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떨어지는 육체,휠체어 없인 거동할 수 없는 몸.이홍빈을 정의할수 있는 말은 그저 '장애인'그이상도 그이하의 단어도 없다.사실 홍빈이 태어났을때부터 이런 몸이였던것은 아니였다.오히려 남보다 뛰어났으면,뛰어났지 절대로 뒤쳐지는 신체는 아니였었다.하지만 의도치 않은 사고로 인해서 홍빈의 두다리는 아무 감각도 없는,그저 상체 아래에 달려있는 살덩이라고 칭할수밖에없는 신체부위로 변해버렸다.홍빈의 움직이지 않는 하반신은 신경계가 완전히 망가져 버려서,다른사람의 도움없이는 화장실조차갈수 없는,그런 몸이 되버렸다.다리가 망가진이후로 홍빈의 얼굴에서는 웃음기라고는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하지만 본래 굳건한 정신을 가졌던 그였기에,원래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와서 주위사람의 걱정을 덜어줬다.하지만 겉으로는 밝아보이는 그이지만,그래도 마음속 한켠에 자리잡고있는 움직이지 않는 신체에 대한 절망감은 지울수 없었다.
요즘 홍빈은 밤마다 창밖을 보는것을 낙으로 여겼다.어둡고 고요한 밤을 빛내는 달을 창문너머로 바라보다보면 홍빈의 마음은 침착해졌다.홍빈은 다리가 망가지고 늘 창문아래에서 소리죽여 우는것만을 일삼았지만,지금은 오히려 자신의 상태를 냉정하게 바라볼수 있어서 편했다.홍빈은 오늘도 변함없이 창밖으로 보이는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주륵주륵 소리를 내며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평소 보이던 달말고 또다른것이 홍빈의 눈에 띄었다.그것은 한남자였다.지붕위를 마치 평지를 걷듯이 자유스럽게 걸어다니는 그를 보며 홍빈은 놀라움을 감추지못했다.게다가 빗줄기 때문에 더욱더 미끄럽고 위험할텐데 그사람은 망설임없이 발을 내딛었다.홍빈은 그가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하기도 했지만,부럽기도 했다.자신은 이제 할수 없는것을 그는 너무 자유스럽게 하고있었으니까.게다가 홍빈의 눈에는 지붕위를 거니는 그는 너무나도 행복해보였다.한참을 바라보고 있을때쯤 그가 홍빈을 쳐다봤다.홍빈은 순간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그는 믿을수없는 속도로 홍빈에게 달려왔다.아니,확히말하면 순간이동이라도 한듯이 홍빈이 눈을 한번 깜빡일때마다 점점 가까워져왔다.
마침내 홍빈의 창문까지 다가온 그는 입을열었다.
"안녕"
닫혀있는 창문사이로 들리는 목소리가 감미로웠다.마치 문을 열어달라는것처럼 손가락으로 창문을 톡톡 두드리는 그의 모습이 홍빈을 사로잡았다.홍빈은 마약에 취한것처럼 몽롱해지는 자신의 정신을 다잡으며 그를 관찰했다.그는 가녀리진 않았지만,그렇다고 강인해보이지도 않았다.검은 머리칼과 대조되고있는 창백하다 느껴질만큼 하얀피부가 사람을 사로잡을것처럼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창문을 두드리는 손가락은 유려하고,그리고 그 하얀피부위에 장미꽃을 놓은것처럼 붉은 입술이란,참으로도 탐스러워보였다.홍빈이 보기에 그는 자신을 홀리고있는 악마같았다.달콤한 과실을 건내주며 유혹하는 악마.그가 홍빈에게 한건 아무것도 없는데도 - 그 존재자체가 너무나도 유혹적이였다.악마라고 느낄만큼.
홍빈은 창문을 열어주려하다 멈칫했다.이 사람이 자신에게 어떤짓을 할지 모르기에-게다가 자신은 몸이 불편하다- 멈칫하는 홍빈을 보며 그는 살며시 미소지었다.그리고선 얼굴을 창문에 가까이 가져다댔다.그리고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는 창문에 입김을 불었다.그리고 하얗게 서리가 올라온 창문위에 그 하얀 손가락을 천천히 놀리며 글씨를 써넣기 시작했다.
-나는 정택운-
자신의 이름을 써놓고 수줍게 웃음을 짓는 그의 모습이 어린아이같았다.홍빈은 택운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해서 그위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었다.몇마디 얘기를 나누지도 않았지만, 그 짧은 순간동안 홍빈은 순식간에 택운에게 마음을 뺏긴듯 닫혀있던 창문을 천천히 열었다.열린 창문을 보며 택운은 다시 한번웃었다.하지만 고개를 내저으며 창문안,홍빈이 있는곳으로 들어오진 않았다.거절하는 택운을 보며 홍빈은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택운의 거절에도 홍빈은 굴하지않고 택운에게 다시한번 손을 내밀었다.택운은 결국 홍빈의 손을 잡고 천천히 창문안으로 들어와 난간에 걸터앉았다.서로 마주보고 웃는 모습이 마치 갓 연애를 시작한 커플처럼 보였다.
