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사색
01
1
여주는 굳게 닫힌 교실 문의 손잡이를 5분째 붙잡고는 거친 호흡을 내쉬고 있었다. 문 너머의 교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더욱더 긴장됐다. 내, 내가 왜 긴장하고 있지? 여주가 교실에 들어가기 싫다는 생각만 오백 번 계속했을까, 갑자기 머리가 확 식으며 화가 올라왔다. 내가 못 들어갈 이유는 없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발을 바닥에서 못 뗐다. 손잡이를 잡은 채 문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여주의 모습이 석상 같기도 했다. 5분 넘게 교실 안으로 못 들어가고 있는 여주의 사정을 누군가가 듣는다면 애석하다며 불쌍하게 볼 수도 있고, 꿈이라도 꾸는 게 아니냐며 웃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어이없는 일이었다는 건데, 그게 뭐냐면.
"왜 안 들어가고 있어?"
"......"
"이러다 종 울리고 들어가겠는데?"
"......"
"내가 어제 들었는데, 종 울리고 들어가면 벌금 500원이라며. 벌금 모이면 그거로 맛있는 거 먹는다던데..."
".... 허.."
"되게 귀여운 거 많이 하는 거 같아."
![[방탄소년단/박지민] 운명의 사색 01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2/15/0/6ce5782793e9fb5b32fea995ca274755.gif)
"오늘은 여주가 내는건가?"
얘 때문이다. 박지민.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망개떡같이 생긴 주제에 뿅 하고 나타났다. 영혼이 나간 듯 가만히 서있는 여주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 손잡이를 돌린 지민이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반 아이들은 지민의 얼굴을 한번, 문 앞에 멍하니 서있는 여주를 한번 쳐다보고는 입을 떡 벌렸다. 여주는 그대로 뒷걸음쳐 집으로 가고 싶었다. 저거... 저 입 떡 벌리는 거.... 저건 그 신호였다.
"둘이 뭐야...?"
죄송하지만 아무것도 아닌데요. 여주는 보이지 않는 눈물을 훔치며 교실 문을 닫고 태연한 척 자리로 향했다. 소리라도 지를 듯 입을 크게 벌리며 놀라고는 그다음엔 정적이 흐른다. 둘이 뭐냐고.. 뭔 사이냐고 수군대느라 그렇지. 여주는 그냥 책상 위에 엎드릴까 하다가 가방에서 책을 꺼내 폈다. 여주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종이 위에 검은 글씨는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책을 펴서 읽는 척을 하는 건... 안 그러면 쫄려 죽을 거 같으니까.. 수많은 눈빛들이 자길 쳐다보는데, 쫄려서 빨래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눈빛 중에 특히 더 따가운 눈빛에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얼씨구. 윙크에 하트에 코찡긋에 3콤보를 날린다. 여주는 지민의 등짝을 마구 때리는 상상을 하며 책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책은 3일째 2페이지를 넘어가고 있지 않았다.
2
자세한 이야기를 알려면 이틀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침부터 전학생이 온다는 소문에 학교 안이 떠들썩했다. '내가 교무실 갔다가 봤는데 세상에 이런 존잘남이 없어!'부터 '난 오늘부터 신을 믿기로 했어. 여신님...'까지. 성별을 예측할 수 없는 소문에 모두가 콩닥거리는 가슴을 붙잡고 기대했고, 그 결과는 여학생들의 환호였다.
"박지민입니다."
어머나, 세상에. 엄지를 치켜들고 환호성을 지르는 여학생들에 선생님이 눈을 가늘게 뜨며 교탁을 탕탕탕 쳤다. 근데 그 신호는 진정하라는 게 아니고 기립해서 박수 치라는 신호였는지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는 한 학생을 따라 모두가 박수를 치자 지민이 복숭아 즙 터질 듯 웃었다. 그 모습에 남학생 여학생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자 선생님이 안되겠다 싶어 말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지민의 얼굴에 집중하기 위해 조금씩 소리가 잦아들자 선생님이 한숨을 쉬고는 지민이 앉을 자리를 정했다. 빈자리는 세 개. 오른쪽 끝에 지민을 앉히려던 선생님은 지민의 손짓에 시선을 지민이 가리키는 쪽으로 옮겼다.
"저 여주랑 앉으면 안 돼요?"
".... 응?"
