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려보니 계절은 벌써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점점 더 가벼워졌고, 더 짧아졌으며 물론 나 또한 그랬다.
오랜만에 오프 숄더를 꺼내 입고 학교에 가니 하루 종일 나재민의 입매가 묘하게 가늘어져 있는게 귀여워서 남몰래 웃기도 했다.
"...누나."
"응?"
"아니...아 정말...."
"왜 그래?"
안절부절 못하는 나재민 모습이 귀여워 일부러 한동안 오프숄더나 원피스를 입고 학교에 가니 하루는 재민이가 내 두 손을 꼭 붙잡고는 몇번이나 망설이며 입을 뗐다.
"아니...누나...너무 예쁜데..."
"아 정말? 나 예뻐? 옷이 예뻐서 그런가. 이런거 더 살까?"
"아뇨!"
"왜?"
"아니...아 나는 누나가 뭘 입든 예쁘니까...이거...안 입으면 안돼요...?"
"그치만 나는 이게 좋아서 입는건데?"
"아...아 그건 당연한데..."
뒷머리를 벅벅 쓰다듬으며 몇번 입술을 깨문 나재민은 결국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 입고 싶은거 입어야죠. 그건 내가 뭐라고 할 수 없는거니까."
"..."
"...왜 이렇게 다 예쁘고 그래요 진짜."
"...재민아. 나 사실 일부러 이런 옷 입고 온거야. 너 진짜 귀엽다."
웃음을 참으려 씰룩거리는 내 입가가 어리둥절한지 고개를 갸웃하더니, 내 고백에 울상을 짓는다.
반듯한 눈썹을 축 늘어뜨리고 나쁘다며 칭얼거리는게 귀여워서 소리내 웃었더니 곧 같이 웃는다.
"나 사실 이런 옷 별로 안좋아해. 불편하거든."
"아 누나 정말..."
"오구, 우리 재민이, 마음에 안들었어?"
"어린애 취급 하지 마요..."
민망한듯 웃는 얼굴이 빨개졌다.
가끔 이럴 땐 내가 정말 한 살 어린 애랑 사귀고 있구나- 하는게 느껴졌다.
아, 물론. 행복하다고.
미국에선 여름이 다가온다는 것은 3개월 정도의 긴 여름 방학이 시작된다는 말이었고, 그 전에 기말 고사가 시작된다는 말이었으며, 또 가장 중요하게는,
프롬 이 다가온다는 의미였다. 그래. 미드나 옛날 옛적 봤던 하이틴 영화에서 나오던 그 프롬이 다가오고 있었다.
프롬이라는건 미국 고등학생들의 학교 행사 중,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행사다.
여자애들은 몇주를 드레스를 보러 다녔고 남자들은 누구에게 프롬 신청을 할 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도 했다.
"프롬? 근데 그거 하기 전에 우리 파이널(기말)있잖아."
우리와 역사 수업을 함께 듣는 시에나가 나에게 드레스를 보여주며 꺅꺅대자 이동혁은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며 얄밉게 덧붙였다.
이동혁은 올해는 갈 생각이 없다며 쿨하게 패스를 선언했기에 남들이 얼마나 설레어하는지 별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나와 시에나가 노려보자 어깨를 크게 으쓱해보인 이동혁은 자못 억울한 듯, 곁의 루카스에게 투덜댔다.
"지금 선생님들이 숙제를 얼마나 많이 내주는데! 외워야 하는 것도 얼마나 많은데! 그치 루카스?"
"동혁 맞아. 근데 나도 엄청 Excited! C'mon dude, it's prom. Everybody should be excited for it."
"루카스는 누구한테 물어볼거야?"
"Me? 음....글쎄?"
"우리 누나랑 같이 가지 그래?"
그 말에 열심히 포크질을 하던 재민이의 손길이 뚝, 멎었고 덩달아 내 손길까지 멎었다.
시에나는 여전히 드레스를 보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고 이동혁은 계속해서 떠들고 있었으며, 그 중 루카스만 유일하게 미묘하게 굳은 나재민과 나를 캐치했다.
"...여주? 글쎄...사실 Me 별로 안가고 싶어!"
"엥? 너 방금 신난ㄷ-"
"No! 그냥! 동혁, Chemistry Homework 끝났어?"
식은땀이 흘렀다.
누가 봐도 눈치챈 듯한 루카스의 행동에 내가 머리를 싸매자 나재민은 몰래 손을 내려 나를 톡톡 치곤 다시 포크를 집어 들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뜻인가. 크게 걱정은 안됐지만 동시에 좀 신기하기도 했다.
어떻게 루카스도 알았는데 이동혁은 모르지?
"여주...재민이랑 Date 하지?"
"...응. 근데 쉬시. 동혁한테는 말 하지 마. 약속."
"약속? Promise? 응응! 안해. 근데 왜 안해?"
"동혁이는...나랑도 그렇고...재민이랑도 멀어질 수 없는 사이잖아. Just in case.(혹시 몰라서)"
"Got it. Don't worry. I won't tell anyone." (알았어. 걱정마.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
장난스레 입에 지퍼를 잠그는 시늉을 하는 루카스에 웃으니 그 애도 똑같이 웃었다.
만난지 한달 쯤 됐는데도 오래 만난 사람처럼 편한 그 애의 기운에 조금씩 비밀을 털어놓는 좋은 친구가 됐다.
루카스도 나도 서로를 전혀 나를 이성적으로 보지 않았기에 가능한 우정이었다.
"재민, Me 그만 Jealous 해야 되는데."
루카스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여주랑 있는거 볼 때 마다, 재민 눈 이렇-게 무서워져."
"...미안."
"No, No! 미안 안해도 돼. I understand."
"루카스는 좋아하는 사람 없어?"
"나 사실 좋아하는 사람 있어. 홍콩에."
"정말?"
"응. 어렸을 때 부터 좋아해. 그러니까 재민, 나 그만 질...투? 질투? 해야해."
루카스가 어깨를 과장되게 흔들며 슬픈 척을 했다.
그러게나 말이다.
내 위로는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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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일주일? 만 이네요 여러분ㅠㅠㅠ
오늘 글도 뭔가 재미도 없고...ㅠㅠㅠㅠ 쓰는데 계속 갸우뚱하게 만든 글이었어요...하....
알바에 치여 여유를 잃었습니다...댓글도 못 달아드리고ㅠㅠㅠㅠ
겨우 겨우 확인만 하고 나오는게 다 였던 슬픈 인생...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
최대한 빠르게 돌아오려고 노력할게요ㅠㅠㅠ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잉잉 초록글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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