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다각] 치명적 존재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b/2/2/b226888c0ded66f2aa936f72db8cf32e.jpg)
치명적 존재. 01
명수가 천천히 내게로 다가온다. 날 집어삼킬 것만 같은 저 눈빛과 날렵한 콧날, 나만큼은 아니지만 쭉 뻗은 기럭지를 볼 때면 나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진다. 꿈틀대는 한 쪽 눈썹, 매끈한 피부, 완벽한 비율. 세상의 어떤 남자도 흉내낼 수 없는 명수만의 강인한 아름다움을 나는 너무 사랑한다. 그리고 내가 그의 얼굴 중에 가장 사랑하는 그의 매력적인 입술. 그 입술이 나를 향해 열린다.
“ 사랑해, 성열아. ”
오, 나도 널 사랑해 명수야. 세상에서 가장 넓은 명수의 품이 나를 감싸안으면 그의 매혹적인 체취가 스며든다. 평생 이렇게 네 품에 안겨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 명수는 나만의… 나만의…
“ 성열씨!!!!! ”
제길, 꿈이었어.
“ 회의시간에 그렇게 엎드려 자면 어떡해요! 이건 다른 사람 쇼도 아니고 성열씨 쇼라구요! ”
“ 아우, 진짜… 쩝. ”
“ 성열씨가 한두살 먹은 어린애에요? 누가 이런 중요한 회의시간에 졸아요!!! ”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성열은 입을 삐죽 내민다. 비싼 몸이신 명수는 꿈에도 잘 나와주지 않는단 말이야. 아까워 진짜. 아무튼 저 아줌마는 도움되는 날이 없어. 그리고 대체 몇시간을 회의하는거야? 벌써 열한시가 넘었잖아? 아홉시 전에는 세수를 해줘야 피부가 살아나는 법이라구. 성열은 투덜거리며 책상 앞에 놓여진 서류뭉치를 대충 흘겨본다. 정말 지겨워죽겠어.
“ …30페이지에요, 성열씨. ”
정말이지 못살겠군.
*
“ …응. ”
“ 그래서, 니가 나한테 ‘사랑해성열아’ 라고 했다니까! ”
“ 응. ”
“ 난 그때 섹시한 니 저음을 잊을 수가 없어! ”
“ 응. ”
얜 매너남 되긴 글렀어. 그치만 난 명수의 이 무심한 면을 너무 사랑해. 다 이해해줄 수 있어. 성열은 사랑스럽다는 눈길로 명수를 한없이 바라보았다. 명수는 성열을 ‘집어삼킬것만 같은’ 눈빛으로 잠깐 바라보더니 이내 악보로 시선을 돌린다. 난 네가 악보에 집중하고 있을 때 너무 섹시해보여, 명수야. 성열은 명수의 목선을 훑으며 황홀경에 빠진다.
“ 성열아. ”
“ 응, 명수야. ”
“ 그 귀여운 손 당장 떼. ”
“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어. ”
“ 3초 안에 그 손을 떼지 않으면 내 앞에서 옷 다 벗고 스트립쇼를 하게 될거야. ”
헉. 성열은 손을 바로 떼었다. 예전부터 얘기했지만 나는 네 앞에서 옷 벗고 스트립쇼하기에는 아직 몸매가 되지 않는다구. 팔뚝살도 좀 더 빼야하고.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언젠가는 진짜 해줄게, 내가. 중얼거리는 성열을 바라보던 명수가 픽 하고 웃었다. 성열은 덩달아 방긋 웃었다. 너는 어쩜 그렇게 멋있어, 명수야? 너처럼 멋있는 남자는 태어나 처음이야. 넌 아마 신보다 아름다울거야. 아니야, 어쩌면 넌 신이었을지도 몰라. 너의 아름다움을 질투한 하늘이 너를 인간으로 만들어버린거야. 그리고 하늘은 나에게 널 가질 기회를 주셨지. 난 절대로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
“ 예뻐. ”
“ 응? ”
“ 예쁘다구. ”
“ 뭐가? ”
“ 너. ”
명수야, 제발.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내 심장을 운동시키지 말아줘. 자꾸 심장이 간질거리면서 쿵쾅대는거, 이거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거든. 사랑한다는 말은 못해주면서. 성열은 나름 애절한 눈빛으로 명수를 바라보았다. 난 지금 너 때문에 온몸이 달아올랐다구,당장 책임져.