"여주 아니면 그냥 혼자 앉을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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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여주를 바라보았다. 책상에 엎드려 꿀잠을 자다가 지민을 맞이하는 박수소리에 잠에서 깨 지금 일어난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었던 여주는 눈을 멍하니 깜빡이다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 나?"
"..... 응?"
지민은 갑자기 조용해진 상황이 이상한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살며시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모두가 소리를 지르는데 조용히 있는 건 지민과 여주. 그리고 선생님뿐이었다. 여주는 넋을 놓고 선생님은 당황한 거라 사실상 멀쩡하게 있는 건 지민 밖에 없었지만.
"선생님."
".... 응?"
"이제 가서 앉으면 안 돼요?"
"어... 어. 가서 앉아! 다들 조용!"
지민은 여주의 옆자리에 가서 앉고는 여주에게 안녕. 하고 인사했다. 그리고 여주는..
".... 안녕...?"
온몸이 굳은 채로 눈동자만 움직이며 말했다. 저.. 남자애 누군데.. 내 이름을 알고 있지?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여주는 눈치를 봤다. 전학생이 왜 날 알고있지? 옛날에 날 만난 적이 있나? 혹시 나 사고 당해서 기억을 잃은 거 아니지?
"이번에도 예쁘다 여주는..."
"... 뭐..?"
"근데 왜 그거 안 해줘?"
"... 뭘, 뭘 해... 요.."
"만나면 뽀뽀 한 번씩 해주기로 했었는데 그새 까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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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어? 여주는 콧구멍이 확장되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지금... 뽀뽀라고... 한 거지...? 주변에 앉은 아이들이 서로의 귀에 속닥거리는 모습이 두 눈에 박혔다. 나... 지금 게거품 물고 쓰러질 수 있을 거 같아. 여주는 놀라서 부들거리는 주먹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뽀뽀를 해달라는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지민을 보았다. 아무래도 집에 가면 엄마한테 내가 사고를 당한 적이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이 정도면 대형사고를 당한 게 분명했다. 어쩐지 초등학교 저학년 전의 기억이 없었는데...! 여주는 자신이 기억을 잃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기억력이 안 좋아서 기억 못하는 거라곤 꿈에도 모른 상태로.
3
수업 시간 내내 여주의 손을 만지작거린다거나, 점심을 먹을 때 모든 반찬을 여주에게 몰아준다거나, 양봉업자 뺨칠 듯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여주를 바라보는 지민에 학교 안에 떠도는 소문은 점점 더 부풀려져 퍼져갔다. 처음엔 그냥 둘이 아는 사이였는데 어느새 어릴 때 약혼을 한 사이로 소문이 나있더라. 여주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다. 이 상황을 만든 지민도 너무 미웠다. 지민이 전학을 오고 이틀이 지날 동안 여주는 계속 지민의 눈치를 봐야 했다. 어떻게 날 아는 거냐고, 왜 나한테 그렇게 구는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눈만 마주쳐도 활짝 웃어버리니 말이 목에서 턱 막혀 나오지 않았다. 주변 아이들이 지민과 여주를 쳐다보는 게 여주는 불편했지만 지민에게 말 걸 자신이 없었기에 그냥 소문이 빨리 사라지길 바랐다. 지민이 떠도는 소문에 대해 맞다거나 여주와 무슨 사이다라는 말을 했더라면 여주가 못 참고 말을 걸었을 테지만 지민은 오히려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 답해주었다. 왜지? 날 좋아하는 것 같이 굴어서 소문까지 났는데... 여주는 지민이 왜 그랬나 생각했다가 볼이 화끈거려 그만두었다. 박지민이 날 좋아한다고 백퍼센트 확신하는 것처럼 구네. 김여주.
"무슨 생각 해?"
"......"
"말을 안 해주네... 너 목소리 되게 좋은데."
"......"
"뭐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어?"
너가 신경 쓰여 새끼야... 여주는 험한 말을 삼키며 지민을 힐긋 쳐다보았다. 대답하지 않는 여주에 서운하다는 표정을 한 지민이 돌연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너 괴롭혀? 왕따?"
".... 뭐?"
"내가 해결해줄까?"
"무슨 소리야."
뭔 개소리를 하는 거냐는 눈빛으로 여주가 지민을 쳐다보자, 지민이 아니면 말라고는 웃었다. 자기가 괴롭히는 줄은 모르는 건가. 여주는 침을 한번 삼키고는 심호흡을 했다. 지금이라면 물어볼 수 있을 거 같은데...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여주를 보고 있던 지민은 얼른 말하라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여주의 손을 잡았다.
