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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일말의 기대( 一抹期待 ) _제2화 

 

 

 

 

w.화연 

*BGM.비익련리(比翼連理)-꽃별* 

+이번 화는 글의 양이 많으니 집중을 하고자 하면 반복재생을 하신 후, 읽는 걸 추천합니다. 

 

 

 

 

 

 

 

 

 

수장님의 힘이 정말 있었는지 어렵지 않게 침방나인이 될 수 있었다. 무섭고 두려 웠지만 무섭지 않은 척 두렵지 않은 척하고선 지내자'라고 다짐하며 입궁했다. 침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두들 나를 쳐다본다. 침방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라 하는 최 상궁이 나와서 말을 건다. 

 

 

 

 

 

 

 

"자자, 오늘부터 같이 일할, 이름이?" 

 

"아..장 이령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모두들 수근 거린다. 이런 시선들이 뭐 때문인지 알지 못해 신경 쓰이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알려주는 자리에 가서 마저 설명을 듣는다. 옷을 다루는 법 정도는 이미 능숙하기에 오늘 해야 한다는 일들을 쉽게 하고 있는데 인사만 나누었던 침방나인들이 다가와 비웃으며 최 상궁님의 말을 전한다. 

 

 

 

"장이령, 천 상궁님이 저 앞에 있는 빨래 빨아 오라고 전하래." 

 

 

 

 

 

침방 앞에는 궁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빨래가 다 쌓여있었다. 속으로 짧은 탄식을 내뱉은 후 웃으며 대답하고서는 빨래를 가지고 나갔다. 

 

 

 

 

 

 

"어찌 똑같은 하늘을 보는데 어제와는 정반대의 느낌이 날까,,  

보고 싶습니다.. 지민 오라버니, 수장님...." 

 

 

 

 

 

 

빨래를 하다 보니 돌아가신 부모님, 어딘가 살아 있을거라 믿고 있는 우리 오라버니, 날 거두워 키워주시고 가르쳐 주신 수장님, 지민 오라버니를 그리워하는데 문뜩 떠오르는 책방의 남자. 이 남자 아니 내금의 장이 왜 떠오르지? 사실 책방에서 한 번, 궁녀 선발 때에 마주친 두 번의 마주침이 그리 인상 깊었던 건지 자꾸만 나도 모르게 떠오른다. 

 

 

 

 

 

빨래를 다 한 후, 바구니에 담아 침방으로 돌아가려 뒤를 도니 나보다 일찍 궁에 들어온 침방 나인들이 날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기다리는 듯 보인다. 

 

 

 

 

 

"장이령이라고, 맞아?" 

 

"예. 편히 불러주세요." 

 

"하, 하하.. 편하게 불러 달란다. 우리 이령이가~." 

 

 

 

 

 

 

비꼬면서 나를 비웃는다. 

기분이 나쁘지만 아니 더럽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아직은 첫날이기에 순서로 따지면 막내이기에 웃으며 이 상황을 피하고 싶다. 

 

 

 

 

 

 

"저는 이만, 천 상궁님께 가보겠습니다." 

 

 

 

 

 

 

가려는데 누군가 내 머리채를 잡고 넘어뜨렸다. 

억울했다. 설마,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이리 괴롭히는 것일까. 

 

 

 

 

 

 

"악..! 놔주십시요...!" 

 

"이게 어딜 가려고. 감히 천민주제에 적어도 중인들의 자식이 들어오는 궁에 들어와!" 

 

 

 

 

 

 

결국 신분이 문제이다, 그 놈의 천민이라는 신분이 또 문제이다. 어째서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나도 모르는 신분이 정해진다니. 억울하고도 또 억울했다. 아까 시선부터 지금 대하는 행동까지 천민이기 때문이라고 이어보면 연결이 되며 이해가 되었다. 이해를 하는 나에게 화가 나고 내가 원해서, 되고 싶어서 천민이 된 것이 아닌데 왜 이렇게 까지 괴롭히는 지 억울했다. 

 

 

 

 

 

 

"신분이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예 저 천민출신 맞습니다. 궁녀선발을 통해 당당히 합격했는데 무엇이 문제입니까?" 

 

 

 

 

 

 

기껏해야 중인 출신들인 자들이 천민이라고 무시하며 신분 따위에 얽매여 날 괴롭히는 침방나인들이 미워 저도 모르게 말이 잘못 나왔다. 

