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나 알고있어?"
"지금 나 협박 하는 거야?"
"형 무서우라고 하는 소리야. 내가 죽게 된다면 그땐 뭐라도 돼서 형 찾아갈게.
"표정이 왜 그래. 나는 협박 하면 안 돼?"
'네가 옆에 있어야지만 잠이 와."
"에에!!"
"보쏼이라는 게 어디있어.. 쌀이라고 똑바로 말해야지!"
"알았어요! 다시!"
저 둘을 데리고 다니면 상당히 골치가 아플 것 같은데..
"진짜? 야 그러다 진짜 팬들한테 들켜서 난리 나겠다."
"그럴까봐. 윤기오빠가 지민씨도 데려가라고 했어!"
"김태형이 엄청 찡얼 거리더라. 자기도 놀이동산 가고싶다고."
"그나저나.. 너는 태형씨랑 잘 될 생각이 없는 거야..?"
"몰라. 더 봐야지."
"한달은 봤잖아.. 썸도 너무 길면 안좋대.."
"뭔 썸.. 아직 감정 없어! 그냥 나 좋다니까 만나주는 거지."
"못됐어..."
"나 원래 못됐어."
"되~게 못됐어."
"오늘 몇시에 가."
"6시!"
"늦게도 가네."
"정국이도 저녁을 좋아해! 낮은 너무 밝잖아."
"밝은 거 싫어하는 애는 너밖에 없어. 내 주변에.. 이 커튼 좀!! 바꾸라고!! 바꾸라고 !! 그렇게 말해도 몇년동안 검은색 커튼.. 어휴."
"헤.. 옷 뭐입지."
"오늘은 좀 섹시컨셉 어떠냐? 맨날 남자같이 후질근한 것만 입고 어?"
"놀이동산 가는데 치마 입을 순 없잖아.."
"뭐 어때. 펄럭 거리는 거 말고, 달라붙는 거. 이거!"
"에이이..민망하게.."
"입어."
결국엔 입고 왔다. 화영이가 자주 입는 달라붙는 옷들 말이다. 정국이랑 만나면서 항상 츄리닝 아니면, 바지나 입고다니던 나이기에
이 짧지도 않은 것 같지만 짧은 치마는 참 어색하고, 오글거린다.
약속대로 그의 집에 도착해 집에 들어서면 지민씨는 오오! 하고 나를 위아래로 훑다가 미안하다며 눈을 가린다.
"왜요.. 이상해요!?"
"아니..! 완전 섹시해. 맨날 바지만 입고 다니다가.. 오오! 여름이! 완전 연예인같아!"
"왜애.. 역시 이상하지..?"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정국이에 자신없게 풀이 죽은채로 물어보면 정국이는 아무말도 없이 나를 계속 내려다보았다.
"안춥겠어?"
"안추워! 나는 위에만 추위를 타거든.."
"춥겠는데."
패딩이라도 입으라며 옷장을 턱짓으로 가리키기에 이 옷엔 패딩은 아니라며 고개를 젓자, 정국이가 픽 웃는 게 보였다.
셋이서 대충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정국이와 지민오빠를 알아보고선 신나서 다가왔다.
"사진 한장만 찍어주시면 안 돼요..!?"
너무 떨리는지 손까지 떠는 여학생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나같아도 정국이랑 지민오빠 밖에서 보면 떨려서 숨도 못쉴 거야.
제가 찍어줄게요! 내가 나서서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자, 그 팬들은 감사하다며 핸드폰을 나에게 건내주었다.
정국이도 귀찮다면서 사진 찍어줄때는 웃으면서 잘도 찍어주는 것 같다.
밥을 먹을 때까지, 그리고 먹고 나갈 때까지도 뚫어져라 쳐다보는 여학생들을 보면 참 신기했다.
저런 시선에서 밥이 넘어가나.. 신기해서 정국이와 지민씨를 바라보면 둘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얘기들을 하며 차에 올라탄다.
마침 오늘 눈치게임 성공이었다. 놀이동산에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모자를 푹 눌러쓴 지민오빠는 이 정도면 벗어도 되지 않냐며 모자를 벗으려 했고, 나는 워워! 하고 그 모자를 다시 꾹 눌러주었다.
"누가 알아보면 막 몰려들어요!"
"야아 원래 사람들은 막상 연예인 보면 못알아봐. 설마 여기 있겠어~? 하고 닮았네~~ 이러고 만다니까아.. 모자쓰면 더 티나."
"에이이이! 이 얼굴이 어떻게 닮아요! 완전 딱! 정국이랑 지민씨인데!"
"아닌데에에에"
"맞는데!!!"
"아닌데에에에에~~~"
"맞는데요!!!"
"시끄러 죽겠네."
"왜애. 또 조용하면 조용하다고 뭐라 할 거면서. 예전에는 네가 제일 시끄러웠걸랑?"
"헐.. 정국이도 시끄러울 때가 있었어요!?"
"응. 한참 애기였을 때. 푸헤헤.. 5년 전이네. 툭 하고 건들면 울 것 같고 막! 지켜주고 싶었는데."
"헐!"
"지금은 완전 상남자야."
