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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만남을 기다리는 나와 나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너.행운의 여신은 누구의 소망을 들어줄까?  

07  

  

"그러니까 결국 전부다 내가 저지른 일이라는 소리구나 "  

"아니야! 그 사람은 니가 아니잖아"  

"내 몸이잖아!너도 방금 그랬잖아 내몸이라면서!"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하지 마, 재환아 그건 니가 아니야..."

"외면하지마 원식아. 분명하게 나야... 나라고"  


원식은 자신이 했던 말을 찔러오는 재환의 말에 당황했다. 제 말에 이렇게 재환이 무너질지 몰랐기에 더욱 그랬다.쉽게 내뱉은말에도 이런식으로 무너진다면, 계속해서 일어날일에 대해서 재환은 견디지 못할것이 분명하기에, 재환은 마음을 굳건히 세워야 했다.

원식에게 말하던 중간중간에도 울먹거리던 재환은 끝내 자리에 주저앉아서 울기 시작했다.마르지 않는 샘처럼,엄마를 잃은 아이처럼,재환의 눈에서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사람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만들고 자신이 그렇게 욕하던 살인마가 다름 아닌 바로 제 자신이였다니. 원식에겐 외면하지마라 했지만, 지금 재환 본인도 이 사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믿고 싶지도 않고 절대로 믿을수가 없는 사실이였다. 아무리 켄이 보내준 동영상 인해 사실을 알았더라고 해도, 평범한 사람 이라면 누구나 믿을 수 없을만한 진실 이였다. 원식은 주저 앉아서 울고있는 재환을 안쓰럽게 쳐다봤다. 누구보다 힘들 사람이고, 앞에 헤쳐나아가야 할 벽이 너무나 높은사람. 평범하지 않은 진실을 버텨내야 할 사람.원식은 재환을 위해 사랑이란 이름으로 감히 사실을 숨겼지만,그것은 변명일 뿐이였다. 어쩌면 원식 또한 속으로 재환이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 할지도 몰랐다. 시간이 흐르고 겨우 눈물을 멈춘 재환은 붉어진 눈가를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갈게... 정리... 해야 할 것 같다"

"그래... 편할 대로 해"  

 

원식은 제 집을 나서는 재환을 붙잡고 싶었지만,그러지 못했다.원식은 지금 자기자신은 이미 자격이 없다는것을 뼈져리게 깨달았으니까. 재환은 원식의 집을 나와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한번에 너무 많은 사실을 알아버린 재환은 지금 그저 쉬고싶었다. 꿈속에 또 다시 그 놈이 나타나더라도,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지친 몸과 마음에 편안한 안정과 휴식이 필요했다. 

그리고 잠이 든 재환은 아니나 다를까, 또 다시 같은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예전과 또 다르게 꿈속의 그 놈은 재환에게 말까지 걸어왔다.재환은 웃는 그놈의 얼굴에 주먹을 한대 먹여주고 싶을 만큼 열이 받았다. 뺀질뺀질 웃으며 말을 걸어오는 녀석의 멱살을 쥐어잡으려 해봤지만, 무엇 때문인지 잡을 수는 없었다. 손을 뻗으려하면 계속 뒤로 물러나는 켄 때문에, 재환은 몇번이나 허공에 헛손질했다. 인상을 쓰는 재환을 보며 켄은 입꼬리를 올리며 턱을 매만졌다. 재환은 올라오는 열을 가라앉히며 켄을 바라봤다.

 

"안녕 이재환, 내이름은 알지?난 켄이야"  

"너 뭐야. 뭔데 계속 내꿈에 나타나고 뭔데 내몸을 가지고 그딴짓들을 저지르는거야!"  

"보면 모르겠어? 난 너야. 그나저나 오랜만이네- 이렇게 마주하는건"  

"무슨하는거야! 내가 너랑 만난 적이 있다고? 개소리 지껄이지마"  

"처음이라니, 두 번짼데-기억 못 하는구나? 그럴만도하지- 얼마나 충격을받았으면"  

"똑바로 말해. 두서없이 말하지말고"  

"더 알고싶어?  너희 형한테 물어봐. 아주 잘-알고 있을 테니까.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냐고 물어보면 당황하는꼴이 아주 볼만할거야"  

"그건또 뭔 개소리야!!"  

"충분히 말해준 것 같은데, 잘 생각해봐"  

 

켄은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재환 또한 켄이 사라지고 곧바로 잠에서 깨어났다.재환은 일어나자마자 거친 숨을 내쉬며 신경질적으로 침대 옆 수납장위에 있던 전등을 던졌다. 죄 없는 전등을 던지며 화를 풀어봤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휴식을 취하려고 한 잠자리에선, 거지 같은 놈이 나와 자신의 머리를 헤집는 거지 같은 꿈만 꾸었고 게다가 알수 없는 소리까지 들어서, 지금 재환의 머리속은 엉망진창이였다. 날아간 전등은 깨지진 않았지만, 표면에 약한 금들이 새겨 졌다. 재환은 머리칼을 헤집으며 누워있던 침대에서 나왔다.그리고 곧바로 집 전화수화기를 들고 홍빈에게 연락을 취했다.홍빈은 금방 전화를 받았다.  