"너...."
"응."
"왜 자꾸 나한테 이러는 거야...?"
"무슨 소리야 그게?"
"... 애들한테 안 사귄다고 한건 왜 그런 거야?"
"뭐?"
"그야 우리는 결혼하기로 했잖ㅇ,"
"뭐?"
"결혼하기로 했잖아. 왜 그래 갑자기?"
"......"
"여주야?"
김여주 박지민 약혼설을 너가 퍼뜨린 거였어? 여주는 영혼이 우주로 가는 걸 느끼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박지민 얘 뭐야 진짜. 또라이야 미친놈이야..... 여주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채로 지민에게 말했다.
"불편해 너."
"... 으응..?"
"왜 생판 처음 보는 사람한테 자꾸 이러는 건데? 애들이 나 쳐다보는 것도 불편해 죽겠어."
"여주야?"
"네가 제일 불편해! 왜 자꾸 나한테 이러는 건데? 나 좋아해?"
"......"
"불편하고 짜증 나. 넌 날 아는 거 같은데 난 아니란 말이야. 너 기억 안 나..."
"그게 무슨 소리야...?"
"기억이 안 나?"
눈에 띄게 굳은 지민이 여주의 어깨를 잡고 중얼거렸다. 기억이 안 난다고? 여주가 놀라서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지민이 무슨 생각을 하는 듯 여주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여주 맞는데.
"... 아무것도?"
"... 네가 하는 거 보면 우리가 어릴 때 만난 적이 있는 거 같은데... 난 하나도 기억 안 나."
"......"
"그, 저.. 미안. 근데 그만해줬으면 좋겠어."
놀란 듯 굳은 지민을 뒤로하고 여주는 이만 가보겠다며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고는 교실을 나섰다. 지민은 여주의 뒷모습을 보다가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고자 했다. 왜지? 왜 기억을 못하지? 지민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발을 까딱거렸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지민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며 교실을 나섰다. 뭔가 이상했다. 원래라면, 날 기억해야 하는데.
"형."
- 와 몇 년 만에 전화야?
"김여주가 날 기억못 해."
- 뭐래. 장난하냐?
"형도 몰랐던 일이에요?"
- 당연하지. 난 네 인생에서 손 뗀지 오래다.
"알았어. 끊을게요."
- 정말 나에 대한건 궁금해하지도 않니?
당연한 거 아냐? 지민이 살짝 웃으며 매정하게 전화를 끊었다. 잠시 여주의 곁을 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부터 해결해야지.
4
"지민아, 가끔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 됐으니까 비켜요."
"아니, 너가 지금 들어가 봤자 아무도 없다니까? 출장 갔다고 출장! 출장 몰라?!"
"일도 제대로 안 하면서 뭔 출장이래요. 도망간 거 아니고?"
"내가 생각하기엔 도망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아니, 일단 돌아가라고."
"왜."
"너가 들어가면 내가 혼나거든."
솔직하게도 말하는 석진에 지민이 한 발짝 물러서기로 했다. 어차피 안에 아무도 없다는데. 잘 생각했다며 지민에게 어깨동무를 하고는 밖으로 이끄는 석진에 지민의 표정이 잠시 불퉁해졌다. 여주가 날 기억 못한다는데 지금 태평한 소리가 나오나? 지민의 머릿속엔 온통 여주뿐이었다. 눈곱만하게 석진의 존재감이 있긴 했는데, 지민은 그다지 석진을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석진을 만난 것도 거의 100년 만이었거든. 지민은 이런 사람이었다. 자신이 관심 갖은 상대한테만 몰빵하는.
"여주가 너보고 뭐래?"
"... 처음 보는 사인데 왜 이러냐고, 불편하니까 좀 그만하라고 그러던데."
"네가 잘못했네."
"난 진짜 기억 못 하는 줄 몰랐어. 그래서 평소 하던 대로..."
"박지민이 잘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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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박지민] 운명의 사색 01 | 인스티즈](//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5/19/1/16de725b7308c825492c22b568ab2a85_mp4.gif)
"뭐."
"... 말을 말자..."
