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악몽.
하얀 방, 하얀 커튼, 하얀침대 위의 하얀 옷을 입고 있는 나.
그 곳에서 나는 철저히 혼자다.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들어와 창백하리만큼하얀 내 팔에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주사바늘을 꽂아 넣으면 혈관 곳곳으로 약이 흘러 들어가고, 나는잠에서 깬다.
나는 잠드는 것이 무섭다.
“여주야, 일어났어?”
그 아이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강아지 같은 그 아이의얼굴은 불안에 떨던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일어났으면 빨리 씻고 밥 먹자. 학교가야지우리 여주”
꿈이라 하기엔 소름 돋을 만큼 생생한, 차갑고도 날카로운 주사바늘과혈관을 타고 흐르는 이질적인 약의 촉감.
몸을 부르르 떨어 악몽을 떨쳐 내고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와 양치를 끝낸 나는 식탁으로 향했다.
“우리 여주 오늘도 같은 꿈 꾼 거야?”
“응…항상… 이상하리만큼 생생해…. 그래서 무서워 꿈에서 깨지 못할까 봐.. 영원히 그 공간 속에 갇혀버릴까봐…”
너를 다시 보지 못할까 봐
나를 향해 따사로운 아침 햇살처럼 싱긋이 웃어주던 아이의 표정이 어딘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꿈 속에 갇히는게… 그렇게무서워?”
“응… 거기는… 너무 차갑고 외로워”
“설사 꿈이 따뜻하고 행복하다고 해도?”
“응 그래도 난… 난 꿈속에 갇히긴 싫어”
그 곳엔 네가 없잖아
눈을 떴을 때도, 눈을 감았을 때도,잠이 들 때도, 잠에서 깨어날 때도, 사소한매 순간 하나 하나 너랑 나는 함께인데, 내 전부는 너인데 네가 없는 곳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네가 없는 곳은 상상하기조차 싫어
“근데 갑자기 왜 그런걸 묻는거야?”
“아니야 빨리 밥 먹어야지. 밥식겠다.”
아이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웃어 보이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