“ 이번엔 절대로 너의 그 말에 넘어가서 너의 시종 노릇을 하는 미친 짓은 하지 않겠어. ”
“ 누가 뭐래? 그냥 예쁘다구. ”
“ 그만해! 진심이 아닌 것쯤은 나도 알고 있어. ”
“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성열아. ”
“ 누가 들으면 너와 내가 아름다운 연인 사이인줄 알겠어. ”
“ 오, 그건 절대 안되지. ”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너는 너무 아름답지만 아름다운 만큼 날 실망하게 해. 너를 그만 사랑하고 싶어서 미치겠어. 성열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긴다. 집에 가서 잠이나 자야겠어. 오늘 밤 꿈에는 명수가 나와 줄 지 의문이군. 그렇지 않으면 나는 지금 이 상실감을 절대, 무엇으로도,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을거야! 아, 가지기에는 너무 멀리 있는 나만의 왕자님, 김명수. 성열은 아쉬운 눈길로 명수를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긴다.
“ 어디가. ”
“ 집. ”
“ 누구 집. ”
“ 내 집. ”
명수에게는 물음표 따위 필요없다. 그의 질문은 마치 명령으로 들려서 재수없지만 매력적이다.
“ 왜. ”
“ 가서 좀 자야겠어. ”
“ 그으래? ”
“ 응. 아주아주 멋있는 남자랑 잠자리 약속이 있거든. 난 얼른 가야겠어, 안녕 명수야.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면서도 재미있는 짓이 시작됐다. 아주아주 재미있지만 그만큼 위험해서 이 짓을 하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한다. 왜냐하면 재미를 위해서 시작한 일이 아주 큰일이 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성열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면서 재미있는 이 짓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싸이코 같은 남자다. 특유의 새침한 눈웃음을 명수에게 날리며 성열은 얼른 작업실을 나가버린다. 지금부터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재미있는 일이 펼쳐진다. 3,2,1…,
“ 헉… 씨발년, 너…, 헉… ”
“ 으흠? 뭘 그렇게 뛰어오구그래 명수야~ 헉헉대는 거봐, 섹시해죽겠어. ”
“ 미친년. 누구랑 뭘 한다고? ”
“ 멋있는 남자랑 ㅅ…, ”
“ 아주 단단히 돌았구나, 너. 정확히 14분 전 나에게 사랑한다고 지껄이던 그 예쁜 입술로 다시 말해봐 .”
“ 뭘 그렇게 흥분하구그래. 너도 오늘 쭉쭉빵빵 금발 미녀님과 약속이 있잖아? 네 스케줄쯤은 내가 간단히 꿰고있지. ”
성열은 정말 자기가 뭘 잘못한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명수를 바라보았다. ‘집어삼킬듯한 눈빛’의 명수는 성열의 얼굴을 향해 낮게 으르렁거렸다. 성열이 너무도 사랑하는 ‘죽도록 섹시한’ 모습이다.
“ 너, 씨발년. 약속이고 뭐고 오늘 우리 집에서 자. ”
“ 안되는데… 그 남자 아주 비싸. ”
“ 죽고싶지, 너. ”
“ 뭐,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
“ 너 지금 당장 내 집으로 ㄱ…, 아니지, 그냥 따라들어와. ”
이로써 성열의 승리다.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더 아프다고 했던가. 이들에겐 웃음거리에 불과하다. 성열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명수를 따라 작업실 안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뭐하고 놀지~ 작사노트에 손을 좀 대볼까….
“ 근데 성열아. ”
“ 응. ”
“ 우리 당분간 안보기로 하지 않았어? ”
*
쿵쿵쿵, 무거운 헤비메탈의 리듬이 빠른 속도로 울리는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에서 아리따운 ㄴ,남정네가 쌔끈한 금발의 남자의 앞에서 한없이 사랑스러운 눈웃음을 보이며 치근대고 있다. 둘은 마치 연인인듯 보였고 그들 앞에 놓여진 술병의 개수는 그들이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알려주었다.
“ 흐응, 그래서 자기는 이름이 뭐야? ”
“ 니 자기 이름은 남우현이다. 내 이럴줄 알았어. 빨리 따라와. ”
금발의 남자가 입을 떼려는 순간 한 남자가 헉헉대며 다가와 작업 중이던 자신의 남자, 그러니까 성규의 손을 확 낚아채 우월한 기럭지(?!)로 거침없이 문 앞으로 걸어간다. 눈 앞에서 어이없이 ‘물건’을 놓쳐버린 성규는 미간을 있는대로 찌푸리더니 우현의 손을 확 뿌리치며 눈이 세모가 되어서는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린다. 우현의 표정은,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어이상실.
“ 야!!!! 니가 뭔데 내 작업에 방해질이야!! 아오 진짜 맨날 중요한 순간에만 나타나서는! !”
