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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축주의] You And Me!! 3 | 인스티즈

리키

[해축주의] You And Me!! 3 | 인스티즈

페르난도, 다비드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허리의 통증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간밤에 모든 것들이 기억이 났다. 망할놈에 술… 중얼거려봐도 허리가 괜찮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옆에서 곤히 자고있는 다비드의 손을 잡았다. 예민한 다비드는 그런 것에도 금방 눈을 뜨곤 했다. 스르르 떠지는 긴 속눈썹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비드는 일어나자마자 챠비쪽을 보며 웃어보였다. 잘 잤어? 녀석이 웃는 모습을 보니 한대 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챠비는 그에게 얼른 일어나서 회사에 전화 하고 허리나 주무르라고 주문했다. 다비드는 황송하옵니다. 하고는 분부대로 몸을 움직였다.

 챠비는 이래뵈도 안드레아스 다음으로 마을에서 돈을 가장 잘 버는 남자였다.─참고로 다비드는 안드레아스의 회사에 모델도 겸하고 있다.─ 5성급 호텔의 오너. 그것이 챠비의 위치였다. 사실 챠비도 다비드만큼이나 출근이 제멋대로인 남자였다. 단, 로비가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오늘같이 여유로운 날도 기분이 좋았다. 허리를 주무르는 다비드의 손길도 좋았고, 푹신한 침대의 감촉도 좋았다. 하지만 다비드는 오늘 바쁠 것이다. 어제 하루종일 잠만 자느라 짐도 옮겨오지 않았고, 만약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있다면 안내하는 것은 챠비 대신 다비드의 몫일 것이다. 일을 치룬 다음 날이면─일을 치룬 날도 손에 꼽을 수 있지만.─ 다비드는 챠비를 공주처럼 대하고는 했다. 부담스럽긴 했지만 썩 나쁘지만도 않았다.

 "근데 어떻게 취한 사람이랑 할 생각을 다했냐, 변태야." 생각해보니 괘씸했다. 엎드려서 다비드의 안마를 받는 채로 챠비가 먼저 운을 떼었다.

 "네가 하자고 했잖아."

 챠비는 옆에 앉아서 안마하는 다비드에게로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진짜로?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다행이도 그렇게 세세한 것까진 기억 못하는건가. 다비드는 조금 안심했다. 역시 술 마신 챠비도 좋았다.

 

 "라모, 나왔어."

 "토레! 어쩐일이야?"

 갑작스런 페르난도의 방문에 세르히오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손님이 없어 한가로운 시간에 커피를 파는 자신의 가게에서 자기가 내린 커피를 홀짝거리며 마시던 세르히오는 카운터를 나와 페르난도를 덥썩 안아버렸다. 회사원 티가 나는 정장차림이었다. 그리고 홀몸도 아니었다.

 "인사해, 이쪽은 다비드 루이즈 씨, 이쪽은 알지? 마타."

 "오랜만이네요 세르히오 씨."

 "아, 후안! 오래만이야!"

 "저는 보이지도 않으신가보죠."

 "하하."

 후안의 투정어린 질문에 호쾌하게 웃어 넘겼다. 다비드 루이즈라고 소개받은 남자는 회사원 치고는 아주 정신 산만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첫인상이 무척이나 강렬했다. 머리가 저래서 불이익 보는 일들도 꽤 있겠는데. 그것이 세르히오가 생각한 다비드 루이즈의 첫인상이었다.

 "일 하러 온거니까 커피좀 줘."

 "네, 주문 받겠습니다."

 라모 힘들지 않게 통일하자. 하고 주문한 커피가 카페모카 세 잔이었다. 하지만 이게 식사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래봤자 드는 수고는 똑같은 거였다.

