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목요일인 덕택에 7교시다. 고등학교에 가면 7교시가 좋아진다나 하지만, 역시 나는 아직까지 중학생이기 때문에 7교시는 싫다.
그래도 집에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거나, 친구들이랑 수다 떨다 가면 7교시도 꽤 할만하다. 딱히 수업에 집중을 엄청 하는것도 아니니까.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공부에 엄청난 압박감이 밀려온다. 요즘은 끝나고 거의 2시간동안은 도서실에 들려 공부를 하는 것 같다.
물론 친구들과 함께가는터라 공부는 사실적으로 거의 되지 않는것 같다.
아침부터 복도를 지나가다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봤다. 그냥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게, 그냥 좋다.
솔직히 콩깍지고 뭐고 커플 꺼져. 이런 마인드였는데, 이 아이가 좋아지고 나서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예뻐보이고 싶은 마음에
머리가 기름지지 않는 편이라 이틀에 한번 감았던 머리도 매일매일 감고, 헤어 트리트먼트도 가끔 발라보기도 하고
얼굴이 하얘보일까? 하고 썬비비도 발라보고. 틴트도 발라보고. 하지만 이런 내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는 그저 장난만 치며 웃고만 있다.
시험기간인데 수업중에 공부는 커녕 계속 네 생각이 난다. 하다못해 너의 밥먹는 모습까지 떠오른다. 식판을 놓고가는 모습 마저도 귀여운 너.
가끔 한눈 팔다 선생님께 지적당한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사실 너에게 한번 고백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 많이 서먹해졌다.
반도 달라지고, 정말 학교에 나오고 싶지 않을 정도였는데. 그래도 너의 얼굴을 보니 힘이 나네.
아무리 집에서 ' 쟤는 나 안 좋아해. ' ' 나만 고생이야. ' 라고 생각해봤자 학교에 와서 네 얼굴만 보면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는듯이 싹 잊어버리고.
아무리 네가 모난 말을 해도 상처받지만 금새 회복해버리는. 언젠가부터 이렇게 계속 지속되고 있었다. 언젠가는 네가 한 번 정말 딱 한 번. 먼저 우리반에 찾아와
장난을 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너무나도 놀라고 떨리는 마음에 받아주지도 못하고 멍하게 서있었다. 멍청이같은 모습을 보여 창피했다.
그 후로 한마디도 못했던 것 같아. 그냥 멀리서 쳐다보기만 해도 나는 좋으니까. 그걸로도 만족해.
매일 너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확인해보고. 상태메시지를 확인해보고. 귀엽다고 난리치고. 카스도 염탐해봤지만 역시 업데이트는 없고.
오늘은 꼭 고백을 해봐야지.
나는 워낙 소심해서 직접 만나서 하는 고백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선택한 길은 겨우 카카오톡으로 고백하기.
그래도 내 입장에선 엄청나게 용기를 낸 것이라 내심 네가 받아주지 않을까. 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송했다. 장문의 편지.
하지만 돌아오는 답장은 없었다. 상심과 속상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너와 나는 또 다시 더 멀어졌을까.
하는 생각에 밤에도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그냥 좋아하지 말걸. 고백도 하지 말걸. 그럼 어쨌거나 말이라도 하는 사이였지 않았을까.
적어도 나와 눈이 마주치면 피하지 않았을지도. 여러 생각을 하며 후회했다.
오늘도 방과 후 너의 반 앞을 일부로 지나가본다. 혹시라도 청소하는 너의 모습을 볼수 있을까 해서. 아, 있다.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억지로 참고 아무것도 아닌 척 지나간다.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억울하고 속상하다.
집에 왔다. 엄마가 내 방을 뒤졌던건지 시험지고 뭐고 중요한 물건도 몇개씩 사라져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엄마는 내 시험지를 얼굴 앞에 흔들어보이며 말한다.
" 너 왜 시험봤다고 말 안했어? 그리고 성적은 이게 또 뭐야? "
" 됐어. 말해봤자 엄마는 공부하라고만 할거 잖아. "
" 넌 대체 애가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
지칠대로 지친 나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집 밖으로 무조건 나왔다. 아직 교복도 갈아입지 않았는데.