“ 이 뻔뻔한 새끼가 뭐래는거야! 너의 작업은 맨날 클럽 돌아다니며 여러 종류의 술을 섭렵하고 키크고 잘생긴 그것도 금발인 남자만 골라 이름이 뭔지 물으며 노닥거리는거냐? 그 시간에 워킹연습이나 더 하겠다!! ”
“ 내가 찌질이 아마들처럼 워킹연습이나 하며 지적질을 받아야 디자이너들의 러브콜이 들어오는 줄 아나본데, 아니거든!! ”
“ 너도 한때 그 찌질이 아마였다는걸 모르냐? 잔말말고 따라와! 아오 얠 죽여, 살려 진짜. ”
“ 죽여봐 이 새끼야!! 너도 할일없이 여자들이랑 노닥거리는 것이 취미인 것은 나도 다 알고 있거든! 내가 치사해서 이 말은 진짜 안하려고 했는데 지난번에 너 샤워할 때 김영자인지 뭔지 하는 기집애가 전화와서는 ‘우리 우현이는 어디있죠?’하는데 구역질이 나려는 것을 혼신의 힘을 다해 참았어! 어디서 사돈남말질이야 카사노바 새끼가. ”
“ 미안하지만 영자씨는 애가 셋 딸린 50대 아줌마거든 이 웬수같은 새끼야? ”
할 말이 없어졌는지 눈동자만 열심히 굴려대는 성규의 손목을 마저 붙잡은 우현이 클럽 앞에 주차되어 있던 차에 성규를 구겨넣고는 자신도 차에 올라탄다. 그 남자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입맛을 쩝쩝 다시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성규를 보며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우현이였다. 내가 할일없는 백수새끼도 아니고 여기저기 클럽 돌아다니며 얠 잡으러다니는 것도 한두번이냐고.
“ 잠깐. ”
“ 뭐. ”
“ 너 내가 거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혹시… ”
“ 응, 혹시야. ”
“ … 영은이 누나?
아오 제기랄!! 내가 누나 입단속을 얼마나 단단히 시키고 갔는데!! ”“ 영은이 누나가 날 얼마나 좋아하는지 넌 모르지? ”
“ 거봐 이 새끼야!! 카사노바 맞네 이 개자식이! ”
“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며 기삿거리를 제공하는 너를 붙잡아 줄 수 있는 것이 나뿐이기 때문이지. ”
“ … ”
또 할말이 없어진 성규가 뭐라 궁시렁대던 말던 우현은 오늘 역시 건방진 짓을 한 성규를 삶아 먹는 방법을 고민중이다. 어떻게 해도 말을 들어야 말이지. 눈만 마주쳐도 부끄러워 얼굴 붉히며 수줍어하던 젊은(?) 연애시절은 이미 웃음거리가 된 지 오래다. 헤어지지 않고 서로 한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알콩달콩했던 지난 나날들은 이제 서로를 공격하는 무기요 자신을 방어하는 방패가 되었다. ‘그러면서 왜 같이 사니?’ 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만약, 아주 만약 그런 질문을 그들이 받게 된다면 대답할 것이다. ‘집안일 혼자 하기 귀찮으니까.’
“ 야, 내일 아침당번 너인거 알지? 오늘 설거지당번 너였는데 안하고 튄 거 다 알고 있어. 개새끼. ”
이렇게.
*
“ 아오 진짜! 너 정말 죽어볼테냐?! ”
“ 너야말로 진짜 죽고 싶지 않으면 마저 써라. 그래서 언제 다섯 장 채울래? ”
“ 내가 왜 이 나이를 먹어서!! ”
“ 딴소리하고 튈 생각은 꿈에도 하지마. 분명히 네가 쓴 각서도 여기 있으니까. ”
“ 으앙!!!! ”
오늘 역시 ‘작업’에 실패하고 우현에게 붙잡혀 집에 들어온 성규는 자기의 손으로 직접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서 쓴 각서의 내용에 따라 반성문 다섯 장을 쓰게 되는 영광을 거머쥐게 되었다. 아침 당번과 설거지 당번, 빨래 당번 일주일 추가까지. 이것이 어째서 연인의 모습이냐고 생각하는게 어쩌면 당연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인것을. 조금, 아니 많이 유치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연인이 아닌가.
“ 누가 그렇게 글씨 큼지막하게 쓰래. 9포인트로 맞춰서 써. ”
“ 싫어, 미친새끼. ”
“ 각서엔 이미 그 조건이 쓰여 있는걸? 9포인트로 쓰지 않을 시 처음부터 다시. ”
“ 아아아아아아아악!! 엄마!!!!!! ”
단지 그 연인이라는 단어가 그들에게는 조금 과격한 것일 뿐이다.
소심돋는 이야기 .. 안돌아오겠다고 혼자 난리쳐놓고 결국은 돌아왔습니다.
재미없..없을거에요. 저도 알아요..
그렇지만 더 노력하겠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야동 나옵니다!
그럼 오글거려서 이만 사라지겠사와요. 안녕 여러분.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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