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물 소리가 들리기에 다시금 눈을 감았다.
아마 정국이가 씻고 있는 거겠지.. 정말 별 거 없었지만 재밌었다. 1박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의도치않게 모텔에서 다같이 자게 되다니.. 눈을 계속 감고있으면 더 잘 것 같아서 침대에 앉아서 정국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기로했다.
얼마 있지않아 정국이가 수건으로 젖을 머리칼을 털며 나왔고, 정국이는 침대에 앉아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일어났네."
"응. 넌 왜 이렇게 일찍 눈떴어?"
"지민이형이 전화해서."
"지민씨는 더 일찍 일어났나..?"
"그 형은 원래 잠이 없어."
"머리 또 안말릴 거지!"
"뭐하러 말려. 알아서 마를텐데."
아니야! 내가 말려줄게! 하고 정국이를 강제로 의자에 앉혔다.
정국이도 이런 내 행동이 싫지는 않은지 앉아서는 나를 올려다보는데 새삼 또 잘생겨보여서 얼굴을 손으로 가려버리니
정국이가 어이가 없다는듯 웃으며 내 손목을 잡아 손을 치웠다.
"뭐해."
"너무 잘생겨서. 얼굴을 안가리면 머리를 말리기는 커녕.. 얼굴 구경만 할 것 같아서."
"가리면 내가 널 못보잖아."
"못봐서 아쉬워?"
"조금."
크으.. 대답은 잘해요. 하고선 드라이기를 켜 정국이의 젖을 머리칼을 말려주는데. 뭐가 이렇게 또 간지러운지 자동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머리가 많이 상했구나.. 내 말에 정국이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렇게 말없이 머리가 거의 다 마를 때까지 정적만 흘렀을까, 정국이가 내 배에 얼굴을 묻기에 당황스러워 야아- 하면, 정국이는 아무말도 없이 눈을 감는다.
"왜애."
"졸려."
"더 자면 되잖아!"
"집 가야지. 지금 집 가도 2시는 될텐데."
"어제 밤에 운전하느라 고생했는데. 오늘은 내가 할게 그럼."
"아냐."
여전히 얼굴을 묻고 움직이지도 않는 정국이에 숨도 못쉬고 가만히 있었더니, 정국이가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는 게 보였다.
"왜 웃어어!!"
"배에 힘주지마."
"힘..힘..! 안주는 게 더 이상한 거지!"
"웃겨."
"모른척 하는 거야. 그런 건 원래!.."
"알았어."
"이미 아는체 해놓고 뭘 알았어.."
제 56회_
제일 슬픈 것은
아픔에 익숙해지는 것
"우와.. 생각보다 별로 안마셨는데. 완전 죽는줄 알았잖아."
"생각보다 별로 안마신 게 필름 끊기냐."
"그러게. 에헴.."
결국엔 정국이가 또 운전을 한다. 지민씨가 속이 안좋다며 뒤에 또 뻗어버렸고, 나는 앞에 앉아서 또 정국이가 졸리지 않게 말을 걸어준다.
몇주 뒤에 있을 홍콩에서 있는 시상식 얘기를 하는데 괜히 또 설레서 혼자 베시시 웃으면 정국이가 힐끔 나를 보고선 고개를 젓는다.
뭐야.. 지금 절레절레.. 저거 내가 한심해?
"시상식 가면.. 하루만에 다 끝나는 건가?"
"응. 네시간 정도."
"그렇게 오래 해!?"
"상도 받고, 무대도 하고. 4시간도 부족하지."
"와아.. 기대 된다.."
"하긴! 정국이는 개인곡만 세곡 부르고.. 우리랑 두곡 하거든! 기대 해도 좋아."
지민씨의 말에 에에? 하고 뒤를 돌아보자, 지민씨가 해맑게 웃어보인다.
개인곡 세곡에.. 단체곡 두곡.. 그게 가능해? 내 물음에 정국이는 안 저럴 거라며 또 고개를 저었다.