 

 

 

 

 

 

"뭐? 잘못된 것이 있냐고? 모르겠다면 내가 한번 알려 줄테니 항상 명심해, 너의 천민이라는 신분의 위치가 어디인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빨아둔 빨래를 모두 흙먼지가 있는 바닥으로 엎었다. 

뒤에서 방관만 하던 다른 침방나인들까지 합해 깨끗하던 빨래들을 발로 밟으며 자기네들끼리 비웃는다. 괜히 입궐을 추천해 주신 수장님이 밉기도 보고 싶기도 하는 순간이다. 

눈에는 점점 눈물로 눈 뜨기가 힘들고, 더 이상 나인들을 상대할 힘이 없었다. 반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재미가 없었던지 자기네들끼리 귓속말 하고 서는 웃으며 가버린다. 

한참을 그렇게 멍을 때렸고 정신을 차렸지만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빨래를 다시 했다. 침방을 돌아가면서 아까 봤던 나인들을 다시 볼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탄식이 나오며 앞 날이 컴컴해 보였다. 

 

 

 

 

 

 

"하.. 앞으로 어떡하지.." 

 

 

 

 

 

침방으로 가면 또 다시 괴롭힘을 당할 까 두려워 문 앞에 서서 서성거리다 다행히 최 상궁님이 오셨고 아무 일 없이 들어갔다. 밤이 되어 정해진 처소에서 쉬고 있는데 같은 처소를 쓰게 된 침방나인 '다온'이라는 아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너가 새로운 아이구나? 반가워, 난 다온이라고 해. 넌 ##이...령 맞지?" 

 

"..아, 반가워. 나랑 말해도 돼? 애들이 싫어할텐데.." 

 

"내가 너랑 말하는 건 내 맘인데 걱정하지. 난 너 맘에 드는데, 우리 벗할래?" 

 

"어? 그래도 돼?..." 

 

"자꾸 걱정 하지 말래두. 넌 네가 살고 싶은 데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지." 

 

 

 

 

 

 

이 아이, 좋은 애 같았다. 뜬금없이 벗이 되자고 물어 당황스러웠지만 솔직히 정말 고맙고 좋았다. 다온의 엉뚱함이 친해지는 속도가 빨라지게 도와주었고 밥도 같이 먹고 침방에서도 하루 종일 붙어 지내면서 하루가 다르게 점점 친해져갔다. 침방나인들의 괴롭힘은 여전했다. 맘에 안 들면 툭 치고 가고, 최 상궁님께 칭찬이라도 듣는 날에는 천민, 천민 주제라고 하며 비꼬고 욕을 하였다. 시간이 약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면 그들의 시선과 말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 생각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행동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로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여기서 무너지면, 울어버리면 그들의 말을 인정해버리는 것 같아 마음대로 울지도 못했다. 

 

항상 자기 전, 생각 정리를 하려 하면 낮에 당했던 수모와 그들이 생각 나 감정을 주체 못하고 울 것 같아 가끔 밖을 걸어 다니며 감정을 추슬렀다. 산책을 하다보면 새벽만이 뽐내는 분위기를 느끼다 달을 보려 잠시 앉으면 한 없이 밝은 달이 위로를 해주는 것 같아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 날도 그랬다. 신분 때문에 단지 신분 때문에 이 모든 수모와 고통을 감당해야한다는 사실이 화가 나기도 억울했고 언제까지 참아야하는지 몰라서 끝이 없을까봐 무서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울었다. 날이 밝아오는 걸 느끼고 괜히 늦었다가 궁에서 쫓겨나는 쪽팔리는 일은 당하고 싶지 않아 급히 옷 정리를 하고 뒤를 돌았다. 믿기지 않았다. 그가 와 있었다. 

 

 

태형이라는 그 내금위장이 날 뚤어저라 쳐다보고 있었고 눈을 마주치자 흘릴 수 있는 눈물은 다 흘렸다 생각하였거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고 소리가 날까 입을 막았다. 그러자, 그가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그리고는 따뜻한 손으로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내리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줬다. 겨우, 세 번째 만남이었는데 아무 감정없는 데 그의 나긋하고 다정한 손길이 더해지니 몸이 움찔거리며 먼저 반응 하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울어도 되니 막지 않아도 된다." 

