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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축주의] You And Me!! 2 | 인스티즈

 

 

 

 "왜 또 여기서 자고있는데."

 챠비의 눈이 불만으로 가득했다. 잠꼬대는 심하지 않지만─이라기보단 없지만─ 넓게 쓰고 싶어서 거금을 들여가며 산 퀸 사이즈 침대에 매일 밤 툭하면 다비드가 차지하고 들어왔다. 제 자리는 최대한 남겨주려고 갈 수 있는 한 가장자리로 누워 자는 다비드가 가끔은 대견하긴 했지만 이건 매번 주인님한테 같이 자자고 떼 쓰는 대형견에게 제 집 가서 자라고 쿠션을 깔아주며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가 사람이 말을 안들어 쳐먹으니 이젠 슬슬 짜증이 나는 것이었다.

 "니네 집은 장식이냐."

 침대에 올라와 앉아 다비드의 뺨을 톡톡 치면서 말했다. 다비드는 잠 귀가 꽤나 밝아 가볍게만 깨워도 금방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챠비의 허리를 습관적으로 끌어 안았다. 이걸 화내야 하는지 칭찬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챠비였다.

 "으음, 나 집 팔까?"

 이건 또 뭔 개소린가, 하고 욕을 한바가지 해주려던 찰나에 멈칫했다. 두 번 생각해보니 나쁘지는 않은 방법이었다. 이자식 어차피 집이 있어봤자 출퇴근도 여기서 하지 않았던가? 돈 버릴 필요 없이 그냥 팔아버리는 게 돈도 되고 여러모로 이득인 것 같았다.

 "그럴래?"

 욕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대답이 들려오자 잠이 확 깨는 다비드였다.

 

 "파~비~"

 덩치도 큰 놈이 애교는 얼어죽을. 감성이 매마르다 못해 이성밖에 남지 않진 않았지만 간혹 보이는 헤라르드의 애교에 세스크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상처 받을 헤라르드를 위해 입 밖으로 꺼내진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헤라르드가 그런 말을 들어도 상처 받지 않는다는 건 세스크 본인이 더 잘 아는 사실이었다.

 대학생 커플인 두 사람은 쉬는 날엔 헤라르드가 세스크의 집에 매일 찾아오기 때문에,─간혹 세스크가 갈 때도 있었지만.─ 쉬지 않는 날엔 학교에 같이 등교하기 때문에─이래뵈도 CC다.─ 매일같이 얼굴을 보는 사이였다.

 이 커플의 아이러니한 점은 여기서 잠깐 들춰볼 수 있었다.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원래 공부를 해오던 세스크와는 달리 헤라르드는 '나 캠퍼스 커플이 돼보고싶어.'라며 비교적 늦은 때에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세스크는 헤라르드가 그냥 이렇게 막 살다 갈줄 알았는데, 수험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놈이 세스크보다 더 독하게 공부하길래 질 수 없다며 자신도 더 독하게 맘먹고 공부했었다. 헤라르드가 얼마나 독했냐면, 그렇게 좋아하는 세스크에게 매일같이 연락하던─수험 생활을 할 때 둘은 다른 마을에 살고 있었다.─ 녀석이 그것도 포기해 버리고 공부에만 매진했었다. 당시엔 헤라르드가 하도 연락하지 않던 탓에 오히려 수험 생활을 힘들어했던 건 세스크였었다.

 그리고 결국 지금은 이렇게 같은 학교에 같은 등하교길을 밟는 사이가 되었다.

 "파비, 빅뉴스.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다비드네 집 내놨데."

 세스크는 순간 자신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수십, 수백개는 떠있는 기분이 들었다. 헤라르드의 눈에도 그의 뒤에 보이지 않는 물음표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데, 우리도 집 하나 내놓고 같이 살자!"

 "챠비랑 다비드랑 같이 사는거야?" 세스크의 눈이 더욱 휘둥그래졌다.

 "그런 거 아니야? 뻔한거잖아."