 

"무슨일이냐?"  

"나 형한테 물어볼거 있어"  

"뭔데"  

"부모님 어떻게 돌아가신거야?"  

"...... 그건 갑자기 왜"  

"말해줄수 없는거야?"  

"며칠지나면 돌아가. 그때 얘기하자"  

 

홍빈은 사건을 침묵했고,재환은 분명 뭔가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전등위에 새겨진 금은 누가 붙여줄수 있을까  

08

 

별다른 사건 하나 없이,시간은 흘러만 갔다. 그렇게 흐른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켄이 시체를 유기하는 12일째되는 밤이 찾아왔다. 재환은 오늘 절대로 잠에 들면 안됀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잠에 들었다가 그 놈이 또 자신의 몸을 가지고 마음대로 행동할테니까. 그 엄청난 일들을 또 다시 할게 분명하니까. 하지만 하늘은 재환의 편이 아닌듯, 시간은 야속하게도 점점 흘러만가고, 재환의 눈꺼풀 또한 점점 내려왔다. 재환은 가라앉는 자신의 눈꺼풀을 들어올리려 애썼지만, 재환의 의지를 거부하듯 이미 시작된 수마는 재환의 몸을 덥쳤다. 그리고 끝끝내 재환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재환이 잠에 든지 한시간쯤 지난후,켄이 눈을떴다.  

 

"눈 뻑뻑한것봐, 앵간히 안자려고 노력했나보네"  

 

그는 눈을 비비며 키득키득 거리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샤워를 끝내고 나와 재환 모르게 옷장에다 숨겨놨던 자신의 옷가지를 꺼내들어 입었다. 거울을 한번보고 마음에 든다는듯 미소를 지은 그는 검은색 모자를 뒤집어 쓴 후 현관에서 운동화를 신었다. 그리고 그가 문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려는 순간, 놀랍게도 손잡이가 저절로 돌아가면서 문이 열렸다. 그리고 열린 문 사이로 보인것은 홍빈의 얼굴이였다. 켄은 뜻밖의 얼굴에 순간 움찔거리며 인상을 썼다. 홍빈 또한 밤 12시를 넘은 이런 늦은 시간에  밖으로 나가려는 재환을 보고 의아해하며 말했다.  

 

"너 어디가냐? 지금 시간이 몇신데"  

"...바람 좀 쐬러. 생각보다 일찍왔네? 보름 정도 걸린다 하지 않았나?"  

"일이 일찍끝났어. 늦었으니까 오늘은 나가지말고 자라"  

"..... 그러지 뭐"  

  

홍빈의 말에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정확히 12일만에 겨우 돌아온 자신의 자유인데, 예상치 못했던 홍빈의 빠른 귀환으로 인해 일정이 흐트러진것에 대해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지만, 인내심으로 가라앉혔다. 지금 홍빈에게 해를 가해봤자, 자신이나, 재환에게 좋을것이 하나 없었으니까. -오히려 본인에게 안좋았다- 게다가 그는 홍빈에게 해를 가할 마음 따위는 애초부터 가지고 있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뜻밖의 상황에 굉장한 짜증이 샘솟기는 했다. 캐리어 가방을 끌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홍빈을 쳐다보며 그는 신었던 신발을 벗고 쇼파에 가 앉았다.   

 

"근데 어디 갔다 온 거야?"  

"지방에도 갔다오고, 외국에도 한 3일 정도 갔다왔어"  

"무슨 일 때문에?"  

"뭐 이것저것. 알아볼 것이 있어서 누굴좀 만나고 왔어, 오늘따라 질문이 많다"  

"궁금해서. 나 그냥 자러 들어갈래"  

"오냐. 아, 재환아"  

"어?"  

"아니야,들어가 봐.내일 얘기하자"  

"싱겁긴"  

  

홍빈은 뜬금없이 재환의 이름을 부르고는 고개를 내저으며 입을 다물었다. 그는 홍빈의 얼굴을 쳐다보다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방문에 기대어 한숨을 쉬곤 모자를 바닥으로 집어 던지며 자신의 머리를 헝클었다. 옷을 갈아입으며 나즈막히 욕설을 읊조리던 그는 침대위로 다이빙 하듯 뛰어들었다. 치명적인것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잘 짜놨던 자신의 계획이 홍빈의 귀환으로 인해 약간 흐트러진것에 대해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홍빈에게 해를 가할 수 없는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홍빈은 자신에게 아직 필요한 사람이였다.

