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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엔/황제] 황제의 황후 01 | 인스티즈


대륙의 황제가 속국이 된 각 나라에게 공물을 바치라고 서신을 보냈으며 공주가 있는 국가는 공주를 공물로 바치라고 일렀다. 하지만 나의 누이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난 둘의 헤어짐을 볼 수 없어 내가 누이 대신 대륙으로 가겠다고 하였고 왕과 왕비의 반대는 거칠었다. 하지만 공물을 바치기로 한 전날 밤 공주는 사랑하는 이와 도망쳤고 어쩔 수 없이 내가 대륙으로 가게 되었다. 착잡한 마음으로 마차에 올라탔고 불편한 치맛자락을 괜히 만지작거렸다. 삼일 밤낮을 쉬지 않고 달려야 대륙에 도착할 수 있었기에 여정은 고달팠다. 살집이 없는 엉덩이는 고통스러워 했다. 황궁에 도착하였다는 마부의 말에 절뚝이며 마차에서 내렸다. 넓게 펼쳐진 황궁에 입이 떡 벌어졌다. 함께 온 시종은 눈물을 훔치며 작별인사를 고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제 정말 나 홀로 이 낯선 땅에 있는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황제는 전쟁광에 포악한 성질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 성정인 황제에게 거짓으로 공물을 바친 것이 들키게 된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 것이다. 그런 긴장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지새웠다.


이곳에 온 지도 어느새 반년의 시간이 흘렀다. 올 때엔 찬 바람이 불었는데 이제는 꽃망울이 피어나고 있었다. 익숙해진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황궁의 정원으로 향했다. 아는 이 하나 없이 낯선 땅에서 위로가 되는 것은 이 정원이 다였다. 가끔은 식사를 거르고 이곳에서 반나절을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오늘은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해야 할 일을 다 마친 후에 해가 다 져서야 정원으로 향했다. 난 정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연못가에 가 앉아 비단 잉어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물 표면에 내린 일렁이는 달빛을 보며 누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 어머님과 아버님도 몸 건강히 잘 있겠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보니 고향이 그리워졌다. 흑요석을 박은 듯한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치맛단을 잡은 두 손 위로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결국 큰 소리를 내며 엉엉 울어버렸다. 조용한 정원에는 나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곳에 와서 수없이 울었지만 오늘처럼 서러운 날은 없었다. 왜인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목이 다 쉴 정도로 오랫동안 울음을 터트리니 속이 시원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었을 땐 낯선 이가 건너편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황궁에서 저렇게 화려한 옷을 입을 이는 딱 한 사람 밖에 없었다. 달빛을 받아 더욱 화려한 옷을 입은 황제. 하지만 그동안 마주치지 않은 황제를 이곳에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나 그를 등지고 후다닥 정원을 빠져나갔다. 신발 한 짝이 벗겨졌지만 그것을 챙겨 신을 정신과 시간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의 사정권에서 벗어나야 했다. 방으로 가는 중에도 이제 정원은 다시 가지 못하겠구나 하는 마음이 앞서 아쉽기도 했다.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문을 쾅 닫고 방 안으로 들어와 주저 앉았다. 밤이 깊었으니 내 얼굴을 못 봤을 것이야. 암. 그렇고 말고. 그렇게 위안을 삼으며 불편한 치마를 벗어 던지고 속곳 차림으로 침상에 몸을 뉘었다. 하도 울어서 눈가가 다 짓물러 아프긴 했지만 잠이 쏟아졌다. 푹신한 침상에 몸이 파묻히니 저절로 잠에 빠졌다.