무조건 집 밖으로 걷다보니 너의 집 근처에 다다랐다. 지금 여기에 계속 있으면 너를 볼 지도 모르고 …. 마주칠 수도 있잖아.
찾아가는 건 절대적으로 무리니까, 그냥 놀이터 그네에 시간이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앉아있었다.
별이 내려올 동안 난 뭘했을까.
아, 너다. 이 시간까지 학원을 다녀오는 건지 많이 피곤해 보이는 너. 너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 멀리서 응원할 수 밖에 없는 나를 이해해줘.
좀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많이 욕심일지도 몰라. 그냥 네가 나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솔직히 말하면 네가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나를 많이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끝나지 않게.
지나가던 네가 나를 발견했는지 멈칫 하고는 그냥 지나가려고 한다. 나는 너의 뒷모습에 조용히 말했다.
" 좋아해. "
네가 뒤돌아봤는지, 무슨 표정을 짓는지 모른다. 그냥 저 말만 뱉고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쪽으로 걸어가 버렸다.
이상하게도 자꾸만 눈물이 났다.
나도 모르게 걷다보니 학교에 도착했다. 벌써 정든 우리의 교실. 땀내났던 여름날. 함께했던 수련회. 하나하나가 이렇게 소중한 추억일줄은.
눈물이 팔 전체를 적셨다. 주책맞게도 자꾸 눈물이 났다. 추억을 되새겨보았지만 역시 도착한 곳은 옥상이었다.
나는 그저 편하게 지내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가족도, 친한 친구도 아닌 약간 친했던 남자애한테 전화를 걸었다.
" 나 지금 옥상이야. 나 되게 관종같아 보이지. 근데 진짜니까 안 믿어도 돼. 그 동안 고마웠고, 미안해.
가족한테도 고마웠다고 전해주고. 그리고 그 애한테도 내가 많이 좋아했다고 전해줘. "
수화기 저 편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저 묵묵히 전화를 끊었다.
안녕.
" 죽었다고? "
소식을 전해받은 남자아이가 되묻는다. 정말 그렇다니까. 남자아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그렇다고 죽으면 어떡해 …. 그냥 친구로 지내고 싶었을뿐인데.
진짜로 죽으면 사과도 못하고 더 이상 말도 못하잖아. 바보야, 너 왜 죽었어. 근데 너무 미안해. 내가 너무 미안해.
남자 아이가 고개숙이고 후회하고 있을 쯔음에 약간 친했던 남자아이가 그 아이의 반에 찾아와 다짜고짜 멱살을 잡아버린다.
" 너 네가 한 일이 뭔 지 알아? "
" …. "
" 그깟 고백 받아주는 일도 못해? 네가 죽였어, 알아? 아냐고! "
" 미안 …. 해. "
너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같고. 나는 너 울라고 사라진거 아닌데. 너 울면 속상한데.
" 천하의 개새끼, 빌어먹을 새끼. 쓰레기만도 못한 새끼야. 그깟 고백 한번 받아주는 일이 뭐가 어려워서. 나는, 나는 아직
고백도 못했는데. "
" …. "
" 사랑받는 일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 얼마나. "
주위 아이들이 웅성거린다. 한 아이가 달려가 학생부로 간다. 남자애는 아직도 화가 났는지 얼굴이 빨개져선 멱살을 더 잡아올린다.
" 미안해. "
연신 미안하다고 하는 남자아이의 얼굴을 노려보더니 책상과 의자가 있는 곳에 내동댕이 치고선 밖으로 달려나간다.
문자를 보낸다.
" 봐라, 너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 그 사람 얼마나 멍청인데.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몰라도. 적어도 네가 좋아하는 애는 너한테 연애상담도 안하고.
응? 좋아한다고 말도 안했잖아. 내가 더 힘든데. 네가 죽는 건 버티는 것보다 힘들다고. "
주인 없는 휴대폰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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