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로서의 삶은 여전히 끔찍했다. 베타인 척 하기에도 한계가 있었을 터. 그건 바로 취업 문제에서 갈렸다. 아무도 회사에서는 오메가를 직원으로 고용할 생각이 없었다. 학점과 대학교 타이틀, 그리고 스펙이 남들과 뒤처지지 않을 정도였던 나는 회사를 넣는 족족 떨어졌다. 물론, 서류전형에서부터 탈락이었다.
이력서 한 편에는 형질을 적는 부분이 있었는데, 나는 항상 베타라고 기재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면접을 보기 전에, 형질검사를 하고 난 후의 의사소견서를 갖고 오길 원했다. 나는 자연스레, 면접을 포기하게 되었다. 의사소견서에는 ‘오메가’라고 기재 했을 테니까.
- 아니, 너는 도대체 왜 취직을 못 하냐고.
대학 동기의 입에서 끝없이 쓴 소리가 흘러 나왔다. 나는 내 앞에 놓여있던 잔을 들어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식도로 넘어가는 알코올의 씁쓸함이 달게 느껴졌다. 동기들은 내가 오메가인줄 모른다. 오메가인지 모르게 하려고, 그동안 어찌나 열심히 살아왔던가. 나는 알코올 특유의 냄새가 입안에서 맴도는 것 같아, 물을 마셨다.
기분 전환하러 갔던 동기 모임은,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들은 나와 다르게, 베타였으니까. 베타는 노력만 하면 오메가보다 기회가 많다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은 결국에 맞아 떨어졌지만, 뭐. 씁쓸함이 입에 맴돌다 못해 심장 부근에도 맴도는 것 같았다.
기분이 별로였다. 하. 한숨을 내뱉자 나오는 하얀 입김은, 날씨가 매서움을 보여주는 듯 했다.
관계의 미학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감정과 정서로, 알파와 오메가의 상호 소통 관계
w.BE286
01. 재회
약 nn번의 떨어짐이었다. 밑져야 본전, 이라는 생각으로 넣었던 회사였다. 회사에서 며칠 후, 나한테 전화가 왔었다. 면접 없이 합격이라고. 나는 막상 걱정하던 취업이 되니, 기분이 어떨떨하였다. 그저, 거짓이겠거니 싶었는데. 의사소견서, 그런 건 갖고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상한 회사라고 느끼기도 전에, 나는 합격함에 기뻐 의심조차 하지 않았었다.
회사에서 알려준, 입사 일을 기준으로 나는 출근 준비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 다가온 입사일 이었다. 입사 첫 날, 나는 자연스레 베타라고 이야길 했다. 이력서에도 그렇게 적었고, 여태까지 베타인 척 살아왔기에 자신이 있었다. 회사 동료 분들은 친절한 것 같았다. 하루 동안 이야기 해봐서, 확정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지만 대화 해 본 결과는 저랬다.
“오늘 팀장님이 오시면, 인사 꼭 드리세요.”
“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내 사수의 말을 경청했다. 내 사수는 내 대답에 만족한다는 듯,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일을 했다.
한참동안 일을 했을까, 우리 팀 쪽으로, 낯선 구두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길 준비를 했다. 나 역시 그를 반길 준비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고.
“팀장님! 오셨어요.”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는 출장을 갔다 와서 지금 출근하게 되었네요.”
나는 모니터로 향했던 시선을 들어,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팀장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 나는 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손은 덜덜 떨렸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내 등 뒤에는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상대방은 그런 내 반응과 다르게, 여유로워보였다. 입에 걸린 웃음이, 그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듯 했다.
“신입 사원이 왔다던데. 어디 있지?”
“…접니다.”
“잠깐 팀장실로 오겠어요? 할 말이 있어서.”
쿵.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나는 손이 떨리는 걸 감추기 위해, 다른 손으로 떨리는 손을 붙잡았다. 팀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문 닫는 소리가 이렇게 무서운지는 처음 알았다. 팀장 실은 깔끔했다. 블라인드가 쳐져있어, 밖의 사람들은 안을 볼 수 없게 해놓았다.
