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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ㅈ 전체글ll조회 791


 
달토끼규 E01, 절 가져주세요


 
 후두둑,
비가 떨어져 종이지붕을 두드리는 소리.
 
 솨아아아,
길가로 차가 지나가는 소리.
 
 
 
 
 후두둑. 후두둑. 툭.
 
 하,
날을 잘못 잡았나,
고 뭐고 쫓겨난 날을 내가 고른 게 아니니까.
 
 후둑, 후둑,
빗방울이 내려닿을 때마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종이 지붕 사이로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이 보인다.
하염없이 비는 오고.
 
 ...할배 미워. 
어헝, 여기 추웡ㅠ
 
 
 
 
 
 
 
  터벅. 터벅. 터벅.
오가는 사람 없던 좁은 길가에 드디어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자,
잘 하자 김성규!
 
 
 
 
 "아, 씨. 돼지들 밥 다 처먹고 후식은 무슨..."
 
 궁시렁대는 목소리를 들어보니 젊은 남자사람인데...,
호야가 지구인간들은 귀여운 거 보여주면 쥬금이랬쪙.
난 가만 있어도 원래 귀여워 쥬금 ^ㅠ^
 
 봐봐봐,
이렇게 종이 상자 위로 고개 빼꼼 내밀고,
이렇게 슈레기고양이 눈빛으로 쳐다보면,
 
 
 "먹을 건 무슨, 새로나온 원피스나 사가야지."
이 남자사람, 궁시렁 대느라 여긴 보지도 않네.
 
 
 박박박박,
박박박박,
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저번에 쵸파가, 응?"
분노의 상자긁기 콤보에 드디어 이쪽을 돌아보는 남자사람에게 다시 촉촉한 눈망울을...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내 눈을 바라봐,
 
 "..." 
 
 
 
 "저번에 쵸파가 납치되서 어떻게 됐더라..."
 터벅,
터벅.
 
 어라,
호야(=여자인간 킬러)가 분명 인간들은 귀여운 거에 쥬금ㅠ, 이랬는데
남자사람 어디가ㅠ
분명 나랑 눈 마주쳤잖아. 어디가ㅠ
 
 
 "어, 어이! 인간!!"
남자사람 가지마 ㅠ 나 지금 비 맞아서 춥고, 배고프고, 외로워..는 아니고,
가지마 허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잘못 들었나?"
갸웃거리더니 다시 발을 떼려는 남자사람에 마음만 다급해진다.
 
 "가지마ㅠ 가지마thㅔ요, 흐앙ㅠ"
그제야 다가오는 남자사람.
근데 진짜 갑자기 눈물이 차올라서 눈 앞이 잘...
ㅠ 나쁜 남자사람, 너 때문이야.
 
 
 "너, 말해?"
 "흐아앙ㅠ"
 종이상자 앞까지 걸어와 쭈그려 앉아서
눈이 마주치는 것 같긴 한데 눈물이 자꾸나서 얼굴이 흐릿하게밖에...
 
 "너, 토끼야?"
 "응ㅠ"
 보시는 바와 같이 저는
매우 귀엽고 사랑스러운 토끼입니다 이 ㅅㅂ인간노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응? 반말까냐? 다시 해봐. 너, 토끼야?"
 뭐야, 이 남자사람 이상해ㅠ
할배, 얘 이상해ㅠ
 
 "네..."
 "신기하네. 이러고 있지 말고 집에 들어가."
하고 일어서더니,
돌아선다..?
 
 뭐야, 슈바류ㅠㅠㅠㅠㅠㅠ
집에 갈 수 있었으면 이러고 안 있지 이 ㅄ(보석)같은 남자사람아 ㅠ
 
 
 엣츄-,
아... 울었더니 더 추운 것 같아.
바들바들, 떨려온다.
 
 포기하고 털썩 주저앉는데,
눈 앞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더니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생각보다 비를 맞는 동안 체온이 떨어진 건지 갑작스런 움직임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종이상자가 아닌, 다른 어두운 곳에 있다.
 