 

"쟤는 왜 오늘 오고 난리야"  

  

이불을 쥐어뜯으며 짜증을 숨기지 못하던 그는 시간이 지난 후 결국 체념한 듯 금새 잠에 들었다. 밤은 점점 깊어지고 정적뿐인 방안에 그가 숨쉬는 소리만이 울려펴지고 있을때 그의 방문이 소리없이 천천히 열리고 홍빈이 들어왔다. 홍빈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와서 한참 동안이나 그를 내려다 봤다. 그리고 그의 머리가로 손을 가져가다 순간 멈칫했다. 계속해서 머뭇거리던 홍빈은 끝까지 그의 머리를 쓰다듬지 않고 방을 나갔다.  

 

 

 

 

벌려진 틈은,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영역의 크기를 넓혀가지  

09
  

아침에 눈을 뜬 재환은 우선 자신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자신이 그 전날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을 때와 별반 다른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가슴 한편에 남아있는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었다. 그 놈은 자신이 지금까지 눈치 못챘을만큼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놈이였으니까. 아무리 잠들기 전과 다른점이 없더라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매일 같이 이렇게 긴장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재환의 마음은 불안감과 짜증으로 뒤덮혔다. 침대에서 나와 거실로 향한 재환은 쇼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있는 홍빈을 보고 놀란듯이 말했다.  

 

"형 언제왔어?"  

"너 자고있을때 왔어"  

"일정이 일찍끝났나봐? 보름 정도 걸린다면서"  

"그렇게 됐어. 뭐 나야좋지 일찍끝나서"  
  

홍빈은 분명 어젯밤에 재환과 얘기를 나누었는데도,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것처럼 태연하게 말했다.재환은 켄이 자신의 몸을 통해 자신인 척 하고 홍빈과 이야기를 나누었단 사실을 알지못해서 그런지 홍빈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홍빈은 재환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시선을 거뒀다. 재환은 홍빈이 앉은 쇼파 옆자리로 걸어가 앉아 말했다.  
  

"할 얘기 없어?"  

"무슨얘기"  

"전화하면서 했던 얘기. 집에오면 얘기해준다면서"  

"좋은얘기도 아닌데 꼭 들어야겠어?"  

"말하기 힘들단거 이해해.그때의 형은 이미 다 커서 그날의 상황을 똑똑하게 전부 기억하고 있을테니까. 그래서 형이 얘기해줄수 있는 마음가짐이 아니라면, 기다릴 수 있을거야. 그래도 언젠간 꼭 얘기해줘야 돼.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그만큼 중요하단말이야 "  

"알았어. 형이 마음을 다스리고 꼭 얘기해줄께. 아직 꺼내기 힘들지만,너도 알아야 할테니까.우리 재환이도 다 자랐네,형 마음도 헤아려주고"  

  

홍빈은 말을 끝내고선 재환의 머리를 헝크려뜨리고 그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툭툭쳤다. 재환은 뭐하는짓이냐며 인상을 찌푸리고 홍빈의 손을 뿌리쳤지만, 홍빈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았다.지금 그들의 모습은 어느 가정집의 형제들 보다 형제간의 우애가 좋아보였고, 행복해 보였다.  

 

**  

  

재환은 오늘 수업이 있다며 집을 나가서 지금 집안에는 홍빈 혼자 밖에 없었다. 홍빈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한듯 거실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리다 조용한 집안을 가득 채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로 인해 화들짝 놀랐다.부리나케 자신의 방안으로 뛰어들어간 홍빈은 급히 전화를 받았다.  
  

"네, 황박사님. 어제 연락드렸었어요. 재환이 때문에요" 
  

"다름이 아니고 그때 꿈을 또다시 꾸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처럼 애가 가끔씩 조금 다른것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뭐 때문인지 저에게 그날 일을 물어보더라구요. 그 때의 일을 기억도 못하는 아이가 왜 다시 그날을 들춰내는건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자기가 한 일을 또 기억못해요. 다시 그때처럼 안 좋은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네.그럼 이번주내로 찾아뵙겠습니다"  
  

홍빈은 전화를 마치고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그의 마음속은 온통 재환의 걱정으로 가득차있었다. 도대체 그아이에게 왜 이런일들이 계속 발생하는것일까. 왜 불행은 한시도 우리곁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 

  

재환이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때 홍빈은 밥을 먹고있던 중이였다. 재환은 혼자만먹냐며 홍빈에게 찡찡거린뒤 밥솥에서 밥을 퍼와 홍빈의 맞은편에 앉았다. 홍빈은 머뭇거리다 재환을 보고 말했다.  
  

"재환아. 너 이번주에 시간 있니?"  

"마침 내일 교수님사정으로 공강이긴한데, 왜?"  

"요즘에 또 그 꿈 꾼다면서. 황박사님께 연락넣어놨어, 이번주내에 간다고"  

"그럴필요까진 없는데..."  

