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오세훈] 남자인 사람 친구 01 (부제: 우리 연인 사이 아니에요.)
“ 오세훈, 집에 안가? ”
“ 나 애들이랑 PC방. 너 먼저 집에 가 ”
내가 느릿하게 책 하나 들어가지 않아 먼지 처럼 가벼운 책가방을 어깨에 매며 물었다. 평소와 같았으면 내 뒤를 따라 나설 녀석인데 오늘따라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시선을 여전히 핸드폰에 둔채 대충 대답을 던질 뿐이다. 모두 그 놈의 롤이 문제다. 세훈은 공부, 게임을 할 정도로 머리가 좋은 녀석이 아니다. 옆반 벽백현이라는 아이가 녀석을 꼬시기 시작한 후부터 게임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여느 남자 아이들 처럼 말이다.
“ 또 롤? ”
“ 응, 또 롤. 집에 혼자 갈 수 있지? ”
“ 이제 와서 걱정 해주는 척은. 나 간다! ”
쿨하게 돌아섰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서운하지 않지 않았다. 세훈에게 있어서 나보다 먼저인건 아직까지 없었다. 언 3년 동안 말이다. 쿨하게 돌아서긴 했지만, 다시 한번 내 이름을 불러 세워줬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치만, 세훈은 내 뜻대로 하지 않았다. 단단히 삐칠 예정일것 같다. 녀석의 말 몇번에 금방 사르륵 녹아버리고 말겠지만 말이다.
혼자 하는 하굣길은 창피하다. 하나,둘씩 짝을 지어 교문으로 향하는 아이들 사이로 난 혼자다. 익숙하지 않다. 하굣길은 언제나 세훈이 전봇대 마냥 내 옆을 우두커니 서있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더 푹 숙이고 발걸음을 빨리 했다. 바닥만 보고도 집까지 걸어 갈 수 있을정도로 난 이 길이 익숙하다. 운동장을 가로 지르려는데 하나둘씩 색색깔별 우산이 펼쳐진다. 예쁘다- 라고 생각하고 난 후, 꽤 장대같은 비가 내리고 있음을 인지했다.
“ 다 오세훈 때문이야. ”
우산이 없다. 책으로 가려볼까 했지만, 책 같은걸 가방에 넣고 다니지 않는다. 물론, 시험기간에도 말이다. 손을 살포시 겹쳐 얼굴을 가려보지만, 소용이 없다. 짜증이난다. 이건다 오세훈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오세훈이 비를 불러 일으킨건 아니지만, 그래도 난 오세훈 녀석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시동을 걸었다. 뛸 준비를 하는거다. 운동장에서 부터 집까지는 걸어서 10분, 뛰면 5분이면 충분하다. 앞뒤 안보고 무조건 뛰는거다. 하나, 둘 마음속으로 세고 있는데. 어라 비가 멈췄다.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올리니, 낯익은 검정 우산이 보인다. 데롱데롱 매달려 있는 이름표엔 '오 세훈'이라고 적혀 있다. 내가 중학교때 이름까지 써서 선물했던 우산이다. 녀석은 단 하루도 우산을 두고 다닌 적이 없었다.
“ 하아하아...바보야, 비오는데 어딜가. ”
“ 내 맘이지 바보야. ”
“ 하아..숨차..4층에서 1분만에 뛰어 왔다. ”
“ 누가 와달래? ”
“ 또 앙탈 부린다. ”
내 볼을 꼬집으며 젖은 내 머리칼을 정도 해준다. 자기도 젖었으면서. “ 너도 젖었어.” 라며 까치발을 들어 녀석의 앞머리를 정돈 해주자 정리하기 쉽게 허리를 숙인다. 강아지 같아. 녀석은 머리 만져주는걸 좋아한다. 정확이 2:8로 갈렸다. 너무 웃겨서 풉하고 웃어버렸다. 녀석의 얼굴에 침이 몇방울 튀었을지도 모른다. 녀석은 개의치 않아한다. 하긴, 내가 먹다 뱉은것도 맨손으로 받아주는 녀석인데.
“ 우산 쓰고가, 감기 걸릴라. ”
“ 그럼 넌. ”
“ 난 남자잖아. ”
“ 풉, 그게 무슨 상관이야. ”
“ 왜 상관 없어.있지. ”
“ 오늘 꼭 PC방 가야되? ”
“ ...가지마? ”
하루 종일 롤을 생각 하며, 학교를 째지 않고 참은 녀석이 PC방에 가는걸 잡을 생각은 없었다. 글쎄, 녀석과 헤어질때 한번 말이나 꺼내 볼까 했지만, 하지 않았다. 근데 생각이 바뀌었다. 녀석이 날 두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 응, 가지마.”