 
 터벅, 터벅,
발소리도 들리고.
 
 쿵덕, 쿵덕,
규칙적인 리듬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오랜만에 따뜻한 온기.
한참을 흔들리는 리듬 속에 갇혀 있다가 깨달았다.
내가 지금 남자사람의 심장 속에 있나보구나...
 
 
 
 
 
 
 
 
 "야, 너 먹을 거 사오랬더니!"
 "쵸파 덕후, 너 또 먹을 거 살 돈으로 만화책 사서 숨겨왔냐!"
갑작스레 시끄러운 소리에 정신이 든다.
깜빡 잠들었었나.
 
 "꺼져, 돼지 무리들."
 "너 그거 품에 만화책 맞지!"
 "아오, 애초에 춒탁후한테 맡기는 게 아니었어!"
 "꺼내보라고!"
 "꺼져!"
 계속되는 소음과 함께 흔들림이 격해지더니,
 
 
 딱콩!
데구르르르르르르르...
 
 
 "아야야... 뭐야."
자는 토끼는 개도 안 건드린댔는데 ㅠ  인간놈들.
 
 "인간, 미워!ㅠ"
나쁜 남자사람. 노매너남!
 
 
 
 근데 어째, 조용하다?
현자타임 정전인가?
 
 고개를 드니,
 
 "우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씨끄러워요, 인간님들.
 
 "꺄하하핳ㅇ학!"
얜 왜 이래. 웃는 거야 미친 거야.
 
 "하. 하. 하."
웃으면서 정색하지 마.
 
 "크크크크"
뭐야 이건, 무서워...
 
 
 "소개할게, 쵸파야."
하며 날 가리키는 남자사람이 있다.
쵸파가 뭐니?
 
 그러고는 손을 뻗어 날 들어올려 준다.
이제야 눈높이들이 좀 맞네.
 
 "안녕, 난 성규야."
 
 "으아아악!!"
 "꺄아아!"
아, 씨끄럽다고요.
 
 "아니야, 넌 쵸파야."
얜 또 뭐야. ㅠ 할배 여기 좀 이상한 덴가봐. 
나 돌아갈래.
 
 
 
 
 
 
 
 
 
 
 "크흠."
 몇 번을 더 비명과 괴성과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이상한 리액션과 쵸파 강제 개명 강요를 반복하다 진정하고 거실에 둘러앉은 인간이 여섯.
그나마 수건으로 몸을 닦아준 여자사람 하나만 정상이고 다 어딘가 이상한 인간들 같다.
마셔보라고 여자사람이 갈색 물을 가져왔는데 이거 마이쪙☆★
 
 "야, 이거 봐봐ㅋㅋ 꼬리 존나 부들부들해"
오른발로 응징.
 
 "야, 귀 움직이는 거 봐봐ㅋㅋ 쫑긋쫑긋ㅋ"
부릅. 잽, 잽, 오른발로 응징.
 
 "엄마야!ㅠ"
 "크크큭, 엄마야래!ㅋㅋㅋㅋㅋㅋ"
어딜 만져 이 변태 인간. ㅠ 내 마늘쪽같은 탐스러운 온돈이를.
너도 오른발 응,
더헉!
 
 
 폴짝, 폴짝, 
덥썩!
 
 응징을 해주려고 돌아보는데 갑자기 겁나 큰 멍뭉이가 날 맛있겠단 표정으로 보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날 주워온 남자사람 품으로 들어가버렸다. 
 
 은하도적떼 우주멍뭉족.
이 나쁜 개객끼들은 우리 달토끼들이 떡을 쳐놓으면 쳐들어와서 떡은 안 치고 쳐놓은 떡들만 쳐쓸어가는 아주 몹쓸 종자들인데,
그 중에 하나가 여기 있다니!!
할배ㅠ 나 잡아먹히면 어떡해...
 
