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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유마스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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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이 지났다.

 

 

 

  매니저는 소속사 사장에게 S호텔 사장과 백현의 만남을 중지시켜 달라했고, 매니저의 기나긴 설득 끝에 백현은 겨우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소속사의 의견을 전달하자마자 찬열에게 연락이 왔다. 언제나처럼 밤 10시, 항상 만나던 S호텔의 506호로 오라는 문자였다. 직접 만나 얘기를 전해야 하는 게 도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역시 두려웠다. 상대는 S호텔의 사장이었고, 앞으로 연예계에서 활동할 수 없게 손을 쓸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그런 백현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찬열은 여느 때와 같이 담배를 피우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하고, 백현을 안았다. 지쳐 누워 있는 백현의 머리를 살짝 헝클인 뒤 방을 빠져나간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뒤로 찬열에게 오는 연락은 없었다. 백현에게 돌아오는 불이익 또한 없었다. 출연 중이었던 드라마도 탈 없이 찍고 있었고, 찬열이 새로 하게 해준 드라마도 역시 출연하게 되었다. 분명히 보복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맞아, 너랑 동 시간대 드라마 출연하는 그 송 어쩌고 걔 있잖아. 올해 제대한 애, 알지?”
“네, 알아요. 왜요?”
“뒤에 그 사람이 있나 봐, 박찬열.”
“네…?”
“제대하자마자 드라마 출연하고, 광고도 찍고. 이번엔 영화도 한다고 하더라. 군대 갔는지도 몰랐는데.”

 

 

 

 


  한 달 사이에 그런 일을 가능케 할 수 있는 게 S그룹밖에 더 있겠어. 무심코 던진 매니저의 말에 대본을 읽고 있던 백현의 두 눈이 심하게 흔들렸다. 이젠 다른 사람을 봐주는구나. 이번에도 역시 자신과 같은 무명 연예인을 골랐나 보다. 서포트 할 사람을 고르는 기준이 뭘까. 매니저 형이 말한 배우와 백현은 하나부터 열까지 닮은 점이라곤 새끼손톱만큼도 찾을 수 없었다. 얼굴도 닮지 않았고, 키도 백현이 훨씬 작았다. 매니저 형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심장 한구석이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쩐지 요즘 많이 보이더니 그럴 줄 알았어. 이거 내년에 제작하는 영화 시나리오.”
“…시나리오?”
“오늘 왔어, 사장님이 읽어보고 좋으면 빨리 말해 달래.”
“요즘 일이 많네요….”
“그만큼 네 인기가 올라갔다는 거지.”

 

 

 

 


  찬열 덕에 출연하게 된 첫 드라마가 크게 흥행하고 있어 백현의 인지도도 상당히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두 번째 드라마 역시 남자 주인공의 캐스팅이 화제가 돼 백현의 캐스팅도 조명되었고, 어느샌가 백현이 길거리를 지나다니면 알아보는 사람도 꽤 생길 만큼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 *

 

 

 

 

 


“고심할 시간 없었을 텐데 빠른 연락 줘서 고마워요.”
“아니에요, 오히려 저희가 감사하죠.”
“시나리오는 읽어 봤죠? 어때요?”
“좋았어요, 캐릭터도 마음에 들고….”

 

 

 

 


  소속사 사장도 재촉을 하고, 백현 역시 처음 받아본 시나리오였기에 하루 만에 정독한 뒤 감독이라는 사람에게 연락했다. 영화는 데뷔하고 8년 만에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 드라마와는 또 다른 매력, 또 다른 부담이 생길 것 같았지만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도 했다. 역할도 내용상 꼭 필요한 역할이고, 대학생이라는 캐릭터 역시 자신에게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찬열이 말했던 대로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이미지가 그려졌다.

 

 

 

 


“매력 있는 캐릭터예요, 스토리상 없으면 안 되는 존재고.”
“네, 그런 것 같아요.”
“최근 출연한 작품들도 다 봤는데 괜찮더라고? 연기력 부족할 줄 알았더니.”
“네?”
“박 사장이 자기가 제작비 일부를 대줄 테니 백현 씨를 출연시키라고 해서 사실 좀 걱정했었어.”
“박…. 사장이라니….”