"그래야 돼. 그때도 너에게 도움을 주신분이니까 이번에도 니가 왜 그러는건지 알려주실지도 몰라"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래. 그럼 내일 저녁쯤에 가자"  
  

재환은 사실 황박사님이 누구인지 잘 몰랐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자신의 불안정한 심리를 심리치료를 통해서 안정시켜 주신 분이시라고 홍빈이 자신에게 얘기해줬었지만, 재환은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때의 사고기억과 관련된 대부분의 기억이 완전히 전부다 날아가버려서 그분에 대한 어떠한 사실 한가지도 기억하지 못했다.사고 기억에 관련해서 백지상태인 재환이 그때 일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건 지금 꾸고 있는 꿈을 그때도 꿨었고, 장례식장에서 홍빈이 울음을 참던 모습뿐이였다. 그리고 재환은 황 박사님을 만나는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재환에게 홍빈은 재환 제 자신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여서 재환은 홍빈이 자신에 대한 애정어린 걱정에서 나온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재환에게 한동안 아무 연락이 없던 정택운 형사에게서의 연락이왔다.  
  

"네. 이재환입니다"  

"재환이니? 그때 주거칩입감식결과가 나와서 연락했다"  

"아, 어떻게 나왔어요?"  

"일단 아무런 성과가 없구나. 너와 네형인 홍빈이 지문과 흔적이외엔 별다를게 없었단다. 외부칩입 흔적도 없었고.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의 흔적자체가 없었어"  

"그런가요.."  

"미안하구나"  

"아니예요. 다른사건도 많으실텐데 괜한 걱정만 끼쳐드린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아니다.혹시 2차 칩입이나 또 다른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니 너나 홍빈이나 몸조심하고,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해라"  

"네.감사합니다"  
  

재환은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택운 형사님께 사실을 전해드리지 못해서 마음에 걸렸지만 그렇다고 또 진실을 얘기해드릴 수도 없어서 재환의 속은 타들어갔다.게다가 집안이 엉망진창으로 된 그 날은 켄의 존재자체도 모르고 의문의 사람이 자신이 자고있는 사이에 집안에 들어와 집을 그런꼴로 만든것에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마음도 혼란스럽고 정신 또한 없었지만, 시간이 경과하고 켄의 존재를 알게된 지금은 그날의 침입이 확실히 켄의 짓이라는것을 알수있었다. 그리고 재환은 그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자신의 몸이라는것을 이제는 알수있었다. 하지만 재환이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것은 10년전의 사고와 그로인한 자신의 절단된 기억. 그리고 켄의 심리였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네
10
 
다음날 저녁, 홍빈은 갑자기 일이 생겼다면서 그에게 전화로 혼자서 황박사님을 만나러 갈 것을 권했다. 홍빈은 되도록 그와 같이 황박사님을 뵙고 싶었지만, 급한 일정이 들어와서 같이 갈수 없음에 아쉬움을 토했다. 물론 황박사와의 약속을 뒤로 미룰수도 있었지만, 빨리 만나서 치료를 시작할수록 그에게 이득이였기 때문에 홍빈은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아니야.바쁜데 어쩔 수 있겠어?열심히 돈 벌어와"
"미안해.나중에 한번 더 같이 가자"
"네네, 끊는다"

전화를 끊은 그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황박사님께 연락을 취해서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아쉽게도 황박사님의 오늘 오후일정이 꽉 잡히셔서 저녁 늦게서야 뵐 수 있었다. 그는 황박사에게 바쁘시면 나중에 형과 같이 찾아뵙겠다고 말했지만, 황박사는 네형 홍빈이 오늘 꼭 만나라고 했다며 거절을 했다. 그래서 이들은 저녁10시가 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만난 장소는 병원이 아닌 황 박사의 집이였다.황박사가 장소를 병원이 아니 집으로 정한 이유는 딱딱한 병원 환경에서 그가 속내를 털어놓는게 힘들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황박사의 작은 배려였다.

위치는 이미 형에게 전해들어서 알고있었기에 그는 헤매지 않고 도착할수 있었다. 그가 본 황박사는 연세가 지긋하신 사람이였다. 머리는 이미  흰 머리카락으로 뒤덮혀 검은색머리는 찾아볼수도 없었고, 안경을 쓰시고 인자한 인상인 70대쯤의 노인 으로 보였다. 쇼파에 앉은 그에게 황박사는 녹차를 권했다.

"혼자 사시나 봐요"
"집 사람은 먼저 가버렸단다"
"아아. 죄송합니다"
"원래 이 나이쯤 되면 자연스러운거 아니겠니, 네 형에게 이야기는 들었다. 요새 악몽을 자주 꾼다면서?"
"네. 저랑 똑같은 사람이 나오는 꿈이예요. 그런데 그 사람은 제가 아니예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겠니?"
"꿈 속에서 그사람은 매일 무언가를 찾아요. 그리고 최근에는 말도 하더라구요"
"무슨 말인지 얘기해주지 않겠니?"
"자기 이름이 켄이라고 했어요.그리고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고도 했어요"

그는 꿈 이야기 중에서 자세한 내용은 제외하고 이상하지 않을정도로만 황박사에게 말했다. 황박사는 그의 얘기를 경청했다. 그가 이야기를 끝낸 후에 황박사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래서 한동안 적막한 집안에서는 그가 녹차를 마시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한참동안 아무런 대화없이 시간이 지나가고 나서야 황박사는 입을열었다.

