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가 더 좋아해
W.남흑
"씨발 그만좀 쫓아오라고!!!!"
시내한복판에서 한남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순식간에 소리지른남자에게 시선이 쏠렸다.
소리친남자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않는지 인상을 찡그리며 노란금발을 쓸어넘겼다.
"지호야"
이런일은 한두번이 아니라는듯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한번 지호에게 웃어보인다. 지호는 그런 민혁이 마음에 들지않는지 다시한번 짜증을냈다.
아까 지호에게로 쏠렸던시선은 어느새 흩어져 다시지호와 민혁 둘만의 세계가 만들어졌다.
"미친년아 너 싫다고 너 싫다했잖아 대갈빡이 비었냐?"
"....뭐 항상듣는소리라서 이젠 아무렇지도않네 점심먹었어?"
크로스백을 뒤적거리며 여유롭게 질문을하는 민혁에게 어이가없어 한숨을 푹 쉬고는 민혁이 잠시 한눈을 판사이에 냅다 뛰어버렸다.
민혁은 가방을 뒤적거리던 행동을 멈추고는 저멀리 자신을피해 멀리 도망치는 지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울고싶다.
지금 민혁의 심정이였다. 다리에 힘이 풀릴려는걸 간신히 힘을주어 꿋꿋이 서있었다. 이 시내한복판에 외롭게 버려진 민혁은 금새 울어버릴듯 위태로웠다.
"학...으학....."
민혁이 무섭게 쫓아오는게 아닌걸 잘 알고있으면서도 지호는 미친듯이 뛰었다. 어느정도 시내에서 벗어났다고 생각이 될때쯤 지호는 급히 굴리던 발을 멈추었다.
아직 쌀쌀한 초봄의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지호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들이 맺혀있었다. 숨을 고른뒤 지호는 아까 마주했던 민혁의 표정이 생각났다.
분명 상처받았을것이다. 항상그래왔으니까 오늘도 분명 상처받은채로 좋다고 웃어보일게 뻔히보였다.
"씨발..."
절로 욕이 나왔다. 친했던친구가 순식간에 자신을 쫓아다니는 거머리로 바뀌어버렸다.
아니 애초에 민혁한테는 자신이 친구가 아니였을수도있다. 친구가 되기전부터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필이면 자신이 그렇게 사랑했던 여자와 헤어진날 민혁은 울먹거리며 말했다.
'좋아해 지호야 너랑 알기전부터 좋아했어'
그다음 그다음은 어떻게 됐더라? 우지호는 생각했다. 아마 자신의 기억으로는 민혁의 얼굴에 소주 반병을 다 부어버리고는 더러운새끼라고 말한것같았다.
물론 일어나고 후회했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상처받았으니 영원히 친구로서도 그냥 인간대인간으로서도 만날수없을거라 생각했다.
'지호야 안녕 속은 괜찮아? 해장국 먹으러갈래?'
웃으며 자신에게 아무렇지않게 말을 걸어오는 민혁을 보고 한동안 멍하니 정신을 놓았었다. 자신이 꿈을 꾼건가하고 지호는 그래 꿈을 꾼거구나 라는 생각에 민혁과 밥을 먹으며 흘려가며 말했다.
'나 어제 이상한꿈꿨어 니가 나 좋아한다고 말하는꿈'
'꿈아냐 그거'
민혁의 말에 그냥 그대로 해장국집을 나와버렸다. 그뒤에도 민혁은 꾸준히 지호에게 말을걸어왔다.말걸 거리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하루에 한마디씩은 말을 걸었다.
지호는 그때마다 소리치며 너같은새끼랑 모른다며 험담을해댔다. 그럼 항상 민혁은 웃었다 깊게패인 보조개를 보이며 자신을 향해 웃어보였다.
**
지호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자신의 친구들과 밥을먹고는 수업에 들어가기위해 동아리방에 두었던 자신의 전공책을 가지러갈려고할때였다.
"선배 저 진짜 힘들어요....가끔은 그냥 죽고싶어요"
누구의 흐느낌이 들렸다. 익숙한목소리 하지만 그목소리에서 흐느낌이란것을 들어본적이 없기에 생소했다.
"민혁아....."
우는민혁을 달래는듯 다른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알고지내던 선배였다.
"재효형 형은 알아요? 사랑하는사람한테 꺼져라 뒤져라 멍청한년아 그런소리를 듣고 웃는기분 알아요?
전 그걸 하루에 매번 느껴봐요 마음같아선 그냥 걔앞에 주저앉아 펑펑울고싶은데 그러면 더 멀어질것같아서 못하겠어요"
지호는 잡았던 문고리를 놓았다. 복잡하다. 한번도 단 한번도 상처받았겠지 라는 생각만 해봤지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복잡하게 꼬여버린다.
민혁의 흐느낌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재효는 안에서 계속 민혁을 달래는듯 한숨소리만 간간히 섞여 들렸다.
전공책은 어느새 잊어버린채 근처 카페에 앉아 멍하니 생각했다.
지호의 머릿속은 수만가지 생각이 뒤덮었다. 한꺼번에 많은 생각을해버리니 지호의 머리는 타버릴것같았다.