 

 

 

 


  S호텔 박찬열 사장. 감독의 입에서 나온 찬열의 이름에 백현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제작비의 일부를 후원해주는 대신 백현을 이 영화에 출연시키게 하는 것이 찬열의 제안이었다는 것이다. 찬열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된 것도 놀랐지만 찬열이 자신을 또 서포트 해주었다는 것에 더더욱 놀랐다. 시나리오를 받은 것은 바로 어제였는데, 대체 언제 이런 일을 꾸민 것인지 의문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만나지 않기로 했음에도 지원해주는 거라면? 사실이라면 이유는 무엇일까.

 

 

 

 


“박 사장이랑 친한가 봐? 잘 좀 챙겨주라고 하던데.”
“그냥 뭐…. 근데 언제 그런 부탁을….”
“며칠 안 됐지, 원래 이 역을 맡았던 배우가 갑자기 부상을 당해서….”
“며칠…. 안 됐다고요….”

 

 

 

 


  나를 출연시키라고 말한 게 아직 며칠 안 됐다. 일방적으로 만남을 거부한 쪽은 자신이었는데, 아직까지도 이런 일을 해주고 있는 찬열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자신에게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일까. 예전부터 찬열은 어딘가 모르게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표정을 읽을 수도 없었고, 오늘처럼 이렇게 의도조차 알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처음으로 영화를 찍게 돼서 설레고 기대했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눈앞을 가렸다.

 

 

 

 

 


* *

 

 

 

 

 


“사장님이요? 약속 잡고 오신 건가요?”
“약속….”
“안 하셨으면 만나시기 어려울 거예요.”

 

 

 

 


  약속을 잡을 수만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휴대폰에는 아직 찬열의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었고, 당연히 연락을 시도했다. 전화도 해보고, 문자도 남겨보고. 하지만 찬열의 전화기는 계속 꺼져 있었고, 백현이 보낸 문자에도 답장하는 일이 없었다. 끝내 가장 무식하고 직접적인 방법인 호텔로 찾아가는 방법을 써봤다. 아니나 다를까, 약속을 잡지 않았다면 찬열을 만날 수 없다는 안내데스크 여직원의 대답만 돌아왔다.

 

 

 

  백현이 체념하듯 돌아서 프런트 데스크로 향했다. 당장 만날 수 없다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아직 손에 들어온 돈이 얼마 되지 않아 오래 머무를 수는 없지만, 며칠 동안은 가능할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 호텔에 머무르면 꼭 찬열이 저를 찾아와줄 것만 같았다.

 

 

 

 


“체크인하고 싶은데요, 506호…. 가능한가요?”
“506호요?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그 방은 현재 체크인이 불가한 방이네요.”
“체크인이 안 돼요?”
“네, 죄송합니다. 다른 방을 알아봐 드릴까요?”

 

 

 

 


  항상 찬열과 만났던 506호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체크인이 불가하다니 조금 아쉬웠다. 506호가 안 된다면 그 옆방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한 백현이 입을 떼려는 찰나, 정장을 쫙 빼입은 키 큰 남자가 백현의 옆으로 붙어 섰다.

 

 

 

 


“506호,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해요. 청소부도 안 돼.”
“네, 네. 사장님.”
“아, 생일이 5월 6일이라면 오늘 밤 10시부터 들어가도 돼.”
“네?”

 

 

 

 


  찬열이었다. 찬열이 백현의 옆에 서 프런트 데스크의 직원과 얘기한 뒤 호텔 밖으로 나가버렸다. 백현을 흘깃 바라보며 미소 짓는 것도 잊지 않은 채. 찬열의 지시에 당황스러워하는 직원과 마찬가지로 백현의 얼굴 역시 당황스러움이 서려 있었다.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이야. 그렇게 닿지 않았던 연락이었는데. 호텔로 찾아온 지 고작 10분 만에 얼굴까지 보고, 목소리도 들었다. 거기다, 오늘 밤 만나자는 약속까지 얻어냈다.