"귀여운 정국이도 보고싶은데.."
"나중에 점점 보여줄 거야. 완전 귀여운데.. 아쉽네."
조용히 좀 해라.. 정국이 이 말을 끝으로 앞장서 앞으로 걷자, 여름이 헤헤 웃으며 정국을 따라 걸었고
그 모습을 보던 지민은 둘이 마냥 귀엽기만한지 뒤에서 둘의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정국 빼고는 놀이기구를 다 잘 못탄다는 이유로 정국은 유치한 애기들이나 보고, 탄다는 것들을 타며 끌려다니기 바빴다.
"야아!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바이킹 혼자 타고 오기!"
"콜! 정국아 너도 하자! 가위바위보!"
"야아. 쟤는 이런 거 안 해."
"누가 안해."
"어어? 전정국이 이런 걸 한다고오!!?!? 무작정 이거 전정국 혼자 태워야된다!"
결국엔 가위바위보를 했을까, 지민이 걸렸고 지민이 아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야 진짜.. 너네 짰지! 어떻게 같이 가위를 내!! 여름아! 남자는 주먹이지!!"
"아, 저 남자에요!?"
"장난이야.. 아, 나 이거 혼자 못타.."
"원래는 먼저 하자고 한 사람이 걸리더라구요! 자아! 얼른 가세요오!!! 줄도 없겠다. 딱 좋네!"
조금 있는 줄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앞에서 기다리던 가족중에 조그만한 애기가 뛰어다니다가 정국이의 발을 밟았는데도 사과를 안하자.
먼저 눈치를 본 건 나였다. 정국이가 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저런 상황이 왔다..
"애기야.. 뛰어다니면 다쳐.."
정국이는 팔짱을 낀채로 살짝 인상을 썼고, 나는 헤에.. 하고 웃으며 정국이를 웃기려 애를 썼다.
딱 보아도 기분이 상한듯한 표정과.. 그 뒤로 검은 연기들이 풍겨져 나오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일..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 하하하! 내 어색한 목소리에 정국이는 내 이마에 딱밤을 맞추고선 주변을 둘러본다.
뒤늦게 애기 엄마가 애기를 붙잡고 그만 뛰어다니라 했고, 앞으로 당겨지는 줄에 지민씨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더니
지민씨는 울먹이며 안으로 들어섰다. 혼자 맨 끝자리에 앉아서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데 .. 그게 얼마나 또 웃긴지
사진을 찍다가도 정국이를 바라보면, 정국이는 역시 아무 표정도 없이 지민씨를 보았다.
이렇게 웃긴 상황에, 즐거운 상황에 정국이는 웃지 않는다. 항상 그랬다. 어떻게 해야 정국이가 웃을 수 있을까..
그러다 정국이가 시선이 느껴졌는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뭐..라도 마실래?"
급하게 꺼낸 말은 뭐라도 마실래?였다. 사실은 목이 타들어 가는 건 나였다. 응.이라고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정국이는 아니. 하고선 다시 고갤 들어 지민씨를 구경하기 바쁘다.
"물 마시고 싶어.."
"침 삼켜."
"아씨이.."
"……."
중간에 배가 고프다며 지민씨가 햄버거라도 먹자며 음식점에 들어섰고, 진동벨을 주기에 나는 그 진동벨을 서로에게 계속 떠넘겨주며
그러다 받는 사람중에 진동벨이 울리면 그 사람이 햄버거를 가지러 가는 건데
그거 마저도 지민씨가 걸려서 지민씨는 오늘 일진이 안좋다며 계속 징징거리기 바쁘다.
알바생은 정국이를 알아보고 먼저 다가와 싸인을 해달라했고, 뒤늦게 지민씨도 보고 싸인을 해달라며 입을 틀어막고선 다가온다.
싸인을 해준 둘은 햄버거를 한입 먹다가도 지민씨가 화장실에 간다고 했고, 정국이가 겉옷을 벗어 내 무릎 위로 던져주었다.
"오오.."
"다음부턴 이런데 올때. 그런 옷 입지마.'
"왜애.. 이상해..? 살 쪄서 다리가 좀 그른가.."
"예뻐. 예쁜데. 남들이 다 보잖아."
"……"
"불편한 것도 없지않아 있고."
"이오이오오오.."
"뭘 이오오야."
"너는 항상 갑자기 나를 설레게 한단 말이야! 그게 정말 너무 설레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
"안 터졌네."
"것 같다구! 씨.."
"거짓말은."
"손 대봐! 심장 엄청 뛰어."
"손 위치가 이상하잖아. 뭘 대봐."
"아하.. 그러네에.. 에에에에 변태!"
"뭐래."
몇몇의 사람들은 정국이와 지민씨가 놀이동산에 온 걸 알고선 조금은 몰려들기 시작했다.
몇명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지만, 지민씨가 의외로 안된다고 확실히 말을 해주었다.
"저희도 놀러 온 거라.. 후줄근해서요.. 죄송합니다. 싸인이라도.."
알았다면서 종이를 들이대면서도 그 여자들은 뒤 돌아 가면서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사진 한장 찍어주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누가 보면 유명한 배우인줄 알겠네.' 분명 죄송하다고도 했다.
