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런 일도 하고 있지 않았어, 아니 너에게 줄 커피와 과자를 담고 있었지. 너는 평소 커피를 좋아했으니까 평소보다 좀 묽게 끓인 커피를 막 잔에 따르고 있었어. 아슬아슬하게 커피를 커피잔 목에 맞춘 순간 문이 콰당하고 열리며 Y가 들어왔지. Y는 평소 그 답지 않게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어. 나는 그저 웃기게도 Y가 화장실이 급한가 하고, 화장실은 저쪽이야 하며 손가락을 뻗어 화장실을 가리켰지. Y는 숨을 빨아먹으며 컥컥 도리질쳤어. Y의 바싹 마른 등에 날개가 붙은듯 등근육이 활개쳤고 나는 그때까지도 무슨 일이 일어난 줄 몰랐어. Y는 그 큰 눈을 그렁그렁하며 울었어. 나를 향한 얼굴엔 콧물과 눈물이 범벅, 정말 말 그대로 범벅되어 있었지. 네가 평소에 자주 먹던 샐러드 같이 말이야. 나는 Y의 등을 침착하게 두들기며 무슨일이야 물었고 Y는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어. 나는 찬 물이 담긴 잔을 Y에게 건냈고 그는 간신히 잔을 받아들며 다시 울기 시작했지.
Y는 네가 죽었다고 했어.
나는 무슨 말인가 했어. 순간 어…뭐라고 표현하면 네가 알아들을 수 있을까. 내 안에 자리하던 얇은 막이 파삭 하고 부서지는 느낌…이 그때의 내 마음과 가까울려나. 나는 씩 웃으면서 더욱더 침착하게 Y의 등을 두들겼어. 늘 질기고 억세던 Y의 등이 녹신해져 있었어. 씩씩하던 콧망울 마저 저 커피처럼 묽어져 버렸더라고. 나는 아, 정말로 네가 죽었구나 실감했어. 하지만 그때까지도 네가 죽었다는 건 막연하기만 했어. 너는 분명 맑그레 웃으며 내일 봐 하고 소리내었으니까. 감기에 걸려 코맹맹이던 목소리도 아직 기억하는데. 나는 쉽게 Y를 신뢰하지 못했어. 아니 Y를 신뢰하고 싶지 않았어. 네가 죽었다는 사실은 내게 너무나 어려웠으니까.
죽었다니까.
Y는 어린아이처럼 발을 구르고 목놓아 소리내어 울었어. 나는 어찌…Y가 그렇게 우는데도 점점 차분해지기만 했어. 눈물은 커녕 흔한 감정의 동요조차 일어나지 않았어. Y는 내가 건넨 크리넥스 한 통을 모두 쓰고 나서야 내 손을 잡아 일으켰어. 병원에 가자며 내 손을 잡은 Y의 손은 지나치게 따스하더라. 나는 조금 안심이 되었어. 나는 이제서야 Y의 신발을 보았어. 얼마나 급하게 뛰쳐나왔던지 크게 T병원이라 쓰여진 슬리퍼더라고. 나는 Y에게 네 신발은 어딨어? 하고 물어보았어. Y는 꾸물거리는 나를 향해 침을 한 번 삼키고 조금 우물쭈물거리다 대답했어. 피가 너무 많이 묻어서 버렸어. Y의 투명한 목소리가 벽을 타고 쨍그랑쨍그랑 자꾸만 울렸어. 평소엔 잘 맞던 신발이 오늘따라 들어가질 않아, 사실 그건 내가 죽은 네 모습을 보기 싫어 미루는 것일지도 몰랐어. 네가 죽었다는 사실을 내 눈으로 확인한다면 넌 정말로 죽은 사람이 된다는 거잖아….
그때까지도 나는 눈물이고 뭐고 슬픔조차 밀려오지 않았어. 나는 그저 담담하게 Y의 눈물을 보고 있었고 여분으로 챙겨온 크리넥스를 뽑아주며 Y를 달래주고 있었어. 지금까지 너와 공유해왔던 시간이 조금 스치긴 했지만 그건 내게 아무런 파동도 주지 못했지.
병원에 도착했어. Y는 정신없이 네 이름을 부르며 응급실을 헤쳤고 나는 Y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헉헉거렸어. Y의 손길 아래 네가 보였어. 유난히 길던 목이 눈에 잡혔어. 그리고 흰 천이 네 위로 엎질러져 있더라고...Y는 그저 털썩 주저 앉아 큰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어. 그 덩치가 엉엉 우니까 좀 웃기기도 하더라…. 나는 조심스레 흰 천을 들어올렸고 푸른 입술이 눈에 잡혔어. 네 피부는 딱 기분 좋은 온기가 남아있었지. 나는 그 푸른 입꼬리를 당겨 억지스럽게 미소를 지어내보였어. 늘 주름지던 네 얼굴이 입만 씰룩하니까 너무 못났더라. 나는 다시 천을 당겨 덮었어. Y는 울기에 바빴고 나는 음 글쎄.
그냥 덤덤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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