 남자사람 품에 들어가서 나 쉽지 않은 토끼라고 노려보고 있으니
멍뭉족은 웃음을 거두더니 물러간다.
 
 조, 좋아.
나의 찰떡같은 카리스마가 먹히는군.
 
 
 
 
 "쵸파."
 "성규라고."
날 주워온 남자사람은 한참 후에야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는데
멀쩡하게 생겨서 나님 엄청 놀람요. ㅇㅇ
근데 멘탈이 비정상.
 
 "어떻게 토끼가 말을 하지?"
 아까부터 비명만 질러대던 주파수 높은 남자사람이 물어온다.
 
 
 
 "크흠. 잘 들어. 인간들."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로 한 번 쓰윽 훑어봐주니,
좋아, 다들 집중하고 있군.
역시 나의 카리스마는.
 
 "나는 달에서 온 달토끼, 성규다."
 "달토끼?"
 "달토끼?"
 "달토꺄하핳핳큭크아학하핚"
 쟨 또 왜 웃음 터졌어. 무슨 병인가?
거북이한테 허파라도 털렸나?
 
 "응응. 원래 달에서 사는데 지구에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친히 강림하신 거야."
 "프큭...크하핳크큭하하하핳핳학!"
아, 쟤 왜 저래 진짜.
 
 짜증난다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나랑 눈이 마주친 남자사람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래, 너 인간땜에 한 번 참는다.
 
 "내가 무려 달에서 지구 인간들을 도와주려고 내려온 거니까 이제 너네 인간사람들은 날 잘 모셔야 해."
하면서 스윽 둘러보니,
 
 아까부터 웃음이 헤픈 남자사람과 주파수 높은 남자사람은 감동했는지 입을 막고 들썩이고 있고,
여자사람은 행동으로 보여줄 작정인지 멀어진 갈색 물 그릇을 내 앞으로 가져다 준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남자사람의 손길과는 전혀완전 상관없이 용기를 내서 고개를 돌려보니,
나쁜 개객끼 멍뭉이는 얼굴이 일그러진다.
 
 헹,
이 멍뭉이는 이미 나의 카리스마에 압도됐군.
지구에선 우주도적도 별거 아니네. 에헤헤.
 
 
 내가 멍뭉이 하나를 나의 포풍 카리스마로 제압하느라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남자사람 몇 명과 여자사람 사이에 몇 마디 말이 오가는 듯했다.
아마, 인간들도 이 상황이 당혹스럽겠지.
 
 몇 마디 듣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어디서, 누구 방에, 먹을 거, 키워도, 방석, 이불 같은 단어들이 들린 걸로 봐서는
아마 나의 카리스마에 이미 기가 눌린 인간들이 앞으로 어떻게 나를 모실지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 같았다.
여자사람이 대화를 주도하는 걸로 봐서는 아마 여기 우두머리인 듯한데, 상황 정리가 빨라서 조쿤!
 
 
 "쵸파?"
 "성규!"
 이제 여자사람까지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잖아!
퍽, 하고 뒷발질로 날 모셔온 남자사람에게 즉결 처분을 해준다.
부릅, 노려보니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바로바로 복종하니까 좋군.
 
 "크흠, 성규. 일단 하나씩 소개해 줄게."
그래,
어디 한 번 해보거라.
 
 
 "나는 성종이고,"
그래, 여자사람. 너는 성종이구나.
 
 "이쪽부터 성열,"
주파수 높은 남자사람.
너 인간 땜에 아직도 머리가 울리는 것 같아.
 
 "동우,"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로 웃어대던 남자사람.
우주거북들이 토끼들의 간이나 허파를 노린다던데, 내 생각에 얘는 허파를 털렸나봐.... 불쌍하긴.
 
