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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전체글ll조회 464


 

* 가능하면 BGM 들으면서 봐 주세요.

 

 

 

Name BLUE

A  잊혀진 봄

 

w. BLUE

 



"B. 나는 지쳤어. 우리 조금, 아주 잠시 쉬어가는 게 어떨까."
"..."
"서로에게 없다는 것, 알고 있었잖아. 나에게 조금 휴식을 줘."

​잘가, 미안했어.
이 봄의 ​시작도 너였고, 끝자락을 마무리 짓는 것 역시도 너다. 역겨운 동시에 비겁한 나는 끝내 입을 열지 못했고, 너는 끝내 눈물을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서로에게 나름의 배려를 베풀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내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닌 남을 대하는 태도의 배려.

평소 답지않게 덜덜 떨리는 너의 그 여린 목소리는 내 귀에서 점점 멀어져 갔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등을 보이고 있는 네 어깨는 잔뜩 움츠려 있었다. 잔뜩 말라서 그새 더 작아진 네 등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주춤주춤 들썩이는 야윈 등이 네가 울고 있다는 걸 내게 말해줬지만, 나는 널 달래지 않는다.

​결국 끝까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 사랑해. 나도 네가 표현이 없는 나에게 지쳐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이런 시간이 올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예고도 없이 덜컥 앞으로 다가 온 시린 여름은 나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근 몇시간 전만해도 네가 머물던 집이 낯설었다. 쇼파에 놓인 쿠션과, 탁자에 놓여있는 먹다 남은 커피가 담긴 컵. 화장실 앞에 널브러져 있는 축축한 수건, 미처 빨래 바구니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 아래에 떨어져 나뒹구는 퀴퀴한 양말. 너를 떨쳐내고 마주한 '나의 집'은 더 이상 나의 공간이 아니었다.

​한시라도 빨리 지워야 한다. 이 자욱들도, 이 흔적들도 모두 다.



​​그 사람이 잠궈 놓고 달아난 창고를 열었다. 퀴퀴한 썩은내가 두통을 불러 왔지만 시간을 끌기는 싫었다. 빨리, 가능한 빨리. 일은 미룰수록 의지가 약해지는 법이랬다. 당겨오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달래며 큼지막한 상자를 찾았다.

그 남자가 이곳에 머물 적, 두어번 말한적이 있었다. 상자에 추억을 담아 버리면 된다고. 이유는 없이, 그저 그러면 된다고.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얘기하는 그가 인상 깊었었다. 먼지에 둘러 쌓여 색깔을 잃어버린 상자는 정말 컸다. 성인 남자도 하나 정도는 들어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모든 자욱을 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할 것이 틀림 없었다. 큼지막한 상자를 낑낑대며 어두운 창고에서 끌고 나오고는 낡은 창고를 다시 걸어 잠궜다.​

하나, 둘.
서서히 집안이 비워지고 있었다. 정리를 하면서 느낀 점은, 내 집이라는 이질적인 공간에는 내 물건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것. 나의 전부가 너 였기에 남겨둘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러다 정말 빈털털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이 잠시 내 머릿속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인간이란게 참 이상한 것 같다. 이제 제법 괜찮아졌나 봐. 요란한 효과음과 함께 휴대폰 메신저로 전해져 온 친구놈의 실없는 농담에 비식 웃음이 나왔다.


​​​*​​


밤과 새벽의 끝자락을 잡고 월요일의 아침을 기다렸다. 길고 길던 주말이 끝났고, 새로운 일주일이 시작된다. 화실이야 점심이후에 나가는 편이 더 좋을 것이고, 이대로 잠자리에 들기에는 틀린 듯 싶었다.

냉장고에는 반쯤 비어있는 생수통과, 찌그러진 캔맥주 조금이 전부였다. 아주머니를 자른 것, 잘못 선택한 것인가 싶었다. 장 봐다 냉장고에 넣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귀찮게 걸어야 하지 않은가.

​쇼파에 구겨져 있던 목이 늘어난 큼직한 흰색 반팔셔츠를 걸치고 그 위에 ​옷장에 있는 옷들 사이에서 남색 가디건 하나를 꺼내 입었다. 근래에 도통 손질하지 않은 머리가 보기 좋게 엉켜있는 걸 깨닫고는 급하게 모자를 뒤집어 썼다. 누가 들어오더라도 가져갈 것도 없는 집이지만 혹시 모르니까 문을 꼼꼼하게 단속하고서 집앞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새벽이라 그런가, 생각했던 것 보다 쌀쌀했다.

봄이 늦는구나. 벌써 4월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이렇게 춥다. 몸을 좀 더 웅크리고 느릿한 걸음으로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대충 사서 집에 들어왔다.​

우유, 물, 맥주, 그 외의 즉석식품과 몇가지 안주들.
본디 요리에 소질이 없으니 끼니는 3분카레와 같은 즉석식품으로 때워야 할 것이고, 술을 달고 살게 될 테니 안주들이 필요할 것이었다.

그닥 유쾌하지 못한 현실에 괜시리 짜증이 치밀어 맥주캔 하나를 집어들었다. 혼자 마시는 술은 재미 없다만은, 지금 누구를 부르기도 뭣한 시간이다. 누구던 백주대낮부터 술이나 마신다며 꾸중할게 뻔한 일이었다.

달칵.
시원한 소리를 만들어 내며 뻐끔뻐끔 거품을 뱉어내는 맥주캔이 원망스러웠다. 이유도 없이.

캔의 겉부분을 타고 흘러내리는 거품을 손으로 벅벅 닦아내고는 말 없이 한 모금, 두모금 마셨다. 딱히 할 말도 없었고, 말을 할 상대도 없었다. 계속해서 진동하며 친구란 놈들의 말을 전해주는 반짝이는 핸드폰이 내 옆을 묵묵히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샊이야ㅑ 아직자냐?!??   오전 9:32
야  오전 9:32
점심가치먹자 오전 9:33
(이모티콘)  오전 9:34

 

 

싫어, 씨발 놈들아.

 

 


-

처음 뵙네요, BLUE라고 합니다. 글잡에 연재하는 건 처음이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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