"꿈은 자신의 내면을 반영한다고도 하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투영하기도 한단다.혹시 잃어버린게 있니?"
"아니요.전 잃어버린것 없어요"
"잃어버렸는데 잊고있을지도 모른단다. 되집어보려무나,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뭘요. 굉장한 도움이 됐어요. 그것도 아주 많이"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다음 약속은 언제쯤이 좋겠니?"
"아마도 다음약속은 없을것같네요"
"무슨 뜻이니?"
"다음에 만날일이 없다는 소리지"

그는 황박사를 보며 소름끼치게 웃었다. 황박사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 손가락으로 그를 가르키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말까지 더듬으며 황박사는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십여년전 분명 그일이 있고나서, 심리치료와 홍빈의 도움으로 인해 존재 자체를 뿌리뽑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게아니였다. 암적인 이 존재는 자신의 자태를 숨기고 재환의 몸속에 더욱더 깊게 박혀 빠져나오지 않았던거였다.

"너!..니가 어떻게?분명히 치료를 끝냈었는데!"
"쉽게 사라질거라고 생각한것이 오산이지, 나와 재환은 뗄레야 뗄수없는 관계야. 재환이 생겨났을때부터 난 그의 옆에 있었어. 그런 내가 그 같잖은 심리치료 하나로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
"말도안돼!너는 또 다른 인격일 뿐이야!"
"또 다른 인격이라....누가 그래? 나는 나고 걔는 걔야.나는 이재환의 부속물이 아니라고 ,이래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당신이 싫어,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요.  황박사님, 다음에 보자고- 그리고 괜찮잖아요? 그 나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죽는게 사람이거든"

그 말을 끝으로 켄은 황박사의 목을 쳐서 기절 시켰다.
기절한 황박사를 욕실로 질질 끌고 들어온 켄은 이마에 맺혀있는 땀을 소매로 닦았다. 그리고선 황박사의 옷가지를 하나하나 벗겨내고선 욕조에 물을 받았다. 그리고 황박사와 욕실바닥에 물을 한가득 뿌렸다. 대충 욕실이 물로 흠뻑 젖었다고 생각한 켄은 황박사를 일으켰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황박사를 잡고 있던 두손을 그대로 폈다. 켄의 손에서 빠져나간 황박사는 정신을 잃은상태라 그런지 더욱 더 강하게 욕실바닥에 머리를 부딪혔고,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바닥에 뿌려져있는 물과 섞여 선분홍빛을 내며 하수구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던 켄은 주머니속의 핸드폰을 꺼내들어 황 박사의 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바로 다시 동영상을 찍은후 예약메일을 자신에게 발송했다. 시간은 내일낮, 재환이 깨어있을 시간이였다. 켄은 황박사의 코에 귀를 갖다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늙어서 그런지 이런 작은 충격에도 숨이 멎은듯 호흡이 멎은 황박사를 보며 켄은 미소지었다. 거실로나온 켄은 자신이 입을 댔던 찻잔을 들고 황박사의 집을 빠져나왔다. 황박사가 늙은 노인이라서 별다른 부검이나 정확한 사망조사를 안하고 실족사로 판명할것을 확신하고있고, 게다가 상황까지 완벽하게 욕실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사망한것처럼 위조한 켄은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갔다.

​행운의 여신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나일까? 아님 너?

11

  

집으로 돌아온 켄은 홍빈이 아직 귀가하지 않았다는것을 확인하고 기쁜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물론 재환에게 또 다른 메세지를 남겨놓는것은 잊지 않았다. 그 다음날 재환은 일어나서 핸드폰을 확인한 순간 경악했다.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린것이였다. 게다가 홍빈과 약속했던 황 박사님과의 만남 또한 완전히 깨트려버린것이나 다름없어서 홍빈에게 뭐라고 말해야할지 고민됐다. 자신과 같이 간다고 했는데 이렇게 하루를 통채로 날려버리다니, 홍빈이 어떻게 대처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재환은 홍빈에게 잘못을 구하러 자신의 방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미처 보지 못했던 자신의 방문에 붙여져 있던 포스트잇을 보았다. 그곳엔 자신의 글씨체로 -하루동안 잘잤어?아,12시쯤에 메세지 하나 갈건데 잘봐라, 아주 흥미로울 거야-라고 써있었다. 재환은 방문에 붙여져 있던 포스트잇을 뜯어내었다. 몇번을 확인해봐도 그것은 재환 자신의 글씨체가 확실했다. 유추해보건데 자신이 하루동안 자고있었을때 켄이 자신의 몸을 가지고 또 무슨짓을 저지른것같았다. 재환은 포스트잇을 구겨버렸다가 다시 펴서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켄이 말한 메세지에 무슨 내용이 있을지 생각만해도 공포가 몰려들었다. 재환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간을 살폈다. 아직 10시. 두 시간이 남아있었다. 어쨌든 재환은 홍빈에게 약속을 지키지못한 것에대한 잘못을구하러 홍빈의 방으로 가 방문를 두드렸다. 하지만 몇번을 두드려도 인기척하나 없었다. 재환은 홍빈의 방문을 열였다. 홍빈의 방에는 아무도 없고 잘 정돈된 이불이 보였다. 