짹짹. 짹. 작은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과해 방안을 밝혔고 침대 옆 탁자에는 아침 식사가 놓여져 있었다.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홀로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정원으로 갈 준비를 하다가 어제 밤 일을 떠올리고 움직임을 멈췄다. 아... 나 이제 가지 못하는구나. 정원에 갈 생각으로 들떴던 마음이 우울하게 가라앉았다. 이제 뭘 하고 지낸담. 이곳으로 와서 나는 전혀 다른 사람과 교류를 하지 않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아까처럼 식사도 홀로 하고 평소에는 문을 걸어 잠그고 지낸다. 이 방에 있는 서책은 다 읽은지 오래였다. 다시 한 번 더 읽어야 하나... 고민에 빠져있을 때 쯤 아무도 오지 않는 내 방문을 누군가 노크한다.


"계십니까."


정갈하게 차려 입은 옷매무새를 확인하고 오랜만에, 아니 거의 처음 찾아온 이를 맞기 위해 문을 열었다. 노크를 한 사람은 백발의 노인이었는데 그의 손에는 대륙의 상징인 붉은색과 금색의 용이 새겨진 상자가 들려있었다. 물음표를 가득 띄우며 바라보자 그것을 내게 건내준다. 이게 뭐... 말을 걸 틈도 없이 노인은 허리까지 숙여 인사를 건내고 뒤돌아 갈 길을 간다. 뭐지? 뭐지? 이게 뭘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을 닫고 그것을 탁자에 놓아두고 상자 겉을 툭툭 쳤다. 예쁘게 묶인 리본을 풀어내고 상자를 열어보는데 그곳엔...


"내 신발!"


어젯 밤 급히 뛰어오느라 벗겨진 낮은 굽의 단화가 들어있었다. 이게 어떻게?! 신발을 집어 올리는데 미처 보지 못한 종이 한 장이 팔랑팔랑 떨어진다. 신발을 다시 상자에 넣어두고 종이를 집어 드는데 헉. 놀라며 종이를 떨어트린다. 정신을 다잡고 다시 한 번 보아도 황제임에 틀림없는 메모를 들여다 보았다.


《나를 보고서도 눈을 똑바로 마주한 점. 불손하기 그지 없는 태도로 네게 죄를 물을 터이니 네가 가지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고 내게로 오라.》


죄를 묻는데 웬 가장 아름다운 옷? 그런 의문을 품고서도 나는 덜덜 떨리는 손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 오늘 죽게 되는 것인가?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옮겨 옷장을 뒤졌다. 애초에 가지고 온 옷들이 얼마 없어서 고를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좁았다. 피를 흘리며 죽을 수도 있겠지? 그럼 밝은색의 옷보단 어두운 것이 좋으려나. 그러던 중 눈에 띈 붉은색의 드레스. 심사숙고한 후 입고있던 옷을 벗어 가지런히 정리를 해둔 후 환복을 했다. 얼굴은 검은 베일로 가렸고 신은 낮은 단화를 신었다. 약간 검은 피부인 내게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머무르던 방에서 나와 이 황궁의 울타리에 있는 곳 중에서 가장 큰 황제가 머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애초에 나는 내가 머무르던 곳에서 벗어날 일이 없어서 황궁을 제대로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오는 길에 어제 그 사단이 일어난 정원도 지나쳐왔다. 


황제가 머무는 황룡전은 공물로 바쳐진 이들이 머물던 건물과 걸어서 가기엔 그리 가까운 곳은 아니였다. 그래서 그런지 낮은 굽인 신발에도 불구하고 여린 발은 아프다고 아우성을 쳤다. 으으... 발 아파. 앓는 소리를 하며 황룡전의 앞까지 겨우 도착을 했다. 한 눈에 담기도 어려운 궁의 앞으로 인공적으로 흐르는 강이 있었다. 그래서 황제의 궁으로 가기 위해선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하는데 다리의 중간 쯤 아까의 그 노인이 서 있었다. 나는 아픈 발을 절뚝이며 노인에게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마차를 보냈어야 했는데 제가 미처 생각을 못했군요. 폐하께서는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가시죠."