아.. 지민씨가 그냥 오바해서 말한 건가...? 지민씨를 또 돌아보면 지민씨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해맑게 웃다가 곧 우웁- 하고 헛구역질을 했다.
그렇게 몇십분을 아무말 없이 음악만 틀어놓고 가고 있었을까..
윤기오빠에게서 오는 전화에 너무 오랜만인 것 같은 느낌에 장난스레 전화를 받았다.
"네에. 민반장님!"
- 여름이 너 정국이랑 있어?
"응.왜?"
- 왜 전화를 안 받아.
"왜왜. 무슨 일인데?"
- 갑자기 예전에 배주현이 정국이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사진 떠서는 그걸로 열애설 떴어.
그거에 뮤비 찍는 날 사진 짜집기 해서.. 그리고 웬 sns에 별 병신같은 글을 올려서는..
"배주현..?"
전화를 끊고선 급히 배주현의 sns에 들어가보면.. 배주현은 검은배경의 사진을 올려놓고선..
'아는 사람들은 아는 진실'이라고 올려 팬들을 또 당황케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갈텐데.. 왜 저런 글을 올려서...
"왜."
왜 그러냐며 무심하게 나를 한 번 보고 다시금 앞을 보는 정국이에 나는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야. 그게.."
결국엔 말도 못하고.. 먼저 기사들 댓글을 보았을 땐.. 심한 욕들이 많았다.
오롯이 정국이 욕이 가득한 댓글들에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죽으라는 말까지 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궁금하기까지 했다.
어차피 정국이가 알게 될 사실이긴 하지만.. 알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말도 않고 정국이를 올려다보면, 정국이는 나를 바라보지도 않고도 이 상황을 짐작한듯 했다.
"일 터졌어?"
"……."
"한두 번도 아니고.. 왜 네가 기죽어."
"아직은... 익숙하지도 않고.."
"네가 익숙해질 필요 없어."
지민씨는 뒤늦게 뭔 상황이냐며 인터넷에 들어가보았고, 곧 정국이 기사를 봤는지 혼잣말로 계속 욕을 읊기 바빴다.
욕하는 것들도.. 기자들도 다 반쯤 죽여놔야 된다며 시원하게 욕을 하는데
나는 그래도 속이 후련하지는 않았다.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음 좋겠다는 말들도, 살해 당했음 좋겠다는 말들도.. 아직은 내게 익숙하지 않은 위험한 말들이다.
화영은 하루종일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일도 없을뿐더러 하고싶은 것도 없기에 라면 하나 끓여먹고 또 누웠다.
그와중에 살 찌는 게 걱정인지 누워서 다리 운동을 하는 화영은 태형의 sns에 들어가보았다.
잘 나온 셀카들과, 연예인들과 찍은 사진들.. 이 사람도 참 잘생겼다니까.. 하고 영상도 찾아 본 화영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댓글도 좋은 말들만 있네. 나쁜 사람은 아니구나."
확실히 연예인들 보면 욕이 대부분인데.. 이 사람은 별로 없기도 하고, 많은 선배들에게도 이쁨을 받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도 또 자신에게 밀당을 시도한 태형이 괘씸해 화영은 핸드폰을 저 멀리 두고선 두눈을 감았다.
어우.. 돈 많은 백수가 되고싶네..
저 멀리 두었던 핸드폰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 화영은 기다렸다는듯이 핸드폰을 확인해본다.
기다렸던 태형의 전화. 화영은 바로 받으면 쉬워보일까 끊길때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잠깐 나와.
"뭔 개똥같은 소리야."
- 나 다쳤단 말이야.
"뭐?"
화영이 전화를 끊고선 급히 겉옷을 챙겨입고 집앞으로 나왔을까.
차에 기대어 서있던 태형의 얼굴엔 멍들과 상처들이 가득했다. 화영이 많이 놀랐는지 입을 틀어막고선 태형의 앞에 우뚝 서보였다.
