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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스스, 바람과 함께 낙엽이 떨어지나보다.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우는 소리, 째깍째깍- 시계초침 도는 소리, 바람에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어 두 손으로 귀를 꼭 막고, 두 눈 꼭 감고 천천히 너의 목소리, 너의 모습 떠올려본다. 잠깐의 정적. 그 틈을 비집고 내 머리 속에는 너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수연아, 수연아. Jess-’ 배고플 때, 심심할 때, 무서울 때, 잠이 안 올 때……. 너의 목소리로 부르는 내 이름은 마치 마법의 주문과 같았다. 배고플 때 내 이름을 부르면 너는 금새 배부르다며 배를 통통 두드리고, 심심할 때 내 이름을 부르면 너는 금새 꺄르르 웃어버리고, 잠이 오지 않을 때 내 이름을 부르면 너는 금새 새근새근 아기처럼 잠자고 있고.
“미영아.”
미영아, 나도 잠이 오지를 않아. 너와 말도 안 돼는 이별이 있었던 그 날 밤부터 나는 내가 그렇게도 좋아했던 잠을 잘 수가 없어. 네가 그랬던 것 처럼 너의 이름을 불러보면 나도 잠에 들 수 있을까, 꿈 속에서 너를 만날 수가 있을까, 행복했던 그 시간들을 꿈꿔볼 수는 있을까? 이러면 안되는데 너의 모습들이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만 같다. 누구나 부러워하던 눈웃음도, 억울할 때마다 짓던 팔자눈썹도, 동글동글한 콧망울도, 달콤해보이는 핑크빛 입술도 기억에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두렵다.
결국 견디다 못해 귀에서 손을 떼고, 주변을 더듬어 핸드폰을 찾아 헤맸다. 어느 곳에 놓아둔 것인지 잡히지 않는 핸드폰. 꼭 미영이를 떠나 보낼 적이 떠오른다. 아, 이런 사소한 행동에서도 너를 기억해 내려 하는 내가 참 한심한 것 같다. 지금 핸드폰을 찾는 이유도 참지 못하고 너의 얼굴을 기억해나기 위해, 내 머리 속에 새겨두기 위해서니까. 침대 위쪽으로 손을 주욱 뻗자 손가락 끝에 살짝 스치는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지금이 가장 편한 자세라 일어나기는 싫었지만 핸드폰을 손에 쥐기 위해 잠깐 일어나 손에 집었다. 환하게 빛나는 액정에 비치는 미영이의 눈부신 미소. 어둠에 익숙해진 눈을 찡그리며 미영이의 얼굴을 머리속에 그려갔다. 잊어버리지 않게, 그 미소 사라지지 않게…….
“이제 이 사진들도 지워야 하나…?”
앨범 한 가득 차있는 미영이의 사진과 나와 함께 찍은 셀카들. 그래, 이 추억 모두 지워나가야 겠지. 우리들의 추억은 밤하늘에 모셔두자. 그 추억들 그리울 때 밤하늘 바라보며 너를 기억하게, 너의 모습 그리게, 너의 목소리 떠오르게……. 미영이와의 추억이 담겨있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모두 삭제했다. 아니, 밤하늘로 보냈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니 날씨가 맑은지 구름 한점 없어 별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 밤에 하늘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던 나여서 눈부신 네온싸인이 없고, 밝은 빛이 적은 소도시로 미영이와 같이 내려왔었는데, 쓸쓸히 혼자 남게 되어버렸다.
아까보다는 바람이 덜 불어온다. 가을이라는 계절에 걸맞게 풀벌레소리가 들려오고, 하늘도 더 멀게 느껴진다. 지금쯤 잠에 빠져있어야 할 시간인데 이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거의 삼일째 잠을 못자고 있는 것 같다. 피곤하기는 한데 잠은 오지를 않고. 수면제를 먹어야 하나? 약사인 주현이에게 간곡히 부탁해서 받아냈었던 수면제. 미영이와 권태기아닌 권태기를 겪을 때, 몸도, 마음도 피곤한데 지금처럼 잠이 오지 않아서 받았던 약이다. 방의 불을 켜고 화장대 주변에 있는 약상자에서 수면제통을 꺼내 한알을 집어들었다. 주방으로 나와 컵에 물을 따르고, 수면제를 입에 넣어 물과 함께 삼켰다.
“한 알로도 괜찮겠지.”
다시 방에 들어와 불을 끄고 침대 위에 누워 눈을 감았다. 이렇게 바로 효과가 올 리 없는데……. 기분 탓일까? 벌써 잠이 몰려오는 것 같다. 그래, 이대로 잠들어버리자.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와 있기를. 그게 안된다면 그냥 모든게 기억에서 사라지기를. 기억에서 사라지더라도 추억만은 가슴에 남아있을 테니까.
깊은 밤, 그대와의 추억에 잠들다.