 

"...송구합니다. 저는 괜찮으니..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쪽팔리기도 하고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그를 지나쳐 가려고 했다. 지나치는 순간, 내금위장은 이령이의 손목을 잡았다.  

 

 

 

 

 

"그 모습으로 가면 더욱 괴롭힐 것이야. 약한 모습을 그들에게 보이지 않은 것이 좋아. 다 그치고 가." 

 

 

 

 

 

이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여 울음 그치려고 잠시 앉은 것이 어쩌다 나란히 앉아 그에게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신분이 나의 앞길을 막는 것 같다고, 언젠가는 신분을 바꿀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는 것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를 바랐지만 결국 날은 밝아오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큰 위로를 준 태형에게 고맙다고 말한 후 돌아가려는 이령을 태형이 달려와 붙잡고는 숨도 고르지 않고 급히 말을 한다. 

 

 

 

 

 

"...하 매일 이 시간에.. 산책을 즐..기는 듯한데, 내일도 만나는 것이 어떻소?" 

 

"예...? 그래도 괜찮습니까? 왕을 지키는 내금위장께서 그리 여유가 많으셔요?" 

 

"...전하께서 주무시는 이 시간에는 괜찮으니 걱정말고 내일 이 시간에 또 봅시다." 

 

 

 

 

 

말을 다 한 태형은 이령이 대답도 하기 전에 급히 자리를 떠나고, 전혀 생각하지 못 한 일이 전개되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그를 또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되었다. 낮에는 다온이에게 위로와 힘을 얻고 저녁에는 태형에게 위로와 응원을 받으니 점차 궁에서의 생활에 적응해가며 처음으로 궁도 지낼 만 하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름이 지나고 어느 날, 새벽마다 나가는 이령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다온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이령아, 혹시 침방나인들이 새벽에도 너 불러내서 괴롭히니....?" 

 

"...? 아니, 왜?" 

 

"아니면 다행인데, 매일 새벽 어디를 그리 가는 거야, 걱정했잖아." 

 

 

 

 

 

이 생각은 못했을까 다온이에게 걱정을 끼친 것 같아 미안했다. 잠시 고민을 하다 결국 이령이는 왜 새벽에 나가는 지 다온이에게 말을 한다. 왕을 지키는 내금위장과 친해져서 새벽마다 만나고 있는데 되게 좋은 분 같다고 말한다. 가만히 이령이의 이야기를 듣던 다온은 의문을 가진 표정으로 질문을 한다. 

 

 

 

 

 

"왕을 지키는 내금의 장이 자리를 비운다고..? 흠, 그 분 성함이 어떻게 되셔? 내가 이래 봐도 궁에 꽤 오래 생활해서 그 정도 자리의 분들은 다 아는데..." 

 

"아, 그분 성함 말이야? 김....태..형이라고 했어." 

 

 

 

 

 

 

이령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자 다온은 놀라서 급히 이령이의 입을 막고는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한다. 

 

 

 

 

 

"왜 그래? 뭐, 내가 말실수라도 했어?" 

 

"이령아, 지금 네가 말한 분이 누군지 알고 그리 쉽게 말하는 거야?" 

 

"응, 알고 있어. 내금위장이시잖아." 

 

 

 

 

 

벙 찐 표정을 하는 다온이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이령이는 왜 그러냐고 내금위 장이 아니시냐고 묻는다. 그러자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을 한다. 

 

 

 

"네가 말한 그 분은 현 세자이자, 곧 보위를 이을 분이라고, 평소에 신분을 바꾸는 옷을 만들고 싶다더니 그 옷이 승은을 말하는 것이야?" 

 

 

 

 

 

 

세자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승은이라는 말은 듣는 채 만 채로 흘러듣고는 목소리를 떨며 말을 한다. 

 

 

 

 

 

"세자시라고..? 아니, 정확해? 잘 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삼 년을 궁에서 보냈는데 그 정도를 모르겠냐며 정말 승은이 목적이냐고 다시 물어보는 다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령이는 항상 태형과 만나던 곳으로 가서 태형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니 태형은 항상 보이던 미소를 띄우며 이령이에게 다가온다. 

 

 

 

 

 

 

"왜 이리 표정이 안 좋을 것이야, 또 침방나인들이 괴롭혔느냐?" 

 

 

 

 

 

 

아무렇지 않게 걱정하는 말투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태형이 세자라는 것이 믿기지 않아 아무 말 하지 못하고 태형을 빤히 쳐다본다.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이령이의 눈을 보자 이상함을 짐작하고서는 한 층더 낮은 목소리로 되 묻는다. 