태형은 아프지도 않은지 해맑게 웃으며 화영을 내려다보았고, 화영은 걱정스런 눈을 하고선 입을 열었다.
"뭐야? 왜 이러는데."
"뭐야? 걱정했어?"
"미친.. 이렇게 많이 맞고 왔는데 누가 걱정을 안 해! 어쩌다 이랬는데!"
"에헤이."
"어떤 개놈이!! 누군데! 안티야? 요즘 애들이 겁이 없어! 내가 패줄게. 누군데!"
"아, 그게.."
태형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 화영은 화난듯 숨을 빨리 내쉬었다.
태형은 그 모습을 보고선 너무 진지하게 화를 내는 화영에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듯 입술을 굳게 닫았다가 열었다.
"내가 오늘 뮤비 촬영한다고 말했잖아.."
"……."
"분장인뎁쇼.."
"이런 씨.. 미쳤나 이게 진짜 죽을라고 환장을 했지? 어!? 어디서 거짓말을 쳐! 거짓말을 아오! 확 그냥 진짜로 때릴 수도 없고! 이걸!"
"아니, 아니 잠깐!.."
화영이 미친새끼.. 하고 뒤돌아 발걸음을 떼자, 태형이 당황한듯 화영의 손목을 잡아 돌려 세웠다.
화영은 놓으라며 태형을 정말 때릴 기세로 쳐다보았고, 태형은 그런 화영의 모습을 보고선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웃어?"
"아니. 나 걱정돼서 화낸 거잖아. 나 때문에.. 오롯이 나! 때문에... 그치? 그래서! 기분이 좋아서.."
"……."
"기분 좋으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장난쳐서 진짜 미안한데.. 이렇게 심각하게 걱정할줄 몰랐지.
촬영 하다말고 바로 달려온 거야. 내일모레 생일이라며! 그때 축하해 주고 싶어도.. 모레는 내가 한국에 없단말이야..
잠깐 쉬는시간에 찾아 온 거라 금방 가봐야 돼."
"……."
"잠깐! 기다려... 가지말고 기다려봐. 잠깐."
태형이 뒤 돌아 차 트렁크를 열어보았고, 트렁크 안에는 꽃다발과 옷들, 그리고 케이크까지 여러개가 놓여있었다.
화영은 트렁크를 보고 곧 한숨을 내쉬었다.
태형은 아직도 화영이 화가 났나 눈치를 보며 짜잔- 하고 트렁크를 가리켰다.
"아, 역시 기분을 풀어주기엔 별로지..? 아, 내가 일부러 거짓말을 막 친 게 아니라.. 이러지 않으면 안 나올 것 같아서.."
"……."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무작정 아무거나 사왔는데.. 맘에 안들면 버려도 돼. 진짜 생일 선물은 내가 한국 오면 사줄게! 어때!"
"지금 저것도 충분히.. 많거든."
"……"
"저걸 언제 다 먹어. 케이크는 왜 저렇게 많이 사왔는데."
"……"
"그쪽 진짜로 나 좋아해?"
"…그럼 가짜로 좋아해? 난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 안 쳐."
"……"
"행여 그쪽이 나 싫다고 해도, 내가 지칠 때까지 계속 따라붙을 건데."
"……."
화영은 자신의 앞에서 열심히 더 무언가 말을 하려는 태형을 밀치고선 트렁크 앞에 서서 케이크 위에 올려진 편지를 보았다.
"웬 편지래.."
"어때! 나 생애 처음 써보는 편지야! 그것도 여자한테!"
"버려."
"야아! 그걸 왜 진짜 버려! 내 정성이라니까!"
"달랑 생일축하해! 하나 쓰고 뭔 정성이야. 이건 왜 사! 쓸데없이 웬 안마기야. 돈이 넘쳐 흐르지?"
"별로야? 이거 버려?"
"뭘 버려! 아깝게!"
