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개의 리비도를 조심하세요
作 현혹
알파, 오메가, 그리고 베타. 인간을 셋으로 나누는 유일한 기준이었다. 알파는 대단했으며, 오메가는 천박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며 제 종족의 영역을 마음껏 펼치는 알파들과 달리 오메가는 그 수를 키우면 키울수록 천대받기 마땅했다. 천대의 이유는 단순했다. 오메가는 천박하니까. 천박한 연놈들, 더러운…… 종족들. 일 년 내내 발정에 차 제 몸 하나 지키지 못하는 것들. 알파의 더러운 면모를 치우는 것은 언제나 오메가의 몫이었다.
저년이…… 먼저 냄새를 뿌렸다니까요, 난 아무 잘못 없어요. 알파는 말했고, 세상은 받아들였다. 그것이 이치였고, 도리였으므로.
ㅡ 안녕, 난 김여주고…….
베타야, 잘 부탁해. 여주의 입꼬리엔 멋쩍은 미소가 달렸고.
……여주야, 엄마 말 잘 들어야 돼. 네가 오메가인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 돼. 알겠어? 여주의 손에 약을 쥐어준 그의 어미가 말했다. 그때 여주의 나이 여덟이었다. 김여주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그 순간부터 오메가 대신 베타의 꼬리표를 붙여 살았다. 염세를 가득 담은 여주의 눈동자가 좌우로 굴렀다. 여주는 어미의 말에 굳이 답하지 않았다. 답을 대신해 반듯하게 멘 책가방을 바로 들어 제 어미가 쥐어준 약을 가방 속 깊숙이 집어넣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여주는 태어나기를 오메가로 태어났고, ……제 어미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았고.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법은 배우지 않아도 깨닫기 쉬운 이치였다. 알파와 오메가. 여주는 그랬다.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바라만 봐도 고개가 아파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마는 인간. 천박하고도, 천모한…… 제 주제를 아는 오메가.
오메가에게 신분이란 없었다. 태워 버리기 딱 좋은 종이 한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될 수 없음을 진작에 깨달은 것이다.
여주는 개중에서도 똑똑한 오메가에 속했다. 돌아오는 매 학기에 한 번씩 학교를 옮겼으며, 옮겨간 학교에서도 그렇다 할 문제를 만들지 않고는 순탄한 학교 생활을 이어갔다. 여주의 전학지는 언제나 같았다. 미천한 오메가 따위는 받아주지 않는…… 오로지 알파와 베타만이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갖는 학교. 천박한 오메가들은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학교가 언제나 그녀의 종착지였다.
여주는 저를 향한 수십 개의 눈동자에 침을 삼켰다. 눈빛만으로도 분간되는 알파, 그리고…… 베타. 지독한 들끓음이 가득한 악의 소굴에 직접 제 발을 집어넣은 소감이 어떠냐 묻는 인간이 있다면, 여주는 당장에라도 그 인간의 목을 졸라 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퍽 달달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오메가의 숙명을 잊은 인간처럼, 그렇게. 눈이 훼까닥 뒤집힌 발정난 알파들의 눈깔이 여주를 향했다. 여주는 긴장했고, 다시 한 번 목을 울렁였다. 여전에 발정에 차 고개를 꺼떡이는 알파들을 바라볼 때면 여주는 제 속을 게워내고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ㅡ 여주는…… 도영이 옆자리에 앉자, 빈자리가 저기뿐이라. 괜찮지?
깔깔대던 웃음들이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내내 시장통 같던 교실에 비로소 찾아온 정적은 꽤나 큰 위용을 자랑하며 여주를 압박했다. 영문 모른 채 미소 지은 여주는 교실을 두리번거렸다. 2분단 맨 뒷자리, 한쪽 입꼬리만 올려 웃으며 여주를 진득하게도 좇던 눈이 여주의 눈에 띄었다. 말간 피부에 큰 눈을 가진 남학생이었다. 입가에 걸린 미소는 퍽 기려했다. 순식간에 홀려 들어갈 듯한 눈빛에 여주는 잽싸게 고개를 틀어 마주친 눈을 피했다. 그리고 도영은…… 웃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도영의 옆자리에 자리잡은 여주는 주위에서 달라붙는 시선들을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도영이 말했다.
안녕, 김도영이라고 해.
나도 베타야. 잘 부탁해, 여주야.
악의 소굴은 쉽사리 그 문을 녹여내렸다. 비로소 욕망의 서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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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 현혹
리비도 (libido) : 사람이 내재적으로 갖고 있는 성욕. 또는 성적 충동.