그렇게 한시간을 멍하니 보내다가 다시 동아리방으로 들어가자 언제 울었냐는듯 민혁은 아무렇지않게 책을 읽고있었다.
또 자신에게 웃어보이며 지호야 왔어? 라고 말할것이 뻔히보여 그냥 민혁을 지나쳐 전공책을 집고 다시 민혁앞을 지나치는데 민혁은 여전히 책만 볼뿐
웃음도 울음도 아무런행동도 하지않았다. 지호는 헛기침을 한번하고는 문고리를 잡고 민혁을 흘끔 쳐다보았다.
민혁은 그냥 고개를 살짝들어 지호를 잠깐 쳐다볼뿐 금새 고개를 떨궈 책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지호는 동아리방을 나와 또다시 복잡한생각에 사로잡혔다.
뭐야 이민혁 아까 그렇게 울더니 나 포기한건가?
그런건가? 하고 이제 자신을 따라다니는철거머리가 없다 생각되니 한결 편해진것같아 씨익 웃었다.
**
민혁이 일주일정도 쫓아다니지않을때는 좋았다. 점점 재효와 민혁이 붙어있는 시간이 많아진것 외엔 거슬리는것은 없었다.
친구들과 약속을잡고 실컷놀고 시내한복판을 혼자서 걷고 마치 감옥에 오래 수감되어 풀려난 사람이라도 되는듯 이리저리 휘젓고다녔다.
술을많이마셔 정신을 못차려도 이민혁이 데려오는게아니라 친구의 자취방에서 그냥 하룻밤 신세를 지기도했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같이 해장국을 먹어줄사람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점점 재효와 민혁이 붙어있는모습을봐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민혁의 웃는얼굴이 이제 자신이아니라 재효에게향하는것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지호는 한참을 생각했다.
진짜 괜찮다고 생각하는건가?
답답했다. 짜증이났다. 지호 자신나름대로 감정통제능력은 좋다고생각했다. 그치만 자신이 아니라 다른이에게 웃는모습을 보이고있을땐 속이 뒤틀리는것같았다.
민혁은 피하지도않았다. 예전처럼 웃으며 인사도 해주었고 안부를 물었다.
짜증이났다.
"이민혁"
"응?"
단둘이 있는 동아리방에서 이민혁을 불렀다. 고개를 든 이민혁에게 얼굴을 가까이해도 이민혁은 눈하나 깜짝하지않았다.
"이제 나 싫어?"
"응...? 무슨소리야?"
눈을 동그랗게 뜬채 저에게 묻는데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느낌을 받은 지호는 당황한채 민혁의 얼굴에서 멀리 떨어졌다.
"너...나 포기한거야?"
"........응 나 이제 재효선배랑 잘해볼려고"
수줍게 웃는모습이 짜증났다.
이쁘게 웃어보이는 모습이 화가났다.
자신을 좋아하지않는다는 사실에 허탈해졌다.
손을 뻗어 민혁의 뒷통수를 받쳤다. 그리고 그냥 무턱대고 입을 맞추었다. 당황한건지 살짝 벌려진 틈으로 혀를넣었다.
민혁은 말캉한혀가 들어오는느낌에 눈을 꾹감았다 뜨고는 지호의 정강이를 쎄게 차버렸다.
"아!!!!!"
정강이를 붙잡고 깽깽이발을 뛰는 우지호를 보며 화가난듯 민혁이 씩씩 거리고있었다.
"야!!!우지호!!!!돌았냐???"
"아 씨발 제대로 찼어 진짜..."
"돌았냐고 넌 싫은새끼한테 막 키스하고그래? 이게 니가 괴롭히는 방식이야?"
"아니 나싫은 사람한테 키스안해"
"그럼 왜해 왜.....왜 그러는데......."
민혁은 목메인소리를 내고는 화가났던표정은 어느새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바뀐채 두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헐 너 울어? 울지마 미안 미안해"
당황한듯한 지호가 곧 울음을 터트릴듯한 민혁의 눈을 서툴게 닦아주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 울먹거리던 민혁은 결국 어린아이처럼울음을 터트렸다.
"우지호 이 개새끼야!! 나 싫다며 사람 마음에 상처줄땐 언제고 왜그래 왜!!! 내가 너 포기한다고하잖아 왜 사람을 괴롭해 왜!!!"
지호에게 안긴채 어린아이처럼 우는 민혁을 보며 지호는 순간 귀엽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서러워 우는데 귀엽다 라니 우지호 많이 망가졌다.
"미안...미안해........민혁아...미안....."
"넌 진짜 제일 못된새끼야 알아?"
우는 민혁의 뒷통수를 쓰다듬어던 손을 멈추고는 다시 양볼을 잡고 가볍게 키스했다. 민혁이 놀란듯 지호를 바라보자지호는 수줍은듯 웃으며 말했다.
"이젠 내가 널 더좋아하나봐 사랑해 민혁아"
쌀쌀하던 초봄의날씨는 어느새 차가운얼음을 녹이는 따뜻한봄으로 바뀌어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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