"우리도 악플러들 신고는 처음 해봐서.. 참.. "
"모조리 다 봐주지 말자. 못된 말들 하는 사람들은 다 벌 받아야 돼."
"그래. 이김에 몇명 잡아서 다시는 악플 달지도 못하게 하자. 오후에 경찰서에서 보기 전에 회사에서 보기로 했어."
"왜?"
"봐달라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얼굴이라도 좀 보려고."
"봐주게!?"
"뭘 봐줘. 일단 얼굴이나 보자- 이거지. 그나저나.. 정국이 일로 우리 여름이가 나를 찾아오다니..
항상 정국이랑 같이 오다가.. 혼자 오니까 괜히 맘이 이상하잖냐. 감동이다."
"웃기는 짬뽕이다."
"내가 웃겨?"
"뭐!"
"너 성격 엄청 달라졌어. 애가 어우.."
"뭐가아!"
윤기오빠랑 같이 작업실에 있는데 뭐가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이유를 생각해보니 정국이를 욕했던 사람 몇명을 불러냈기 때문이다.
어디 한 번 앞에서 얼마나 빌 수 있나 보자. 주먹을 꽉 쥐고선 입술을 물자, 윤기오빠는 뭐가 웃긴지 날 보고 소리내어 웃는다.
"여름이 덕분에 악플러들도 잡고! 많이 발전했다. 우리 회사."
"당연히 고소해야지! 여태동안 안 하고 뭐했대."
"악플러 고소해도 욕먹는 건 언제나 우리쪽이니까. 여태동안 못하고 있었던 거지."
"안 그래도.. 정국이 힘든데.. 저걸 그냥 두면 어떡해."
"정국이는 인터넷 댓글 같은 거 신경 안써."
"그걸 오빠가 어떻게 아는데!"
"몇년 봐온 결과..?"
"웃기네!"
"어! 손 올라간다!? 때리겠다?"
"뭐래애!"
죽어도 인터넷에 들어가지 말라는 노여름이의 말을 듣기 전에도 대충은 짐작이 갔다.
내 걱정이 되는지 자꾸만 수시로 연락을 하는 노여름 덕에 결국엔 1시간을 넘게 전화를 해버렸다.
누군가와 1시간을 넘게 통화를 한 건 또 처음이라 신기해서 화면을 계속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다.
노여름이 없이 나는 밥을 먹지도 않았고, 침대에서 내려올 생각도 없었다.
얼른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이라도 사먹으라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아, 생각해보니.. 노여름이랑 만나기 전에는 안 먹거나, 배달음식이나 먹었는데..
노여름이랑 지내고 나서부터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 사먹는 것도 참 배부르게 느껴지고, 행복하다.
전화를 끊지않고서 지갑을 챙겨 문을 열고서 나오면 엘레베이터 앞에는 익숙한 사람이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무시하려고 시선을 돌려도 그 사람은 나를 향해 뭐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노여름이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여름이가 뭐라고 하는지도 모른채로 작게 말했다.
"다시 전화할게."
대답도 듣지 못한채 전화를 끊고나서 내 앞으로 다가온 배주현을 내려다보았다.
"…기사 못 봤어? 왜 찾아와."
"봤어.봤으니까 찾아 온 거야."
"……"
"이왕 이렇게 기사도 뜬 거. 그냥 만날래? 사람들도 우리 응원해."
"너 이렇게 나한테 쩔쩔 매는 거. 사람들이 다 아냐?"
"모르지."
"알게 해줘?"
"협박 해?"
"만나는 사람 있는 거 알잖아. 가."
"왜 네 매니저랑 만나는 거. 숨겨? 알리기엔 무서워? 창피해?"
"사람답지 않은 너랑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것 자체가 창피해."
"……"
"한 번만 더 찾아와서 이상한 소리 지껄이면."
"……."
"네가 여태동안 나한테 보낸 문자들 다 올릴 거야."
"그럼 너도 같이 망하는 거야."
