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을이의 집에 와서는 밥을 먹다말고 봉지에서 떡볶이를 꺼내드는 을을 보고선 말했다.
"웬 떡볶이야..?"
"정국이가."
"정국이?"
"정국이가 주고 갔어."
정국이가? 하고 지수가 놀란 눈을 크게 뜨고선 한참 을을 바라보자, 을이는 일단 먹자- 하고선 웃었다.
전정국이 떡볶이를 주고.. 갔다고? 둘이 얘기도 안한 거야? 지수의 말에도 을이는 지수의 밥 위로 떡볶이를 울려주고선 말했다.
"먹으숑."
"떡볶이랑 밥이랑은 뭔 조합이냐.."
밥을 다 먹은 을이는 침대에 엎드려서는 핸드폰만 붙들고 있는지 꽤 되었다
지수도 을이의 허리를 베고선 누워있다가 곧 힐끔 을을 보더니 말했다.
"누구 연락 기다려?"
그 말에 을이 '응'하고 작게 대답을 하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연락이 안와서 그래?"
"…응."
"먼저 해보면 되잖아."
"그러기엔.."
말로 못할 감정이었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될까.
너에게 연락이 왔으면 좋겠지만, 아직 난 너에게 화가 풀렸다고 확정짓고 싶지가 않았다.
아직은 서운한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네가 나에게 미안함을 표현했음 좋겠다.
"정국이는 충분히 너한테 표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무슨 표현?"
"뭘 무슨 표현이야? 좋아하는 거 말이야. 딱 봐도 전정국은 널 좋아해."
"……."
"솔직히 너도 조금은 알고 있었잖아. 뭐 네가 계주 하는 걸 보러 오지않았다는 거에 미안하면 미안한 거지.
너랑 학교 끝나고 집에 같이 가기로 했는데? 그것 마저도 오지않았다는 것도 미안하면 미안한 거지
평소에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이면서 너 기분 풀어주려는 걸 보면. 딱 봐도 백프로야."
"……."
"전정국 성격을 내가 잘 알잖아? 고백? 절대 못해. 걔가 얼마나 소심한데."
"소심해?"
"응. 걔 안그런 것 같아도. 엄청나게 소심해.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
"어떤 일?"
지수가 벌써부터 재밌다며 생각하는듯 눈을 굴렸고, 그 날의 장면들을 떠올린다.
1학년 때 다같이 다른 지역까지 가서 놀던 넷은 어쩌다 태형은 지민과 떨어지게 되고
지수는 정국과 떨어지게 된다.
길을 물어봐야 하는 상황인데. 지수는 낯을 가리는 편이라
정국의 뒤에 숨어서 정국에게 부탁을 한다.
'길.. 좀 사람들한테 물어봐.'
'니가 물어봐.'
'나 소심하단 말이야.'
'어쩌라고.'
지수가 그 때 얘기를 해주고선 갑자기 배까지 잡고 웃기 시작했다.
"우리 그래서 그때 핸드폰도 배터리 다 나가서 2시간동안 길 해맨 거 알아?
둘다 소심해서 길을 못물어 보는 거야. 푸흡.."
"진짜? 그렇게 소심해?"
"응. 걔 지금은 완전 괜찮아진 거야. 아, 혹시 모르지? 아직도 소심할지!"
"되게 안어울린다.."
"그치? 아 생각할수록 웃기네.."
지수가 웃으며 이불에 얼굴을 묻자, 을이 따라 웃었다.
안그러게 생겨서 소심하다니까. 괜히 또 웃기잖아..
오늘은 잦은 소나기가 있다고 했다. 우산을 챙기자, 엄마의 표정은 역시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비가 오는 날이면 그 때마다 슬픈 것도 맞지만, 엄마가 제일 슬플테니까. 눈치를 봐야한다.
지수와 함께 등교를 하는 길에는 많은 학생들이 우리를 힐끔 보았다.
뭐라고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욕을 하고 있을 거란 건 대충 알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닌데. 우리가 이렇게 풀이 죽을 일이 있을까 싶어 지수에게 말했다.
"우리가 아니라고 해명을 하면 되잖아."
"응?"
