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산 x 염화나트륨
분별 결정
w.봉봉
"붕산, 나 너가 정말 좋아. 우리 사귀자."
"제발 꺼져 염화나트륨! 너때문에 난 순수한 물질이 될 수 없어! 제발 들러붙지마!"
거칠게 뿌리치는 붕산에게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참을 수 없는 서러움에 절로 촉촉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니가 아무리... 니가 아무리 그래도 난 니가 좋아. 절대 떨어지지 않아, 아니 절대 떨어지지 못해 우린."
"과연 그렇다고 생각해?"
갑작스럽게 발걸음을 돌리는 붕산을 따라간 곳에는 잔뜩 뜨거운 물이 있었다. 매끈한 비커로 비치는 그와 나의 모습에 다시한번 울컥- 눈물이났다. 우리 어디서부터 이렇게 어긋난걸까? 우리 옛날엔 친했었잖아. 과학실 메스실린더를 사이에 두고 조근조근 사랑을 나누기도 했었고, 자칫 실험도구로 끌려갈뻔한 너를 몰래 빼어낸 적도 있었고. 넌 나에 대한 모든것이 사라진거니? 사랑도, 애정도, 우정도. 모두.
잠시 멍하게 과거를 회상하는 사이 붕산이 계량스푼에 올라탔다. 왠지 불길한 예감. 붕산에게서 떨어지려 몸을 비틀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우리는 뜨거운 물 사이로 추락했다.
"부... 붕산!! 너 어디있어 붕산!!"
"하... Say good bye...☆★"
온몸이 산산조각나는 끔찍한 고통. 그렇게 붕산과 나는 물속에 용해되고있었다. 그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찾아보려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앞을 가로막는 매서운 물분자에 앞을 가로막히고 말았다.
"붕사안...!!!"
우리 이렇게 끝인거니.
난 아직 너에게 할 말이 남아있어.
사랑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를 갈갈이 찢어놓은 물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흩어져있던 내 조각들이 다시 붙여지기 시작했고, 어김없이 난 붕산을 찾았다. 그의 꿈을 꿨었다. 나와 함께 손을 잡고 흩날리는 증류수를 가만히 구경했던 그 날의 꿈을.
"거기... 붕산 없어?"
물 사이사이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대답은 없었다.
"붕산."
"..."
"보고싶어."
"..."
"붕산 나 너를 많이 좋아했어."
아 맞다. 그는 차가운 온도에 약했었지.
용해도의 차이가 컸던 그는 이미 석출되어 사라져있었다. 조금만 더 빨리 정신을 차렸더라면, 그를 만날 수 있었을텐데.
"붕산이 정말로 날 떠났어."
다시금 눈물이 났다. 왠지 그 맛이 짰다.
그렇게 우리는 분별 결정으로 분리되었다.
- 시험은 봉봉이를 미치게합니다. 누가 과학 과외좀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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