도영은 이를 까보이며 웃었다. 아, ……귀여워. 나는 씨발 네가 귀여워서 돌아 버리기 직전이야, 여주야. 라고 생각하며. 도영아,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말하는 여주는 예뻤고, 탐스러웠고…… 금방이라도 씹어 먹고 싶었고. 세 가지 중 무엇 하나 빠지지 않았음에 도영은 정말이지 눈이 뒤집히기 직전인 기분을 느꼈다. 내가, 있어서, 다행이야……. 고작 아홉 개의 음절로 이루어진 그 짧은 한 문장이 제 리비도를 마구잡이로 헤집음을 도영은 알았다.
ㅡ 여주야, 너…….
ㅡ 어? 왜, 도영아.
ㅡ …… 아니야, 아무것도.
맛있는 냄새 나, 너한테서.
그 짧은 한마디를 내뱉지 않기 위해 도영이 얼마나 노력했는가. 진짜 정말이지 씨발 좆같이도 질 나쁜 어떤 단어들을 갈겨가며 얼마나 그녀를 능욕하고 싶었는가. 도영은 끓어오르는 욕정을 애써 억누르며 미소지었다. 그 미소는 여전히 퍽 아름답더라.
도영은 태초부터 오만하고, 교활한…… 그런 여느 알파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 말은 도영 또한 알파로 태어났으며, 심지어는 우성으로 발현까지 했다. 우성 알파. 개중에서도 알아주는 우성 알파에 속하는 도영은 여느 얕은 알파들보다도 예민했고, 예민했으며 또 예민했다. 그 오만한 성격은 곧 죽어도 죽을 줄 모르고 그 가지를 번식해갔으며, 그런 도영의 입지는 학교 내에서도 모두들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자리잡은 도영이 그랬다. 그 상대가 누가 됐든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가지고 놀다가 질리면 버리고. 도영에게 그것들은 예삿일이 아니었고, 덕분에 죽어가는 건 도영의 곁에서 눈에 띄는 적당히 예쁘고, 적당히 꼴리고, 적당히…… 처연한 그런 연놈들이었고.
ㅡ 도영아, 이 반은 되게 조용하네.
ㅡ ……어?
ㅡ 아니, 알파들이 되게 조용한 것 같아서…….
나 전에 다니던 학교는, 안 그랬거든…….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소를 지어 보이는 여주를 볼 때면 도영은 어땠는가. 여주의 곱게 뻗은 머리칼을 손으로 두어 번 쓰다듬은 도영이 곧이어 여주의 볼때기로 그 영역을 넓혔다. 오소소 돋는 소름에 여주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그것을 보며 도영은…… 욕정했다.
진짜, 개씨발 년. 얘 다 알고서 이러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주 많이.
ㅡ 여주야, ……아무래도 베타니까 페로몬은 괜찮지?
도영은 뜬금없이 물어댔다. 안 그래도 요즘 들어 누군가 흩뿌리는 듯 교실에 가득한 알파의 페로몬에 여주는 딱 죽기 직전이었다. 몽롱한 정신을 붙잡은 여주는 애써 대꾸했다. 응, 나 괜찮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 도영아. 그리고 도영은 생각했다. 멍청한 년,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 처연하고 애달프기 짝이 없는 모습을 바라보며 도영은 제 페로몬을 흩뿌리기 바빴다. 페로몬 조절이 가장 쉬운 우성 알파들에게 그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깨나 똑똑하다던 여주는 도영의 앞에선 멍청한 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여주의 패배였고, 그 결과를 모르는 것은…….
ㅡ 보건실, 데려가 줄까. ……여주야.
그 똑똑하고 멍청한 김여주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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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 현혹
난폭꾼, 미친개. ……김도영. 도영을 뜻하는 수식어는 미사여구 더 보탤 것 없이 세 단어로 그 끝을 보고야 말았다. 난폭한 미친개 김도영의 폭군이 김여주의 등장으로 그 막을 내렸고, 학우들은 안심했다. 그와 동시에 쓸데없고도 위험한 궁금증을 내비쳤다. ……대체 그 김여주가 뭐길래? 그 시기의 아이들은 호기심이 넘쳤고, 제 무덤 파기를 즐겼으며…… 아무튼, 그랬다. 도영의 반 학우들 중 가장 까불기 좋아한다는 알파 하나의 입방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도영을 제외하면 그들의 반 먹이사슬 최강의 자리에 놓일 수 있었던, 그러한…… 인간. 페로몬에 미쳐 헐떡이며 보건실에 누워있던 여주에게 다가온 그 인간이 말했다.
너, 김도영이랑 왜 다녀? 걔가 무슨 해코지 안 하냐?
……그게 무슨, 같은 베타끼리 무슨 해코지를.
김도영이 베타라고?
……. 걔 우성 알파야, 멍청한 년아.