"우리는 잘못한 게 없는데."
"……."
지수는 또 풀이 죽어있었다. 안그랬던 애가 이러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풀이 죽은 지수와 한참을 걷고 있었을까.
갑자기 누군가 내 옆으로 와 걸었고, 고개를 돌렸을 땐..
"안녕."
정국이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너에게 아직 풀리지 않은듯
너를 지나쳐 먼저 앞장서 걷게 되었다.
먼저 가버리는 을에 정국이 멀뚱히 서서 을을 바라보았고
지수는 콧방귀를 끼고선 정국에게 말했다.
"너 진짜 죽을죄를 지었다?"
"조용히 해라."
"예에~"
정국이 뛰어 을이에게 다가갔고, 지수는 '왜 뛰고 그래!'하고선 똑같이 뛰어간다.
학교에 도착해서 지민과 태형이 먼저 교실에 도착한 을이에게 인사를 한다.
"왔어?"
"왜 이렇게 늦냐 너네? 맨날 우리보다 일찍 오던 애들이.."
을이 대충 웃어주고선 자리에 앉자, 뒤늦게 온 정국과 지수가 교실에 들어온다.
태형은 셋을 번갈아 보더니 곧 이상한 표정을 지었고
지수는 어깨를 으쓱 하고선 자리에 앉는다.
지민이 뒤돌아 정국에게 입모양으로 '어떻게 됐어?'라 물었고
정국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실패인 것 같아.
쉬는시간이 되자, 지민이 정국의 어깨에 손을 한 번 올리고선 뒷문으로 나갔고
정국은 대충 눈치를 채고선 지민을 따라 나간다.
"어제 떡볶이랑 케이크 사줬는데도 그래?"
"응."
"이상하다.. 풀릴텐데."
"누가 그래? 풀린다고."
"인터넷에서..?"
"너도 인터넷에 의지하냐? 처음 알았네."
"나도 모르는 거 있으면 인터넷에 물어보는데? 나도 사람이야."
"…그러시겠지."
"가자."
"어딜."
"매점. 을이 먹을 거 사주는 거야."
지민이 가자- 하고선 뒤돌아 걷자, 정국은 못미더운지 고개를 저으며 지민을 따랐다.
매점에서 젤리들은 사가지고 와서 교실에 들어 온 정국이
을이의 챙상 위에 젤리들을 놓으며 말했다.
"먹어."
"……."
"아직도 화났어?"
예상치도 못한 정국의 말에 을이는 드디어 정국을 올려다보았다.
아직도 화났냐는 말에 왜.. 나는 대답을 할 수 없는 걸까.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런 을이의 모습에 정국은 다행이다. 하고선 뒤돌아 자리로 가서 앉는다.
지수는 괜히 옆에 앉아서 자는척 하다가 눈을 살짝 뜨고선 을이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말한다.
"뭐야. 노을.."
"하지마…."
"하지말라면 더 하고싶엉."
뒤돌아 정국을 본 을이는 곧 정국이 자신을 바라보자 급하게 고개를 돌려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화를 내고싶지 않은데. 이게 맘대로 되지 않는다.
참 사람 마음이란 어려운 것 같다..
다음 쉬는시간이 되었을까. 주변에선 아직도 지수와 나를 욕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는.. 억울해서라도 꼭 이 일을 풀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벌떡 일어나 앞문으로 나왔다.
지나가던 학생들은 나를 보고 또 속닥거리기 바쁘다.
임나연의 반 앞에서 서성거려도, 임나연은 나올 생각이 없어보이기에 나는 뒷문을 열고선 용기를 내 임나연을 불렀다.
"임나연..!"
내 부름에 다른 학생들과 웃으며 얘기를 나누던 임나연은 뒤돌아 나를 보고선 또 활짝 웃었다.
남들에게 우리의 욕을 그렇게 하던 너는.. 날 보고 환하게 웃어준다.
겨우 임나연이 복도에 나왔고, 나는 애들이 많이 보는 것 같아 조용히 말했다.
"다른 곳에 가서 얘기 하자."
"다른 곳..?"
"응.. 보는 눈이 많아서."
"왜? 여기서 말해도 돼.."
