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행복한 꽃들판에서 날 쫓아오던게 너니 우현아?
꿈이란게 사람한명을 가지고 잔인한 장난을 치는구나. 솔직히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난 아직 우현을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하지만 막상 내 앞에 우현이 나타났을 떄, 난 진심으로 기뻤을까? 기억이 흐려온다. 우현과의 재회 장면이 떠오르질않아. 흐릿하게.... 안개라도 낀듯 뿌옇게만 기억에 남아있다. 이렇게 통증은 시작되고, 밤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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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of night / chapter. 통증
〃형…야 김성규우...!!〃
총소리와 함께 나는 눈을 떴다. 흐리던 내 시야가 천천히 맑아졌다. 내 팔을 잡아 무작정 흔들고있는 우현이 보였다. 푸훗. 하는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우현이 행동을 멈추고 나를 바라 보았다. ´형...? 일어났어? 일어난거야?!?´ 호들갑떨지마. 인상을 떨면서 찌뿌둥한 허리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켰다. 근데, 너지금 나한테 반말로 김성규. 라고 했냐? 은근한 야리면서 우현을 보았더니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듯 왜..왜 그렇게봐? 하면서 움츠린다. 짜식. 여전히 귀엽네.
〃왜일어나? 더 쉬어. 안정이 필요하댔어. 의사선생님이 나도 들어가지 말라했는데.. 애원해서 들어온거야.〃
〃됐어. 나 건강해. 나때문에 밥도 못먹었지? 나가서 밥 먼저 먹자.〃
〃무슨소리야 아저씨. 쓰러진지 이미 하루도 더 지났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쉬자. 응?〃
〃…됐어요. 나 할일 많아. 학교도 가야하니깐 나가자.〃
벌서 하루도 더 지났다니. 내가 긴시간동안 잠을 잤구나. 그 긴시간 동안 나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그 남자를 피해 달렸구나... 잠시만. 남자... 꿈..?
´으으으....´ 옅은 신음소리를 토해내며 고개를 떨구었다. 우현이 나를 걱정하는듯 불렀고. 등을 쓰다듬었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과거 남우현이 내 곁을 떠나갔을 때부터. 아니다, 남우현이 내 곁에 왔을때부터 겪었던 통증이다.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을 때 쯤 우현이의 손을 붙들고 안내데스크로 갔다. 퇴원인정서에 대충 싸인을 하고 병원을 나왔다. 숨이 트인다. 통증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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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쪽은 김명수. 인사해 우현아. 같은과 후배. 조금있다가 성열이라는 애도 올꺼고, 명수도 인사해라. 여기는 우현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김명수입니다.〃
´사람 부담되게 뭘 그리 쳐다봐.´ 명수 녀석이 내 옆에 앉은 우현이를 뚫어지도록 주시한다. 별 신경쓰지 않는다. 성열이가 오면 알아서 눈 돌리겠지. 명수앞으로. 우현앞으로. 그리고 내 앞으로 소주잔을 돌린다. 또르르. 하며 따라지는 소주가 오늘따라 맑아 보인달까, 동갑이라 그런지 벌써부터 친해진 우현과 명수를 두고 묵묵히 소주잔을 채우고, 비워나간다.
옆에서 우현이 내게 말을 걸었지만 대충 얼버무리고 나혼자의 시간을 가졌다. 왜이렇게 혼란스럽지. 분명 적응하기로 했는데. 이 상황을 얼른 끝내버리고 싶다. 사실. 얼른 우현을 보내버리고 싶다. 이런 비정상적인 만남은 싫다. 차라리 내가 그에게로 가는게 더 나을듯 싶다.
〃무슨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세요 김성규씨? 나 불러놓고 혼자 놀기야?〃
〃아.. 나두고도 잘 놀고있구만 뭐.〃
´그래두우....´ 말끝을 늘이는 우현. 이 녀석도 앵간히 취했나보다. 귀여운녀석. 이 녀석을 두고 내가 감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 내가 널 얼마나 배고파했는데. 어렵게 찾아온 기회 쉽게 놓치면 예의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