5
운명. 손가락에 빨간 줄. 평생 함께할 반려자. 지민은 새끼손가락 끝에 감겨있을 보이지 않는 빨간 실을 바라보았다. 이 실이 여주와 이어진지도 몇백 년째였다. 성격이 글러먹어도 너무 글러먹었다는 소리를 듣는 지민을 보고 월하노인 아저씨가 네 성격 감당하기 힘드니까 좀 애인도 만들고 알콩달콩 살아봐라 하며 이어준 거였는데, 그게 지민의 마음에 쏙 들어 버린 거다. 어차피 빨간 실은 거부할 수도 없고 둘이 이어질 확률이 백 프로였지만 지민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여주를 아꼈다. 딴판으로 바뀐 지민의 모습을 보고 석진은 혀를 내둘렀다. 김여주가 사람 하나 만들었네. 박지민은 사람이 아닌데.... 사람으로 만들었어.
"김여주를 만나는 건 김여주가 청소년이 되고 나서 가능하다."
"도대체 왜?"
"연애는 커서 해도 돼. 김여주가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나서부터 만나는 거 가능."
"여주 클 동안 나는 뭐 하는데요?"
"뭐 하긴."
"나랑 일해야지."
"아....."
"박지민 진짜 싫어하는 거 봐... 상처다."
"그냥 일해. 너랑 잘 맞는 상대 이어주는 게 쉬운 일인 줄 아냐."
"아저씨가 먼저 해준다고 했잖아요."
"어쩌라고, 그냥 은혜 갚는다고 생각해. 그리고 아저씨라 하지 말라고. 나도 이름 있어."
"그럼 아빠?"
"......"
".. 부르라고 해도 안 불러요."
"어."
그렇게 지민은 계약직 노예로 붙잡혔다. 여주가 태어나서 클 때까지. 지민은 불만이 좀 많긴 했다만 그러려니 했다. 지금 보다 더 옛날에도 여주가 좀 크고 나서 만나라고 했었거든. 육아 말고 연애를 하라는 건가. 지민은 알 수 없는 윤기의 속을 들여다보려다 포기했다. 그리고 지민이 조그만 불평으로 끝낼 수 있었던 건 여주가 신기하게도 전생을 다 기억했기 때문이다.
".... 지민이?"
"....... 네?"
"지민이 아니야?"
"여, 여.. 여주야아...!!"
새로운 생을 시작한 여주를 만나러 간 지민은 그 자리에서 심장을 부여잡고 몇 분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원래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정상인데 이상하게도 여주가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거였다. 눈을 감고 다시 떴는데 자신은 아기가 되어 있었고 처음 보는 부모님의 얼굴이 보였고 그다음에 지민이 어디 있는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민은 천계의 신들 중 누군가가 우리의 사랑을 좋게 봐서 선물을 준거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 다음 생에도, 다다음 생에도 여주는 전생을 기억했다. 그래서 지민은 앞으로도 계속 여주가 전생을 기억 한채로 태어나는 줄 알았다. 윤기조차도 여주가 널 너무 사랑해서 잊어버리지 않은 걸 수도 있다고 말해줬는걸.
".... 앞으로 어떡하지."
지민은 좌절했다. 여주가 당연히 전생을 기억할 줄 알고 마음 놓고 기다리다가 여주가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지상으로 내려갔는데, 기억을 못 한다니. 몇 번의 생 동안 차곡차곡 쌓았던 여주와의 추억이 자신의 기억 속에만 남는다고 생각하니 지민은 눈물이 나올것 같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해."
"그게 쉬워? 물론 여전히 여주를 사랑하는데..."
"뭐가 문제지?"
"아니 지민아 왔어? 이러고 반겨주던 애가 누구세요? 이러는데 내가 안 이러고 배겨?"
"... 어쩔 수 없는 거지. 김여주가 전생을 기억한 것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잖아."
"... 그래도.."
"신도 모르는 운명이 있나 보지."
"신선 될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거 같다."
"그러게. 이 말 신 님이 듣고 나 혼내면 어떡하지?"
"혼나야지."
말대꾸 좀 하지마. 석진이 지민을 째려보며 어깨를 툭 치자 지민이 어이없다는 듯 석진을 한번 흘기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천계에서의 시간은 지상에서의 시간과 차이가 조금 있는 편이었다. 천계에서 1시간이 지나면 지상에서는 1일이 지났다. 지민은 이틀이 지난 걸 보고 그냥 지상에 내려갈까 고민했지만 윤기를 보고 가야 상황 파악이 좀 될 것 같았고, 그냥 내려가면 도망가서 못 잡을까 봐.