"나는 이쪽에 미련이 별로 안남아서."
"……"
"네가 먼저 갈래? 아니면 내가 먼저 갈까."
25층에 멈춰진 엘레베이터를 턱짓으로 가리키자 배주현은 아무말도 않고선 나를 올려다보다, 내가 먼저 가! 하고 엘레베이터에 올라탔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핸드폰 화면을 보니 형에게서 오는 전화였다.
전화를 받지않고 비상구 문을 열어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현은 잠깐 만나서 정국과 얘기를 하려고 했지만, 정국이 전화를 받지않자 에라이- 하고선 정국의 침대 위로 벌러덩 누웠다.
그러다 잠궈진 서랍 안이 궁금한지 정현은 침대에서 내려와 자물쇠를 만지작거렸다.
그러고보니.. 여기 안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네.. 이미 전정국 그 자식이 열어봤으려나..
"이 열쇠를.. 아버지가 갖고 있었다는 거잖아.."
돌아가신 날에.. 이 열쇠를 갖고 있었는데.. 없어졌다는 건..
"청소.. 해야 되는데."
문 밖에서 들리는 가정부 목소리에 정현은 아, 네- 하고 일어나 가정부에게 웃어주었다.
가정부는 정현이 자물쇠를 만지작거리자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그 서랍을 여는 걸 한 번도 못봤네요."
"열쇠가 없어서 못열어요. 정국이 빼고는.."
"아니에요."
"네?"
"분명.. 사모님이 갖고 계세요.."
"…사모님이요?"
"네. 분명히 봤어요.. 열쇠가 특이하게 생겨서 기억해요."
"언제. 언제부터 갖고 있었는데요?"
"가지고 있었던 걸.. 본 건.. 두 번 정도.. 예전에.. 회장님 그렇게 되시고.. 구급차 왔을 떄. 방에서 나올때 사모님이 손에 쥐고 있었어요.
그리고.. 며칠 전에도.."
"…정확해요? 이 열쇠가 맞아요?"
"네. 분명히.. 기억해요. 제가.. 두분이 방에 들어가는 것도 봤는데.. 원래는 회장님이 갖고 계셨는데.."
정현은 가정부의 말을 듣고서 소름이 끼치는지 한참 허공을 바라보다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멀쩡했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실리가 없잖아. 새엄마 짓인 게 분명한 거지.
방에 들어갈 땐.. 아버지의 손에 열쇠가 쥐어져있었고.
아버지가 쓰러지고 새엄마가 방에서 나왔을 땐.. 새엄마의 손에 열쇠가 쥐어져있었다..
""…그냥 보내."
정국이의 모습에 다들 놀랐는지 입을 틀어막았다. 그냥 보내라는 정국이의 말에 나는 절대 안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정국이는 내 모습을 보고선 내 앞에서 무릎을 꿇은채로 울고있는 학생에게 말했다.
"더해봐."
"……"
"인터넷에서 그랬던 것 처럼. 나한테 욕해보라고."
그 학생은 고개를 저으며 더 심하게 울기 시작했고, 정국이는 나머지 사람들의 눈을 한 번씩 보고선 입을 열었다.
" 너 일어나."
"……."
"일어나라고."
학생에게 일어나라고 하는 정국이는 평소대로 무심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학생은 울며 허리를 숙여 정국이에게 사과를 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일어나 정국이에게 허리를 숙여 사과를 했고, 정국이는 사과는 됐다며 모든 사람들에게 말했다.
"가요."
"……."
"맘 바뀌기 전에."
"……"
"가라고요."
"……"
그 말에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또 사과를 하고선 방에서 나갔고, 곧 정국이는 나가려는 울보 학생을 불러냈다.
"꼬맹이 너."
"……"
"너는 이리와."
남학생은 네에? 하고 콧물을 흘리며 정국이를 보았고, 윤기오빠는 에휴- 하고 웃으며 정국이를 올려다보았다.
"너는 반성문 쓰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