 세스크는 문득, 챠비가 허리를 너무 아파하던 날이 생각났다. 대체 무슨 일을 했냐고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던 그 날의 챠비와 유난히 그 날따라 젊어보였고, 수염도 깎았고, 얼굴이 기름지던 다비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날의 두 사람이 오버랩되었다. 순간 현기증이 나는 듯 싶었다. 자신이 학교 생활을 위해 마을을 떠나있던 틈에 어느 날 갑자기 챠비네 옆 집으로 이사 왔다는 그 다비드와 어릴 때부터 줄곧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녔던 자신의 우상이었던 챠비. 수험 생활을 끝내고 대학에 당당히 붙고난 후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오고 나니 자신이 어릴 때 그렇게 좋아했던 챠비 형아는 다른 놈과……. 물론 다비드는 생각보다 괜찮은 남자였기 때문에 세스크가 그를 인정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챠비가 허리가 아픈 건 싫었다. 시크한 챠비의 그런… 그런 모습이라니 일단 상상이 가지 않았고, 뭔가 챠비를 아주 먼 곳으로 떠나보내는 듯한 마음이 싫었다. 하지만 최우선적으로는 그가 아파하는 게 싫었다.

 세스크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했다.

 "야."

 "왜?"

 "너, 나 좋아하냐?"

 세스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오히려 헤르르드가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헤라르드 답게도 부끄럽게 무슨 소리야~ 하는 능청스러움을 보여줬다. 하지만 세스크의 눈은 꽤나 진지해 보였다.

 "당연히, 좋아해."

 "너도 나랑… 그… 하고… 싶냐?"

 뭘? 동그랗게 뜬 그의 파란 눈이 말해주고 있었다. 눈치가 없는걸까, 순진한걸까. 도대체가 이 새끼는 스물을 넘긴 남자가 맞는건가? 괜스레 화가 나고 질문한 게 부끄러운 세스크는 헤라르드의 정강이를 퍽 차버리고는 씩씩거리며 가던 길을 가버렸다.

 "아!! 야! 뭐야!! 야!! 파비!!!!" 그리고 헤라르드는 목소리가 무척이나 컸다.

 

 월요일 아침, 챠비는 수트를 말끔히 차려입고는 식빵을 한 조각 입에 물고 아직도 꿈나라를 헤메고 있는 다비드를 깨웠다. 가볍게 흔들기만 해도 눈이 떠지는 다비드였다. 눈을 뜨자 마자 웬일로 올블랙 정장을 차려 입은 멋있는 챠비가 귀엽게도 빵을 우물거리고 있으니 다비드는 일어나자마자 좋은 구경 했다며 좋아했다. 그의 볼에 쪽 소리가 나게 뽀뽀했다. 다비드의 까끌까끌한 수염이 볼에 닿아 따가웠다.

 사설 변호사 겸 탐정인 다비드는 사무실 문 틈에 명함 한 장 끼워놓고 출근은 제 마음대로였다. 한가지 일을 오랫동안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사무실을 차려 놓고서도 이곳저곳에 손을 대고는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업 계획을 야심차게 세우더니 늦잠 자는 꼴을 봐서는 아마 때려친 모양이다. 덕분에 평소에 별다른 수입은 없지만 한 번 의뢰가 들어오고 나면 당분간 먹고 살 걱정은 없었다. 거기다 평소에 워낙 챠비네 얹혀 살다 보니까 챠비의 수입으로 삼시 세끼를 떼우는 것도 일상다반사였다. 덕분에 다비드 통장으로 수입이 들어오게 되면 그의 돈 관리는 모두 챠비의 몫이 되기 일쑤였다.

 "나 오늘 늦어."

 "얼마나?"

 "열한시?"

 "헐, 너무한다."

 "너 오늘 어차피 쉴거지? 집 사러 오는 사람 잘 안내 해주고."

 "걱정 마셔." 걱정 됐다. "짐 알아서 잘 옮겨 놓고."

 빵을 삼키며 말을 끝으로 출근 길에 나서는 챠비였다. 챠비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며 거실에서 자물쇠가 잠겨 띠로리 하는 소리가 들리자 다비드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매일 밤 자는 침대지만 감촉이 참 좋았다. 누우면 이불에 푹 묻히는 것 같은 기분이 잠을 더 잘 오게 했다. 이불에 녹아드는 것만 같았다. 챠비가 자는 쪽의 침대 머리맡 옆에는 동그란 모양의 스탠드가 놓여진 낮은 서랍이 있었고, 그 위에 스탠드 옆에는 다비드의 핸드폰이 충전되어 올려져 있었다. 알람을 맞추는 것도 귀찮아 그냥 눈을 감았다. 때 되면 일어나겠지, 하는 생각으로.