 "그리고 성규를 안고 있는 사람은 명수,"
날 모셔온 남자사람은 명수라고 하는 구나.
올려다 보니 눈이 잠깐 마주치는데, 곧 또 머리를 쓰다듬어 온다.
그래, 정신상태는 이상한 것 같지만 이렇게 자꾸 복종의 표현을 하니까, 너는 내가 거두어준다.
우리 달토끼들은 보통 얼굴로 머리를 부비적대는데,
지구인간들은 팔이 길어서 그런지 복종표시를 팔로 하는구나.
호야는 왜 이런 건 미리 안 가르쳐 줬지.
 
 "이 쪽은 호원,"
그래, 아까부터 자꾸 눈이 갔는데 저 남자사람은 달에 있는 내 친구 호야랑 많이 닮았다.
우리 구역 찌질이 호야... 그래도 지구에 몇 번 쫓겨나봤다고 이것저것 알려 줬는데,
급하게 지구로 쫓겨나는 바람에 얼굴도 못 보고 왔네...ㅠ
얘는 내 불쌍한 친구랑 닮았으니까 내가 잘 해줘야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현."
하나남은 게 멍뭉이니까.
굳이 볼 것도 없이 다시 성종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잠깐 스쳐지나가듯 보는데도 멍뭉이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보인다.
 
 
 
 "일단 밤이 늦었고, 우리 내일 스케쥴 있으니까요. 오늘 밤은 아까 얘기한대로 명수 형이랑 같이 재우고요, 내일 다시 얘기해요."
하고 성종이라는 여자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 피곤하다.
 
 
 "야, 달토끼!"
 "놀자놀자!"
씨끄러운 두 명이 달라든다.
 
 아,
인간들아.
성규님은 오늘 지구행 익스프레스 타고 오느라 무지 피곤하단 말이야ㅠ.
 
 "명수, 나 졸려.ㅠ"
하며, 잡고 있던 옷깃을 잡아당긴다.
 
 "헐, 귀여워"
 "아, 졸귀ㅠ"
아이씨, 내 온돈이 만지지 마ㅠ.
 
 
 옷깃을 더 잡아당기니
명수가 나를 안아든 채로 일어서는 게 느껴진다.
흔들흔들 하면서 빛 그림자가 몇 번 바뀌는 가 싶더니,
어둡고 포근한 이불 위에 내려준다.
 
 "나 씻고 올게. 잠오면..."
 
 뭐라고 더 말하는 것 같은데 들릴 듯 말 듯하다.
 
 
 
 
 
 
 
 
 어쨌거나
달토끼 성규, 무사히 지구에 도착했습니다. 
 
 
 
 
 
 
 
 
 
 
  
 
 
 
 

 
 


 작년에 소재 받아서 쓰다가 쓰던 홈에서 쫓겨나서 1편 밖에 음슴...ㅠ

더 써야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 중이라 ㅠ 재미없는 것 같으면 안슴yo... 부끄러워서 내일 일어나서 지울 것 가트다요...


 * 커플링 없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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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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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우와우와우와!!! 좋아요~~!!재밌어요
성규도너무너무귀여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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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ㅠㅠ지짜기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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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 규여워ㅠㅠㅠㅠㅠㅠ엄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규여워서 쥬그뮤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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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으헤헹ㅠㅠ암호닉되여??????ㅠㅠㅜ귀여워ㅠㅠ몽몽몽으로ㅠㅠ부탁해여ㅠㅠ ㅠ완전좋아ㅠㅜ 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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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 귀여워ㅜㅜㅡ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ㅡㅠㅜㅡㅠㅜ토끼ㅜㅜㅜㅜㅡㅜㅜㅠㅡㅠㅜㅡㅠㅜ 암호닉 뽀뽀틴 신청이욥!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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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 저는 감성 이라고하는데 ㅠㅠ 진짜 겁나귀엽다 ㅠㅠ 엉엉 진심 완전대박 귀여워 ㅠㅠ쩔어 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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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31으로암호닉부탁해요ㅋㅋㅋ 성규졸귀ㅋㅋㅋ그나저나여자사람? 누구지,했는데 성종이ㅋㄲㄱㅋㅋㅋㅋㅋ아잌,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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