 한숨을 포옥 내쉬고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발걸음을 옮겼다. 궁의 대문이 열리고 보이는 것은 매우 바빠 보이는 듯한 시중들이 눈에 띄였다. 모두들 단정한 차림을 하고 머리 한 올 흐트러짐이 없어보였다. 그 중 홀로 붉은색 의복를 입고 베일을 쓴 나는 유독 튀어보였다. 얼굴이 붉어짐이 느껴지고 치맛단이 밟히지 않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하아... 노인의 뒤를 따라 얼마쯤 갔을까 창호지 발린 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노인은 큰 목소리로 내가 왔음을 알리고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황제의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종이들 사이에 파묻힌 황제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떨리는 발걸음을 옮겨 그의 앞에 섰고 고개를 숙였다. 황제가 말을 하기까지 기다릴 요량이었다.


탁. 펜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리고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참 좋구나.


"그대인가. 어젯 밤 죄를 저지르고도 달아났던 이가."

"......"

"어찌 말이 없는 것인가. 더욱 엄한 벌을 받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인가."

"아니, 아닙니다, 폐하."


고개를 들라. 황제의 명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베일 너머로 보이는 황제의 모습은 밤에 본 것과 다르지 않았다. 갈색빛의 눈동자, 곧게 뻗은 콧날. 속으로 숨을 집어 삼키며 눈을 꿈뻑였다. 베일을 뚫을 듯 나를 쳐다보는 황제의 시선에 난 어쩔 줄 몰랐다.


"베일을 벗어야 죄인의 얼굴을 볼 것 아닌가. 그 거슬리는 것 좀 벗어 던지게."

"그것은..."

"나에게 벗겨달라는 것으로 들리는군."


아, 어쩜. 이렇게 완벽하게 말려들 수 있는가.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기분이였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베일을 벗었고 황제는 그 무심한 얼굴로 턱을 괴고 나를 삐딱하게 쳐다보았다. 눈을 내리깔고 이제 죽을 차례인가... 어머니 아버지 누이 먼저 가서 미안합니다.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있는데 의자가 뒤로 밀리는 소리가 들리고 발소리가 이쪽으로 오는 것이 들렸다. 유난히 조용히 걷는 황제 탓에 발자국 소리가 거의 들리진 않았지만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순 없었다. 황제가 내 앞에 서고 내 턱을 들어 올렸다. 당황한 눈으로 황제를 마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부진 입매가 천천히 움직였다. 너는...


"공주가 아니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옷을 뚫고 나올 것 처럼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황제의 농염한 손길이 내 목을 훑어내렸고 살짝 불거져 나온 목젖을 엄지로 매만졌다. 


"불경죄에 괘씸죄. 게다가 나를 기만하기까지 했군. 나를 만만하게 본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그,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날 이리도 기만할 순 없지. 네 나라를 몰락시키고 9족을 멸하겠다."


9족을 멸하겠다는 소리에 날 이리 멀리 보내놓고 하루하루 불안에 떨며 살았을 어머니와 아버지 생각에 나는 금새 눈물이 차올랐다. 눈을 깜빡이자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요즘따라 눈물이 잦은 것 같은 것은 기분탓일까. 황제의 손이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하지만, 나의 첩이 되어 준다면 날 기만한 그대의 모든 행동들을 잊어주지."

"폐하!"

"시끄럽다."


노인인 줄 알았더니 내관이었구나. 보좌관인가. 아무튼 가까운 사람인가보구나. 이렇게 무서운 사람에게 소리칠 수 있다니. 나였으면 이미 다리가 풀리고도 남았겠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곧게 섰다.


"하지만 저는 공주가 아닙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황제 폐하의 황후가 될 수는 없습니다."

"꼭 계집이 황후가 되어야 하는 법도 어디에도 없다. 이보게, 문규. 이 아이의 나라에 서신을 보내게. 한 달 후에 황후 책봉식이 있을 것이라고."