"아니야. 다른 곳에 가서 얘기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괜찮아. 여기서 얘기 해도 돼."
"……."
"사과 하려고 온 거면 괜찮아. 나 생각보다 괜찮거든."
"아니."
"……."
"사과 하려고 온 거 아니야."
생각보다 임나연은 꽤나 뻔뻔했다.
어떤 식으로 지수에 대해 애들에게 안좋은 소문을 냈고, 어떻게 지수를 괴롭혔는지 대충은 알 수 있게 되었다.
"있지도 않은 얘기."
"……."
"있지도 않은 얘기 방송에서 떠든 거.. 사과했음 좋겠어.
난 괜찮아도. 지수는 상처 많이 받았거든."
"…걔가 왜 상처를 많이 받아?"
"그리고."
"……."
"화장실에서 네 욕 한적 단한 번도 없어. 모든 걸 걸고서."
"……."
"지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맘에 안드는 게 있으면 직접 가서 그 당사자한테 말을 하는 성격이라.
화장실에 숨어서 남의 욕을 하지는 않아."
"……."
"누구의 얘기를 듣고 와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소문 믿지 않았으면 좋겠고."
"……."
"있지도 않은 소문들 퍼뜨린 너는 우리한테 사과를 했으면 좋겠어. 부탁이야."
"…내가 왜?"
"또 한 번 말해줄까. 나연아."
"지수가 시켰어? 자기 대신에 나한테 와서 이런 말 하라고."
"……."
"나는 너 미워하지 않아. 나를 계속 무시하던 지수가 미울 뿐이지."
"우리한테 사과할 마음은 없는 거야?"
"잘못한 게 없는데 어떻게 사과를 해..?"
모든 애들은 나연이의 말도, 내 말도 다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게 무슨 상황이냐며 우리 둘의 대화에 재미를 보기 시작했다.
임나연의 친구들까지 나와서 나에게 자기가 들었다며 쇼를 하기에 나는 조금은 이 상황이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
"내가 안그랬다고.."
"……."
"나는 화장실에서 그런 얘기 한적이 없다구."
정말 억울했다. 내가 왜 있지도 않은 얘기들 덕에 이렇게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건지. 말이다.
누군가 나의 옆에 섰다. 애들이 내 옆에 선 사람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옆에 선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
정국이였다. 내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못한 건가 싶을 정도로 두려웠던 순간
네가 내 옆에 서주었다. 그런 너는..
"가자."
"……."
"입만 열면 거짓말인 애 앞에서 그런 말 해봤자. 좋은 거 없어."
"입만 열면.. 누가?"
"너."
"……."
"너 입만 열면 거짓말이잖아. 네 친구들도 다 알 걸. 네가 입만 열면 거짓말 하고, 가식 부리는 거."
정국이는 내 손을 덥썩 잡고선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아무말도 없이 너를 따랐다. 애들이 웅성거리는 게 들려왔다.
교실 앞에 도착한 정국이는 내 손을 놓지 않고 그대로 있어주었다
나도 그런 너를 올려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않았다.
"니들 뭐하냐?"
갑자기 교실에서 나온 태형이에 정국이가 급하게 내 손을 놔주었다.
그렇게 우리 둘 사이에선 또 어색함이 돌았고
태형이는 우리 사이에 비집에 들어와서는 정국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니들 뭐야? 하도 웅성 거리길래 나왔더니. 저기 뭔 싸움 났냐?"
"아니."
"근데 너네 왜 손잡고 와? 헤헤."
내가 먼저 교실에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서 복도에 아직도 서있는 태형이와 정국이를 힐끔 보았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내편을 들어주고, 내 손을 잡아준 정국이.
너는 어떻게 이렇게 나의 마음을 풀어줄 방법을 잘 아는 것일까.
5교시가 되었을까.
축구부 애들은 코치의 부름으로 체육관에서 1시간동안 훈련을 받는다.
정국은 평소와 같이 코치님에게 인사를 하고선 옆에 엎드려뻗쳐를 하고선 푸쉬업을 하기 시작했고
코치는 괜히 정국을 한참 바라보다가 운동을 하는 애들을 한명씩 봐주기 시작한다.