깔끔함에서 오는 무거운 분위기는,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물론, 내 앞에 서 있는 사람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아까 부서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김태형은 어딘가가 답답해보였고, 화가 난 듯 보였다. 입 안 쪽에 있는 여린 살들을 씹었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어.”
“…처음 뵙겠습니다.”
고개를 푹 숙여,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내 발걸음보다 내 팔을 붙잡는 그의 손길이 더 빨랐다.
팀장은 김태형이었다. 김태형은 할 말이 있는 듯, 나를 바라보다 내 반응에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김태형의 반응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김태형에게 있어서, 나는 그저 같은 반 학우에 불과했다. 아니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한다면, 아마도 자리에 같이 앉는 짝 정도였을 뿐이었다.
내 형질을 아는 사람은 몇 안 되는데, 그 중에 김태형이 있었다.
눈앞이 아득해졌다. 이제야 김태형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큰 착각이었던 모양이었다.
02. 알파, 베타, 오메가
알파, 베타, 오메가.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형질이 발견되어서 나뉘었다는 점이었다.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이런 형질조차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던데. 아마도 그 시절은 호랑이가 담배를 피던 시절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그 형질로 보이지 않는 계급이 형성되어있으며, 그 계급 간에서의 차별이 끔찍할 정도로 심각했다.
알파. 대단한 존재들이었다. 이 세상의 주권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알파로 발현되는 순간, 국가에서 일차적인 보호가 들어가며, 이차적인 권력이 주어진다. 알파들은 실로 대단했다. 그들의 외모부터, 특유의 능력치까지. 국가 입장에서는 알파를 키워내는 것이, 국권의 위력이라 여겼다. 알파로 형질이 발현되면, 흔히 말하는 금수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두려울 것이 없었다. 알파의 심기를 건드려봤자, 돌아오는 것은 좋지 않은 결과들이었다.
베타. 알파와 오메가 사이의 계급이며, 알파 보다는 못한 삶을 살 수도 있지만, 오메가 보다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베타는 대체로 인구구성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베타로 발현될 확률 역시 알파와 오메가로 발현될 확률보다는 월등히 높았다. 베타로서의 삶은 나쁘지 않았다. 평범한 삶이지만, 베타로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 불평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적었다.
그에 비해 오메가는, 말을 이어 할 수 없는 형질이었다. 오메가로 태어났으면, 다시 태어나는 것이 더 나은 삶일지도 모른다. 한 오메가 인권 운동가가 남긴 말이었다. 그녀는 오메가로 발현되어서, 알파들에게 짓밟혀 온 삶을 살았었다. 오메가란 존재가 그런 존재였다. 알파와 엮이고 싶지 않아도, 엮일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오메가는 최하위 계층에 속하며, 대부분 차별과 성희롱을 달고 살아야했다.
형질 발현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일어난다. 형질 발현은 열병으로 구분되는데, 열병을 앓지 않고 청소년기를 보냈다면 베타, 열병을 앓았다면 알파나 오메가로 발현되는 것이었다. 나는 베타의 부모님의 밑에서 행복하게 자라왔다. 그 행복함은 내가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 중학교 겨울방학 때 깨졌다.
내가 열병을 앓고 나서, 오메가로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오메가로 발현되는 열병은, 알파로 발현되는 열병보다 앓는 기간이 짧지만, 고통은 무시 못했다.밤새 열을 내뿜으며 앓는 내 모습을 지켜보시던 부모님은, 지켜보시는 것 밖에 하실 수가 없으셨다. 그들은 이런 열병을 겪어보지 않았던 베타였고, 열병의 심각성을 몰랐던 그들이었으니까.
혼자 3일을 앓은 것 같았다. 열병을 앓으면 형질 검사를 해봐야하기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인근 병원을 찾아갔다. 찾아가서 형질검사를 하고, 결과를 들었을 때 나는 세상이 무너져내림을 느꼈다.
- 오메가로 발현이 되셨어요.
- 네?
- 오메가로 발현이 되셨고, 학교에서 수업 들어서 알죠? 오메가의 특징….
의사의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눈물을 흘리시며 흐느끼시는 어머니의 반응이 내 마음을 대변할 뿐이었다. 아버지는 진료실에서 나가셨고, 진료실 안에서는 의사의 충고가 담긴 당부의 말들이 맴돌았다. 확률적으로 베타의 부모밑에서는 베타가 나올 확률이 높았다. 오메가나 알파가 나올 확률은 희박했으나, 둘 중에 오메가가 나올 확률이 더 낮았다.