 페르난도는 현재 첼시 마을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세르히오와는 오랜 친구였고 어느센가는 연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이까지 되었다. 세르히오가 하도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니기 때문에 아는 사람도 많았다. 세르히오는 뿌듯한 마음으로 카운터에 앉아 페르난도가 있는 테이블을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눈에 밟히는 것이 있었다. 다비드 루이즈 이 남자, 페르난도의 머리를 잘 쓰다듬었다. 페르난도가 웃어보이면 머리에 손을 올려 쓰다듬고, 아이디어 회의같은 것을 하는 것 같은데, 아이디어를 내면 이번엔 뒷머리로 손이 가서 또 쓰다듬는 것이었다. 대답 대신인가? 하고 너그럽게 생각해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자신은 아주 많이, 페르난도에 관해서라면 속 좁은 남자가 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하지 못해! 하고 소리를 칠 수도 없는 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킨십이 문제였지, 둘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전혀 사심을 담은 눈이 아니었다. 그냥저냥 회사동료 내지는 친구를 보는 눈빛. 그냥 알 수 있었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둘의 사이는 질투를 하기에도 난감했다.

 딸랑─ 가게 문이 열렸다고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세르히오가 벌떡 일어나 손님을 맞았다.

 "리키!"

 너무 반갑게 맞이하는 바람에 가게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집중되었다. 물론 가게 안엔 한 테이블에 앉은 남자 셋 뿐이었다.

 "아, 아하하. 세르히. 오랜만이야."

 너무 격한 환영에 히카르도는 당황했다. 들어가도 되려나 생각했지만 이미 열어버린 문을 다시 닫고 나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히카르도는 그대로 정면으로 들어와서 카운터 앞에 앉아 늘 마시던 캬라멜 마끼아또 한 잔을 시켰다. 히카르도는 여자에게 인기가 많은 남자였다. 히카르도를 좋아하는 여자들은 어머, 그이는 분명 남자답고 쓴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마실거야, 멋있어라. 하고 제멋대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는 단걸 무지 좋아한다.

 

 히카르도는 여자에게 인기가 많은 남자다. 일단 얼굴이 잘생겼고, 한 여자밖에 볼줄 모를 것 같은 크리스찬에 성격도 좋기로 유명한 남자였다. 실제로 성격이 많이 좋았다. 워낙에 거절도 잘 할줄 모르는 성격이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 주변 사람들이 종종 고민을 상담해오기도 했다.

 그의 옆집엔 크리스티아누가 살았다. 재밌는 비디오 게임을 새로 사면 같이 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얻게 되면 같이 먹기도 하는 좋은 이웃이다. 히카르도는 싱싱한 생선이 들어왔길래 의외로 요리를 잘하는 크리스티아누에게 평상시처럼 회 떠서 같이 먹자고 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가 초인종을 눌렀다. 몇 초 후에 그가 문을 열었고, 스티로폼 박스 안에 얼음과 같이 들어있는 싱싱한 횟감을 보니 구미가 당긴다며 흔쾌히 요리해주겠다고 했다. 단, 자신이 산책을 다녀온 뒤에 해주겠다고 하며 집 안에 히카르도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 들어오라고 했다. 레알 마을 사람을 무서워하는 아이이니 조심하라는 그를 위한 배려도 빼놓지 않고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면으로 보이는 방 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들어가니 보이는 건 쇼파 위에 앉아있는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남자와 남자의 무릎 위에 올라가 엎드려있는 강아지 두 마리였다. 한 녀석은 크리스티아누네 마르셀로였다.

 "인사해, 이쪽은 레오라고 해. 레오 메시. 레오, 이쪽은 우리 옆집에 사는 히카르도 카카!"

 히카르도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리오넬을 보며 웃어보였다. 왠지 낯설지 않았다고 느꼈는데 이름을 들으니까 알았다. 바르셀로나 마을에 레오를 히카르도는 알고 있었다. 레오는 유명인사였고, 바르샤 마을에는 히카르도의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도 레오는 성격도 좋고 귀엽다며 얘기했던 걸 들은 적도 있다. 하지만 마을 어른들에게 세뇌(?) 당해서 레알 마을에 레자만 들어도 무서워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아이가 어떻게 크리스티아누네 집에 있는걸까. 거기까지 생각하고 리오넬을 자세히 본 히카르도는 그가 오들오들 떨고있는 걸 놓치지 않고 봤다. 이 아이를 위해서 그냥 가줄까, 생각했지만 크리스티아누의 성의를 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바르샤 마을에 레오지? 너 알고 있어. 대니랑 아디한테 많이 들었어."

