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온앤오프 몬스타엑스 샤이니
은희 전체글ll조회 3240l
교복이 닳고 닳았고 꽉 끼거나 키가 훌쩍 자라 바짓단이 깡총해지기 까지 한 3학년 겨울이었다.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고 선생들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나름대로 자유로웠고 즐거웠다. 추위에 내린 눈은 질퍽거렸고 그 질퍽거림 사이에서도 행복했다. 3년 내내 달고있던 어린애, 라는 호칭도 이 질퍽거림과 끈적함 사이로 밀려가 버리길. 몇 개월 만 지나면, 며칠만 지나면 교복도 새것으로 바뀔테다. 은근한 기대가 부풀고 억눌러졌다.

으레 수업시간은 모여 음담패설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눈이 내리고 날이 추워 밖에서 축구, 농구 등 몸을 굴리는 건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건 음담패설과 게임얘기.나름 공부한다는 애들은 책에 코를 박고 머리를 굴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자유롭고 해방적인 이 질탕함 속에 나를 묻고 싶다. 그러고 싶었다. 

망나니 같은 하루 속에 튀어나온 너란.

체육복이 네게 맞는 게 아닌 것 같았다. 흡사 네가 체육복을 입고 있는 게 아니라 네가 체육복 안에 구겨넣어진 느낌. 헐렁한 체육복을 입고 의자에 거꾸로 걸터앉아 입이 터지도록 웃던 너. 내 마음 속에 구겨 들어온 것 같던 너. 느낌이 묘했다 별 거 아닌 것 처럼 넘겼던 그때 당시, 너는 자꾸 얼얼하게 내 뒷통수를 때렸고 너로 인해 몸을 뒤틀었다.

하루를 질퍽거림과 축축함 , 그 중간에서 시작했고 끝도 그렇게 마무리 짓게 되었다. 하루하루가 닳아갈수록 너 마저도 닳아가는 것 같았고 일찍 너를 발견하지 못한 나를 탓했다. 내 이상형도 온통 너로 얼룩졌다. 아니, 내 이상형이 너로 바뀌었다 하는게 옳을 거다. 졸려 보이는 것 같아 싫었던 축 쳐진 눈매는 나른하고 뇌쇄적인 눈매로 변했고 짧은 손가락도 예쁘게 다듬어진 귀여운 손가락으로 변모했다. 내 시야가 온통 네 위주로 돌아갔고 너만큼 내게 중요한 게 없었다. 

너는 상상속에서 내게 느긋하고 다정했다. 행복한 손길로 나를 어루만지고 쓰다듬는 순간, 순간을 상상하며 몸을 뒤틀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때는… 네가 아닌 환한 형광등 만이 내 눈을 부셨을 뿐. 너는 내 상상속에서만 숨쉬는 존재였고 내 상상안에서는 교태넘치고 나를 위해 살아있는 것 같았다. 

너는 굳은 살처럼 내게 푹 패여갔고 나는 다급하고 음울한 기분으로 매 하루를 맞았다. 

졸업이 코에 닿았고 나는 조급해졌다. 미리미리 번호라도 따둘 것을 후회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굴어볼 걸 그랬다. 결국 졸업 당일에도 너는 내게 닿을 수 없는 존재였고 말 조차도 쉽게 걸 수 없었다. 

꽃다발을 안고 환하게 터지는 플래시에 맞춰 밝게 웃는 너. 깔끔하게 다듬어진 머리와 잘 차려입은 코트. 지금이라도 꽉 안아버리고 싶었다. 품에 안고 좋아한다, 사랑한다 고백하고 싶었다. 내 생활의 활기와 윤기로 내 일부를 윤택하게 빛냈던 너였기에.

내 눈에 마지막으로 투영된 너는 순결하고 성숙한 모습이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독자1
오옹..잘보고갑니다 헉헉 이걸로 팬픽쓰면 작품나올것같네요!
11년 전
은희
실제로 그렇게 쓰여진 작품이에요!ㅎㅎ
11년 전
독자2
우오오 그렇군요!
11년 전
은희
동방신기중 두 명이 모델이었어요ㅎㅎ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기타 네가 좋아4 02.24 03:08
기타 권태기4 남자친구 02.24 02:08
기타 [학교2013] 그리고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 외전 - 어른이 되기 직전에는 140 어이쿠야 02.24 00:55
기타 고작 1년 전에 끝난 여중에서 짝사랑 2 02.24 00:34
기타 고구마2 경배 02.24 00:06
기타 여전히 9 한결같은 02.24 00:05
기타 [일기] ' 괴다 ' - '사랑하다' 의 예스러운 표현3 도령 02.23 23:54
기타 배고프다 02.23 23:01
기타 네가 따뜻해서 봄이 왔다5 은희 02.23 22:38
기타 치킨2 02.23 22:35
기타 심심하다 부대찌개먹고싶.. 02.23 22:24
기타 몽정기4 은희 02.23 22:21
기타 창수오삼불고기7 02.23 20:05
기타 짧은글1 02.23 17:18
기타 미국유학중 게이가된것같다;;1320 미국큥이 02.23 15:06
기타 심장박동4 02.23 13:17
기타 3 겨울밤 02.23 04:31
기타 좋아하는 가사들2 없다 02.23 04:28
기타 그림1 겨울밤 02.23 04:15
기타 놓은게 아니라 놓친것2 02.23 02:16
기타 이불4 02.23 01:49
기타 [마르크바르트라+세르히로베르토] 해축주의 02.23 01:25
기타 순간1 02.23 01:20
기타 이대로1 02.23 01:16
기타 삐삐삐삐 02.23 01:11
기타 [국대망상] 흑설공주 0316 까끌러워 02.23 01:02
기타 [챠비야] 울고있는 아이와 그의 상관관계1 02.23 00:53
전체 인기글 l 안내
6/17 8:32 ~ 6/17 8:34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