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으..추워
쫄딱젖어버린 생쥐꼴로 집안불도 안킨채 워커를 벗었다. 빗물이 젖은 머리카락을타고 똑똑 떨어졌다. 궂은날씨때문에 예상외로 길어진 추격전에 숨이턱까지 차올랐던게 몇번인지 기억도 잘 나지않았다. 반쯤 초주검이된몸을이끌고 조기퇴근의 영광을 받아지만, 몸은 이미 하루야근을 꼬박하고온것마냥 지쳐있었다.
장시간 젖어있던몸이 계속 떨려왔다. 선반에 있던 수건을더듬어 꺼내 대충물기를 닦았다. 어둠속에서 체온을 야금야금 갉아먹던 젖은제복셔츠를 벗었다.
하..진짜..무슨꼬라지야
새파랗게 질린 손끝을 펴보다 멈칫, 갑자기 뒤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고개를들었다. 젖은 몸에도 개의치않고 허릿께로 감긴 손이보였다. 바짝 물어뜯은 손톱, 익숙한향기에 저도모르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권..유권아.."
응..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 감겨진손을 풀고 그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간 어디바뀐곳은 없는지, 잘먹고 지내긴했는지 얼굴먼저살피고보는 제 행동에 유권이 씨익 얼굴을펴고 미소지었다.
그대로네
퍼뜩 튀어나온말에 그럼바뀔줄알았어요? 답하는 목소리가 너무반가워서 민혁이 그를 꼭 끌어안으려 뻗은손을 거뒀다.
"무슨..일로 왔어?.."
하는말에 부쩍 멀어진듯한 느낌이 끼쳐왔다. 그래, 아무일 없는듯 예전처럼 지내기에 이미 우린 껄끄러운 사이가되어버렸기때문에 더이상 그에게 쉽사리 다가갈수가없었다.
권이 대답없이 그저미소만짓다가 떨어진 제복을 들어올렸다.
형, 너무 차가워.. 씻고나와요.
응..그래,별수없이 갈아입을옷을 챙겨들고 욕실문을 닫았다. 한동안뒤집혀있던 욕실문의 사진이 다시 원상복귀되어있었다.
정말 무슨생각일까, 바라보는눈빛이 조금 달라진것같기도하고 그대로인것같기도 하고. 속내를 짚을수가없어 그저답답할 뿐이었다.
머리를털며나오자 여태 식탁위에 방치되어있던 소주병을 치우던 권이와 눈이마주쳤다. 씻고나오면 꿈같이 사라져버릴것만같았는데 느낌이묘했다.
이제막 혼자인집에 익숙해지려했는데, 다시 마음이 흐트러졌다.
"왜...다시왔냐고 안물어요?"
등을돌린채 소주병을 정리하던 유권이 조용히 말을건넸다.
그러게, 대체..대체왜 그말이안나왔을까 하는대답이 입안에서 맴돌기만했다.
"물으면..대답해줄거야?"
"....아마도.."
그럼 그냥안들을게. 답한말에 권이 돌리고있던 시선을맞춰왔다.
미안해요
다가와 귓볼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눈을감았다.
매일 그랫던것처럼, 뺨을 쓰다듬고 아래로 내려오는 매끄러운진행에 왠지모를 이질감이들었다.
그만, 권아..
결국 제지하고 만 손길에 유권이 두어걸음 물러섰다.
그럼,잘자요.
마치어제까지 함께했던것처럼, 굿나잇키스를 마친 그가 방에 들어갈때까지 그자리에서 움직일수가없었다.
*
오슬오슬 떨리는 몸에 이불을 끌어다덮었다. 눈두덩이 뜨끈뜨끈해 몸상태가좋지않은게 느껴져 한숨을쉬었다.
목마르다....형편없이 갈라지는목소리에 이마를 짚었다. 출근..어쩌지 생각하다 퍼뜩 어제온 권이가 떠올라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다짜고짜 그의방쪽으로 걸어가 문고리를 잡아돌렸다.
아차
하기도전에 텅빈 방이 한눈에 들어왔다. 일부러 내 기상시간을 피해돌아간걸까.. 어제의 이질감이 오늘은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결국다시갈꺼면서..시무룩해져 시트도 깔려있지않은 그의침대에 머리를 기댔다. 부어서 잘떠지지않는눈을 다시감았다.
"진짜 괜찮아?"
아니나다를까. 오후부터 완전방전상태인 몸을 의자에기대어 떼지못했다. 눈치껏 일처리를 하는동료들덕에 그나마 앉아있을시간이 있었다. 어,괜찮아..하며 손을 휘휘저으니 재효가 한숨과함께 멀어지는게 느껴졌다.
점심시간에 그냥 병원을 다녀올걸그랬나 하는후회도 빼꼼고개를 내밀었다.
약한진동에 휴대폰을 더듬어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제멋대로 쇳소리가섞여나와 크흠 목을가다듬었다.
아..그..말할게있어서요, 하는땅을 긁는저음에 응,말해봐..눈을 감은채 힘없이대답했다.
「어제요..지호형 왔었는데..아침일찍 갔더라구요..」
무슨생각인지 모르겠어서..물어도 대답도 안해요.
그의말에 감았던눈을떴다. 여기도 온것같아서 전화했지? 하자 네..대답하는목소리에 시무룩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괜히 웃음이났다.
「니 표정이 왠지 그려진다, 잘짚었네. 어제 다녀갔어..」
「아...역시..」
그쪽은 아무말없었어요?
하는말에 잠시뜸을들이다 응..하고 대답해버렸다.
들어도 달라질게없을것같아서 묻지않았다곤 차마 말하지못햇다.
「…그..아무렇지도 않아요?형은?..」
어..?
그러게, 이젠 아무렇지도않네. 나도모르게 남의이야기마냥 대해버렸던지 지훈이 슬쩍이 물어왔다.
「사실 저두요..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전화를 끊고 다시 의자에 몸의기대었다.
웃기다, 뭐가이래..
피식 바람빠지는 웃음이 내비추면서 눈을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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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열렸다!!인티가 !슬쩍 한편올리고 가요~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늘감사한마음으로 쓰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