"... 안되겠어. 나 내려갈래."
"월하노인 도망간다."
"형이 잡아놔."
"내가 왜?"
![[방탄소년단/박지민] 운명의 사색 01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5/29/0/e810f378360a8f91b05fd54e697b7a82.gif)
"안 그러면 신선이 나쁜 짓 한다고 소문낼 거야."
"너.. 되게 별거 아닌 말하는데 표정 진짜 사악하다."
"아 어쨌든."
나 간다. 지민이 빠른 걸음으로 멀어지는 걸 보고 있던 석진은 혀를 두어 번 찼다. 또 한동안은 천계에 안 올 테지. 지민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석진은 발걸음을 옮겨 아까 필사적으로 막았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갔어."
"와 진짜 문 열고 들어오는 줄."
![[방탄소년단/박지민] 운명의 사색 01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5/20/20/c42bdbf0d8dbe93fc7ebbdcca6daa290.gif)
"......"
"뭐."
"네 아들이 불쌍하다..."
"누가 내 아들이야. 어이없네."
"주워다 키웠음 아들이지."
구석에 몸을 쭈구려 앉아있던 윤기가 엉덩이를 손으로 털며 일어났다. 당분간은 박지민하고 마주치지 말아야지. 윤기가 석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웃었다.
"왜, 왜 그렇게 쳐다봐. 네가 그렇게 볼 때면 무섭더라."
"박지민한테는 비밀로 하는 거 알지?"
"내가 왜?"
"잘리고 싶어?"
"입 다물게요."
"어."
6
여주는 3일째 빈 제 옆자리를 보며 다리를 덜덜 떨었다. 지민에게 불편하다고 말한 날부터 지민이 학교를 빠졌는데, 여주는 이게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심각하게 고민했다. 내가... 불편하다고 그만하라 해서 안 오는 건가? 내가 기억을 못해서? 인상을 팍 구기며 머리를 감쌌다. 아무리 그래도 안 오는 건.... 여주는 엎드려서 교실의 바닥만 뚫어져라 봤다. 박지민이 학교에 오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첫째.. 내가 불편하다고 해서. 둘째, 박지민을 기억 못한다고 해서. 셋째... 차여서?
"아.. 진짜..."
착잡하다. 여주가 눈을 질끈 감았다. 얼마나 심란한 건지 박지민에게서 나는 달달한 오렌지 향이 맡아지는듯했다.
![[방탄소년단/박지민] 운명의 사색 01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5/29/0/2b1897f35bd87d083ae7f507ff497d1c.jpg)
"진짜.. 별.."
"어디 아파?"
"안 아픈데..... 응?"
"그럼 다행이고."
"박지민?"
![[방탄소년단/박지민] 운명의 사색 01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2/27/3/02886b3bced50f4af51f64a92d5148bb.gif)
"안녕 여주."
고개를 든 채로 굳은 여주의 볼을 콕 찍은 지민이 옆자리에 앉아 가방을 걸었다. 여주는 멍하니 지민의 행동들을 보다가 밀려오는 안도감에 한숨을 쉬었다. 그냥 사정이 있어서 못 나왔던 건가. 자신 때문에 안 나온 게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편에선 아무렇지 않게 구는 지민에 기분이 떨떠름했다.
"뭐하고 지냈어?"
"... 그냥.. 평소랑 똑같이..."
"내가 없는데 평소랑 똑같이 지냈다고?"
능글맞게 웃는 지민에 여주가 머쓱하게 웃었다. 박지민은 변하지 않는다. 뭐라고 했는데도... 여주는 어느새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리는 지민을 보다 손을 살며시 뺐다. 이상해. 기분이 이상하다.
"여주야."
"... 응?"
"나 없으니까 허전하지."
"어?"
"난 너무 허전하더라."
지민의 말과 눈빛에 여주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눈을 피했다. 무슨 이유로 날 이렇게나 좋아하는 거지. 여주는 콩닥거리는 심장에 손을 얹고 눈을 힘껏 감았다. 지민이 잡았던 손이 화끈거렸다. 마치 지민이 자신의 심장을 움켜잡은 느낌이었다.
![[방탄소년단/박지민] 운명의 사색 01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2/23/0/6d169072b1e0ef45ce58b27111944ae2.gif)
윤기 = 월하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