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하다라는 말을 믿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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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보니, 이른 새벽이었다. 이른새벽이라고 하자면, 해가 막 뜨기 시작한 시간이랄까. 저의 집 창문 구석에는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경수는 창문을 바라보며, 기지개를 켠 후 화장실로가 머리를 감았다. 행여 저보다 키가 큰 종인이 저의 머리냄새를 맡을까, 하는 조바심에 비롯된 행동이랄까.
머리를 감고 나와보니 어느새 6시였다. 경수는 머리를 말린 뒤, 양치를 했다. 양치를 하며 문득 든 생각이, 아. 양치를 하다가 김종인을 처음봤지. 나는 그 때 기분이 어땠더라. 그 때의 상황이 화장실 거울에 겹쳐졌다.
어제 점심시간이 느긋하게 흘러갈 즈음 남자화장실 앞.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화장실 옆 정수기 앞에서 저가 종인을 처음보고 얼마 있지않아 머리가 멍-,해진건 맞는 것 같은데, 왜 멍해진건지 아직까지 해답이 나오지않았다.
이 문제는 저가 엊저녁에 풀던 수학문제처럼, 답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저가 풀던 문제들은 모르거나 헷갈리면 해설지를 보고 해답을 찾았지만, 이 문제는 다른 문제들보다 훨씬 어렵고, 훨씬 헷갈리는 문제인데 정작 이 문제에 대한 해설지는 없었다. 아니, 말하자면 이 문제에 있어서 해설지는 경수 자신이었다. 경수는 머리가 조금씩 지끈거려 오는 것을 느꼈다.
경수는 빠르게 입을 헹군 뒤, 세수를 하고 걸려있는 수건으로 입가 주변과 얼굴을 닦은 뒤 화장실에서 나와 찬물을 마셨다. 찬 기운이 경수를 감쌌다. 으, 시원해. 찬물을 마심으로써 머리가 지끈거리는게 없어진 듯 했다. 경수는 시간를 확인한 뒤 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경수는 교복을 입고, 안방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 저의 부모님은 아침 일찍 나가셨거나, 지난 밤 들어오시지 않은게 분명했다. 경수는 방에서 나와 거실 한켠에 걸린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이른 아침 일어나 혼자 준비하는게 저에겐 낯설지 않은 일이라 괜찮았지만, 또 이렇게 거울에 비친 집 안에 홀로 남은 저를 보게되면, 가끔은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옷매무새를 대충 정리한 뒤, 시계를 보니 7시 10분을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아침밥 좀 먹고갈까.
경수는 부엌으로와 시리얼을 먹기 시작했다. 어느새 밑바닥을 보이고 있는 시리얼 그릇을 보고있는데, 경수의 전화가 울렸다.
종인♥. 이 전화 알림창을 보고 한참동안 웃었다. 어제 석식을 먹으며 번호교환을 할 때 서로의 번호를 바꿔 저장하기로 했었는데, 그냥 무뚝뚝하게 종인이나, 그의 이름 석자만 댕그러니 저장했겠거니 생각했던 그였는데.
종인에다가 무려 하트를 붙인 그의 전화번호부 이름은 저가 상상치 못했을 뿐더러 그에겐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어떻게 저장을 했더라…. 하고 생각하니 계속해서 시끄럽게 울리던 전화는 끊긴지 오래였다.
' 종인♥(으)로부터 부재중전화 '
경수는 서둘러 종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나 전화를 받지않아 기분이 상해 먼저 가진 않을까, 이런 조마조마한 마음 때문이랄까. 지루한 통화연결음이 몇번 울리다 얼마 있지않아 종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려온 말은, 여보세요. 가 아닌 경수에 대한 타박이었다.
아, 도경수 이제 받냐. 부터 시작해서 종인의 이미지완 맞지않게 저가 다 숨이차도록 잔소리를 들어놓더니 결국엔 준비다했어?, 란다. 잔소리하는 그의 목소리는 어제와 다름없이 짓궂었으며, 여전히 무심했고, 또 귀여웠다.
- 준비 다했어?
"어.., 신발만 신으면 돼. 지금? 아, 나 지금 아침밥먹는중인ㄷ..,"
나 지금 너네 집 앞인데 너네 집 805호지? 지금 올라간다. 진짜 너네 집 바로 앞이니까 한눈 팔지말고 신발 신고있어. 마치 종인 자신이 경수의 친부모라도 되는 듯 확인에, 또 확인까지 하고는 저가 알겠다고 대답하려는 찰나 전화는 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뚝, 끊겼다.
