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소년열애사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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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람의 인생은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는 하지만, 마치 영화나 소설에서나 볼 법한 이 운명의 장난은 무엇이란 말인가. 승우는 평소에도 잘 믿지 않았던 신을 원망했다. 하지만 승우는 그 때와 지금은 시간이 꽤 많이 지나서 그가 본인을 잊었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윤기와 같이 학교를 다닐 적에도 자주 어울린다거나 말을 자주 섞는다거나 하는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승우는 빳빳하게 굳어버린 몸을 겨우 이끌어 주위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과 웅성거림을 지나쳐 마침내 윤기의 자리까지 다가섰다. 턱을 괴고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영락 없는 14살의 민윤기였다. 승우는 이내 윤기에게서 시선을 피하고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좁다고 하면 좁고 넓다고 하면 넓을 수 있는 이 교실에서 윤기와 단 둘이 남은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이 든 승우는 오늘 꾼 꿈에서 느꼈던 감정이 다시 한 번 울렁이는 것을 느꼈다.
그나저나 나, 얘한테 진짜로 고백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쫄아 있지?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았던 내 첫사랑이 마침 내가 전학 온 학교에서 같은 반인데다 짝꿍까지 되어서? 찌질이처럼 쫄고 그럴 필요 없어, 이승우.
“아, 안녕.”
찌질이처럼 쫄지는 않았는데 머저리처럼 말은 더듬었다. 이런 썅.
민윤기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금방이라도 쓰러져서 숙면할 것 같은 나른한 눈빛이었다. 사실 아무도 모르게 졸고 있었는데 내가 깨운 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민윤기가 입을 열었다.
“안녕.”
흐지부지하게 끝났던 과거형이 현재진행형으로 바뀐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 * *
“뭐? 니가 좋아하던 놈이 너랑 같은 반이라고?”
“김태형 미친 새끼야, 목소리 존나 커.”
어디에서든 볼륨 조절이라는 것을 모르는 태형의 입을 승우는 급한 대로 감자튀김을 쑤셔 넣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잖아 쇼오발…… 태형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입에 가득 찬 감자튀김을 게걸스럽게 씹어댔다.
“근데 그 놈 니 첫사랑이라매.”
“…….”
“그, 첫사랑은 안 이루어진다 카던데.”
“진짜 닥쳐라 제발.”
이 쯤 되면 하늘에서 승우를 엿 먹이기 위해 떨어진 새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치가 제로인 태형을 노려보며 승우는 욕설을 중얼거리고 이마를 짚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승우 자신이었다. 전학으로 ‘깔끔하게’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흐지부지하게 끝낸 첫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녀석이 입을 열자마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걸 나보고 어쩌라고. 우웩, 혼자 영화 찍냐? 남이사.
“여친이 2주 간격으로 바뀌는 넌 아무것도 모를 거다.”
“뭐를 몰라? 윤기의 마음?”
“…….”
도저히 못 참겠다.
자리를 벅차고 일어나 가방을 챙겨든 승우의 옷자락을 태형이 잡으며 그제서야 미안하다고 주절주절 변명을 해댄다. 이 망할 자식은 항상 이런 식이다. 이 자식과 같은 학교를 다녔으면 아마 속 터져서 이미 저 세상에 가 있겠지. 태형은 승우가 다니는 학교 옆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무려 남녀공학이란다.
“근데 조금은 예상하고 있었을 거 아냐.”
“뭐를.”
“걔가 너랑 같은 학교 다니는 거.”
“…너 알고 있었냐? 민윤기 거기 다니는 거?”
“당연하지.”
“……근데 왜 아까 처음 듣는 척 했냐?”
“니 반응 존나 궁금해서.”
승우는 먹고 있던 햄버거를 태형에게 집어던지고 빠르게 패스트푸드점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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