 

"어디갔나..." 


혼자 중얼거리던 재환은 핸드폰을 꺼내어 홍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번 지나가지않아서 홍빈은 전화를 받았다. 

 

"무슨일이야?" 

"...미안" 

"뭐가" 

"황박사님 같이 뵙기로 했는데 나 어제 하룻동안 자버려서 못갔잖아. 미안해" 

".... 아니야, 형도 일이 생겨서 어차피 못갈거였어" 

"다행이네" 

"뭐 다음에 시간이 나겠지, 그때 가자" 

"응.미안해" 

"됐다. 형 전화 들어온다, 집에가서 보자" 


그렇게 통화를 마친 재환은 쇼파에 앉아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켄은 자신이 잠들어있던 밤에만 나왔다. 대부분 십이일 정도의 간격이였다. 하지만 어제는 그 간격을 넘은날이였지만, 아예 자신은 깨어있지도 못했다. 몸의 주도권을 뺐긴것처럼, 켄은 어제 낮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움직인것 같았다. 그리고 켄이 움질일때마다 누군가 죽어나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것이 분명 했다. 하지만 아직 누가 죽었는지 몰랐다. 또 다른 한가지는 원식이 켄을 도왔다는 것이였다. 영악한 켄은 자신의 약점을 잡아놓은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희안한점은 자신의 주변사람은 멀쩡하다는 것이였다. 켄의 변덕일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제 주변사람이 아무도 사망하지 않았다는 점에대해서 재환은 늘 다행스러워했다. 점점 켄이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자신이 깨어있는 시간은 줄어들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재환은 어떻게든 켄을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슨짓을 해서든 이 상황을 돌려야했다. 재환이 한참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때 재환의 핸드폰이 울렸다. 켄이 메세지가 도착한다고 말했던 12시였다. 도착한 메세지는 사진과 동영상이였다. 사진을 확인한 재환의 입이 벌어졌다. 사진속에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나이 지긋한 노인이였다- 피를 흘리며 욕실에 나체로 누워있는 사람이있었다. 부들부들떨리는 손을 바로잡으며 재환은 동영상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동영상이 재생되고 동영상에서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고 사진에서봤던 인물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 또한 보였다. 그래, 분명 켄이였다. 켄은 웃으며 쓰러져있는 사람을 가르켰다. 그리고 입을열었다 


"누군지 궁금하지? 홍빈이가 너와 만나려 했던 사람이야. 황박사. 이 사람은 나에대해서 너무 많이 알아, 그리고 내가 제일 싫어 하는 사람이지. 그래서 죽였어-원래 죽일 생각같은건 없었는데, 뭐 걱정은하지마. 늙어서 자세한 수사같은건 안할테니까. 원래 이 나이쯤되면 자연스럽게 죽는게 사람이거든. 게다가 젊은 사람도 가끔 욕실에서 미끄러져서 다치는데 약한 노인이라면 어떠겠어? 단번에 즉사할 가능성이 많단 소리야. 잘했지? 절대로 살해당한 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한다니까. 그리고 니가 좋아하는 원식이도 안 끌여들였으니까 좋은거 아닌가? 아. 홍빈이한테 말은 잘했니? 걔 무슨 일있다고 너 혼자 가래서 내가 왔어. 이번이 기회인데 놓칠수가 있겠어? 말 너무 많이했다. 그럼 안녕, 다음에 또 보자" 


동영상이 끝나자 재환은 핸드폰을 던졌다. 벽에 딪히고 떨어진 핸드폰은 부셔지진 않았지만, 액정위에 심하게 금이갔다. 그리고 재환은 또 다시 의문에 빠져들었다. 켄의 말에 의하면 홍빈은 자신에게 혼자 황 박사를 만나러 가라고한것이 분명했다. 그때 켄이 몸을 차지하고 있어서 자신은 몰랐지만, 홍빈이 자신과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리는 없을테니, 홍빈은 분명히 자신에게 말한 기억이 있을터였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홍빈과 전화 통화를 했을때에는 분명 같이 가자는 약속을 못지켜 미안하다는 말에 홍빈은 어차피 일이 있어서 일정이 틀어질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기가 혼자 가라고 말해놓고 왜 자신이 했던 말에 의문을 가지지도 않은채 사실을 숨겼던 것이였을까. 또 다른 의문이 생긴 재환은 홍빈이 귀가하기를 기다렸다. 