한 달? 너무 이른 것 아닌가!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나는 공주가 아닌데 어찌 황후가 될 수 있는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폐하. 폐하와 저는 오늘 처음 본 사이입니다. 이리 빨리 결정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옵니다."

"내가 마음 먹었다. 내가 그리 하겠다고 했어. 그대는, 아, 그래. 이름이 무엇인가."

"학연이옵니다."

"그래, 연아. 너는 그저 내 결정에 따르면 되는 거다. 알겠느냐? 되었다. 문규야. 연이를 내 침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모셔라."

"예, 폐하."


저녁에 찾아 갈 것이다. 기다리고 있거라. 내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말을 했다. 이런... 이런 건 반칙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내관을 따라 간 곳은 내가 여태 머물던 곳 보다 훨씬 화려하고 좋은 곳이었다. 들어오는 길에 보니 연화전이라고 이름 붙은 곳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내관 문규는 없었고 상궁과 나인들이 열을 맞춰 서 있었다.


"연화 마마. 오늘부터 마마를 뫼시게 된 천 상궁이라고 하옵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손을 휘휘 저어 다들 내보내곤 금수가 놓인 침상에 털썩 주저 앉았다. 하아... 나는 이제 어쩌면 좋으냐. 공물로 이곳에 온지 딱 반년만에 황제의 눈에 띄였고 순식간에 마마라는 소리를 듣다니. 그것도 남자인 내가... 아... 머리가 아프다. 역시 복잡한 문제가 있을 땐 잠을 자는 것이 최고다. 그대로 침상에 누워 눈을 붙였다.


얼굴에서 느껴지는 간지러움에 눈꺼풀을 움찔움찔 거리다 반짝 떴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황제의 잘생긴 얼굴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고 결과는 황제와의 머리 박치기 였다. 아으으...


"아, 이젠 날 죽일 셈이로군. 허어, 고약한 황후로고."

"횡후라니요. 아직 저는 공물일 뿐입니다."

"누가 그러던가. 네가 아직 공물이라고. 너는 이제부터 귀비이다."


귀비라니! 자는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눈이 튀어나올 듯 놀라 아픈 것도 잊고 어버버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렇게 좋은것이냐? 그래, 그래. 나도 좋다, 연아. 이제 함께 하자꾸나."

"그게 아니오라..."


꼬르륵. 무어라 말을 하려던 나의 배에서 부끄러운 소리가 나버렸다. 난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푹 숙였고 황제께서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 연이 배가 많이 고픈가보구나. 밖에 누구 있느냐. 간단히 다과상을 봐 오너라."


예, 폐하. 상궁의 목소리가 들리고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나는 여전히 무릎에 얼굴을 묻고 굶주린 소리를 낸 배를 원망하고 있었다. 거기서 그런 소릴 내면 어쩌자는 것이냐. 응? 이 머저리 같은 녀석. 주먹을 말아 쥐고 머리를 콩콩 쥐어박자 큰 손이 제 손을 감싸온다.


"그만 하거라. 귀여웠으니. 연이 네가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

"성인이 된 지 오 년이 지났사옵니다."


물론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올해 스물다섯이나 먹은 장정인데... 황후라니... 황후... 다시금 한숨이 포옥 몰려왔다. 이 황제는 나에대해 모르는 것이 없으면서 나를 자꾸 캐묻는다. 이렇게 황제는 하루에 한 번은 꼭 찾아 와 부모와 누이. 누이 대신 오게 된 이유 등등. 밤마다 상세히도 캐물었다. 정작 며칠을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황제의 얼굴을 빠안 쳐다본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느냐?"

"황제 폐하께서는 제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는 모르는 것 투성입니다. 아는 것이라곤 황제 폐하의 존함 뿐입니다. 올해 춘추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른단 말입니다."


하하하. 황제는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나와 이야기 할 때도 그렇고 연신 얼굴에 웃음을 매달고 있었다. 보름동안을 매일 보면서 이 웃음이 나는 좋아졌다. 하지만 오늘은 심통을 좀 부려야겠다.