낄낄대는 웃음이 여주의 귀를 때렸다. 한참이나 잠식한 여주를 마음껏 비웃던 그 인간은 베타 아닌 우성 알파 김도영의 등장으로 웃음을 멎었다. 그리고 도망치듯 보건실을 빠져나갔고……. 야, 나 간다. 몸조리 잘해. 그러면 눈치가 존나게 빠른 김도영은 그 상황을 눈치 못 챌 리 만무하고. 도영은 예의, 그러니까…… 여주 앞에서의 다정한 그 눈깔을 한 채 물었다. ……저 새끼가, 너 괴롭혀? 다정한 눈깔과는 판이한 말투로.
김도영의 탐욕이 시작됐다. 어차피 뒤집힐 판이었고, 멈출 수 없었고. 도영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무섭게 퓨즈는 저 혼자 끊겼다.
ㅡ 김도영, 너…….
ㅡ …….
ㅡ 알파였어?
그것도 우성? 제 눈앞에 깜찍한 먹잇감이 요망하게 읊어대는 구절을 내내 들여다보기만 하던 도영이 이내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예의 그 다정한 눈깔을 까뒤집은 채, 개와 같은 눈깔을 치켜뜨고선. ……저 새끼가 그래? 여주는 묵인했다. 답을 바라지 않고 뱉은 말이었기에 도영 또한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저 여주의 침대 헤드에 손을 가져다대며, 여주를 쓸어내리고 싶은 그 욕정을 눌러 담은 눈빛으로 탐욕했고.
그따위 사실의 고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도영은 다시금 눈을 치켜뜨며, ……여주의 따귀를 쥐고는.
그러는 넌, 오메가 아니었어?
……개년아.
오메가 주제에 어디서, 이 씨발 년이…….
터져나오는 욕지거리들과 다르게 다정한 손길로 여주의 뺨을 쓰다듬던 도영이 이내 머리칼로 손을 옮겼다. 더이상 두려울 것 없다는 듯 본모습을 드러낸 미친개의 페로몬이 여주를 휘감았다. 그 똑똑하고 멍청한 김여주는 발정했고, 몸을 떨었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도영의 눈이 퍽 다정스레 빛나더라. 넌 진짜 씨발, 사람 돌아 버리게 예뻐. ……여주야, 넌 왜 이렇게 예뻐? 다정한 음성이 귓가를 적시고.
그녀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던 그에게 그녀는 의문을 던졌다.
ㅡ 언제부터, ……야. 언제부터 알았어, 너.
ㅡ 뭘.
ㅡ ……그러니까.
ㅡ 오메가인 주제에 베타인 척 얌전 떨던 거? 아님, 쉬는 시간마다 페로몬에 미쳐서 약 처먹던 거?
아, 그것도 아님 새빨간 볼 달고 울어 재끼던 거. 뭐든 말해, 언제부터 알았는지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 줄 테니까.
도영의 혀는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더이상 아무런 음성도 뱉지 않았다. 여주는 침묵했다. 도영은 그런 여주를 진짜 씨발 귀여워 미치겠다는 듯 바라보고, 생각했고……. 키스했다. 순식간에 먹혀 들어간 여주의 입술이 도영의 막무가내인 입술과 맞닿아 꽤나 야살스러운 질척임을 만들어냈다. 순식간에 그녀의 입안을 침투한 그의 설이 여주의 입안을 마음껏 헤집고, 괴롭히고…… 안달 나게 하고. 도영으로 하여금 잔뜩 달아오른 여주의 숨소리가 그를 자극하고.
맞물린 시선이 꽤나 진득하게 서로에게 닿아 처연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즈음, 민망한 소리와 함께 도영과 여주의 입술이 떨어지며 제자리를 찾았다. 이따금 숨을 헐떡이는 여주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도영은 말했다.
예뻐서 그랬어, 네가 있지 씨발 돌아 버릴 만큼 예뻐서.
……널 봐준 이유도 예뻐서.
눈 뒤집힐 만큼 예쁜 걸 행운으로 여겨, 여주야. 그 상대가 나인 것도 행운으로 여기고.
그리고 도영은 마지막으로 입을 열겠지. ……키스해, 네가 직접.
그러면 여주는 뭐에 홀린 듯 도영에게 다가가 입 맞췄고, 그렇게 그 둘은 서로에게 엉겨 붙고. 저를 자극하는 리비도에 도영은 정말이지 금방이라도 미쳐버리겠다는 표정과 미소로 여주를 맞이하면.
…… 그 똑똑하고 멍청한 김여주는 참패하고. 김도영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페로몬을 내뿜었고. 김여주는 다시금 흥분했고, ……그 둘은 또 입 맞추고.
///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재 신청은 댓글로 언제나 받을게요 ㅎㅎ
저 밝은 글 무쟈게 쓰고 싶은데 왜인지 전 글부터 어두운 분위기만... 적어가는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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