푸스스, 바람과 함께 낙엽이 떨어지나보다.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우는 소리, 째깍째깍- 시계초침 도는 소리, 바람에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어 두 손으로 귀를 꼭 막고, 두 눈 꼭 감고 천천히 너의 목소리, 너의 모습 떠올려본다. 잠깐의 정적. 그 틈을 비집고 내 머리 속에는 너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수연아, 수연아. Jess-’ 배고플 때, 심심할 때, 무서울 때, 잠이 안 올 때……. 너의 목소리로 부르는 내 이름은 마치 마법의 주문과 같았다. 배고플 때 내 이름을 부르면 너는 금새 배부르다며 배를 통통 두드리고, 심심할 때 내 이름을 부르면 너는 금새 꺄르르 웃어버리고, 잠이 오지 않을 때 내 이름을 부르면 너는 금새 새근새근 아기처럼 잠자고 있고.
“미영아.”
미영아, 나도 잠이 오지를 않아. 너와 말도 안 돼는 이별이 있었던 그 날 밤부터 나는 내가 그렇게도 좋아했던 잠을 잘 수가 없어. 네가 그랬던 것 처럼 너의 이름을 불러보면 나도 잠에 들 수 있을까, 꿈 속에서 너를 만날 수가 있을까, 행복했던 그 시간들을 꿈꿔볼 수는 있을까? 이러면 안되는데 너의 모습들이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만 같다. 누구나 부러워하던 눈웃음도, 억울할 때마다 짓던 팔자눈썹도, 동글동글한 콧망울도, 달콤해보이는 핑크빛 입술도 기억에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두렵다.
결국 견디다 못해 귀에서 손을 떼고, 주변을 더듬어 핸드폰을 찾아 헤맸다. 어느 곳에 놓아둔 것인지 잡히지 않는 핸드폰. 꼭 미영이를 떠나 보낼 적이 떠오른다. 아, 이런 사소한 행동에서도 너를 기억해 내려 하는 내가 참 한심한 것 같다. 지금 핸드폰을 찾는 이유도 참지 못하고 너의 얼굴을 기억해나기 위해, 내 머리 속에 새겨두기 위해서니까. 침대 위쪽으로 손을 주욱 뻗자 손가락 끝에 살짝 스치는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지금이 가장 편한 자세라 일어나기는 싫었지만 핸드폰을 손에 쥐기 위해 잠깐 일어나 손에 집었다. 환하게 빛나는 액정에 비치는 미영이의 눈부신 미소. 어둠에 익숙해진 눈을 찡그리며 미영이의 얼굴을 머리속에 그려갔다. 잊어버리지 않게, 그 미소 사라지지 않게…….
“이제 이 사진들도 지워야 하나…?”
앨범 한 가득 차있는 미영이의 사진과 나와 함께 찍은 셀카들. 그래, 이 추억 모두 지워나가야 겠지. 우리들의 추억은 밤하늘에 모셔두자. 그 추억들 그리울 때 밤하늘 바라보며 너를 기억하게, 너의 모습 그리게, 너의 목소리 떠오르게……. 미영이와의 추억이 담겨있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모두 삭제했다. 아니, 밤하늘로 보냈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니 날씨가 맑은지 구름 한점 없어 별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 밤에 하늘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던 나여서 눈부신 네온싸인이 없고, 밝은 빛이 적은 소도시로 미영이와 같이 내려왔었는데, 쓸쓸히 혼자 남게 되어버렸다.
아까보다는 바람이 덜 불어온다. 가을이라는 계절에 걸맞게 풀벌레소리가 들려오고, 하늘도 더 멀게 느껴진다. 지금쯤 잠에 빠져있어야 할 시간인데 이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거의 삼일째 잠을 못자고 있는 것 같다. 피곤하기는 한데 잠은 오지를 않고. 수면제를 먹어야 하나? 약사인 주현이에게 간곡히 부탁해서 받아냈었던 수면제. 미영이와 권태기아닌 권태기를 겪을 때, 몸도, 마음도 피곤한데 지금처럼 잠이 오지 않아서 받았던 약이다. 방의 불을 켜고 화장대 주변에 있는 약상자에서 수면제통을 꺼내 한알을 집어들었다. 주방으로 나와 컵에 물을 따르고, 수면제를 입에 넣어 물과 함께 삼켰다.
“한 알로도 괜찮겠지.”
다시 방에 들어와 불을 끄고 침대 위에 누워 눈을 감았다. 이렇게 바로 효과가 올 리 없는데……. 기분 탓일까? 벌써 잠이 몰려오는 것 같다. 그래, 이대로 잠들어버리자.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와 있기를. 그게 안된다면 그냥 모든게 기억에서 사라지기를. 기억에서 사라지더라도 추억만은 가슴에 남아있을 테니까.
깊은 밤, 그대와의 추억에 잠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