 

숨겨졌던 진실은 드러나는 순간 사람을 아프게 해. 너는 아프니?나는 행복해. 아주 많이  

12


시간이 지나고 홍빈은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소파에 앉아있던 재환은 홍빈의 귀가에 한숨을 내쉬었다. 재환은 그에게 너무나 물어볼것이 많아서 머리가 터질것같았다. 생각해보면 홍빈은 재환에게 숨기고 있는것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았다. 솔직히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홍빈 또한 의아한 점이 분명 많을터인데, 홍빈은 한번도 재화에게 무언가를 물어보거나 말해준적이 없었다. 그저 방관자 처럼 재환의 곁에서 바라보기만 했을 뿐이였다. 거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재환의 표정이 심란해 보여서, 집안에 들어온 홍빈 또한 표정을 굳혔다. 홍빈은 지금 재환의 분위기가 심각하다는것을 눈치챈듯했다.  


"형,빨리 옷갈아입고 여기 좀 앉아봐"  
  

재환이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치면서 말했다. 홍빈은 머뭇거리다 이내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재환의 옆자리에 앉았다. 재환은 한동안 입술을 달싹거렸다. 궁금한점은 많은데 그 것이 쉽게 입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한참동안 머뭇거렸다. 끝내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셨다 내쉰 재환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형한테 궁금한게 아주 많아"  

"...그래.말해봐"  

"형 오늘 왜 거짓말했어?"  

"무슨 거짓말"  

"나한테 혼자 황박사님 만나러 가라고 했잖아.근데 어째서 형이 시간이 안돼서 못간것처럼 거짓말했어?분명 나한테 말했잖아.나 안자고 있었잖아"  

"....그건....어디서 부터 말해야할까...우선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부터 말해야 할것같네"  


홍빈이 말을 시작하려는 순간, 갑자기 홍빈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홍빈은 전화를 받고 뭐라뭐라 하더니 핸드폰을 들고있던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끝내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멍한 얼굴로 재환을 쳐다보는 홍빈의 안색은 창백했다. 재환은 그런 홍빈의 행동에 의아한듯이 무슨일이냐며 물었다. 홍빈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황...황박사님....황박사님이 어제....돌아가셨대.."  

  

재환은 홍빈의 말에 켄이 보내줬던 동영상이 떠올랐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켄은 그 동영상속의 시체가 분명 황박사라고 말했었다. 재환은 급속도로 기억나는 동영상의 내용으로 인해 머리가 멍해졌다. 홍빈은 다리가 풀렸는지 주저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서 재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재환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켄보고 당장나오라그래!그 새끼가 죽인거 맞지?그렇지?"  

 

재환은 홍빈의 말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홍빈은 도대체 켄의 존재유무를 어떻게 알고 있는것인가. 재환은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흔드는 홍빈의 팔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형이 켄을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아는거냐고!"  

"당장 켄보고 나오라 하라고! 앞세우지 말고 당장나오라그래! 그 새끼가 죽인거 다 알아. 그 비겁한 새끼! 그 전날까지 멀쩡하셨는데 실족사라고? 그것도 욕실에서? 말도 안돼! 켄 그새끼 말고 또 누가있어? 분명 두려워서 황박사님 죽인거 맞잖아! 빨리 나오라고 해!"  

"형!! 내말 좀 들어봐!!! 켄의 존재를 형이 어떻게 아는거냐고 묻잖아!!!"  


큰소리를 내는 재환 덕분에 홍빈은 정신을 차린듯 그자리에 서서 숨을 골랐다. 급격한 혈압상승 때문에 홍빈의 양볼은 빨개졌고, 숨소리는 격해졌지만, 금방 원상태로 돌아왔다. 홍빈은 힘없이 부엌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물 한잔을 마시고 다시 돌아와 쇼파에 앉았다.   

"내가 왜 모르겠어?켄이 우리 부모님도 죽였는데!!!!

"뭐...뭐라고?"  

"켄이 죽인거라고 우리 부모님. 니 속에 숨어있는 그 미친새끼가 우리 부모님 죽인거라고"  

"그거 확실한 거야?"  

"확실해. 내가 봤으니까. 음주운전?엿까고 있네. 그 날 운전하시던 아빠는 술 한잔 안하셨어. 오히려 엄마가 마셨었지.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부터 나는 켄의 존재를 알고 있었어. 가끔 너 대신 켄이랑 놀아줬거든"  

"그런데 왜 나한테 말 안해줬었어?"  