석진이 선생님의 부탁을 받고서 계단을 밟고 내려왔을까.
일부러 2층을 지나쳐 걷던 석진은 2학년1반 교실을 일부러 지나치며 지수와 을을 보았다.
둘이 웃으면서 얘기를 하는 걸 보면.. 그래도 많이 상처를 받은 것 같지는 않네.
꼭 일이 잘풀렸으면 좋겠는데..
체육관에 도착한 석진이 체육관 문에 노크를 했고
곧 코치는 들어오라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사이로 석진을 본다.
"어. 회장이 뭔 일이야?"
"아, 그게 .. 다름이 아니구요."
"응."
"주말에 체육관.. 저희가 써도 되나요? 학생부 애들이 쓸 일이 있다고 해서요..
깨끗하게 쓸게요."
"주말엔 애들 없으니까. 쓰도록 해."
"네. 감사합니다."
석진은 그 말을 하고선 뒤를 돌으려다, 푸쉬업을 하고있는 정국을 힐끔 본다.
석진의 시선을 따라 본 코치는 정국을 보고선 정국에게 말한다.
"이제 그만하고 가. 너는."
"…네."
"이제 그만해도 돼. 네가 잘못한 거 알았으면."
"……."
"가."
정국이 고개를 꾸벅이고선 체육관에서 나갔고, 석진도 급히 정국을 따라 나가서는
저 멀리 가는 정국을 불러 세운다.
"야!"
석진의 부름에 정국은 우뚝 멈춰서서 뒤돌아 석진을 보았다.
석진이 정국의 앞까지 다가와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때 방송실.. 때문에 그래?"
"…네."
"아직도 이해를 안해주시는구나.."
"……."
"을이랑은 화해 했어? 을이 기분 풀어주는 거 되게 힘든데."
"…아니요."
"을이한테 솔직하게 말하면 되잖아."
"뭘요."
"솔직하게. 이런 일이 있어서.. 계주도 못봤고, 같이 집에 못가게 됐다고.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어찌됐건.."
"……."
"변명이잖아요. 못간 건 못간 거니까."
"……."
"제가 알아서 할게요. 신경 꺼요."
"어..어? 야! 같이 좀 가자. 그냥. 애가 너무 까칠하네."
6교시가 끝나고 청소 시간이 되었을까.
어제 을과 지수에게 소문에 대해 얘기를 꺼냈던 여학생들이 다가와 둘에게 말했다.
"미안해. 소문만 믿고 욕해서."
여학생의 말에 을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지수는 이 일에 대해 고개를 갸웃 하고선 을을 보았다.
갑자기 쟤네가 왜 저러는 거야..? 지수의 말에 을이는 글쎄- 하고선 빗자루를 꺼내 든다.
대충 반학생들만이라도 지수와 을이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알아주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 을이는 계속 싱글벙글 웃었다.
지민은 그런 을이 귀여운지 칠판지우개를 털다말고 을을 보다가
말도 걸지 못하고 을이의 주위를 서성이는 정국을 보고 소리내어 웃는다.
"되게 뭐랄까? 전정국이 을이 눈치 보는 게 어색하지않냐?"
"어색해."
"전정국도 사랑 앞에선 무너지는구려."
"무너진다는 게 맞는 말인가?"
"그럼?"
"사랑 앞에서 본모습이 보이는 거지."
"오... 그런가?"
"근데 넌 왜 빈손이야."
"뭐가."
"청소 안해?"
"아.. 한 번만.."
"안 돼."
"아아아앙 형."
"안 돼."
"개자식."
지민이 지우개를 털고선 교실로 들어가며 또 정국을 보았다.
여자들한테 눈길 한 번도 안주는 녀석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표현을 하루종일 하던 여자애에게 반해.
이젠 그 여자애에게 매달리고 있다.
참 웃기지. 이 상황이.
청소가 끝날 무렵.. 뒷문으로 누군가가 서는 게 보이자
지수가 자연스럽게 뒷문쪽을 보았고.. 자신을 보고 손을 흔드는 석진에 지수도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늘 끝나고 뭐해?"
"아무것도 안해요..!"