홍빈은 쉽게 지붕위를 걸어다니고,자신에게 그렇게 빨리다가온 택운의 정체가 궁금할만도 할텐데- 택운의 정체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않았다.택운또한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아무말도 안했다.그들은 그저 서로 마주보고 있는것만으로도 행복한듯 얼굴에 홍조끼를 뛰우며 베시시 미소지었다.마치 첫사랑을 시작한 소년처럼 홍빈의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리고 홍빈은 자기도 모르게 택운에게 자신의 대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풀어놓았다.택운은 한쪽다리를 접어올려 그위에 손을 곱게 올리고 얼굴을 얹어놓았다.그리고 난간밑으로 늘어뜰어져있는 다른쪽다리를 흔들며 홍빈의 이야기를 경청했다.홍빈은 자신이 행복했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웃었다.그리고 택운은 그런 홍빈을 보면서 미소지었다.한동안 이야기를 하던 홍빈이 다른 이야깃거리를 생각하고 있을때에 택운은 다물어져있던 입술을 뗐다.
"다리는 왜 그런거야?"
자신의 트라우마이자 약점을 건드리는 택운에게 홍빈은 야속함을 느꼈다.이런것을 함부로 물어보는건 예의가 아닌데-하지만 택운은 정말로 순수한 호기심에서 나온 물음같았다.홍빈은 한번 심호흡을 하고 택운에게 자신이 겪었던 사고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정리하자면 단순하지만,단순하지만은않은 교통사고로 인해 홍빈의 다리가 이렇게 제 기능을 못할 상태가 된것이였다.택운은 홍빈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그리고선 머뭇거리듯 입술을 달싹거렸다.
"고치고싶어?"
한참을 머뭇거리다 나온 택운의 얼토당토않은 말에 홍빈은 웃음을 내뱉었다.망가질대로 망가진 다리를 어떻게 고친다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택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다리를 고칠수만있다면.홍빈은 뭐든지 내놓아도 아깝지 않았으니까.
"고치고싶어요.하지만 고칠수없어요"
"고칠수있으면?"
"고치고싶어요"
소망을 바라는 나지막한 홍빈의 말에 택운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는 홍빈의 볼을 쓰다듬으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홍빈의 눈에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홍빈의 볼을 매만지던 택운은 손가락으로 홍빈의 앞머리를 넘기며 말했다.
"다리를 고쳐서,그 보다 더한걸 잃는다고해도?"
"어떤거요?"
"글쎄.어떤사람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어떤사람에게는 그 무엇보다 하찮은것.그런것- 너에게는 어떨까"
알수없는 택운의 말에 홍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수수께끼 같은 말이였다.누군가에게는 소중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닐수도 있는것.그 알수없는 물음의 답을 찾아서 홍빈은 머리를 굴렸다.허나 쉽게 나오지 않는 답에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홍빈은 결심한듯이 고개를 들고 택운을 바라봤다.
"어떤것이라도 좋아요.나는 다리를 되찾고싶으니까"
홍빈은 망가진 자신의 다리를 택운이 고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것을 알면서도,마치 택운이 고칠수 있다는것을 안다는듯 말했다. 택운은 홍빈의 대답에 더할 나위 없는 웃음을 머금은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홍빈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귓가에 무어라 속삭였다.속삭임을 마친 택운은 그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다음 보름달에 올게,니가 바라는것을 들고"
홍빈은 다음 보름달이 오는날이 기다려졌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흘러,홍빈이 그렇게 기다리던 두번째 보름달이 뜨는날이 돌아왔다.솔직히 택운과 홍빈은 처음만난 사이였지만,홍빈은 너무나도 택운에게 끌리고 있었다.마치 홍빈 자신이 고양이고 택운은 개다래나무인것처럼.그는 홍빈에게 마약같은 사람이 되고 있었다.홍빈은 그와 못만나는 나날들동안 가슴이 답답했다.마치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산소가 없는 느낌이였다.밤마다 꿈을 꾸면 그가 지붕위를 거닐던 모습이 보이고 꿈에서 깨면 그 모습들이,잔상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홍빈은 자신이 도대체 왜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 사람에게 홀린것이 분명한것같았다.어떻게 한시도 잊을수가 없는지- 그사람을 생각하면 왜이리 심장은 빨리 뛰는지-