“ 진작에 말하지. 그럼 비 맞을 일도 없었을텐데.”
“ 내가 처음에 가지말라고 했으면 안갔을꺼야? ”
“ 음...아니? ”
“ 칫, 그럴거면서. ”
“ 가자! 집에.. ”
내가 위를 올려다보며 노려보자 내 눈을 피하게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팔을 두른다. 녀석과 키 차이가 확연히 나는걸 실감하는 때이다. 나도 자연스럽게 녀석의 허리에 팔을 두른다. “ 누가 보면 우리가 사귀는 사이인줄 알겠어. ” 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녀석의 대답은 “ 여기서 뽀뽀만 하면 우리 사귀는 사이일걸? ” 라고 했다. 녀석의 말은 그만큼 우리의 행동이 연인에 가깝다..뭐 그런 뜻인듯해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한참은 내 쪽에 기운 우산이 보인다. 난 아무말 하지 않는다. 녀석이 나에게만 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습관같은거니까.
*
“ 씻고가. ”
“ 됐어. ”
“ 세번 안물어. 씻고가. ”
“ 알았어. ”
녀석과 집에 들어왔다. 세훈이 우리 집에 오는건 자주 였다. 집은 텅텅 비어 있었다. 곧장 냉장고 앞으로 걸어가 엄마가 남긴 쪽지를 읽었다. 부부 동반 모임이 있다고 한다. 녀석에게 마른 수건을 건넸다. 녀석이 머리를 탈탈 털어넨다. “ 속옷 없어. 집에가서 씻을래. ” 라며 선풍기를 틀고 바닥에 앉는다. 소파가 젖을까봐 그런다.
“ 우리 아빠꺼 줄게. ”
“ 저번에 입었는데 너무 커.”
“ 하긴, 우리 아빠 한 덩치 하지. 그럼 나 씻고 나온다. ”
“ 응.”
선풍기 앞에 입을 아- 버리고 있다. 저 버릇 언제 고칠까. 남들은 남녀가 한 집에 있고, 여자가 샤워를 한다는걸 안 좋은 시선으로 볼 수 도 있겠다. 하지만, 나와 세훈은 절대 그럴일이 없으니까. 안심이다. 대충 속옷을 챙겨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몸에 딱 붙은 교복이 영 마음에 안든다. 내일도 입어야 하는데. 빨면 마르려나?
*
" 앉아. "
" 바싹 말려줘. "
머리를 대충 수건에 감싸고 나오자 마자 녀석이 드라이기를 들이민다. “ 머리 말리자- ” 라며. 난 좋다며 쪼르르 걸어가 녀석의 앞에 앉아 머리를 맡긴다. 중학교때부터 길던 머리는 현재 내 허리춤에 닿는다. 자르고 싶은 마음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럴때마다 세훈은 “ 너 머리자르면 큰~일난다. ” 라며 겁을 줬고, 그래서 아직까지 버텨낸건다.
“ 샴푸 바꿨네. ”
“ 응. 엄마가 세일한다고 세트로 사왔어. 향 어때? ”
“ 저번 보단 지금이 낫다. ”
“ 그치, 나도 쓰면서 느꼈어. ”
녀석의 손 놀림이 갈수록 좋아진다. 처음엔 얼마나 머리카락을 뜯겼는지. 아까운 내 머리. 그때 호되게 혼이 난 이후로 손길이 제법 부드러워 졌다. “ 머리 만져주니까 졸립다. ”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눈이 슬금슬금 감긴다. “ 아! ” 녀석이 드라이기로 내 머리를 쿵 찍는다. “ 풉, 미안 ” ...웃어? 지금 웃음이 나와? 저건 분명 일부러 그런거다. 정말 유치해! 잠이 훅 달아난다. 우씨, 자고 싶었은데..
“ 잠 깼어? ”
“ 그래! 덕분에!! ”
“ 그럼 라면 먹자. ”
“ 이유가 있었네. ”
“ 달걀 없이.꼬들꼬들하게 ”
“ 귀찮어.”
“ 내가 해? ”
“ 아니. 너가 끓인 라면은...윽..”
녀석이 만든 라면을 먹어 본 사람만 안다. 이 귀찮음도 다 날려버릴 만큼 강력하다. 바싹 말린 머리를 한번 손으로 휙쳐 녀석의 얼굴을 가격 하며 일어났다. “ 고맙다.” 라며 피식 웃는다. “ 귀찮아 귀찮아- ” 라며 느릿느릿 몸을 배배 꼬며, 부엌으로 향하는 모습을 본 녀석이 다시 한번 피식 웃으며 바닥에 벌러덩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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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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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