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수열] 피아니시모(pianissimo) 00 | 인스티즈](http://img259.imageshack.us/img259/7675/33756895.jpg)
Ryuichi Sakamoto - Merry Christmas Mr. Lawrence)
고요하다. 재잘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애인의 전화에 수줍게 소곤대는 여대생의 통화소리도, 다급히 의사를 부르는 간호사의 고함소리도 모두 고요히 바스라진다. 벙끗이는 그들의 입모양에 난, 다시 한번 좌절하고 말았다. 병원의 냄새는 지독하다. 항상 그랬다. 알싸한 소독약의 냄새는 코끝을 강하게 자극해온다. 그 느낌이 싫었다. 의사의 처방이란 항상 같았다. 노력하면 다시 들을 수 있다는 희망고문. 그러면서도 수화를 권유하는 모순. 두 개의 단어 사이에서도 더이상 혼란스럽지 않은건,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사모님이 걱정하십니다' 입모양을 읽는 것은 간단했다. "이제 그만 가봐도 됩니까?" 대답을 하는 것도 간단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다. 당사자의 태연함을 세상은 가만히 두지 않는다. 세상이 내게 붙여준 이름은 '청각장애인'. 나를 어둠속에 가둬버린 건 이토록 잔인한 세상이다. '연민'과 '동정'이라는 허울 좋은 말 속에 포장된 더러운 시선. 그 시선을 받는 것은 매우 서글프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난 세상이 싫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의사는 이름모를 약을 처방했다. 바스락 거리는 약봉지를 집어들었다. 언젠가 의사에게 물었다. 이 약을 먹으면 들을 수 있냐고. 의사는 대답했다. 희망을 가지면 들을 수 있다고. 그는 나에게 플라시보 효과라도 기대하는걸까. 아니, 내 주위의 모두가 나에게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런 그들에게 말해주고싶다. 그런 기적을 원한다면 따가운 눈초리부터 거둬달라고. 항상 그랬듯 빠른 걸음으로 병원 복도를 걸었다.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아악!" 순간, 그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낯선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내가 들은 소리지만 나 자신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옆을 돌아보았다. 방금 부딪혀서 넘어진 한 남자가 보였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실없는 한숨을 뱉아냈다. 얼마나 간절했기에, 환청까지 들리는 것일까. 기대로 부풀었던 마음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다시 병원 밖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이 어둠은 익숙하지 않다. 아마 평생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끝없는 어둠이 펼쳐진 내 세계는 너무 낯설기만 하다. 아직까지도.[Prolouge]
| 작은사담 |
안녕하세요 봉봉입니다^,^ 둘이 아닌 혼자 글잡에 찾아오는게.. 감회가 새롭네요. 새 연재 시작합니다. 가볍게 읽어주실, 소중한 독자분들과 함께하고 싶네요. 메시아에 대한 이야기는 되도록이면 피해주셨으면 해요. 잔잔하게 울리는 선율,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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