나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날의 기억이 생생했다. 그 의사의 눈빛, 말투, 어머니의 눈물. 모든 것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 날을 기점으로 지옥보다 못한 삶이 시작되었으니까.
03. 베타 전정국
한참을 생각했던 것 같았다. 옆집에 살던, 정국이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우리 집에 놀러와 내 방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펼쳤다. 변함이 없는 아이였다. 고등학교를 공부 잘 하는 곳으로 배정이 되어, 벌써부터 문제집을 푸는 것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던 정국이었다.
- 아픈 건 좀 괜찮아? 너 한동안 아팠었잖아.
- …으응.
- 병원에서는 뭐래?
정국이의 마지막 말에, 입을 열기가 무거웠다. 정국이는 베타일 것이 분명했다. 대부분 이 시기에 찾아왔던 열병이었는데, 그에게서는 그런 앓음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찌나 세게 깨물었던지, 퍼랬던 입술이 혈색이 돌아왔다.
- 오메가래.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열어 이야길 내뱉었다. 끔찍했다. 정국이가 베타인 점이 다행이라고 느끼는 부분이 이거였다. 대부분의 베타들은, 페로몬 냄새를 맡지도 못하니까. 정국이는 내 말에, 시선을 내 쪽으로 돌렸다. 정국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런 말이 오고 가지 않았다, 그래도 정국의 마음을 알 수 있었기에, 나는 눈을 감았다. 정국이는 아무말 없이 나를 끌어 안아, 토닥여줬다. 그는 항상 내가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묻지 않고 행동으로 취해주었다. 정국의 배려에 나는 항상 고마워했고, 고마웠다.
정국은 그날 이후, 내 형질을 알면서도 자신과 같은 형질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원래 이 세계는 부모의 형질이 제일 큰 유전으로 작용되기에, 열병을 앓지 않아 형질이 발현되기 전에도 알파·베타·오메가로 낙인을 미리 찍어 놓기도 한다. 나는 부모님이 둘 다 베타였기 때문에, 대부분 베타라고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다행이었다.
04. 새학기
진학하게 된 학교는, 형질별로 반을 묶어 놓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베타 반으로 들어갔다. 반 배정을 보았을 때, 정국과 나는 다른 반이 되었다. 정국은 연락하라며, 나를 반 앞까지 데려다주고서 자신의 반으로 돌아섰다.
베타만이 있는 반이었다. 나는 어디선가 흐르는 기시감에, 팔 한편을 쓰다듬었다. 새 학기니까, 대충 빈 자리에 앉으면 되겠지 싶어서, 평범한 자리에 앉았다. 창가 쪽 맨 뒷자리도 아니고, 그저 앞에서 조금 뒷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 치마 주머니가 살짝 도드라졌다. 아침에 치마 속에 우겨넣은, 억제제였다. 아침에 밥을 먹고, 두 알을 입 안에 털어놓고 삼켰다.
억제제는 히트싸이클에만, 드세요. 안그러면 몸 상합니다.
의사의 말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 호르몬을 조절하는 억제제를 매일 먹으면, 몸이 상하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베타인 척을 해야 했으니.
뭣 같았다.
히트싸이클이 두 달에 한 번 찾아오는 것도 끔찍했는데, 그 기간에 내가 알파에게 이성을 잃고 매달릴까봐, 그것이 더 끔찍했다.
1지망을 여고로 썼지만, 떨어졌다. 신도 무심하시지. 1지망이 떨어지고, 13지망으로 썼던 사립고등학교가 덜컥 붙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남녀공학. 여고를 빼고 다 남녀공학이었지만, 그 고등학교를 13지망으로 쓴 이유가 있었다. 그 학교의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메가의 인권조차 없는, 학교의 주가 대부분 알파라던 학교였다. 정국은 그 학교를 1지망으로 썼었다. 그 학교가 사립학교답게, 명문대 진학률이 높았던 학교였다.