"또 다시 그 미친놈이 나타난지 몰랐지. 최근에서야 알았어. 게다가 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니까. 숨기고싶었어. 되도록 너 죽을때까지. 게다가 난 어렸을적에 켄이 정말로 좋은 아이인줄 알았지. 언제나 착한아이였거든.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말이야"  

 

거기까지 말한 홍빈은 또 다시 숨을 골랐다.그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것처럼 보였다.  


"나는 너랑 켄을 구별할수 있었어. 아마도 부모님 보다 내가 너랑 같이있던 시간이 많아서 가능했던것같아. 내가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면 늘 너와 같이 있었으니까. 게다가 너희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어. 니가 얌전했다면, 그 아이는 오히려 활발한편이였지. 그 날은 부모님이 오랫만에 휴가를 받은날이였어. 그래서 레스토랑을 가려고 잠들어있던 너를 깨웠어. 그런데 깨어난 아이는 니가 아니라 켄이였지. 뭐 나는 상관없었어. 두 분은 켄의 존재를 몰랐고, 나는 누가 가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어ㅡ어쨌거나 몸은 너였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레스토랑에서 밥을먹었어. 엄마는 기분이 좋으시다며 와인도 몇잔하셨고. 아버지는 운전때문에 안 마시셨었지. 집으로 돌아오던 차 안에서 켄은 의미를 알수 없는 말을 내뱉었었어"  

"뭐라고 했는데?"  

"잘....기억은 안나는데....왜 버렸냐고 했어. 왜 자신을 버렸냐고 했었어."  

"그게 무슨말이야?"  

"나도 몰라.  뒤가 기억안나. 저말밖에는- 맨정신이셨던 아버지는 켄의 말에 당황하셨었고.그리고 켄은.....아버지의 눈을 가렸지"  


홍빈은 지나간 일을 얘기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재환은 홍빈의 말에 입이 벌어졌다. 홍빈은 재환에게 늘 부모님이 돌아가셨던 사건의경위를 숨겼었었다. 오로지 평범한 교통사고였다면서, 늘 회피했었다. 게다가 사건을 담당하셨던 정택운형사 또한 그저 교통사고였다면서, 그저 운이 안좋았던거라고만 하셨었다. 하지만 재환은 늘 그 사건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저 교통사고라면, 재환 자신도 그 사고에 있던 당사자니까 나중에 시간이 흐른후에는 홍빈이 자신에게 편하게 말할수 있었을텐데 재환이 홍빈에게 그 얘기를 꺼낼때마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시선을 회피하는 홍빈의 모습이 늘 마음에 걸렸었다. 하지만 재환은 이런 전말이 있는지는 꿈에도 생각못했다. 그저 평범한 교통사고는 아니겠거니 했는데, 재환은 자신의 손으로 인해서 그런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결국 부모님을 사망으로 이르게 한것 또한 재환 자신이였다.  


"말...말도안돼"  

"아니. 이게 진실이야.내가 너한테 숨겼던 진실.이제 속시원하니?"  

"하....내가 그런거네...결국 내가 그런거네..."  

"처음에는 나도 널 많이 원망했었어. 미련하게. 그런데 넌 켄이 아니잖아 재환아. 너는 걔가 그런짓을 저질렀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잖아"  

"어쨌든 나였어! 켄도 나인거잖아! 왜 미리 말안했는데? 왜!!!!알고 있었다며!왜 숨긴건데....왜..."  

"그래서 나는 황박사님께 너를 부탁드렸었어. 황박사님은 켄이 너의 또다른 인격이라면서 심리치료를 통해 너를 안정시켰어. 애정결핍으로 인해 그런 일이 생긴거라고 생각하셨었거든. 그런데 또 다시 이런일이 생겼구나"  

"하....나네...결국 모든게 나였네..."  


왜 숨겼냐며 악을 지르던 재환은 자리에 체념했는지 주저앉아서 끝없이 눈물을 흘렸다. 홍빈은 그런 재환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리고 다가가서 재환의 등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걱정하지마 재환아.형이.내가 꼭 너 원상태로 돌려놓을꺼니까" 

 

홍빈의 말에도 재환은 여전히 눈물만 흘렸다. 마치 소리가 안 들리는 사람처럼.그리고 재환을 끌어안은 홍빈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암호닉

요정요니,그린티,호피,연

 
 ...수...수정완료....? 우으어어야어ㅏ이야이ㅏ엉
싫다....이 소설 지짜 싯타.....내가 싯타...ㅇㅅㅇ....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그린티) ㅜㅜ 작가님보고싶엇어요ㅠ제가오랜만에들어와서... 이다음편계속 기다리고잇어요ㅠㅠ 제취항저격bb
11년 전
대표 사진
빛보다어둠
그린티님 오랜만이네요~ 저도 보고싶었어요ㅠ 다음편 며칠전에 나왔으니 얼른 보러가세요:D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꺄-! 정말이네요ㅠㅠ 자주자주들어와서 확인해야되는데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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