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앉아 홀짝혹짝 어울리지 않게 품위를 지키며 커피를 마시는 것은 짜증을 유발하는데 충분했다.
기껏 불편한 양복까지 맞춰입고 평소에 항상 약속시간 보다 늦어서 20분이나 일찍 나왔건만 나의 이 노력에게 돌아온것은 약속취소라는 허무한 말이었다.
계속 미안하다고 보내오는 김남준의 전화는 쌍욕을 하고 끊어버린뒤 받지않고 있었지만 끈질기게 진동이 울렸다.
개새끼...씹새끼....온갖 욕을 읊조리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커피는 반쯤 남아있었지만 도저히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돈을 아끼는 성격도 아니었기에 미련없이 뒤돌아서 카페를 나갔다.검은 양복에 달라붙는 먼지를 신경질 적으로 털어내고 집으로 가기위해 근처에 잠시
불법으로 주차를 해놓은 차에 탔다.오늘 저녁은 술이다.밤을 불태울 예정이었다.
똑똑-
뭐야 누구야?
한껏 찌푸린 미간으로 창문을 응시했을때에는 아직 젖살도 안빠진것 같은 어린 학생이 서있었다.
짜증난다는듯한 표정에 움찔하는것 같았지만 개의치않고 창문을 열었다.
무슨 일...?
저..저기 이거 떨어트리셔서...
소심하게 두손으로 내민 그것은 놀랍게도 나의 지갑이었다.여자를 만나기 위해 현금까지 두둑히 채워놓은 명품지갑.
나는 당황하며 주머니를 뒤졌지만 지갑은 나오지않았다.그리고 뻘줌하게 방황하는 손에서 지갑을 빼오지 않고 내 큰손으로 작은 손을 덮으며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진짜 고마워!!
ㄴ..네?
몇살이야?형이 밥사줄까?
여..열여덟..살이요..
열여덟?아직 애기네.빨리타!!
어짜피 약속도 없었고 이대로 집으로 간다고 해도 티비나 볼것이었으니까 잘된일이다.
내 아리따운 지갑을 찾아준 아이에게 호의를 베푸는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다.게다가 귀엽기도 하고.
당황한채 굳어있자 타라고 재촉을 하니 쭈뼛쭈뼛거린다.여자 만나서 비위맞춰주는것 보단 훨씬 나은것 같다.
먹고싶은거 있어?스테이크?파스타?아니지 치킨을 더 좋아하려나?
아..아무거나요.
아무거나?음.그럼 한식집이나 가자.
네에....
아그리고 형이라고 불러.나 그렇게 나이 안많다.22살의 청춘이라고 내가.
........
아근데 애기야 애기는 이름이뭐야?
애기요?저요?정호석이요..
정호석..호석..음.근데 고등학생이 이시간에 공부안하고 돌아다녀도 되나?
에?아니 그냥 우연히..
음..그래?
왠지 그냥 기분이 좋았다.차가 막히는 지금 시간대도 약속이 취소된 상황도 모두 안좋았는데 지금은 막연히 기분이 좋았다.
잃어버릴뻔 했던 지갑을 찾아서 그런가.어쨋든 오랜만에 모르는 사람도 차에 태워봤다.여자가 아니라는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느덧 도착한 한때 김남준과 애용했던 한식집에 내렸다.그저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호석이를 일부러 신경쓰지 않는척 더 빨리 걸어갔다.
약간 이른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어 조용했다.두명다 불고기 정식을 시키고 흐르는 침묵을 깨지않았지만 결국 어색함을 참지 못한것은
놀랍게도 내가아니라 정호석이었다.
형.형은 이름이 뭐에요?왜 난 안가리켜줘?
김태형인데..어?말이 짧아진것 같다?
다짜고짜 밥먹자고 끌고온 누구보다는 안이상한것 같은데 안그래요 형?
당돌함에 기가차서 허 하는 소리를 내뱉고는 반박을 하려했지만 탁자위에 놓아지는 불고기 정식과 함께 말을 삼킬수밖에 없었다.
잘 익어진 고기를 맛있게 먹고는 계산을 하고 각각 박하사탕을 한개씩 입에물고 나왔다.역시 고기엔 박하사탕이 최고다.
밥을 같이 먹으면 확실히 친해진다는게 맞는 말인지 오늘 처음 본 사이였지만 어색함은 온데간데 없었다.
넘치는 돈을 쓸곳 또한 없었으므로 서로 농담따먹기도 하면서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먹고 군것질도 많이했다.
돈을 쓰는것이 아깝지 않은것은 친구말고는 실로 오랜만이었으므로 더욱 그랬다.안좋았던 컨디션을 좋게 만들어준것이 가장 고마웠다.
이제 집에 가자.니집 어디야.데려다 줄게.
안 데려다 줘도 되는데..나 여자애 아니에요.
그냥 곱게곱게 좀 말해라.뭐 그리 말이많아 남정네가 응?
아아.. 안데려다 주고 나 소원 하나만 들어주면 안돼요?
소원?뭔데
갑자기 말이 없어 얼굴을 쳐다보니 입만 달싹거리고 있는것이 답답해 입술을 한대 쳐주었다.
아파요!!
말을 안하니까 그러지!!말을 해 말을!
번호좀 알려줘요.
뭐?
형 나랑 연애하면 안돼요?나 오래전부터 형 좋아했는데.
나레기 나가 뒤질게염.그러하다 모든것은 홉이의 예전부터의 짝사랑이었던 것으로 들어났다.그리고 작가는 피신한다.(쥐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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