"저도 폐하께 물을 것이옵니다."

"그래, 그래. 물어 보거라. 내 다 대답해 줄 테니."


대신 조건이 있느니라.


"네에? 하오나 저는 아무 대가도 없이 대답해 드렸는 걸요."

"싫으냐? 그럼 말아라."

"아니요. 아니옵니다. 조건을 말하시지요."


황제는 씨익 웃으며 입술을 열었다. 내가 대답해 줄 때 마다 너는 내게 입맞춤을 해다오. 들고있던 찻잔을 떨어트렸다. 분홍빛을 띄던 치마가 액체에 젖어 진홍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허.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 번 되물었다.


"뭐라구요? 지금 뭘 해 달라고..."

"뜨겁지 않느냐? 괜찮아? 어디 보자. 치마를 걷어 보거라. 화상을 입으면 큰일이지 않느냐. 어서."

"이 손 떼시지요!"


거참, 까탈스럽게 구는구나. 황제는 쳇.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물러나 앉았다. 됐다. 그냥 물어보거라. 조건은 없다. 나는 그제서야 손수건으로 물기를 꾹꾹 눌러 닦았고 씨익 웃었다.


"우선 황제 폐하의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그것은 비밀이다. 다음."

"그런 게 어디... 에휴. 됐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 드리겠습니다. 형제가 있으십니까?"

"아래로 한 명이 있지. 지금은 전쟁터에 나가있다."


오호라. 그렇구나. 드디어 성과를 하나 거두게 되었다. 하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질문이 없어 오늘은 이만 됐다고 했다. 그리고 황제가 입을 떼었다.


"내 이름이 무엇인 줄 아느냐?"

"예. 당연히 압니다."

"그렇다면 내 이름을 불러 보거라."


예에?!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입니까? 이제 조금 편해졌다 하더라도 폐하는 폐하시옵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고개를 살살 저으며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그리고는 꿀이 든 송편을 입안에 넣고 톡 터트렸다. 달디 단 꿀이 입 안으로 퍼졌다. 


"연아."


켁. 갑자기 그리 다정히 부르시면 저 놀랍니다. 남은 떡을 꿀꺽 삼키고는 눈을 댕그랗게 떴다.


"나의 이름을 한 번 불러 보래도. 응? 소원이다. 한 번만 불러 보거라."

"아이, 참... 아니 된다고 해도요."

"이번만 그리 불러 주면 내 해달라는 건 다 해 주도록 하마."


이번엔 살짝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긴 했다. 해달라는 것은 다 해 준다는 조약. 음... 자기가 부르라고 했는데 무슨 사단이야 나겠냐 싶어 눈 딱 감고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재환..."


무슨 사단이 나겠냐 싶어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결국 사단은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와 나의 사이에 놓인 다과상이 엎어졌고 그는 나를 침상으로 밀어 눕혔다. 그 후 일어난 일은... 나의 입술이 그의 입술로 덮혔다. 꿀보다 더욱 더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고 댕그랗게 떠졌던 눈이 스르륵 감겼다. 문 너머로 무슨 일이시냐는 상궁의 말은 저 어디론가 사라졌다.