 익숙한 이름들이 들려오자 가늘게 떨던 리오넬의 몸이 멈췄다.

 "대니랑 아디를 알아?"

 "응. 우리는 고향 친구야. 나도 대니랑 아디처럼 타지에서 살다가 이쪽 마을로 이사 온거야."

 대니와 아디는 각각 다니엘 알베스와 아드리아누 코레이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눈치가 조금 부족한 크리스티아누는 둘의 모습에 말이 잘 통하는 것 같군. 역시 리키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외모라니까. 레오가 무서워하지 안을줄 알았어. 하고 혼자 속으로 흡족해 하고 있었다. 히카르도가 들으면 미워서 엉덩이를 한 대 차줄지도 모른다. 물론 성격 좋은 그의 행동은 애교로 보일 뿐이겠지만.

 그런 와중에 히카르도는 리오넬의 눈빛에서 경계가 사라진 걸 읽을 수 있었다. 아마 '타지에서 왔다'는 말이 마음을 움직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초면이지만 몇년은 본 친구 같았다. 주변에서 얘기를 너무 많이 들은 탓도 있었고 성격이 너무 정직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훤히 보였다.

 "그렇구나, 이런 곳에서 친구의 친구를 만날줄은 몰랐어. 반가워. 리오넬 메시야. 레오라고 불러줘."

 빙고. 그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응, 난 리키." 히카르도는 그의 손을 맞잡으며 인사했다.

 크리스티아누는 그 광경이 꽤나 신기했다. 자신이 레알 마을에 사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을 때 리오넬이 자신을 대하던 태도와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오늘 다시 한번 히카르도는 대단한 사람이다. 라고 뇌리에 새기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고,

 "그럼 리키도 같이 산책 갈래?"

 동시에 조금 미워하게 되었다.

 

 산책 중간에 넓은 공원에 앉아 쉴 때 히카르도는 크리스티아누의 하소연을 들어줘야했다. 크리스티아누가 산책을 하다 무릎을 깨는 바람에 피가 났었는데, 그걸 두고 보지 못한 리오넬은 둘은 여기서 조금 쉬고, 자신은 가서 약과 밴드을 사오겠다며 쫑쫑거리며 뛰어갔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너무 편해 이곳이 레알 마을이라는 걸 잊은 듯했다. 히카르도는 괜찮을까? 생각했지만 굳이 말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말렸어야 했다. 크리스티아누는 히카르도에게 왜 레오가 리키는 경계하지 않는거지? 솔직히 나 좀 질투났었어. 부터 시작해서, 사실 레오를 정말 좋아해.─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치챘던 리키지만─ 리키가 생각하는 그런 형, 동생으로써 좋아하는 건 넘어선 것 같아. 정말 레오는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요정이야. 로 시작하는 크리스티아누의 리오넬 찬양까지. 히카르도는 짜증을 넘어서서 괴롭기까지 했다. 물론 티를 내지는 않았다. 그러던 도중에 리오넬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약을 사서 돌아왔다. 크리스티아누는 그제서야 여기는 레알 마을이고 혼자 가게 내버려둔 아이가 리오넬이라는 걸 떠올렸는지 한 걸음에 달려가 그를 안아버렸고, 자신이 좀 더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히카르도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관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약은 사서 돌아온 걸 보니 대견스러운 마음이 들긴 했다나. 스물넷의 남자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그걸 대견스러워 하는 걸 보니 이쯤되면 리오넬에겐 이상한 마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어찌하여 산책 코스를 마쳤고, 크리스티아누는 리오넬은 집까지 바래다주고 오겠다고 이따가 보자며 마르셀로와 쿤과 리오넬을 데리고 가버렸다. 잠시 어디좀 가서 시간을 떼울까. 하던 히카르도의 눈에 들어온 게 맞은편에 있던 세르히오네 가게였고, 격한 환영인사와 함께 히카르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정장 차림으로 한껏 멋있어보이는, 자신과 눈이 마주친 페르난도였다. 눈짓으로 인사를 했고, 곧 피곤해지겠구나. 하는 걸 온 몸으로 느끼며 카운터 앞으로 앉은 히카르도였다. 그 모습이 꼭 불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같았다.