 

 "당신은 너무 어려."

 매혹하듯 새빨간 립스틱으로 덧칠된 그녀의 입술이 그를 향해 말했다.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훑고 그녀의 목에 고개를 묻었다. 흔쾌히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 남자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를 더듬다가 점점 위로 올라와 허리를 붙잡았고, 떨리는 손으로 옷을 벗겨나갔다. 능숙하진 않은 티가 났다.

 "그만해, 되려 죄 짓는 기분이니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목에서 소리도 나지 안았고 입술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자는 그가 벗기려던 옷을 다시 입어버렸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침대 머리에 기대 앉았고, 멍하니 앉아있는 남자를 자신의 위로 업드려 눕게했다.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어린 남자답지 않게, 아마도 자신보다 나이들어보기 위해 기른 까끌한 수염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남자는 그녀의 무릎 위에 누워 눈을 감았다. 이제 머리를 쓰담는 손길이 따뜻해서 잠이 올 것 같았다. 여기서 자면 그녀가 또 애 취급을 할텐데, 그건 싫은데. 하지만 잠이 들었다.

 

 머리가 지끈 아팠다. 단번에 꿈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꿈에서 잠드니 현실에서 깨다니 참 아이러니했다. 오랜만에 꿈에 나와준 그녀가 썩 반갑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평생 보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눈을 뜨고싶진 않았지만 지금이 몇시인지 알아야했다. 눈을 뜨자 다비드의 시야에 들어온 건 꺼진 불때문에 전반적으로 어두운 방과 켜진 스탠드, 그리고 스탠드 앞에서 자고있는 챠비였다. 집안에 있는 그를 보고 시간이 대충 짐작이 갔다. 그는 오른팔만 침대에 걸친 채 오른팔에 기대어 엎드려 자고 있었다. 왼팔은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었고, 다리는 인어마냥 비스듬하고 가지런하게 놓여있었다. 꽤나 불편해보였다. 완벽한 챠비가 이러고 자는 이유는 하나 뿐이다. 취했기 때문이다.

 챠비는 잘 취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남 앞에서 완벽한 챠비는 정신력으로 버티며 취했어도 취한 티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남들이 없어지면 취했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비틀거리지도 않던 걸음이 불안해지고 눈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들을 한다. 그가 먼저 부축해달라고 하면, 다비드는 그의 어깨를 잡고 같이 걷는다. 그래서인지 취한 챠비가 좋았다. 남들 앞에서는 완벽한 척 하려는 이 작은 남자가 자신 앞에서는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는다니, 왠지 안심이 됐다. 자신이 좀 더 챠비에 대해, 그의 연인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져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해줬다.

 볼을 쿡 찔러보았다.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내가 얘를 들 수 있을까. 다비드는 침대에서 내려가 챠비를 부축했다. 왼팔로는 그의 어깨를 잡고 오른팔로는 왼쪽으로 놓여있는 다리를 오른쪽으로 옮겨 무릎 뒤로 손을 가져가 그대로 안아들었다. 보기와는달리 의외로 가벼웠다. 키가 작아서 그런걸까.

 정장 자켓을 벗게 하고 넥타이를 풀었다. 목 끝까지 채워져있는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꿈을 꾼 직후라 그런지 긴장됐다. 단추를 푸르는 손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자꾸만 그의 입술로 눈이 갔다. 셔츠를 벗기고는 아무짓도 하지 못하는 게 짜증이 나서 침대 아래로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아침에 옷이 널부러진 꼴을 본다면 잔소리 깨나 듣겠지만 지금은 욕구불만인건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바지를 벗겨주려고 벨트를 푸르는 데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생각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다비드의 아들내미는 이미 서있었다. 벨트가 잘 풀어지지 않아 벨트와 씨름하던 도중 챠비가 뒤척였다. 한번 잠들면 죽은 듯이 자는 챠비라서 그가 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내 챠비는 눈을 뜨더니 풀린 눈으로 다비드를 바라봤다.

 "할거야?"

 이젠 될데로 되라고 생각한 다비드가 씩 웃어보였다. "응, 할거야."

 

 

 

 

 

부제.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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