 

 

 

 

 


* *

 

 

 

 

 


“오랜만이네, 이렇게 또 보게 될 줄은 몰랐어.”
“네, 저도요….”
“내 호텔에 묵으려고 했던 거야?”
“…이 방, 체크인 불가던데….”
“응, 내가 못하게 했어.”

 

 

 

 


  벽에 기대 여느 때처럼 담배를 피우고 있던 찬열이 백현의 맞은편에 앉았다. 한 달 새에 달라진 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항상 만남을 가질 때마다 들어왔던 506호도, 506호의 인테리어도, 분위기도, 테이블의 위치도, 하얗디하얗던 침대 시트도, 능글맞게 미소 짓는 찬열의 모습도, 한 달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치 찬열과 백현의 마지막 만남 이후 그 누구도 들어오지 않은 것처럼.

 

 

 

 


“이유…. 물어봐도 돼요?”
“이유라…. 내가 이 호텔의 사장이 된 이후로 이 방엔 아무도 못 들어왔어. 너 빼고.”
“네?”
“506호에는 너만 들이고 싶었거든, 네 생일이니까.”
“…의미를 모르겠는데요.”

 

 

 

 


  미간을 좁히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백현의 모습에 찬열이 슬쩍 웃으며 피우던 담배를 껐다. 한 달 전이든 지금이든 찬열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백현은 알 수 없었다. 애매모호한 말만 하고, 오늘도 자신의 생일이니까 체크인도 못 하게 했다는 둥 나만 들이고 싶었다는 둥, 여전히 이유를 모르겠다.

 

 

 

 


“그건 됐고, 이젠 이 방에 안 와도 되는데 왜 온 거야?”
“그게….”
“이제 만날 일 없을 거라고 한 사람은 너였잖아.”
“물어볼 게…. 있어서요.”
“뭔데? 물어봐.”

 

 

 

 


  표정의 변화 없이 저를 바라보는 찬열의 모습에 백현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숙여졌다. 꼭 물어봐야 하는 것이 있는데, 찬열의 대답을 예상할 수 없어 차마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 어떤 생각으로 그런 일을 한 걸까. 혹시나 돌아올 대답이 족쇄가 된다면 어떡해야 하나. 미리 걱정부터 앞섰다. 찬열의 표정으로 보아 백현이 어떤 질문을 해올지 이미 예상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도 이미 생각해 두었다는 듯, 연신 미소를 띤 채 백현을 바라봤다.

 

 

 

 


“이번에 영화를 찍게 됐는데…. 감독님 말이 그쪽이 날 출연시키라고 했다고….”
“그런데?”
“정말…. 이에요? 정말 그쪽이 그랬어요…?”
“응, 맞아.”
“어째서….”
“그보다 그쪽이라는 말 그만하지? 내 이름은 그쪽이 아니잖아.”

 

 

 

 


  정말이었다. 찬열이 저를 이번 영화에 출연시키도록 손을 쓴 것이 사실이었다. 사실 처음 감독에게 이 사실을 전해 들었을 때에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묘한 감정이었다. 찬열이 끝내 저를 놓지 않았다는 두려움과, 아직도 인연이 이어져 있다는 안도감. 정신을 차려보니 얼른 찬열을 만나야겠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어째서 아직도 자신을 도와주고 있느냐며 따질 생각은 없었다. 그저 만나고 싶었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왜 그런 거예요? 당신 말대로 일방적으로 이 얘기 없앤 건 난데….”
“내 이름은 당신도 아니야.”
“대답해줘요, 이유가 뭐예요?”
“흠…. 별로 이유 없어. 그냥 그러고 싶으니까 그런 거지.”
“왜 그러고 싶은 건데요….”
“끈질기네, 그냥 그러고 싶었다니까.”