"나랑 저녁 먹을래?"
"좋아요!!"
둘의 대화를 들은 반 여학생들은 둘이 사귀기라도 하냐며 웅성거렸고, 지수는 괜히 뿌듯한 마음에 에헴! 하고선 책상 줄을 맞춘다.
청소가 다 끝나고 하교 시간이 되었을까.
갑자기 또 쏟아지는 비에 을이는 혼자서 건물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우산을 만지작거린다.
그냥.. 비가 오는 날이면.. 혼자 가는 게 무섭다. 겨우 우산을 펼치고선 한발자국 발을 디뎠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라.. 빨리 그쳤으면 좋겠는데.
학교 밑까지 내려왔을까. 누군가 따라오는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보면
정국이 우산을 쓴채로 따라오고 있었다.
아 , 집 방향이 같아서 따라오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 그치만.. 나를 따라오는 것이면 참 좋을텐데.
을이 신발이 다 젖어버렸고, 그 김에 웅덩이까지 밟고 지나가자
정국도 똑같이 을을 따라 굳이 그 웅덩이를 밟는다.
을이 가다가 위험하게 봉 위에를 밟고 천천히 지나가면 정국도 천천히 을이의 걸음에 맞춰 걷기 시작한다.
그러다 점점 을이의 집에 다가왔을까. 을이 집에 잘 도착했는지 확인했으면 됐다는 마음으로
정국이 멈춰서서 뒤를 돌려고 했을까. 비가 그친다.
"……."
정국이 우산을 접고서 고개를 숙였을까. 신발끈이 풀려있자, 정국은 쭈그리고 앉아서 젖은 신발 끈을 묶는다.
그리고 자신의 신발 앞에 익숙한 신발이 보이자, 정국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같이 가자면서. 뒤따라 오는 건 뭐야."
을이 작게 웃으며 정국을 내려다보았다. 처음이었다. 이 아이가 자신을 이렇게 내려다 보는 것은.
"비도 그쳤는데. 동네 한바퀴 돌래?"
을이의 말에 정국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순대국밥 잘먹는 사람 나 말고 처음봐."
"정말요!? 엄청 맛있는데!!"
"내 친구들은 거의 다 싫어하거든."
"신기하다.. 이렇게 맛있는 걸.. 아..! 맞아. 그 오빠가 뽑아준 인형들 침대에 다 올려놨어요.
저희 엄마도 엄청 귀엽다고 하나 달라고 막!"
"하나 드려. 또 뽑아줄게."
"정말요..!?"
"응. 말만 해. 말만."
"말만요!?"
"농담이야."
석진이 그 말을 끝으로 숟가락을 들고선 밥을 먹었고, 지수도 따라 숟가락을 다시금 들고선 밥을 크게 한입 입에 넣는다.
지수가 잘먹는 모습을 보이자 석진이 그 모습이 마냥 귀여운지 웃다가 곧 지수의 머리를 헝클어주고선 말한다.
"씩씩해서 좋다."
"……."
"내가 을이를 옆에 둬서 좋은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야."
"……."
"일단 너라는 좋은 아이를 만나서 다행인 것 같다."
"푸흑..."
사레가 들렀는지 지수가 기침을 하자, 석진이 물을 건내주었고
지수는 너무 가까운 석진의 얼굴에 물을 마시다말고 또 허공에 물을 뿜어버린다.
기침을 하면서도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는 지수에 석진이 지수의 앞에서 소리내어 웃어보였다.
"분무기야?"
"분무기요..!? 너무해요.."
"아, 눈물 나.."
조금 걷다가 비가 다시금 오기 시작하자, 정국과 을이는 놀이터에서 비를 피하게 되었다.
의자에 앉아서 미끄럼틀을 보던 을이 정국에게 말했다.
"그때. 우리 비 피할 때. 저기 있었는데.."
"그러네."
"시간 되게 빠르다."
"응. 엄청 빨라."
"……."
정적이 흘렀다. 을이 허공만 바라보다 턱을 괸채로 정국을 올려다보았고
정국도 허공을 보다가 자신을 보는 시선에 을을 내려다본다.