사단이 일어나고 말았다. 나는 꿀보다 단 그에게 빠져버렸다. 아주 큰 일이야. 큰일이고 말고. 폭군 아닌 폭군과 사랑에 빠져버렸어. 내 생에 가장 위험하지만 달콤한 사단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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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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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독방에서왔당 재밌어!!전부터 계속 독방에 글썼었지?댓글도 많이달고 엄청 기다렸어!!앞으로도 좋은글 기대할게^^신알신하고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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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ㅠㅁㅠ... 나 너무 자주 갔었지? 미안해! 재밌게 봐줘서 정말정말 고마워 너무 부족한 글인데! 엉엉 ㅠㅁㅠ... 아무튼 복받을거야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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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독방에서 보고 바로 달려왔ㅇ슴다!!! 세상에 세상에 오모오모!!(눈을 가린다) 부끄뎌! 부끄뎌!! 아..너무 좋쟈나요ㅠㅠㅠㅠㅠ암호닉 되여? 아아아 내가 독방에서 맛보기를 보고 얼마나 오길 기다리고 앓았눈뒈ㅠㅠㅠㅠㅠㅠ엉엉ㅠㅠㅠㅠㅠ드디어 오셨군녀ㅠㅠㅠㅠㅠㅠㅠ아 너무 좋ㄷ자나요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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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ㅇㅅㅇ 안녕하세요! 오모오모 (같이 눈을 가린다) 부끄부끄... 제가 글잡 처음 와서요 ㅜㅜ 암호닉이 뭔지 모르겠어요 ㅠㅁㅠ 알려 주시면 해 드릴게요! 온다 온다 하고 너무 늦었죠 ㅜㅜ 학교 다니면서 쓴다고 너무 늦었네요 죄송해요 ㅜㅜ 그리고 재밌게 봐주셔서 너므 감사해요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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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저를 나타내는 표시죠! ㅇㅅㅇ 암호닉 신청이 된다면 초코로 하겠슴다 ㅇㅅㅇ!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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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면 언제든지 반겨드리겠습니다! 그냥 반겨드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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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반겨만 주셔도 감사하죠....저같은 아이를...(수줍)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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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에게
수줍... 읽어 줘서 고마워요! 정말!!!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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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독방에서 봤던 쨍이군!!!!! 진짜 취향저격ㅠㅠㅠㅠㅠㅠ앞으로도 많이많이 써줘ㅠㅠㅠㅠㅠㅠ나라세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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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오모. 봤어요? 하긴 그렇게 많이 들고 갔는데 ㅠㅁㅠ 미안해요~ 아무튼 취향저격이라니 기분 진짜 좋네요 ㅇㅅㅇ!!! 앞으로도 열심히 쓸텐데 오늘처럼 분량은 안 나올 것 같네요 ㅜㅜ 아무튼 나도 사릉해여!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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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으아 어떡해ㅠㅠㅠㅠ요니랑 쟈니는 첫키스하는 사단까지 나버렸고 저는 설레쥭는 사단까지 와버렸어요..독방에서 황제썰 어떠냐고 물었을때부터 계속 좋다고 막 그래왔었는데 이렇게 긴 스토리로 글잡에서 보다니ㅠㅠㅠㅠ좋아 죽어요ㅠㅠㅠ달달하고 좋네요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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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오모! 첫키스 했쟈나여!! 요니는 첫키스쟈나여! 쟈니는... ㅇㅅㅁ... 쥬그시면 안 돼요 ㅠㅁㅠ 제 글 끝까지 꼭 봐 주셔야 됩니다! 독방에서부터 호응해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오늘은 처음이라 이렇게 길지만 다음부턴 점점 줄어들 것 같습니다... 하아... 전 달달한게 좋아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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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이거왜이르케재밌어요 ㅠㅠㅠㅠㅠ엉엉 신알신을 누르고 떠나야겠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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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오모 재밌다니 ㅜㅜ 고마워요 ㅜㅜ 으앙 ㅜㅜ 전 고마워 하며 눈물을 흩쁘리고 갑니다.... 고마워요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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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학연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에요ㅎㅎㅎㅎㅎ 재화니랑 행쇼하길 바라면서!!!!! 독방에서 몇 번 봤던거 같은데... 아닌가... 신알신 누르고 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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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에서 불행은 없슴니닷!!!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독방에서 나대긴 나댔었죠... 죄성해요 ㅠㅠ 아무튼 사랑합니닷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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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그 유명한 독방 황제물!! 드디어 오셨군요 잘보고갑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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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헐 처음봤는데....♡ 작가님 사랑합니다 꼭꼭 챙겨볼게요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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