 

 

 

 


  찬열이 팔짱을 끼며 몸을 뒤로 젖혔다. 볼 때마다 느낀 거지만 백현은 보통 사람들보다 눈치가 부족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여우 짓을 할 위인으로는 안 보였고, 늘 부가적인 설명이 있어야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듯했다. 그다지 어려운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겨우 그거 물으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네….”
“뭐, 별거 아니었네. 더 할 말 없으면 가 봐도 되지?”
“네…?”
“싫어하는 거 같으니까 이제부터는 일절 지원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여긴 안 와도 돼.”
“아….”

 

 

 

 


  살짝 굳은 얼굴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찬열을 따라 백현 역시 일어났다. 아직 물어볼 것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찬열의 팔을 황급히 잡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팔을 잡힌 찬열보다 오히려 백현이 깜짝 놀라며 얼른 제 손을 거두었다. 이대로 찬열을 보내기엔 궁금한 점을 다 물어보지 못했다는 찜찜함이 남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방금 물어본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고, 이번에도 그러고 싶어서 그랬다는 대답이 돌아올까 봐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두 주먹을 꽉 쥔 백현의 고개가 또다시 숙여졌다.

 

 

 

 


“왜, 또 할 말 있나?”
“…그것도, 사실이에요…?”
“뭐가?”
“이번에 전역한…. 저랑 같은 시간대 드라마에 출연하는 그 남자 배우….”
“어, 걔가 왜?”
“그쪽이…. 봐주고 있다고 하던데….”

 

 

 

 


  결국 저질러버렸다. 의외의 것을 물어봤다는 듯 찬열의 눈이 순간 커졌다가 미소와 함께 돌아왔다. 정말로 궁금했던 건 아까의 것보다는 지금의 것이군. 찬열이 제 팔을 잡은 백현의 손을 살며시 붙잡았다. 백현이 이런 반응을 하다니, 그 어느 때보다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 그거…. 맞아, 근데 그게 왜? 문제 있나?”
“아니…. 그게….”
“그러든 말든 이제 너랑은 상관없을 텐데?”
“하지만…. 궁금해서요….”
“뭐가?”
“나한테 했던 것처럼…. 그 사람한테도 똑같이 그러는 걸까…. 싶어서….”

 

 

 

 


  풀이 죽어 찬열에게 잡힌 손을 미처 빼내지도 못하는 백현과는 달리 찬열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재미있어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어린아이 같은 눈으로, 그렇게 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숨기려 했던 미소가 주체를 못 하고 스멀스멀 삐져나왔다. 하핫, 하며 크게 웃어버리고 싶었지만 꼴에 폼은 잡겠다 다짐하며 손에 쥔 백현의 손을 꽉 잡았다.

 

 

 

 


“그건 당연한 일이잖아? 난 그거 때문에 지원해주는 거니까.”
“…역시 그렇겠죠.”
“응? 잠깐, 기다려.”

 

 

 

 


  방금까지만 해도 힘 빠진 강아지마냥 풀 죽어 있던 백현이 찬열에게 잡혀있던 제 손을 휙 빼내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마치 두 번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듯한 뒷모습에 찬열이 빠져나간 백현의 손을 다시 한 번 잡았다. 지금 그대로 놓쳐버리면, 영영 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먼저 잡은 건 너야, 그런데 이번엔 네가 가려고?”
“하, 할 말 끝났어요.”
“흐응, 정말?”
“이제 정말로…. 안 올 거예요.”
“크크, 거짓말이었어. 그 녀석한테 돈을 대준 건 맞지만 한 번도 만난 적 없어.”
“네…?”