아직 이렇게 심장이 뛰고, 얼굴이 후끈해지는 걸 보니.. 나는 정국이를 많이 좋아한다.
"너한테 서운한 게 많고, 삐쳐있어도. 나는 너 한 번도 안좋아했던적 없어."
을이의 말에 정국은 한순간도 놓치지않고 을을 보았다.
을이는 작은 손으로 자신의 볼을 매만지며, 민망한지 허공을 보며 말했다.
"그냥. 내가 다쳤는데.. 네가 없다는 거에. 분해서 혼자 화가 났었나봐.
네가 그냥 안 올 애는 아닌데.. 혼자 삐진 거니까. 나 너무 이상하게 생각 하지 마."
"미안해."
"……."
"많이 속상했을텐데. 네 옆에 못있어줘서 미안해."
"치.. 됐거든. 이제 별로 안속상해."
"……."
"이제 임나연 걔가 낸 소문만 잘 처리해서! 지수랑 눈치 보지않고 잘지낼 생각만 할 거야."
"……."
"그렇다구 내가 널 좋아하는 걸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니까. 긴장 풀지 마."
"긴장?"
"응!"
"한 번도 긴장 풀어본적 없어."
"……."
"나도."
"……."
"너 처음 전학 왔을 때부터 마음이 갔으니까."
"어!?!?!?!?!"
갑자기 냅다 소리를 지르는 을에 정국이 놀랐는지 몸을 뒤로 빼고선 인상을 썼다.
신난듯 웃으며 얼굴을 들이대는 을에 정국이 이 상황이 웃긴지 피식 웃는다.
"뭐라고 했어? 전학 왔을 때부터 마음이 갔어? 나한테?"
"그래. 바보야."
"그러니까!.. 얼마 전에.. 나한테 사귈래? 하고 말았던 거! 그것도 진심..이었던 거야?"
"응. 멍청아."
"근데.. 근데.. 왜.. 내가 고백했을 때.. 대답도 안해주.. 아니야.. 이게 문제가 아니야. 손 잡아도 돼!?"
"줘봐."
을이 급히 손을 내밀자, 정국이 그 손을 잡아주었다. 을이 해맑게 웃으며 손에 힘을 꽉 쥐자 정국은 티 나지 않게 웃고선 말했다.
"며칠만에 보네. 웃는 거."
"응! 그럼 안는 것도 허용 해줘!"
"비 그쳤다."
"……."
"가자."
을이 안으려고 하자, 가자며 일어나면서 손도 빼버리는 정국에 을이 안돼애..! 하며 앞장서 걷는 정국을 따라 뛰었다.
둘의 하얀 운동화는 한짝만 젖어 더러워져있었다.
"그럼 우리 서로 좋아하는 거니까. 사귀는 거야!?"
"……."
"응!?"
"어어!"
"진짜지!!!"
"응!!"
비하인드
[을이 전학 온 날]
나는 항상 혼자 앉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 시간엔 졸기만 하다 끝나겠지 싶어서 교실에 왔을 땐.
내 빈 옆자리에 익숙하지 않은 여학생이 앉아있었다.
그 여학생을 보고 애들은 전학생이라고 했다.
옆에 앉자마자 너에게서 나는 향기에 나는 조금은 너를 힐끔 보게 되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인지 노트에 열심히 수업 내용을 적는 너의 손을 작고 참 예뻤다.
소심한지 누군가에게 당당하게 말도 못하고 작게 말하면서도 할말은 다 하는 네가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나는 널..
"……."
계속 의식하게 되었다. 엎드려서 잘 때도, 일부러 너를 향해 자지 않았다.
자는 모습을 딱히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고.
수업시간에 엎드려서 자는 것도 하고싶지 않았다.
공부를 잘한다는 너에게 못하는 걸 티내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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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결국 결국 왔슴니다 여러분.....................
흐브흐브흐브 전편 못읽으신 분들은 ㅠ_ㅠ 어제 낸 공지 읽으시면 될 것 같아용..
그리고 나중에 낼 새작도 천천히 쓰고 있습니당. 혹시나 또 날라갈까.. 메모장에 저장중이니 걱정하지마세여 헤헤헿