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pler : 시초의 행성
'당신은 전생을 믿는가?' 라고 물어본다면
긍정의 대답을 할 사람은 몇이나 될까.
옛날같은 시대에서는 미신이나 전설과 같은 형이상적인 존재를 쉽게 믿었겠지만
21세기인 지금은 과학적인 입증 없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쉽지 않다.
아마 이 질문에 대해 '혈액형으로 보는 성격'과 같은 심심풀이 존재로 생각할지도.
물론 나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중 한명으로 전생이라는 것에 깊에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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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언제나 우연으로
"안녕히가세요-"
핫팩을 만지작거리며 손님을 향해 영혼 없는 인사를 건넸다.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입학에 성공한 나는 평범하게 편의점 알바나 하며 지내고 있다.
21살이라는 나이에 알맞게 정말 평범한 삶이다.
이번달 월급으론 뭐 살까? 아 새로나온 틴트있던데 사야되겠다.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
집에 가는 길 알바를 마치고 수고했다는 자기위로의 의미로 치킨을 샀다.
초겨울밖에 안 되었는데 겨울은 겨울이라고 제법 쌀쌀한 날씨다.
집에 와서 왜 다이어트를 미뤄야하는지 건강상의 이유(변명)들을 늘어놓으며 쇼파 밑에 앉았다.
그냥 치킨만 뜯기엔 너무 심심해 티비를 틀었더니
왠일인지 신나게 노래가 나오고 있어야 할 티비에서 한 남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뉴스특보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지구형외계행성을 발견했습니다.
이 행성은 케플러-22호라 명명되었으며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형 행성 중 지구와 가장 흡사하다고 합니다.
이와 대해 XX대학교 천문학교수이신 박기태교수님의 말씀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박기태입니다.먼저 이 행성은 생명체가 문명을 세웠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큰데요,
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체는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 했다고합니다…'
갑자기 마련된 특보라 그런지 남자아나운서는 평소보다 경직된 표정으로 빠르게 대사를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교수의 얼굴과 함께 화면에 케플러-22의 모습 보여졌다.
지구보다 2배정도 큰 크기에 연한 파랑색의 바다가 행성을 둘러싸고 있었다.
행성에게 예쁘다고 말하면 이상해보일 수도 있겠지만 예뻤다. 아니 아름답다는 말이 더 적절한것같다.
그런데 지구형행성 하나 발견한게 특보로 보도할 만큼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의아함이 들었지만
이내 치킨양념이 묻은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쪽하고 한번씩 빨고는 관심을 돌렸다.
그날밤 나는 꿈을 꿨다.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모르겠는 그런 꿈.
지구가 아닌 것만 같은 아름다운 별에서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은 정말 솜사탕인것만 같았고 귀에 스치는 바람은 한없이 따뜻했다.
이내 하늘에서 시선을 거두고 쳐다본 눈 앞에는 마을의 전경이 펼쳐졌다.
배경과 잘 어울리는 정겨운 마을이었다.
그러다 일순간 마을에서 바다 앞 백사장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어떤 여자 옆엔 누군지 모를 한 남자가 함께 앉아 있었고 왠지 그 둘은 각별한 사이인 것 같았다.
여자는 남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어디에서 온걸까, 향하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하늘의 말대로 끝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다면
정말 세상을 헤매다 또 다시 태어나게 되는걸까? "
남자는 말 없이 옅은 미소를 얼굴에 띄었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말이야.
전생의 기억 중에 딱 한 순간은 기억할 수 있다는 전설이 있대. 나는 어떤 순간을 기억할까?"
잔뜩 상기된 얼굴로 여자는 뒤이어 남자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생각을 하는 것인지 한참동안 남자는 말이 없었다.
정적의 찰나 여자의 그림자에 남자의 얼굴이 잠깐 포개어졌다.
그리고
남자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울렸다.
"우린, 이 순간을 기억 하는거야."
.
.
.
.
꿈은 자주 꿔왔지만 깨고나서도 생경한 느낌에 손끝이 저릿했다.
잠을 잔 것 같은 느낌이 아니다. 처음 느껴보는 현실같은 느낌에 맘이 요동쳤다.
벽시계의 바늘은 벌써 9시를 향해 바삐 달리고 있었고
땀으로 젖어 달라붙은 잠옷 위로 아직 이(異)세계의 따스한 바람이 맴도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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