 세르히오는 히카르도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그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다비드 루이즈가 어쩌고 저쩌고. 히카르도는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언제부터 이렇게 내가 피곤하게 된 걸까. 하고 생각했다. 첫 시작은 아마 리오넬이 약을 사기 위해 들렸을 것 같은 약국을 하고있는 약사 사비 알론소였다.

 사비가 고백해온 것은 가벼운(?) 마음이었다. 정말 우연하게도 둘이서만 술자리를 갖게 된 적이 있었다. 그 날 사비가 자신이 레알 마을에 오기 전에 있던 마을에 스티비라는 남자가 있었는데, 사실 그를 조금 좋아했던 것 같다. 고 얘기했었다. 다음 날 술이 깨서 히카르도를 찾아간 사비는 그 얘기 제발 아무에게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갔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 스티비라는 남자는 스티븐 제라드고, 그는 페르난도 토레스를 남몰래 사모하고 있다는 것도 히카르도는 알고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히카르도는 남에 연애 사정에 귀가 밝았다. 정말 자신은 원하지 않는 정보라고 한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이케르 카시야스였다. 그는 옛 사랑들을 고백해왔다. 첫 사랑은 챠비 에르난데스였는데, 지금은 다 잊었다고 생각했더니 다비드와 사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두번째 사랑은 데이비드 베컴이었는데, 그는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다비드 비야와 데이비드 베컴의 이름 철자(David)가 같다고,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하는 말도 남겼더란다.

 세번째는 카림 벤제마였다. 그가 고백한 남자는 메수트 외질이었다. 히카르도는 이젠 메수트는 크리스와 세르히 사이에서 거리를 재더라지 아마. 하고 속으로 관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크리스티아누였고 그리고 지금, 세르히오가 마지막이 되길 바라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이게 불과 5일동안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4일 전, 사비와 술을 마셨을 때부터 묘하게 꼬이는 중이었다.

 히카르도가 이 호모들의 고백이 괴로운 건 단 한 가지의 이유에서였다. 히카르도는 신앙심 깊은 크리스찬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잘못되었다고 나몰라라 하고싶지는 않았다. 어찌 되었든 소중한 친구들이었고, 자신의 신앙심대로 구원 되어야 한다고 얘기하면 그들이 상처를 받을지도 몰랐다. 호모 포비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동성애에 관대한 자신도 아니었다. 아이러니 했다.

 "세르히, 나 크리스랑 저녁 약속 있어서 가봐야 하는데."

 "에엑. 미안. 바쁜 사람 잡고 있었구나."

 "아니, 그런 건 아니야."

 세르히오가 시무룩해졌다. 아무래도 자신이 정말 히카르도에게 민폐를 부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히카르도의 눈에는 기가 죽은 강아지의 축 쳐진 귀가 세르히오의 머리 위에서 보이는 듯 싶었다.

 "가게 정리하고, 세르히도 올래? 아직 하고싶은 얘기도 많은 것 같은데. 마침 크리스도 나한테 그런 얘기를 하고싶어하는 것 같고 말이야."

 "정말? 그래도 돼?"

 강아지처럼 정말 꼬리와 귀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난 왜 이 사람의 기분을 다 알 수 있을까. 히카르도는 한숨 쉬고 싶었다. 하지만 웃으며 그에게 그럼. 하고 대답해주었다. 어쩌면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파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부제. 하나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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