 

 

 

 

 

"무슨 일 있지, 있잖아. 말해봐, 들어 줄 테니깐." 

 

 

 

 

 

 

어떻게 자신의 맘을 다 알고 말 하는 태형에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게 싫고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느껴져 결국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인다. 아무 말 없던 이령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울자 태형은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다 울 때는 그냥 울도록 두는 것이 가장 좋다고 판단되어 등을 토닥여주며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삼십여 분정도가 지나자 #3이령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며 고개를 드는 자신에게 괜찮냐 묻는 태형이 세자라는 것이 믿기지 않아 떨리는 목소리를 붙잡으며 아니기를 바라면서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금위장님.. 아니 정말 내금위장님이 맞으세요?" 

 

 

 

 

 

 

 

"그렇다고 내가 몇 번을 말하느냐, 설마 그것 때문에 이리 슬피 운 것이야? 내금위장인 것이 뭐 문제가 되느냐?" 

 

 

 

 

 

 

이령이는 낮에 있던 일을 태형에게 말하고는 제발 아니라고 대답하길 원하면서 마지막으로 다시 묻는다. 

 

 

 

 

 

 

"다온이, 이 아이의 말이 틀린 것이지요? 내금위장님은 내금위장이 맞죠, 그렇죠?" 

 

 

 

 

 

 

 

묻고서는 태형을 쳐다보는 데 그의 눈이 흔들린다. 덩달아 내금위장이라고 확신하던 이령이는 흔들리는 그의 눈을 보자 내금위장이라고 확신하던 마음이 덩달아 흔들리며 설마, 설마라 생각하며 그의 대답을, 말하기를 기다린다. 

 

 

 

 

 

 

"...그 것이, 그 것이 말이다 이령아." 

 

"...아니죠? 제발 아니라고 말씀해 주세요..제발." 

 

"내가 세자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지 않느냐. 우리는 매일 이 시간에 여기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 아무 문제가 없지 않느냐. 어째서 신분을 따지는 것이 싫다 했던 네가 어찌 신분을 신경 써." 

 

 

 

 

 

 

세자라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다'라고 하는 태형이 이령이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다. 궁녀 따위가 세자저하와 평범한 벗으로 지낸다니 어디 가당키라도 그를 믿었는데, 드디어 궁도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그가 지금까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니 원망스럽고 세자면 평생에 신분으로 억울한 적이 없을 텐데 그동안 신분으로 겪은 수모와 괴롭힘을 모두 털어놓는 자신이 얼마나 우스워 보일지 몰라 쪽팔리며 화가 났다. 

 

 

 

 

 

 

"하..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그 긴 시간동안 저를 속이실 수 있으세요?" 

 

"그게 아니다, 이령아. 내 말도 좀 들어다오." 

 

"아니요, 괜찮습니다. 들어도 내금의 장이 세자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으니까요. 그 동안 얼마나 신분 때문에 힘들어하는 제가 우스웠습니까. 평생에 그런 일 따위는 단 한번도 겪으신 적 없는 분이 이해는 되셨습니까. 설마 그것까지 이해하는 척하신 겁니까?" 

 

"난 널 단 한 번도 우습게 생각한 적이 없다. 그것은 나와 이야기를 나눈 네가 더 잘 알지 않느냐. 그러니 내 ㅇ..ㅐ기ㄷ...ㅗ" 

 

 

 

 

 

 

태형의 말도 들어봐야 했는데 그때는 자신을 속였다는 것에 화가 나 그의 입장과 생각은 들을 겨를이 없었다. 상처를 받아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자신에게 쉬지 않고 말을 하는 이령에게 미안하여 반박할 생각은 하지 못하는 태형이다. 말을 다 하고는 뒤를 돌아 우는 이령의 어깨를 잡으려는데 잡아야하는데 망설여진다. 이 것이, 이 행동이 이령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까 두려워 잡지를 못한 채 허공에서 떠 도는 태형의 말이 힘 없이 툭 떨어진다. 잠시 후, 다 울었는 지 이령은 뒤를 돌 고는 위로 태형을 쳐다보며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말을 한다. 