 

 

 

 


  그제야 백현이 찬열을 향해 고개를 돌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보였다.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고, 만지고, 안았던 사람은 너뿐이라고.”
“아….”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하는 것은 찬열이 예상한 백현의 반응이 아니었다. 거짓말하지 말라며 화를 내고, 온갖 정이란 정은 다 떨어진 표정을 지을 줄 알았는데. 백현은 찬열의 말을 곧장 믿고 수긍해버린 듯 보였다. 물론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이런 반응이 나오면 역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내가 너 잘되게 도와주는 거, 역시 싫어? 앞으로 하지 마?”
“…모르겠어요.”
“앞으로 너만 보고, 너만 만지고, 너만 안는 것도 싫어?”
“그건…. 그것도 싫어요.”
“그렇게는 안 들리는데.”

 

 

 

 


  나름 완강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는 백현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지은 찬열이 백현을 이끌어 침대 위에 앉혔다. 침대 위에 앉은 백현과 눈을 마주하기 위해 쪼그려 앉은 찬열이 백현의 두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가뜩이나 뜨거웠던 얼굴이 이제는 터질 것만 같아 백현이 얼른 고개를 숙여 얼굴을 숨겼다. 지금 찬열과 눈을 마주치면 부끄러워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할 자신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심장 소리가 요동쳤다.

 

 

 

 


“오늘부터 너한테만 집중하기로, 싫어?”
“…좋아요.”
“그럴 줄 알았어. 그럼 오늘부터….”

 

 

 

 


  찬열이 잡고 있던 두 손을 놓고 백현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다가오는 찬열의 얼굴에 백현이 살며시 두 눈을 감았다. 몸이 젖혀져 침대와 등이 맞붙을 때마저도 백현을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찬열의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야 백현이 슬며시 눈을 떠 찬열의 두 눈을 바라봤다. 두려움 따위는 잊은 지 오래였다. 작게 떨리지만 고요한 눈동자가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더 이상 찬열의 미소가 차갑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좀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백현이 손을 들어 눈앞에 다가온 얼굴을 만지려는 순간 찬열이 몸을 일으켜 구겨진 옷을 털었다.

 

 

 

 


“연락할게, 장소는 당연히 이 방이고.”
“네, 네?”
“시간은 매번 다르겠지? 어쨌든 연락할게.”

 

 

 

 


  몸을 살짝 일으켜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찬열을 바라보는 백현의 눈이 커졌다. 지금 찬열의 모습은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할 말만 하고 자리를 뜨려는 모습이었다. 또 이렇게 그냥 가버리는 거야? 순간 열이 뻗친 백현이 벌떡 일어나며 찬열을 향해 소리쳤다.

 

 

 

 


“가, 가지 마요!”
“응?”
“매번 나 혼자 두고 가지 말라고요!”
“…아하하하!”

 

 

 

 


  이제껏 만나오며 본 모습 중 제일 확고한 의사표현을 한 백현의 외침에 찬열이 차마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백현 역시 자신이 무슨 말을 한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 처음 보는 찬열의 웃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매번 그런 생각을 했구나. 겨우 평정심을 되찾은 찬열이 저를 바라보고 있는 백현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내일 아침까지 같이 있을까?”
“읏…. 그, 그런 게 아닌데….”
“크크, 그거 알아 백현아?”
“네, 네?”
“너를 선택한 건 나야.”

 

 

 

 


  이름으로 부른 것이 두 번째라는 것을 백현이 되새기는 동안 찬열은 그런 백현을 안아 침대 위로 곧장 쓰러졌다. 놀랄 새도 없이 집어삼켜진 백현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또다시 그냥 가버릴까, 얼른 찬열의 목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여전히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백현의 모습에 찬열이 소리 없는 웃음을 삼켰다.

 

 

 

 

 

 

 


Haet

 

어휴 이런 쓸애기...

쓸애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기다렸어요 작가님 ㅠㅠ 상편부터 잘 지켜봐 왔는데 댓글은 처음 남기네요 구독료도 안 걸어 주시고 감사합니다 정말... 이런 스폰서물 게다가 찬백이라니 완벽하게 취향 저격이에요 문체도 정말 좋으시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써 주세요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1
이렇게끝인가요..?ㅠㅠㅠ찬열이번외편써주세요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아나 괘좋아 아아ㅏ아아ㅏㅡ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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