밤11시를 알리는 시계종소리가 울리고 밤하늘에는 별들이 반짝거리고 달은 더욱더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있었다.그리고 보름달 바로 밑에 택운의 모습이 보였다.점차적으로 커져오는 택운의 모습에 홍빈은 미소를 지었다.홍빈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리고 홍빈이 눈을 다시 떴을때에는 창문만이 그들 사이를 가로막고있었다.택운은 또다시 손가락으로 창문을 톡톡 두드리고 홍빈은 이번에는 머뭇거리지 않은채 바로 창문을 열어 택운을 반겼다.창문을 넘어 집안으로 들어오는 택운의 자체가 아름다웠다.그저 건너오는것뿐인데도,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없었다.택운은 창문을 넘어 난간에 앉아서 홍빈을 마주봤다.자신을 바라보며 생긋웃어오는 택운의 모습에 홍빈은 침을 삼켰다.택운은 홍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후회하면안돼"
"안해요"
홍빈의 망설임없는 대답에 택운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창문 난간에서 뛰어내려와 홍빈의 휠체어를 밀고 방안에 있던 침대가로 갔다.그리고 어디서 그런힘이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홍빈을 번쩍들어올려 침대에 눕혔다.택운은 침대에 누워있는 홍빈의 옆가에 앉아서 홍빈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그리고 그의 눈커풀 위로 손바닥을 올려놓고서 천천히 홍빈의 눈을 감겼다.택운은 자신의 귀를 홍빈의 심장쪽으로 가져다대고 그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홍빈은 그런 택운의 행동에 얼떨떨하기도하고 어쩔줄을 몰랐다.자신의 가슴바로위에 있는 택운을 보다보면 볼이 뜨거워지고 심장박동소리가 더욱 빨라지는것같아서,택운이 자신의 심장박동소리를 듣고 놀라진 않을까 안절부절했다.택운은 한동한 홍빈의 가슴위에 올려놓은 자신의 머리를 치우지 않았다.홍빈의 심장박동이 점차 정상궤도로 돌아올때쯤,택운은 홍빈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파도 참아"
뜬금없는 택운의 말에 홍빈은 눈을 뜨고 물어보려했지만,자신의 목가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더욱 더 눈을 질끈 감을 수 밖에 없었다.무언가가 살을 파고드는 느낌에 악-하는 신음성을 내지르며 홍빈은 미간에 인상을 쓰며 눈을 떴다.홍빈은 갑자기 현기증으로 인해 어지러움을 느꼈지만,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서 택운을 바라보려 노력했다.그리고 홍빈은 입가에 피를 뭍힌 택운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한참동안 정신을 잃었던 홍빈은 잠시 정신이 돌아왔다.침대에 누워서 창문을 바라보니 택운이 창문난간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고있었다.밖은 아직도 어두웠고 비가 내리는지 열린 창문을 통해 빗소리가 들렸다.택운은 고개를 돌려서 홍빈을 바라봤지만,홍빈은 또 다시 정신을 잃었다.
두번째로 홍빈이 정신을 차렸을때에,홍빈은 의자에 앉아있었다.그리고 택운은 여전히 미동없이 창문난간에 앉아있었다.홍빈은 자신의 몸이 점점 뜨겁게 타오르는것을 느낄수있었다.상처를 입은듯한 자신의 목부터 시작해서 불로 지지는듯한 느낌에 미칠것만 같았다.홍빈은 택운에게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짓을한거냐며 따지고싶었다.그만큼 고통스러웠다.택운을 잡고 물어보고싶은 마음으로인해 자신이 걸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홍빈은 의자 팔걸이에 힘을주고 일어나려 애썼다.하지만 앞을향해 한발짝 걷는순간 홍빈의 몸은 무너졌다.그리고 홍빈이 쓰러지면서 낸 소리로 인해 택운이 고개를 돌려 홍빈을 바라봤다.그리고 순식간에 다가와 땀으로 적셔져있는 홍빈의 머리를 넘겼다.차가운 택욱은 손길을 느끼며 홍빈은 또 다시 정신을 잃었다.그리고 택운은 쓰러져있는 홍빈을 들어 다시 의자에 앉혔다.
홍빈이 마지막으로 정신을 차린것은 먹구름에 가려져있던 보름달이 드러나는 순간이였다.그리고 그 순간 홍빈은 타오르는듯한 목마름을 느끼고있었다.
그리고 택운은 그런 홍빈을 보며 기쁜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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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빛보다어둠입니다. 당황하셨죠? 연재중인글로 돌아온게 아니라서 많이 실망하셨을것같아요.
사실 최근에 인터넷을할수있었거든요.......
근처 카페에서 자주 했었어요....새벽1시에 문을 닫거든요...
그래서 장미채색한것도 독방에 자주올리고 조각글도...하핳
그리고 지금은 피시방입니다.
현재 글이 잘 안써져서 탈선하고있는것같아요.미안해요.
그리고 제가 제가 쓴 '꿈' 을 읽다보니까 약간 뭐가 이상한것같기도해서 요즘 교정중입니다.
교정한다고해서 얼마나 달라질런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편으로 찾아뵐게요.....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추가
소설내용은
선미-보름달 뮤비를 보고 제가 느낀 내용으로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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