 

 

 

 

 

 

"내금위장, 아니 세자저하 이제는 더 이상 만나지 않은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의 삶에 만족합니다. 세자저하와 있는 모습을 누군가 보기라도 하면 그 뒷감당은 제가 다 감당할 몫이니 그런 일에 얽히고 싶지 않습니다. 부탁이니 더 이상 이곳에 오지 말아주세요. 제 행복을 부디 지켜주세요." 

 

 

 

 

 

 

적어도 한 번 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았다. 기다리고 있는 데 자신의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만나지 말자니,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단순한 문제를 해결하듯이 말을 하는 이령이에게 실망을 했지만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 한번 더 붙잡는다. 

 

 

 

 

 

 

"...왜 그리 쉽게 결정하는 게야, 내가 세자든 뭐든 무슨 상관이 있느냐. 지금까지 잘 만나왔는데 무엇이 문제야. 신분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싫다는 네가 세자라는 나의 신분은 싫은 게야?" 

 

"세자라는 신분, 왕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 달라지죠. 이제는 내금의, 아니 세자저하와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다온이가 승은이 목적이냐 묻는 순간 정신차렸습니다. 전 그런 걸 원하지도 그런 오해를 받고 싶지도 않습니다." 

 

 

 

 

 

 

 

자신도 이령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태형을 자꾸만 밀어내는 이령이 답답한 태형은 점점 말소리가 커진다.  

 

 

 

 

 

 

"승은, 승은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면 문제가 없지 않느냐..! 그냥 벗으로만 벗으로서 서로 고민도 들어주고 그리 평범하게 지내면 되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인 것이냐...!" 

 

"..한낮 궁녀 나부랭이, 그것도 천민 출신인 제가 어떻게 귀하디 귀한 저하와 벗이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이제 저하는 저에게 편한 존재가 아닌 부담 스러운 존재이십니다. 여기서 끝내는 것이 맞습니다, 저하. 각자의 자리로 돌아 가야하는 때라구요." 

 

"....진정으로, 진정으로 네가 원하는 것이 다시는 나와 만나지 않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다시는 마주치지도 만나지도 않는 것이 벗으로서의 마지막 부탁이자 소원입니다." 

 

"...알겠다. 네가 그리 원하니 내 다시는 궁에서 널 만나지 않을 것이다." 

 

 

 

 

 

 

말을 끝낸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태형을 보며 이령이는 입을 막고 오열을 한다. 그는 갔다. 이제는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을 만나면 안 되는 것을 알기에 그것이 자신이 천민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러면 안된다 생각하니 더욱 서러웠다. 멀어지던 그의 뒷모습이 없어지고 다리에 힘이 풀린 이령이는 주저앉아 오랜만에 돌아가신 부모님까지 떠올리며 지금까지 운 중 가장 서럽게 슬피 운다. 정신이 반은 나간 채, 처소로 돌아왔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아무 생각 없이 침방에서 옷을 다루는 이령에 괴롭히던 침방나인들도, 다온도 그 날만큼은 이령을 내버려둔다. 

 

태형이 자꾸만 떠올라 원하지 않던 새벽은 왔고 잠이 오지 않은 이령이는 뜬 눈으로 또 다시 날이 밝기를 기달리는 데 뒤척거리던 다온이 일어나 무슨 일이냐 묻고 새벽의 일을 모두 말하며 자꾸만 생각나는 그가 그리워 다온에게 안겨 우는 이령이다. 

 

 

 

 

 

 

 

 

 

 

 

 

*** 

처소로 돌아 온 태형 또한 마냥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매일 새벽에 나가는 태형을 걱정하며 묻는 내시의 질문도 듣지 않고 처소로 돌아오자마자 혼자 있고 싶다.라고 말하며 모두를 물리라 하는 태형에 내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을 예상하고는 나간다. 

 

또 다시 이령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조선의 세자라는 자가 개인감정 하나 주체 못하고 말 한 자신에게 화가 난다. 짧은 시간 동안 이령이 자신의 마음속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고민하다 보니 뜬 눈으로 밤을 새운다. 날이 발고 태형 또한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채 반복되는 하루를 흘러보냈다. 이상하게 이령과 만나던 그 시간이 가까워질 수록 또력해지는 정신에 제발 이령이 왔기를 바라면서 항상 만나던 그 곳으로 가보지만 이령은 없었다. 한참을 기다리다 결국 날이 밝아오고 모든 것을 잃은 표정으로 비틀거리며 돌아오는 태형에 그의 내시는 급히 내려가 그를 부축한다. 

