 경수몰래 작게 웃었다. 여전히 투덜거리는 경수는 백현이 웃자 간지럽다며 목에 걸린 손을 풀고 백현의 손과 깍지를 잡았다. 경수의 손에 잡힌 백현의 오른손에는 은색 반지가 끼어져 있었다. 그 반지에 쪽쪽 입을 맞춘 경수는 베시시 웃었다. 그 모습에 경수 몰래 짓던 웃음을 숨길수 없게 된 백현은 경수의 볼에 작게 뽀뽀를 연달아 쪽쪽 했다. 


오프날 집에오면 맛있는거 해줄게. 경수가 백현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난 니가 제일 ㅁ.."


또 부끄러운 말 하려 그러지. 

금세 끼어든 경수의 말에 말이 막힌 백현은 어떻게 알았지. 하며 다시금 경수를 꼭 끌어안았다. 


"도선생님, 환자 들여보내... 아, 아! 죄송합니다!"


쾅! 닫히는 문을 멍하니 쳐다보는 경수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아씨.. 백현의 품에서 벗어난 경수가 옷걸이에 걸려있던 백현의 가운을 백현에게 건네주고는 문을 열었다. 나가 빨리이.. 발을 동동 구르며 신경질내는 경수를 가볍게 껴안고는 입술에 뽀뽀를 한 백현은 나중에 보자며 진료실을 나갔다. 이상한 일이었다. 사람의 심장이 이렇게 까지 뛸수 있나 싶었다. 또 백현만 생각하면 달아오르는 얼굴에 손부채질을 한 경수는 주의를 얼른 돌리려 차트를 살폈지만, 곧 실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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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아ㅠㅠㅠㅠㅠㅠ엄청나요엄청나!!!!!너무당달해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
저 병원이 어디죠ㅠㅠㅠㅠㅠ 당장 입원하고 싶다 정말 ㅠㅠㅠㅠ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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