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습니다.
눈꽃이 작은 잎에 물을 들여 꼭 안개꽃 같아요.
잘 지내시지요?
아직도 풍선에 바람은 빼지 못하였습니다.
이홍빈. 보고 싶어요.
어디쯤 계시는지 알진 못하지만 그래도 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이 편지가 닿으면 답장해줘요.
기다릴게.
-차학연
몇 번이고 모서리가 닳도록 읽은 편지를 만지작거리다 펜을 든다.
'저는 잘... .'
"지내고 있어요..."
거짓말이라서 쓸 수 없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힘없이 중얼거리던 넓은 등이 책상 위로 쓰러진다.
복숭아나무 01
뻐근하게 눈을 뜨니 일곱 시 입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어요.
항상 일어나기 전의 그 여운 때문에 쉬이 일어나지 못합니다.
신문과 우유를 가져와야 하는데... 좀 귀찮습니다.
아, 소개가 늦었어요.
내 이름은 이홍빈.
오얏 리, 넓을 홍, 빛날 빈.
할머니가 지어주신 좋은 이름입니다.
나이는 올해 스물둘.
지금은 혼자 자취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항상 아침에 일어나면 현관 앞에 놓인 우유와 신문지를 챙기는 게 습관이 되었구요.
조금 부은 눈을 끔뻑거리며 시계를 바라보던 홍빈은 한참을 누워있다가 비적비적 일어났다.
오늘도 눈을 뜨며 '무사히 눈을 떠 감사하다'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식탁 위에 놓여있는 물을 마시며 '물을 마실 수 있어서 감사하다' 고 생각을 하구요.
아침은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입니다.
냉장고엔 우유만 가득하거든요.
물컵을 내려놓은 홍빈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현관문을 열고 맨발로 땅을 밟았다.
작은 발은 우유와 신문지 앞에 섰다.
아, 먹지도 않을 우유가 하나 더 생겼어요.
왜 먹지도 않으면서 시키느냐구요?
몰라요, 그냥... 그냥이요.
괜찮습니다, 남은 우유들로 세수도 하고... 목욕도...
아, 인제 그만 말할래요.
오늘도 아픈 손목은 낫질 않습니다.
붕대를 감아도, 긴 옷으로 가려보아도 자꾸 삐져나올 것 같아서 무서워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물으신다면 아직은 초면이니까 다음에 말해줄게요.
다음에, 알겠죠?
작은 한 손에 꾸역꾸역 우유와 신문지를 채워 넣은 홍빈은 다시 현관문을 열고는 맨발로 카펫을 밟았다.
"다녀왔습니다."
거실엔 작은 열대어만 홍빈을 반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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