 

 

 

 

 

 

"저하, 무슨 일이 있으신겁니까? 매일 어딜 그리 급하게 가시는지요.?" 

 

"..과인이 실수 했는데.."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목이 매여 태형은 고개를 들지 못한다. 우는 태형은 오랜만, 아니 거의 처음인 내시는 어찌해야할 지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며 있는데 하루 종일 먹지도 않고 전과 같은 하루를 보낸 태형은 울다 결국 걸어가다 쓰러진다. 쓰러진 태형에 내시는 놀라 날뛰며 당장 의원을 부르라며 조용하던 궁이 뒤집힌다. 그 소식은 얼마 되지 않아 침방에 까지 전해지고 그 소식을 들은 이령이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태형의 처소까지 멈추지 않고 뛰어가지만 막상 처소가 보이자 뛰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다 결국 멈춘다. 들어갈 수도 없지만 들어간다해서 그게 태형을 더 힘들게 할 것 같아 결국 침방으로 돌아와서는 깨어났다는 소식만을 기다린다.  

 

장작 이틀 동안 태형은 일어나지 못하고 그런 태형은 지키는 내시는 아무 탈이 없기를 바라며 천천히 눈을 뜨는 태형에게 다가가 여러 가지를 묻지만 일체 입을 열지 않는 태형에 내시는 포기한다. 그가 깨어났다는 소식도 곧 궁에 퍼지며 소식 들은 이령이는 수 없이 마음속으로 괜찮냐고 태형에게 질문을 던진다. 깨어난 태형은 전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본채 한 치의 흔들림도 없던 그로 돌아와 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안 좋은 일들은 왜 이리 연속으로 사람을 몰고 가는 지 현 왕인 현종이 쓰러진다. 왕권이 불안정한 지금, 왕의 부재는 세자인 태형을 더욱 옥죄이며 괴롭힌다. 태형은 점점 지쳐가고 잊으려고 노력하나 불쑥 불쑥 생각나는 이령에 괴로워한다. 거기다 중전이라는 어머니는 자신의 지아비가 쓰러진 틈을 타 자신의 집안을 세우려 노력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태형은 고민 끝에 후 폭풍이 예상되는 결정을 내린다. 

 

한 편 이령이에게는 태형이 가자 그녀에게 힘이 되어 줄 한 남자가 나타난다. 둘은 신분의 차이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며 벗 그 이상의 사이가 된다. 

 

 

 

 

 

 

 

 

 

[무술년 xx월 xx일.] 

궁에서 내 편이 하나 더 생겼다고 행복했는데... 좋은 일이 오면 나쁜 일도 동시에 오는 법. 그는 내가 만나서도 만날 수도 없는 이였다. 매일 새벽에 그와 이야기하는 것이 하루 종일 기다려지고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었다. 그러지 말아야했다. 그는 내가 다가가도 손을 아무리 뻗어도 닿을 수 없는 존재이니깐 전혀 그러고 싶지 않지만 더 이상 만나지 말자고 말을 했다. 밀어내는 날 원망하는 눈빛으로 보는 그를 잊을 수 없다. 그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혹시 나 때문인가 속이 타 들어갔지만 나 같은 사람을 신경 쓸까 생각되어 생각 정리를 차차 하던 중 그가 왔다. 나만의 편이 되어 줄 믿을 수 있는 이가 생겼다. 

 

 

 

 

안녕하세요. 작가 화연입니다. 글을 끝까지 읽는 분이 몇 분일지 정확히 모르지만 읽는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이번 화부터는 제목처럼 짧은 일기가 그 화를 정리해주고 복선아닌 복선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부끄럽지만 이번 화부터는 [암호닉]을 받으려 합니다!(잘 부탁 드립니닿ㅎㅎ) 다음 화는 수정을 마치고 최대한 일찍 가지고 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해피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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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태형이가 세자인거 알았다니... 이제 서로 못보는건가요ㅠㅠ 여주 앞에 나타난 또 다른 남자는 누구인가요...다음화 궁금합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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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연
서로 못 보아도 운명이라면 만나겠죠? 곧 올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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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55.178
이령이랑 태형이랑 어떻게 되는거죠???
힉!!~ 다음화도 너무 기대되네요!!!!!~~^^
빨리 연재 해주세용

7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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