경수는 왠지 마음이 조급해졌다. 경수는 일단 저가 먹고 있던 시리얼 그릇을 서둘러 치운 뒤 서둘러 교복마이를 입고, 책가방을 맸다. 경수는 마이를 입고 책가방을 매기 전에 외투를 걸칠까, 하고 잠시 고민을 하다 이내 그만두었다.
외투를 걸치면 뭔가 거추장스럽단 말이야. 뭔가 정신사나워 보일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아침에는 쌀쌀하고, 점심에는 덥고, 저녁에는 쌀쌀하다 못해 추운 지금 이 날씨에는 입을만한 외투도 없얶고. 선도부는 외투도 못입게하지, 교복만 갖춰입는 것도 단정해보이고 좋지 뭐. 하고 자기합리화를 한 경수가 신발장으로가 운동화를 대충 구겨신은 뒤 문을 열었다.
-
경수가 덜컥, 하고 문을 열었을 때 종인은 문 앞에 없었다. 경수는 조금 실망을 했다. 저가 문을 열면 문 앞에서 자신을 특유의 무심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을 줄 알고 나름 긴장도 하고, 심호흡도 하고 나왔는데. 정말 종인은 경수가 아주 천천히 문 앞을 지나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 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숨어라도 있을 줄 알았더니 ….
얼마있지않아 엘레베이터가 저의 집 층수 만큼 올라오고, 엘레베이터가 멈추고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다. 이내 8층입니다. 라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녹음된 엘레베이터의 친절하지만 무심하다면 무심한, 기계소리를 듣고 별 생각없이 고개를 든 경수에게는 꽤나 놀랄법한 일이 경수의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도경수 하이."
"어.., 안녕. 김종인."
방금까지 저의 앞에 나타나지않던, 저가 그렇게 찾던 종인은 엘레베이터 안에 있었고 저에게 손을 흔들며 도경수 하이, 라고 인사를 건네왔다.
둘은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어색한 기운이 둘을 감쌌다. 으, 어색해. 엘레베이터가 1층에 왔음을 알리고 둘은 아파트를 벗어나 평소와는 다르게 이른 등굣길에 올랐다. 어제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종인과 함께 한달까. 아파트를 나서려는 순간, 제 앞에 보이는 것은 자전거에 올라탄 종인이었다.
"도경수 뭐해. 뒤에 안타?"
"어…,어."
종인은 자신의 자전거의 뒷자리를 가르키며 타라는 시늉을 했다. 경수는 종인의 자전거 뒤쪽에 탔다. 종인은 갑자기 경수의 팔을 덥석 잡더니 종인의 허리에 둘렀다.
"도경수 어린이, 안전벨트해야죠. 안그럼 아야-해요."
"……."
아래로 경수의 얇은 손목이 보였다. 약간 바르르, 떠는 듯 해보였다. 얘, 춥나.
"야, 너 추워? 왜 손을 바르르떨고 지랄이야."
종인은 그답지않게 욕을 했다.
"응…좀 춥네. 안 추울줄 알고 외투 안입고 나왔는데, 입고 나올걸 그랬다."
종인은 대꾸대신 경수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후드집업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경수도 딱히 거부하지는 않는 듯 했다.
자전거가 얼마있지않아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경수는 자신의 손이 종인의 후드집업에 있는 것만으로도 괜히 긴장됐다. 손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손에서 땀나면 안되는데…, 주머니 축축해지면 어떡하지.
경수는 점점 졸려오기 시작했다. 종인의 후드집업에서 느껴지는 종인 특유의 체취가 경수의 눈꺼풀을 무겁게 하는 듯 했다. 눈꺼풀이 조금은 무거워진 것 같다.
"졸리면 자. 오늘 일찍 일어났다며, 학교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어. 도착하면 깨울게."
종인은 졸린 저를 귀신같이 알아채고선 졸리면 자라, 라고 말을 건네왔다. 경수는 종인의 허리에 얼굴을 기대고선 눈을 감았다.
경수가 잠을 청하려는지 숨소리의 텀이 일정해졌다. 경수의 숨소리에 점점 취해가는 것만 같다.
눈을 감고, 그 위로 저와 종인을 따스하게 비추는 햇살을 느꼈다. 코 끝으로 종인의 체취가 점점 밀려들어왔다. 오늘은, 기분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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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우리 카디커플이 드디어 등교하고있네요 +_+ 찬백이들은... 다다음화쯤 등장할 예정입니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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