분명 사정도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은 정국이와 지민씨를 욕하기 바빴고,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표정 관리가 안됐다.
내 모습을 본 정국이는 내 머리를 헝클어주고선 말했다.
"너무 신경쓰지마. 저런 말 한두 번 들어."
"너는 저 말을 몇년이나 들을 거야?"
"그래서 웬만해서 찍어주려고 하잖아."
"치.. 진짜 폐인일 땐. 어쩔 수 없잖아!"
"욕 먹기 싫으면 찍어주는 거지 뭐. 이 형은 악플 같은 거 절대로 신경 안써."
"맞아. 어쩔 거야. 고소하면 그만인 걸. 욕도 관심이잖아!"
너무 긍정적이시네.. 나도 저렇게는 못 한다.. 실내를 다 구경을 하고선 지민씨 사진을 엄청 찍어준 것 같다.
참 밝다니까.. 정국이는 이게 익숙한지 말없이 사진을 찍어주고, 고개를 돌려 밖을 구경하기 바빴다.
마침 회전목마가 보여서 유치하지만 타고싶다는 생각에 지민씨에게 회전목마를 가리켰더니 지민씨는 당연히 콜! 하고 줄을 섰다.
정국이는 역시나 탈리가 없었다. 그것도 엄청 유치한 회전목마는.. 눈치를 주자 정국이는 고개를 저었다.
너 많이 타- 하고 작게 말하는데 그 말이 얼마나 또 설레는지.. 나 참 별 거에 다 설레고 난리네..
정국이가 우리 덕분에 무서운 것도 못타고.. 조금 아쉽기는 한데.. 중얼거리자 지민씨는 그럼 2차로 찜질방이나 가자며 해맑게 웃어보였다.
"찜질방 콜!?"
"……."
내 말에 정국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이와 지민이형이 회전목마를 타고있을까. 유치한 것만 타려는 것도 어쩜 그것 마저도 노여름같은지 웃음이 나왔다.
저렇게 재미있을까.. 별 것도 아닌데 서로 좋다며 웃어대기 바쁜데. 그게 또 웃겼다.
중간에 자꾸만 나한테 손을 흔드는 노여름에 나도 어색하게 바라만보다가 손을 흔들어보였다.
안녕- 하고 익숙한 그 인사가 왜 지금은 또 달라보일까.
갑자기 누군가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고, 뒤를 돌아보아도 아무도 없었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면
어린 여자아이가 눈물이 맺힌 채로 나에게 말했다.
"엄마 찾아주세요."
그 말에 나는 우선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이를 찾고 있을 엄마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사람을 꽤나 많아 찾을 수 없었다.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선 날 올려다보는데. 그게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보였다.
"엄마가 무슨 옷을 입고 있었어?"
내 말에 아이는 검은색이라며 엄마의 모습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머리는 똥색이에요! 흰머리가 자라난다고! 자꾸만 그 색을 해요.. 그리고요.. 동생이 있어서! 배가 불렀어요! 배불뚝이 아줌마!"
"그래?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이 안나?"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없어졌어요!"
"말 잘하네."
"이빨도 자랐어요!"
앞니가 자라났다며 이- 하고 보여주기에 그런 아이의 머리를 한 번더 쓰다듬어주었고, 아이는 내 손을 꽉 잡았다.
그 손을 꽉 잡고 놓지않는 아이에 이 상황을 어찌할바 몰라 손에 힘을 푼채로 앞장서 걸었다.
화장실 앞이면.. 저기인가... 화장실 앞으로 오자, 임신을 한 갈색머리 여자분이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있었다.
"저기 있다. 똥색 머리. 네 이름이 이슬이야?"
"네에! 이슬이에요! 어어! 저기있다! 엄마아!!"
아이가 엄마에게 달려가 안겼고, 아이의 엄마는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아이의 엉덩이를 장난스레 쳐보였다.
아이가 나를 검지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데려다줬다고 했고, 아이 엄마는 나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뒤 돌아 가려고 했을까, 아이는 나에게 다가와 고사리같은 손으로 내 손을 꽉 잡고선 말했다.
"오빠 고마워요!!"
"……"
"감사합니다!!"
"엄마 손 꼭 잡고 다녀."
아이가 네! 하고 엄마에게 다가가 안겼고,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선 한발자국 발걸음을 옮겼다.
노여름이의 그 해맑은 얼굴을 보고싶었다. 이제는 하루라도 안 보면 허전하고, 보고싶다.
내 앞길을 막을 것만 같았던 애가 이제는 내 전부가 되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이게 여름이에게 불행이라고 하지만..
이기적인 나는 여름이가 불행할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참.. 이기적이다.
"……."
바닥을 보며 걷다가 고개를 천천히 들었을 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와 인상을 쓴채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누군가 매직으로 써놓은 것처럼 물음표가 그려져있다.
나는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너를 잃었다.
나는 또 죄인처럼 사람이 없는 곳으로 뛰어가 쭈그리고 앉아 고개를 숙인채 있다.
네가 나를 찾아주기 전에는.. 난 널 찾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