전정국은 내가 내심 여고를 1지망으로 썼을 때, 아쉬워했었다. 여고는 동네에서 좀 먼 곳에 위치해있었기 때문에, 여고가 되었으면 아마도 난 기숙사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자신과 자주 만날 수 없다는 점이 슬펐다나 뭐라나.
생각을 어느 정도 했을까.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나도 모르게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내 시야에 들어온 건, 상대방의 가슴팍에 부착되어있는 명찰이었다. 초록색 명찰. 3학년이 쓴다는 초록색 명찰이었다. 그가 무슨 연유로 2년을 꿇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초록색 명찰에 검정 글씨로 수 놓은 이름 세글자.
김태형.
그게 그의 이름이었다. 그의 이름을 읽자 기시감이 다시 한 번 더 느껴졌다. 그는 3학년인 것이 분명했다.김태형은 나를 한 번 보더니, 생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위험한 사람이란 걸, 본능적으로 느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칠판으로 옮겼다. 내 반응이 웃긴지, 계속해서 웃고 있는 김태형이었다.
“반갑다. 1학년 3반 담임을 맡았고. 난 너네들이 속을 썩이지 않을 짓을 했으면 좋겠구나.”
담임선생님으로 추정되는 분은, 종이 치고도 한참동안 안 오더니, 약 1시간 후에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교실로 들어서는 담임선생님의 낯짝은 어두웠다.
담임선생님은 알파만 있는 반을 맡고 싶었을 것이다. 알파만이 있는 반을 맡아서, 알파들에게 잘만 보인다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티를 내면 못 쓰지 않나. 나는 작게 침을 삼키며 상황이 못마땅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짝은 한 학기동안, 계속 이렇게 앉을 거야. 불만 있으면 지금 이야기하고.”
안된다.
담임선생님이 이어 말한 말은 가히 나를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나는 어차피 담임선생님이 자리를 바꿔줄 것이라, 생각이 되어서 내심 안심을 하고 있었던 찰나였다.
“아 쌤, 그래도 바꾸게 해주세요!”
그때, 내 뒤에 앉은 여자애가 손을 들더니 선생님께 이야길 했다. 내 마음을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그 여자애가 말한 말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김태형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어휴. 그럼 너네가 바꾸고, 나한테 결과물만 가지고와. 그리고 김여주는 잠깐 나 따라오고.”
나? 나는 순간 담임선생님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드르륵. 자리에서 일어나 나는 교실을 벗어나는 담임선생님의 뒤를 쫓았다.
“성적 보니까, 공부를 좀 한 것 같은데. 너가 반장해라.”
“네?”
“반장 뽑는 것도 귀찮잖아. 부반장은 너가 하고 싶은 사람 뽑아.”
“아니 그래도….”
“그럼 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 반장 하는 거 알고 있으라고 부른 거니까, 가봐.”
나는 얼떨결에 교무실 밖을 벗어나서, 교실로 들어섰다. 교실로 들어서자 내 뒤에 앉아있던 여자애가 날 부르며 뽑기 통을 건넸다.
“빨리 뽑아. 너 차례야.”
“으응.”
뽑기 통에서 종이를 꺼내, 펼쳐보았다. 13번. 창가 쪽이었다. 앞자리기도 했고. 나름 괜찮은 번호를 뽑은 것 같아서, 돌아와 가방을 챙겼다.
“몇 번 뽑았어?”
“13번….”
“나는 14번인데.”
“…….”
“운명인가보다. 그치?”
김태형의 말에 나는 작게 소름이 돋았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김태형은 다른 베타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렇기에, 친해지지 않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나였다. 그리고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을 거라 판단되었던 나였다.
“왜 사람이 말하는데, 대답이 없어?”
“아, 내가 낯을 좀 가려가지고…. 잘 지내봐요.”
“그랬구나. 난 또 싫어하는 줄 알았어.”
김태형은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콧소리를 내며 가방을 들었다. 나는 책상 위에 올려 놓았던 필기구 몇 개를 들고, 자리를 이동했다.
베타 인생을 살아가기로 한 내 인생에, 김태형이란 존재가 끼어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험난해질 것만 같았다.
안녕하세여! 작가입니다! 알오물을 제가 엄청 좋아해서 소재로 사용해보았는데,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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